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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작가 : 잎새봄
작품등록일 : 2022.2.26

저주 받은 바람술사 아우리엘 문, 천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다. #성장물 #여성서사 #햇살여주 #먼치킨 #츤데레

 
2-4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작성일 : 22-02-26 21:24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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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슈 비엘라. 황궁의 마법사 오슈는 창문 너머 의미 없이 황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슈의 검은색 단발 머리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렸다. 검은색 머리카락은 차가워 보이는 오슈의 인상을 더욱 차갑게 보이게 만들었다.

 

 오슈의 주변에는 각종 약병들과 서적들이 널려있었다. 마법사의 연구실답게 책들이 쌓여있었으나, 지저분한 느낌은 아니었다.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 오히려 아늑한 느낌까지 들었다.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오슈가 감정의 고저 없이 시선을 돌렸다. 오슈의 짙은 상념을 깨운 이는 3황자 포르토였다. 황자답게 온갖 휘황찬란한 장신구들을 몸에 둘러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포르토가 오만한 표정으로 오슈를 내려다봤다.

 

 “마법사.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놈을 기다리는 건 그만하고 날 위해 일해라.”

 

 “…….”

 

 포르토가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오늘만큼 이상한 소리를 지껄인 적은 없었다. 오슈는 고저 없는 시선으로 포르토를 바라봤다. 포르토는 오슈가 당연히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지 자신감 넘치는 얼굴이었다.

 

 “너로서도 날 모시는게 더 영광일테지.”

 

 포르토의 손이 오슈의 검은색 머리카락에 닿았다. 결 좋은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에 엉기자 더욱 기분이 좋아진 모양인지 포르토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죄송합니다. 황자님.”

 

 차마 황자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던 오슈가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거절했다. 여전히 고요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였다.

 

 “…….”

 

 순식간에 허공에 손을 뻗은 모양새가 된 포르토가 가차 없는 오슈의 거절에 당황했다. 당황은 곧 분노로 번졌다. 포르토의 장신구들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장신구들이 서로 부딪혀 차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슈는 위협적으로 들리는 소리에도 표정 변화 없이 포르토의 신발 끝을 바라봤다.

 

 “괘씸한!”

 

 포르토의 손이 가차 없이 오슈의 머리를 쳤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오슈의 몸이 종이장처럼 쓰러졌다. 그럼에도 오슈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쓰러졌던 오슈가 자리에 앉아 다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황자님.”

 

 포르토가 몇 번 더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분노가 가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세게드 놈 닮아서 건방지군. 평민 주제에!”

 

 “…….”

 

 “열심히 기다려 보거라! 그 놈이 오는지 안 오는지.”

 

 포르토가 씨근덕거리며 책상 위의 물건들을 쓸어 추락시켰다.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연구실을 가득 채웠다. 포르토는 연구실을 엉망으로 만들고 나서야 진정이 좀 되었는지 문을 열고 연구실에서 나갔다.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오슈가 꿇었던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난장판이 된 연구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사실 오슈에게 이 정도 멸시는 일상이었다. 평민의 신분으로,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황궁 마법사가 되었던 순간부터 귀족들의 무시는 예견된 일이었다. 황자 뿐만 아니라 황궁내 마법사들도 알게 모르게 그녀를 깔봤다.

 

 “…….”

 

 그것보다도 오슈의 머릿속에서는 포르토의 말이 반복재생되고 있었다. 포르토의 말에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왜 세게드 님이 돌아 오지 않을거라고 단정 짓고 말씀하셨을까.’

 

 오슈의 연구실이 조금씩 깨끗해지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오슈의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무슨 뜻이지.’

 

 요 근래 황궁은 제국이 통일 된 이래로 가장 고요했다. 고요함이 평화롭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슈는 고요한 황궁을 바라보며 불안에 떨고는 했다.

 오슈는 연구실을 치우던 손을 멈추고 바닥에 가만 앉아 상념에 빠졌다. 세게드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세게드 님…’

 

 황궁 마법사 하나 잠시 사라졌다고 찾을 사람도 없었다. 생각을 마친 오슈는 연구실을 정리하던 것을 멈추고 큰 가방을 꺼냈다. 황궁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세게드를 찾아 볼 생각이었다.

 

 8.

 황궁에서 사라진 세게드는…

 

 “이걸 어떻게 다 먹을 건데!”

 

 멧돼지를 사냥하고 있었다.

 

 세게드가 사냥한 멧돼지를 질질 끌고 오자 아타르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 사이에서 엘리가 곤란한 얼굴로 거대한 멧돼지를 바라봤다.

 

 “아타르 님이 해결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세게드가 사람 좋게 웃으며 아타르에게 멧돼지를 떠넘겼다. 아타르가 씨근거리며 중얼거렸다.

 

 “이걸 다 먹을 수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지.”

 

 아타르 본인도 사람은 아니면서 사람의 상식을 운운했다. 아타르가 본체로 돌아가면 멧돼지 정도야 간단한 간식처럼 해치울 수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본인의 정체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타르의 정체를 알고 있는 엘리가 아타르를 어색하게 바라봤다.

 

 세게드는 아타르의 흉흉한 표정이 보이지도 않는지 허허 웃을 뿐이었다. 세게드가 대뜸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요리도 잘하시고 검술도 잘하시고, 마법도 쓰시고.”

 

 “…뭐.”

 

 “황궁으로 오시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게… 아차차.”

 

 아타르가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아타르의 붉은 눈동자에 광기가 돌았다. 세게드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아타르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세게드의 뒤를 쫓아갔다.

 

 “난… 장작을 좀 모아올게.”

 

 엘리는 재빨리 현장을 피했다. 대분노하고 있는 아타르는 고기를 손질하는 동안에도 몇번이고 폭발할 것이다. 물론 아무도 엘리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타르가 호위 무사인건 전혀 안 믿는 것… 같지?”

 

 물통을 품에 안고 골짜기를 향해 걸어가며 엘리가 중얼거렸다. 황자라던 세게드는 행동거지가 깃털보다 가벼웠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눈치는 제법 빠른 것 같았다.

 아타르가 엘리의 호위무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눈치 없는 사람이 와도 알 수 있을만한 사실이기는 했다. 누가 봐도 아타르는 호위 기사처럼 보이지 않았다. 누굴 만나도 고자세를 고수하는 데다가, 구사하는 검술도 어디서 본 적 없는 묘한 검술을 구사했던 것이다.

 

 “그런데 자꾸 우리를 황궁으로 데려가려고 한단 말이야.”

 

 사람을 좋아하는 건가? 엘리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맑은 물이 물길을 따라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청명하게 귓가를 울렸다. 엘리는 풀숲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물통에 물을 받았다. 빠른 속도로 물통이 채워졌다.

 

 “장작은 뭐가 좋으려나.”

 

 아타르의 마법으로 불은 피울 수 있었으나 그것을 유지하려면 마른 장작들이 필요했다. 엘리는 한 손으로 물통을 껴안고 한 손으로 장작들을 줍기 시작했다. 하룻밤을 버티려면 꽤 많은 양의 장작이 필요했다.

 

 ‘수도에 도착하면 꼭 목욕부터 해야지…’

 

 온 몸과 옷이 흙투성이에 재투성이였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안 씻어 본 것도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간지럽고 찝찝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러움에 적응하고 있었다. 엘리는 다른 것도 아니고 더러움에 적응하고 있는 스스로가 두려웠다.

 

 ‘이러다 집에 돌아가도 잘 안 씻게 되는 거 아닌가 몰라.’

 

 어느 정도 장작을 모은 엘리가 야영지로 돌아갔다. 시간이 꽤 흘렀으니 상황이 대충 마무리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엘리가 야영지로 돌아가자 역시나 얌전해진 세게드가 아타르 옆에 앉아있었다.

 

 “오, 벌써 돌아오셨습니까. 어디 가셨나 걱정했습니다.”

 

 “황자님.. 황자님이야말로 눈이…”

 

 세게드의 눈 옆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상황을 보진 않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 퍼렇게 든 멍을 본 엘리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아타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뭐.”

 

 “사람을 다치게 하면 어떡해.”

 

 엘리의 채근에도 아타르는 굴하지 않았다. 엘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세게드가 호탕하게 웃었다.

 

 “역시 절 생각해주시는 분은 엘리님 뿐이시군요.”

 

 세게드가 히죽 히죽 웃으며 엘리에게 달라붙었다. 수준급의 검술을 구사하는 검사답게 빠른 몸놀림이었다.

 

 “…떨어져라 세게드.”

 

 “넵.”

 

 아타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세게드가 재빨리 엘리에게서 떨어졌다. 두 사람을 엘리는 어이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투닥투닥 다퉈도 이럴땐 묘하게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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