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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작가 : 잎새봄
작품등록일 : 2022.2.26

저주 받은 바람술사 아우리엘 문, 천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다. #성장물 #여성서사 #햇살여주 #먼치킨 #츤데레

 
2-3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작성일 : 22-02-26 21:23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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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바람이 스러진 곳에 아타르가 서 있었다. 아타르의 붉은 머리카락이 엘리의 바람에 나부꼈다. 아타르는 잠시 상황을 파악하는 듯 붉은 눈을 깜빡이며 서있었다. 엘리의 주변에 있던 암살자들이 엘리에게 점점 다가갔다. 그 장면을 본 아타르가 검집에 넣어뒀던 검을 천천히 뽑았다.

 

 “….!”

 

 아타르의 검은 냉정하고 무자비했다. 오히려 마법을 쓸 때보다 손속에 자비가 없었다. 검이 지나가는 길마다 피바다였다. 엘리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붉은 액체가 흩뿌려지는 광경을 지켜봤다. 꿈 같았다.

 

 두 남자의 활약으로 상황이 정리 되고 있었다. 마지막 사람까지 베어낸 남자가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아타르와 엘리에게로 다가왔다. 아타르는 암살자들을 베어내던 자세 그대로 남자에게 검을 휘둘렀다. 남자가 휘청거리며 검을 받아냈다. 넋을 놓고 있던 엘리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아타르! 죽이지 마!”

 

 엘리의 외침에 아타르가 고개를 돌렸다. 아타르의 붉은 눈동자가 엘리에게 닿았다. 무감정한 얼굴이었다.

 

 “누군데?”

 

 “모, 모르겠는데.”

 

 시원찮은 대답에 아타르가 다시 검을 들었다. 엘리가 다시 다급하게 외쳤다.

 

 “아니 날 도와 줬어! 그리고 지금 많이 다친 것 같다고!”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아타르의 검을 겨우 받아낸 남자가 비틀거렸다. 남자를 바라보는 아타르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아타르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넌 누구냐.”

 

 “저는.. 세게드… 모스타….”

 

 남자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쓰러졌다. 엘리가 놀라 남자에게로 달려갔다. 다행히 풀숲으로 쓰러져 상처가 더 생기지는 않은 것 같았다. 엘리가 쓰러진 남자의 머리칼을 넘기고 머리를 짚었다.

 

 “세상에… 열이 펄펄 끓어.”

 

 “두고 가자.”

 

 아타르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타르의 말에 엘리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그래!”

 

 “이 남자 끌고 카파까지 가려면 세 달은 더 걸려.”

 

 “그래도 안 돼. 어떻게 이렇게 두고 가?”

 

 “난 갈 수 있어.”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용…”

 

 착한 용인 줄 알았는데, 역시 나쁜 용이었어. 엘리가 중얼거리자 아타르의 얼굴이 순식간에 귀찮음으로 물들었다.

 

 “어쨌든! 난 이대로 못 가. 아타르 먼저 카파까지 가 있던가.”

 

 엘리가 으름장을 놓자 아타르가 머리를 짚었다.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으나 괜히 더 시비를 걸어 어깃장을 놓지는 않았다. 다행히 더 반대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아타르가 대답 없이 방향을 틀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벅벅 긁으며 쓰러진 암살자에게로 걸어갔다.

 

 “어디 가?”

 

 아타르는 대답 없이 목숨이 끊어진 암살자의 품을 뒤적거렸다. 아타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엘리가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너, 너 뭐해.”

 

 엘리가 놀라거나 말거나 아타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암살자 몇몇의 품 속을 뒤졌다. 몇 번을 반복한 끝에 아타르가 한 암살자의 품 속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품 속에서 꺼낸 작은 병을 엘리에게로 던졌다.

 

 “중독 된 것 같으니 먹이던가.”

 

 얼떨결에 작은 병을 받아버린 엘리가 대답 없이 눈만 깜빡였다. 아타르가 여전히 불퉁한 표정으로 먼저 풀숲을 헤치고 사라졌다.

 

 “알겠다는… 뜻이겠지?”

 

 엘리는 아타르가 건낸 유리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유리병 안의 초록빛이 도는 액체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6.

 아타르가 주변에 피냄새가 진동한다며 투덜거리더니, 결국 남자를 끌고 야영지를 옮겼다. 남자는 꼬박 반나절을 앓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으면서, 남자는 참 기운차게 웃었다.

 

 “하하하.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죽을 뻔한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호탕한 말투였다. 아타르도 남자의 호탕함에 할 말을 잃었다. 두려움이나 미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남자의 말투에 엘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반응했다.

 

 “세게드… 님이라고 하셨죠.”

 

 옮기는 과정이 순탄 했을 리 없었다. 안 그래도 지저분했던 세게드의 옷이 흙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누더기 같은 세게드의 옷을 보면서 엘리의 양심이 따끔거렸다. 엘리의 질문에 세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기억을 더듬는 것 같았다.

 

 “이 쪽은 사제님이셨고, 이 분은…”

 

 세게드가 아타르를 바라보며 말을 흐렸다. 아타르는 온 몸으로 귀찮다는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엘리가 생각해도 아타르가 자기 자신을 소개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엘리가 재빨리 아타르 대신 세게드의 말에 대답했다.

 

 “아, 저는 엘리에요. 이 쪽은…”

 

 “……”

 

 “제… 호위 무사….”

 

 아타르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엘리의 등이 따끔거렸다. 엘리는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용에게 있었다면 방금 전에 수천 번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게드는 엘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는 세게드 모스타 팔레르모입니다.”

 

 “…팔레르모?”

 

 어디서 들어 본 단어인데? 엘리의 미간에 내천자가 만들어졌다.

 

 “네. 팔레르모 황실의 5번째 황자입니다.”

 

 “…황자?”

 

 아타르가 팍 인상을 쓰고 엘리를 노려봤다. 아타르의 불길같은 시선에 엘리가 다시 어색하게 웃었다. 엘리가 재빨리 머릿속을 뒤져 팔레르모 황실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역사 공부를 가장 좋아했던 엘리였으나, 팔레르모 황실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팔레르모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기껏해야 천년 전 과거 대륙을 통일한 거대한 제국이 있었으며, 황제가 어떻게 대륙을 통일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부였다. 유적도, 기록도. 거짓말처럼 남아있는 흔적이 없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제국의 황자라니. 갑자기 엘리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황자가 어쩌다 이런 변두리까지 쫓겨나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거지?”

 

 아타르가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 아타르의 질문에 세게드가 멋쩍은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헨 황비님께서 보내신 사자가 아닐까 합니다.”

 

 알만 하다는 듯 아타르가 혀를 짧게 찼다. 엘리가 아타르의 옷자락을 잡고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그 사람들 안내하러 온 사자가 아니라 저승사자던데.”

 

 “음…”

 

 아타르의 시선에 엘리에게 닿았다. 엘리가 팔레르모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것 같았다.

 

 “팔레르모의 황제가 얼마 전에 대륙을 통일했지.”

 

 “얼마 전이었어?”

 

 “맞습니다. 그 얼마 전에 저도 공을 세웠죠.”

 

 대륙을 통일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황제가 되기 전, 전쟁 준비부터 마지막 통일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황제는 나라를 복속 시킬 때마다 그 나라의 공주를 후궁으로 데려왔다. 덩치가 커진 대륙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 결혼이라는 수단을 택한 것이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왕자님이라니. 엘리는 그제서야 아까 본 세게드의 검술 실력을 이해했다. 세게드라면 전쟁터에서도 날아다녔을 것이다.

 

 “폐하께서는 제국의 통일을 원하셨지만 후궁과 자식들이 많아진 만큼 황궁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궁극적으로 대륙은 통일되었지만 황궁은 통일되지 못했다는 말이군. 세게드의 설명에 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궁에는 15명의 황자가 있습니다.”

 

 “15명?!”

 

 엘리가 펄쩍 뛰었다. 세게드는 엘리의 반응에도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다.

 

 “네. 그 중에서도 아헨 황비님은 2황자와 3황자를 낳으셨지요.”

 

 “1황자는?”

 

 “그 분은 황태자십니다. 황후 폐하께서 낳으신 적황손이죠.”

 

 “황태자가 있는데도 권력 다툼이 심하단 말이야?”

 

 “권력이 황제 폐하께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세게드가 머쓱하다는 듯 웃었다. 엘리는 갸우뚱 고개를 기울였다. 자신이 살던 시대에도 이렇게 권력 다툼이 심했던가? 책에서 백작가 바깥의 이야기까지 읽을 수는 없었으므로 듬성듬성 주워들은 소식이 다였다. 그마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엘리님.”

 

 세게드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은밀하게 운을 띄웠다. 덩달아 진지한 얼굴이 된 엘리가 몸을 낮추며 세게드와 눈을 마주쳤다. 세게드의 금빛 눈동자가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 빛이 났다.

 

 “아이라님의 사제님답게 아름다우십니다. 엘리 님.”

 

 뜬금 없는 소리에 엘리가 눈을 깜빡였다. 아타르는 이 자식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싶은 얼굴로 세게드를 바라봤다. 세게드가 비장하게 말했다.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어머.”

 

 갑작스러운 프로포즈에 엘리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엘리가 멍청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 프로포즈 처음 받아 봐요.”

 

 “무슨 수작이지. 인간.”

 

 아타르가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얼굴을 뚫어 버릴 것 같은 아타르의 강렬한 시선에도 세게드는 허허 웃을 뿐이었다. 엘리는 다른건 몰라도 세게드의 간이 부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아타르가 세게드를 내쫓아버리기 전에, 엘리가 입을 열어 세게드의 말에 대답했다.

 

 “안 되겠네요. 황자님. 저는 평민이거든요.”

 

 “그렇습니까.”

 

 세게드는 엘리의 거절을 아쉬운 얼굴로 수긍했다. 엘리도 세게드가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장난을 친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볍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타르는 세게드의 가벼운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타르가 불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나자마자 프로포즈 하는 인간이 어딨어.”

 

 “사랑에 시간이 중요하진 않잖습니까?”

 

 “웃기는 군.”

 

 아타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어쩐지 할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왜 저렇게 화를 내지? 엘리는 숲 속으로 사라지는 아타르의 뒷모습을 시선으로 쫓았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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