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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작가 : 잎새봄
작품등록일 : 2022.2.26

저주 받은 바람술사 아우리엘 문, 천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다. #성장물 #여성서사 #햇살여주 #먼치킨 #츤데레

 
3-1 그와 그의 악연
작성일 : 22-02-26 21:27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4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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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결국 엘리와 아타르는 그 다음 날 바로 황궁을 떠나기로 했다. 다음 날 떠나겠다는 소식을 들은 세게드가 무척 아쉬워했지만 아타르의 태도는 단호했다. 세게드는 두 사람을 잡는 대신, 사람을 시켜 두 사람이 타고 떠날 배를 잡아주었다.

 

 엘리와 아타르, 세게드와 오슈는 황궁의 수많은 방 중 한 곳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황궁 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세게드는 엘리와 아타르를 위한 파티를 열어주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엘리는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잠들기 전, 한 달 동안 그렇게 바래왔던 목욕까지 했다.

 

 ‘파티 얘기에 아타르가 질색했지.’

 

 아까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엘리가 쿡쿡 웃었다. 아타르와 세게드는 오늘 같은 날까지 투닥거렸다. 엘리와 오슈가 웃으면서 두 사람을 말렸다. 아타르는 부정했지만, 엘리가 생각하기에 역시 두 사람의 사이가 제일 좋은 것 같았다.

 

 ‘졸리다…’

 

 목욕물에 향유를 뿌렸더니 이불 속에서 꽃 향기가 났다. 엘리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자신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향유의 향기를 맡았다. 엘리의 의식이 깜빡깜빡 흐려졌다.

 

 ‘출항 시간이 언제쯤이더라…’

 

 준비해서 나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할텐데… 엘리는 고민을 미뤄두고 조금씩 잠에 빠져들었다. 반가울 정도로 달콤한 잠이었다.

 

 2.

 [흑흑.. 흑흑…]

 

 누가 우는 거지? 엘리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작은 동굴 속에서 우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이가 우는 것 같기도 했고, 꼭 새가 우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엘리가 동굴 쪽으로 총총 걸음을 옮겼다.

 

 동굴에 들어온 엘리가 잠시 서서 동굴 안을 살폈다. 동굴 안은 어두웠지만 제법 아늑했다. 엘리는 계속 들려오는 울음 소리를 따라 동굴의 길을 걸었다.

 

 “어디 있어?”

 

 [흑흑..]

 

 조금 더 들어가자 짚으로 만든 둥지가 보였다. 둥지 안에 몸을 말고 울고 있는 동그란 생명체가 있었다. 둥지까지 걸어간 엘리가 울고 있는 동그라미를 살폈다. 붉은색 비늘. 뾰족한 귀. 악마를 닮은 작은 날개. 동그라미는 마치 작은 용처럼 보였다.

 

 “왜 울고 있어?”

 

 엘리가 묻자 작은 용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흰자 대신 붉은색이 가득한 눈동자가 엘리를 바라봤다. 안쓰럽게도 작은 용의 동그란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뚝뚝 떨어졌다. 엘리가 몸을 낮춰 눈높이를 맞췄다.

 

 “울지마.”

 

 엘리가 손을 뻗어 작은 용의 눈물을 닦아줬다. 온기가 느껴지는 눈물이 엘리의 손에 묻어나왔다. 작은 용이 그릉 소리를 내며 엘리의 손에 이마를 비볐다.

 

 “울지마.”

 

 [그르릉…]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이마를 부비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엘리가 작은 용을 가득 품에 안았다.

 

 “내가 지켜줄게.”

 

 [진짜?]

 

 “응?”

 

 품에 가득 안았던 작은 용의 몸에서 빛이 났다. 용의 이마 위로 볼을 부비던 엘리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품 안에 쏙 들어오던 용이 어느새 커다란 인간이 되어 있었다. 낯익은 얼굴에 엘리가 눈을 깜빡였다.

 

 [나를 지켜줄 수 있어?]

 

 작던 용이 아타르가 되어버렸다. 반대로 엘리는 아타르의 품에 갖혀버렸다. 아타르의 붉은 머리카락이 엘리의 위로 쏟아졌다. 아타르가 장난스럽게 붉은 눈을 접어 웃었다.

 

 ‘어, 언제 누웠지!’

 

 나 분명 앉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아타르가 엘리의 위에 있었다. 엘리를 품에 가둔 아타르가 배부른 표정으로 엘리를 내려다봤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지켜주겠다고 했지?”

 

 아타르의 낮은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특별할 것 없는 문장이 엘리에게는 세상 위험한 소리처럼 들렸다. 위용위용. 머릿속에 비상등이 켜진 엘리가 아타르를 팍 밀치며 소리쳤다.

 

 “아, 안 돼 아타르!”

 

 3.

 우당탕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와 동시에 엘리가 잠에서 깼다. 팍 스위치가 켜지듯 엘리의 의식이 돌아왔다. 엘리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흐어.. 허어….”

 

 무, 무슨 이런 꿈이 다 있어. 엘리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뜨거워진 볼을 식혔다.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

 

 침대 아래에서 들리는 부스럭 소리에 엘리가 두 손으로 볼을 감싼 채 고개를 돌렸다. 벌떡. 침대 아래에서 아타르가 튀어 나왔다. 이번에는 진짜로 비명이 나왔다.

 

 “악!”

 

 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얼굴 1순위가 나와 버렸다. 아타르를 본 엘리가 냅다 이불을 뒤집어썼다.

 

 “…뭐하는데.”

 

 “아타르가! 여기 왜 있어!”

 

 “지금… 시간이 몇 시인줄 알아?”

 

 아타르가 뭔가 참는 사람처럼 천천히 끊어 말했다. 아타르의 말에 엘리가 이불 속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몇 시인데…?”

 

 “우리 지금 당장 나가야 하거든…?”

 

 “뭐! 왜 안 깨웠어!”

 

 “그래서 지금 깨우려고 들어온거잖아!”

 

 더 일찍 깨웠어야지! 적반하장으로 화를 왈칵 낸 엘리가 이불 속에서 튀어 나왔다. 엘리가 방안을 우왕좌왕 뛰어다녔다. 뭐부터 준비해야할지 몰라 가방 안으로 당장 입을 옷들을 쑤셔넣던 엘리가 문득, 행동을 멈췄다.

 

 “아타르… 근데 왜 침대 아래에서 나왔어?”

 

 “…그건 너가 떠미는 바람에… 아 됐어! 그런게 뭐가 중요한데!”

 

 아타르가 괜히 왈칵 화를 내고는 방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내가 아타르를 떠밀었다는 말인가? 가방 속으로 쑤셔넣던 옷들을 마저 넣으면서 엘리가 중얼거렸다.

 

 “…근데 왜 화를 내고 그런담?”

 

 4.

 마차에서 내리자 소금기 섞인 공기가 엘리의 코끝을 스쳤다. 카파의 항구에 도착한 엘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책에서만 보던 바다를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항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오는 길에 본 카파의 시가지에도 사람들이 많아 보였는데… 물자가 오고 가는 수도의 항구는 말할 것도 없이 붐볐다.

 배 위로 큰 소리가 오고갔다. 기러기 떼가 배 위를 낮게 선회해 날았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활기찬 곳이었다. 항구의 풍경을 바라보던 엘리가 멍하게 중얼거렸다.

 

 “바다가 이런 곳이었다니…”

 

 “바다라기엔 작지 않나?”

 

 사실 카파의 항구는 바다라기보다는 강에 가까웠다. 카파 위로 길게 곶이 뻗어있어 바다 지평선 너머 산자락이 보였던 것이다. 카파의 바다보다는 차라리 북쪽의 바다가 더 바다다워 보였을 것이다. 북해는 바다 너머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곳은 실제로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바다기도 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엘리와, 무감정하게 감상평을 뱉는 아타르의 모습이 상반되어 보였다. 마차 안에서 뒤따라 내린 세게드와 오슈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을 보고 미소 지었다.

 

 “일주일 치 식량이 담긴 가방입니다. 일주일 정도면 부드바에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물론 배에서도 먹을 것을 팔긴 합니다만…”

 

 세게드가 말 끝을 흐렸다. 그 사이 오슈가 엘리에게 가방을 건냈다.

 

 오슈의 이야기를 들은 엘리가 눈을 빛냈다. 이번에는 갈아입을 옷도 챙기고 식수도 챙겼다. 여행동안 먹을 식량도 세게드가 챙겨주었다. 왠지 시작이 좋았다.

 

 “감사해요. 다렌에서 올 때는 정말 고생했는데…”

 

 “이런 것 밖에 해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세게드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이런 것 밖에’라고 지칭했지만 사실 이미 이것저것 많이 받은 상태였다. 항구도시 부드바로 향하는 티켓도 가장 좋은 방으로 구해줬다고 들었다. 여행 자금도 넉넉하게 받은 상태였다.

 

 “충분히 많이 받았어요. 감사해요. 세게드. 오슈.”

 

 종소리가 항구를 울렸다. 소리가 신호였는지 사람들이 우르르 한 곳으로 몰려갔다. 선승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가자.”

 

 아타르가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말했다. 정말로 가야할 시간이라 엘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갈게요.”

 

 “엘리.”

 

 “네?”

 

 가려는 엘리를 세게드가 붙잡았다. 세게드가 답지 않게 말을 망설였다. 뒤에서 아타르가 채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는 아타르의 불평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세게드가 입을 열기를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그…”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과 발언에 망설임이 없던 세게드였던지라 엘리는 더욱 세게드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던 세게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평민이어도 좋으니까요.”

 

 “네?”

 

 “돌아오시면 지난 번에 했던 고백, 재고해주십시요.”

 

 세게드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고백인가? 엘리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옆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오슈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엘리 위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뀔 수 있었다. 이렇게 멋 없는 고백을 하다니. 엘리가 깔깔 웃었다. 세게드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생각해볼게요.”

 

 아타르가 더 화를 내기 전에, 엘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바다 바람에 엘리의 치마자락이 나부꼈다. 엘리는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손으로 모자를 꾹 눌러썼다. 세게드와 오슈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무슨 얘길 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아타르의 옆으로 가자 아타르가 불퉁하게 말했다.

 

 “알고 싶어?”

 

 “아니? 내가 왜?”

 

 엘리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아타르가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유치한 구석이 있다니까. 엘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덕분에 세게드의 고백을 지켜줄 수 있었다.

 

 출항 시간에 다다르자 배가 큰 소리를 내며 연기를 뿜었다. 엘리가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에 흠칫 놀랐다. 아타르가 엘리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여전히 무심한 얼굴이었다. 어깨 위에 올라간 손이 마치 놀라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아 엘리는 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시작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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