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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작가 : 잎새봄
작품등록일 : 2022.2.26

저주 받은 바람술사 아우리엘 문, 천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다. #성장물 #여성서사 #햇살여주 #먼치킨 #츤데레

 
2-1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작성일 : 22-02-26 21:22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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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도 뜨지 않은 깜깜한 밤이었다. 새하얀 건물 아래 하얀 사제복을 입은 사제들 여러 명이 걸어가고 있었다.

 엘리가 숨을 죽이고 허리를 숙였다. 후드가 달린 망토를 입고 후드를 뒤집어쓰고 왔지만, 걸리면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타르가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엘리는 아타르가 자신에게 의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헤이즈와 오데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가고 싶다고 말하자 아타르는 단박에 함께 가기를 거부했다. 신전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다행히 신전의 경비는 느슨한 편이었다. 신전 안에 특별히 훔쳐갈 만한 물건도 없었고, 신전의 물건을 훔치면 신의 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몰래 잠입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지는 않았겠지…’

 

 엘리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며 숙소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두 사람을 만나고 가야 했다.

 

 엘리의 고민은 머지 않아 해결되었다. 건물 밖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던 것이다. 헤이즈와 오데는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엘리가 두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헤이즈 님.”

 

 엘리의 후드 아래서 조그맣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야기를 나누던 헤이즈가 후드를 쓴 엘리를 보고 헉 숨을 삼켰다.

 

 “누구…”

 

 “저, 저에요. 헤이즈 님.”

 

 놀라움이 적대감으로 변하기 전 엘리가 다급하게 후드를 벗었다. 후드에서 엘리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굽이굽이 쏟아져 나왔다. 엘리의 얼굴을 확인한 헤이즈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놀랐잖아.”

 

 “죄송해요.”

 

 헤이즈가 기절할 것처럼 놀란 것에 반해, 오데는 그닥 놀란 것 같지 않았다. 오데가 비교적 잠잠한 시선으로 엘리를 바라봤다. 엘리가 꾸벅 오데에게 인사를 건냈다.

 

 “오데님, 잘 지내셨어요?”

 

 “네. 며칠 전 일은 헤이즈님께 들었어요.”

 

 “아.. 하하…”

 

 엘리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된 거야. 그러고 사라져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헤이즈가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헤이즈는 정말 그대로였다. 인사를 할까말까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다정했다.

  엘리가 헤이즈의 말에 아무 말 없이 웃어보였다. 두 사람에게 설명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도대체 뭐라고 설명 해야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도 설명 해야겠지. 인사를 하려고 왔으니.’

 

 대답 없이 웃기만 하던 엘리가 고민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저주를 풀기 위해 신전에 찾아왔던 거였어요.”

 

 “저주?”

 

 “네. 가족 중에 한 명이 저주에 걸렸거든요.”

 

 “뭐라고?”

 

 엘리의 말에 헤이즈가 반복해서 놀라움을 표시했다. 엘리는 자신의 얄팍한 거짓말이 드러나기 전에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아타르와 함께 그걸 찾기로 했어요. 제 이야기를 들은 아타르가 도와주겠다고 했고요.”

 

 “그 용이 널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네에… 그러니까… 아타르는 저주에 흥미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엘리가 어색하게 말을 끝냈다. 자기가 생각해도 의심할 여지가 많은 얄팍한 거짓말이었다. 오데가 푸른 빛이 도는 눈동자로 엘리를 바라봤다.

 

 “그래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이렇게 순순히 가라고 말할 줄 몰랐던 엘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데를 바라봤다. 오데 대신 헤이즈가 입을 열었다.

 

 “그래. 맞아.”

 

 “진짜요? 그래도 되나요?”

 

 견습 사제가 신전을 떠나는 것이 가능한가? 사실 그 점에 대해서도 물어보려고 왔는데, 헤이즈와 오데는 너무나 쉽게 떠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나가고 싶을 때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헤이즈가 한 쪽 눈을 찡긋 감으며 윙크를 보냈다. 헤이즈의 말에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엘리가 고마움과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오데 님. 헤이즈 님.”

 

 헤이즈가 손을 들어 엘리의 곱슬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후후. 이렇게 한번쯤 쓰다듬어 보고 싶었어.”

 

 “헤, 헤이즈 님?”

 

 엘리가 당황한 목소리로 헤이즈를 불렀다. 헤이즈는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의 머리를 마구 쓰다 듬었다.

 

 “사실은 나도 신전에 있고 싶지 않았거든. 늘 나가고 싶었지.”

 

 엘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하는 헤이즈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헤이즈는 고위 신관이었고, 가지고 있는 신성력이 높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린 시절부터 신전에서 자라났을 터였다.

 엘리는 헤이즈의 아쉬운 목소리 속에서, 백작저의 방 창문에 앉아 멀거니 하늘을 바라보던 자신의 옛날을 떠올렸다. 엘리가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같이 가면 되잖아요.”

 

 엘리의 말에 헤이즈가 작게 웃었다. 긍정은 웃음 뿐, 헤이즈는 고개를 저어 엘리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지난 번 일은, 함께 나갔던 신관들에게 보고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어.”

 

 “…감사해요.”

 

 “견습 신관 신분은 아직 그대로니까, 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와야 해.”

 

 돌아오라고 말하는 헤이즈의 목소리가 따듯했다. 엘리는 헤이즈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타르를 조심해, 엘리. 잠시 호기심이 생겨 널 돕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용은 정말… 위험한 생물이니까.”

 

 “그럴게요.”

 

 엘리는 고개를 돌려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던 오데를 바라봤다.

 

 “오데 님. 그동안 감사했어요.”

 

 “…….”

 

 엘리가 오데에게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천년 전 과거에 떨어진 자신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두 사람이라 느껴지는 감정이 남달랐다. 인사하는 엘리를 바라보던 오데가 입을 열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그럴까요?”

 

 “네. 포기하지 마세요.”

 

 오데의 눈동자가 별빛에 반사 되어 푸르게 빛났다. 여전히 표정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엘리는 오데의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결같은 모습때문인가. 오데만큼은 언제나 이 곳에 있을 것 같은 신뢰가 생겼다.

 

 “감사해요. 두 분 다.”

 

 “그래.”

 

 “이만 가 볼게요.”

 

 인사를 마지막으로 엘리는 신전을 떠났다. 두 사람은 엘리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출 때까지 엘리의 모습을 지켜 봐줬다. 이후 헤이즈가 성녀가 되어 북대륙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아주 나중의 일이었다.

 

 2.

 다렌에서 용이 잠들어 있다는 용의 둥지까지 가려면 수도 카파를 거쳐 지나가야 했다. 엘리와 아타르, 한 사람과 한 용이 끝 없는 평야를 따라 걸었다. 햇살이 자꾸만 성가시게 달라붙었다. 엘리가 흘러내리는 땀을 대충 닦았다.

 

 “아타르.”

 

 “왜.”

 

 아타르는 덥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엘리는 무쇠처럼 걷기만 하는 아타르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수도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글쎄… 지금 걸음이면 한 달 정도?”

 

 아타르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타르의 대답에 엘리가 잠시 대답 없이 눈을 깜빡였다.

 

 “혹시 아타르.”

 

 “또 왜.”

 

 “우리 식량이나… 식수를 챙겼던가?”

 

 아타르가 걸음을 멈췄다. 엘리도 아타르를 따라 걸음을 멈췄다. 아타르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없어?”

 

 아타르의 반응에 엘리가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타르가 천천히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사실 용들은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을 자지 않아도 살 수 있었다. 아타르는 그래서 먹을 거리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러나 엘리는 인간이었다. 잠도 자고 삼시세끼 밥도 챙겨먹어야 했다.

 

 ‘아타르도 아타르지만 나도 참, 아무 생각도 못하다니.’

 

 백작저에서만 지내던 엘리가 뭔가를 챙겨본 적이 있을 리 만무했다. 멀리까지 나가본 적도, 수도까지 얼마나 걸리는 줄도 몰랐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뭔가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돌아가야하나?”

 

 아타르가 심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타르의 말에 엘리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우리 지금 반 나절은 걸어온 것 같은데?”

 

 엘리가 고개를 돌려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마을의 흔적은 벌써 온데간데 없고 보이는거라고는 드넓은 초원 뿐이었다.

 

 “…안돼. 절대 안돼.”

 

 엘리가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잠시 고심하던 엘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가는 길에 식수는 얻을 수 있을까?”

 

 “낮은 산을 탈 거라 군데군데 골짜기가 있을 거야.”

 

 “그럼 식수는 그걸로 해결 해야겠다. 끼니는… 사냥을 해야하나?”

 

 뭘 사냥해야 하지? 엘리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그만큼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엘리가 토끼 고기와 새 고기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아타르가 대뜸 입을 열었다.

 

 “그… 미안하다.”

 

 아타르의 사과에 엘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타르를 바라봤다. 아타르는 엘리의 시선을 피했다.

 

 “내가 챙겼어야 했는데.”

 

 “아니, 나도 잊어 버렸는걸. 아타르보다는 내 탓이지.”

 

 따듯한 분위기가 이어질…뻔 했으나 엘리의 배에서 배고픔을 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눈치 없이 울리는 배꼽시계 소리에 엘리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니, 이, 이건.”

 

 이런 배고픔을 느껴본 것이 얼마만 일까. 엘리는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실례를 저질러본적이 없었다. 자신의 뱃속에서 나는 소리가 더욱 부끄럽게 느껴져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경 안 써도 돼! 정말이야!”

 

 아타르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엘리는 오늘만큼 집에 돌아가고 싶었던 날이 없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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