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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작가 : 잎새봄
작품등록일 : 2022.2.26

저주 받은 바람술사 아우리엘 문, 천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다. #성장물 #여성서사 #햇살여주 #먼치킨 #츤데레

 
2-9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작성일 : 22-02-26 21:26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3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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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황태자의 명령이 떨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들이 몇 가지의 병을 들고 나타났다. 그 안에 해독제와 같은 색을 가진 초록색 약병이 있었다. 황태자가 명령하자 황궁 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기사들의 손에 아헨 황비가 포박되었다.

 

 “누명입니다! 전하! 세게드가 꾸민 음모일 뿐입니다!”

 

 “얼마 전 시종을 갈아치운 사람이 아헨 황비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황태자의 말에 귀족들의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장례식장에 모인 귀족들이 갑자기 등장한 반전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더 이상 반박할 말이 없어진 아헨 황비가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로 소리 쳤다. 마지막 발악 같은 외침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아헨 황비가 외마디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황태자의 뒤에 있던 기사가 황태자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전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엘리가 먼저 황태자를 감쌌다. 바람을 부를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엘리가 몸으로 황태자를 감싸자마자 아타르가 엘리의 앞으로 나섰다. 돌풍처럼 발도 된 아타르의 검이 가까스로 기사의 검을 막았다.

 

 두 검이 큰 소리를 내며 맞붙었다. 금속이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를 시작으로 몇몇 기사들이 자신의 옆에 있던 기사에게 검을 찔러 넣었다. 지켜보던 하이델도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여기저기서 분수같은 피가 터져 나왔다.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다고!”

 

 아헨 황비가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황태자를 끌어안고있던 엘리가 고개를 들어 아헨 황비를 향해 소리쳤다.

 

 “당장 그만 둬! 이 이상 무의미한 희생을 만들지 마!”

 

 아헨 황비가 엘리를 기묘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엘리가 끌어 안고 있는 황태자를 쏘아보고 있었다. 황비의 옆에 있던 기사들이 검을 들었다. 아헨 황비가 손짓하자 기사들이 빠른 속도로 엘리에게 달려들었다.

 

 ‘엘리!’

 

 아타르가 강한 힘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기사들을 베어냈다. 마음이 급했다. 아타르는 지난 번에 암살자들을 끝끝내 죽이지 못했던 엘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훈련 받은 황궁의 기사들은 단번에 급소를 찌르도록 훈련된 암살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잠깐의 망설임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엘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오지마 아타르!”

 

 엘리가 자신의 주변으로 벼려진 칼날을 쏘아 보냈다. 바람의 칼날이 정확하게 달려오던 두 기사의 두 다리를 동강냈다.

 

 “난. 분명히 경고했어.”

 

 엘리는 눈을 감지도, 벌벌 떨지도 않았다. 그저 고요하게 아헨 황비를 정면으로 쏘아볼 뿐이었다. 엘리의 푸른 눈동자가 새파랗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보였다. 아헨 황비가 주춤 뒷걸음질 쳤다.

 

 “네, 네가 뭐라고!”

 

 “다음은 당신 차례야.”

 

 엘리의 바람이 순식간에 황비의 드레스를 서걱 스치고 지나갔다. 황비의 어깨에서 주륵 붉은 피가 흘렀다.

 

 ‘인간은. 정말 빠르게 성장하는구나.’

 

 아타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암살자들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 벌벌 떨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안심이 되면서도 괜히 입맛이 썼다.

 아타르는 씁쓸한 마음을 애써 털어냈다. 세상 어디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아타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18.

 상황은 금방 정리 됐다. 검을 들었던 하이델과 아헨 황비가 포박되어 끌려나갔다. 기사들 뒤에 숨어있던 3황자 포르토는 자신의 방에 감금되었다. 직접 검을 든 것은 아니었으나 문책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였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소.”

 

 황태자가 먼저 엘리에게 인사를 건냈다. 엘리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사실 엘리는 요 며칠간 황궁을 몰래 드나들면서 황태자와 계속 만나고 있었다. 아타르와 엘리가 황태자에게 해독제를 먹이며 회복을 도왔던 것이다.

 

 엘리는 암살자들에게서 얻어냈던 해독제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아헨 황비가 암살자들을 보낸거라면, 세게드를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같은 독을 사용했을거라고 생각했다. 엘리는 자신의 짐작을 확인하기 위해 사경을 헤메고 있다는 황태자의 방에 몰래 잠입했고, 황태자의 회복을 도우면서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쯤은 도박이나 다름 없는 방법이었지만…

 

 “중요한 순간 등장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황태자 전하.”

 

 쑥대밭이 된 황궁의 중심에서 세게드가 황태자에게 감사 인사를 건냈다. 세게드가 장난스럽게 허리를 숙이며 황태자에게 인사했다. 옆에 있던 오슈가 세게드의 허리춤을 꼬집자 세게드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두 사람의 작태에 황태자가 파리하게 미소 지었다.

 

 “감사는 내가 해야지.”

 

 세게드를 바라보던 황태자가 양 옆에서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엘리와 아타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은혜를 보답할 기회를 줄거라 믿소.”

 

 황태자의 말에 세게드가 쿡쿡 웃으며 엘리를 바라봤다. 황태자와 세게드, 두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자 엘리가 난감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더 머무를 수 있나? 용의 둥지까지 너무 시간이 지체되지 않았나? 느긋한 본성을 가진 엘리지만 이쯤되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타르의 눈치도 봐야했다.

 황태자의 제안에 엘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대답을 흘렸다.

 

 “별거 아니었는데요… 뭐… 그리고…”

 

 “…?”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불청객이 머무르면 괜히 좋지 않은 소리만 들을거에요.”

 

 황궁 안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최선을 다해 막아보려고 했지만 막지 못한 죽음이 너무 많았다. 이럴 때 이방인을 받는 것은 좋지 못한 소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였고, 엘리는 끝끝내 자신이 막지 못한 죽음들이 안타까웠다.

 

 “신경 쓰지 마.”

 

 “아타르?”

 

 엘리의 기분을 눈치 챈 아타르가 툭 내뱉었다. 엘리가 아타르를 바라봤다. 엘리가 고개를 들었을 때, 아타르는 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엘리가 얼른 허리를 숙여 황태자에게 인사하고 멀어지는 아타르의 뒷꽁무니를 쫓아갔다.

 

 “어디 가!”

 

 “그만 출발하자.”

 

 “바로?”

 

 궁궐의 문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흉흉한 소문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오늘 있었던 일을 함구시킬 모양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게 치뤄질 예정이었던 황제의 장례식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엘리가 초조한 눈빛으로 닫히고 있는 황궁의 문을 훔쳐봤다. 엘리의 시선을 따라 황궁 문을 바라보던 아타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바로는 아니더라도. 조만간 이 곳을 떠나야겠어.”

 

 “왜?”

 

 “인간들에게 둘러싸여서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이 없어.”

 

 아타르가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인간’인 엘리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걸 굳이 내 앞에서 얘기해야 하나?

 

 “알겠습니다.”

 

 엘리가 세게드의 말투를 흉내내며 대답했다. 일부러 약올리듯 말하는 엘리를 보면서도 아타르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던 아타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응?”

 

 “잘했어.”

 

 “응?”

 

 잘못 들었나? 엘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타르를 바라봤다. 엘리가 되묻자 아타르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멋있었다고.”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엘리가 한 손을 들어 아타르의 이마를 짚었다.

 

 “열은 안 나는데?”

 

 “너는 진짜 사람이 진지하게 말을 해도…”

 

 갑자기 엘리가 불쑥 들어와 이마를 짚자 아타르가 흠칫 놀랐다. 이리저리 자신의 얼굴을 살피는 엘리를 보면서 불쑥 짜증이 치밀었다. 아타르는 속으로 분위기라고는 없고 위기만 있는 녀석이라고 투덜거렸다.

 

 “고마워 아타르.”

 

 엘리는 아타르가 더 화내기 전에 냉큼 선수를 쳤다. 뜬금없긴 하지만 칭찬을 받았으니 감사를 표해야겠지. 엘리가 씩씩하게 말했다.

 

 “아타르가 있어서 강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엘리가 의도 없이 환하게 웃었다. 엘리의 주변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불어온 바람마저 사랑스럽다는듯, 바람이 스쳐 굽이치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바라보면서 엘리가 소리내어 웃었다.

 

 “…….”

 

 아타르는 지금의 엘리가 무척 자유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녀야말로 꼭 바람을 닮은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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