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작가 : 잎새봄
작품등록일 : 2022.2.26

저주 받은 바람술사 아우리엘 문, 천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다. #성장물 #여성서사 #햇살여주 #먼치킨 #츤데레

 
1-3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작성일 : 22-02-26 21:20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467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7.

 아타르는 결국 함께 동행하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를 뒤져 약간의 돈을 주었다.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엘리는 못 들은 척 허허 웃었다. 엘리는 아타르에게서 받은 돈으로 옷을 사고 작은 여관방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방을 구한 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정말 이 곳이 ‘팔레르모’의 ‘다렌’이라는 사실이었다.

 외출을 하지 못했던 엘리는 백작 저에서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났다. 백작 저의 서재는 도서관이라고 해도 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방대했다. 서재 대부분의 책들을 섭렵한 엘리였지만, ‘다렌’이라는 지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진짜 여기가 팔레르모?’

 

 건축 양식도 다르고, 의복도 달랐다. 돈의 단위도 달랐다. 그러나 천년 전의 과거라고 하기에는, 그렇게 많은 것들이 변하진 않은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언어….’

 

 다렌의 사람들도 공통어를 쓰고 있었다. 엘리는 그나마 언어가 다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어떡하지.”

 

 여관방의 작은 침대에 털퍼덕 누우면서 엘리가 중얼거렸다. 천년 전의 과거로 돌아왔다. 돌아온 길이 있다면 돌아가는 길도 있을 것이다. 사는 동안 답답해 하긴 했지만 엘리의 집은 여전히 그곳이었다. 백작과 백작 부인, 하이드가 정신 없이 자신을 찾고 있을지도 몰랐다.

 

 “…돌아갈 수 있을까.”

 

 거대한 저택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검은 숲의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엘리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8.

 엘리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아침이 밝자 머리가 조금 더 맑아지는 것 같았다.

 엘리는 아타르가 말했던 아이라의 신전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라. 천년 후의 미래에는 없는 여신의 이름. 신에게도 수명이 있나?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날 좋다.’

 

 다행히 아이라의 신전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엘리는 여관 주인이 안내해준대로 흙길을 따라 걸었다. 신전이 산 중턱 높은 곳에 자리한 덕분에 마을에서도 신전의 모습이 보였다.

 

 한 시간 정도를 걸어 신전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전의 하얀 벽을 따라 담쟁이 덩굴들이 조화롭게 자라나고 있었다. 덩굴들 덕분에 이질적일 수 있는 새하얀 벽이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얀 벽이 의외로 숲이랑 잘 어울리는구나.’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신전 앞까지 오긴 했으나, 그 다음 계획이 없었던 것이다. 집 안에서만 생활하던 엘리가 신전이라고 가봤을 리가 없었다. 엘리는 신전의 정문을 향해 목적없이 쭈뼛쭈뼛 걸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아, 안녕하세요.”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서 있던 사제가 부드럽게 인사했다. 엘리도 쭈뼛 고개를 숙였다.

 

 “기도실로 안내해드릴까요?”

 

 기도하러 오는 사람이 많은 모양인지, 사제가 선뜻 안내의 의지를 내비쳤다. 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의 대답에 사제가 앞장 서 걸었다.

 

 사제의 안내에 따라 작은 기도실을 하나 안내받을 수 있었다. 엘리는 방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좁은 기도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엇다. 여신상을 놓아둘 수 있는 낮은 단상이 벽 가운데 있을 뿐이었다. 여신상 옆 등불들이 공기의 흐름에 따라 흔들렸다.

 

 “이 분이 바람의 여신 아이라…”

 

 기도실에 혼자 남게 된 엘리가 작게 조각 된 여신상을 바라봤다. 그저 작은 조각상이었음에도 그 안에서 자유로움과 신성함이 느껴졌다. 잠시 조각상을 바라보던 엘리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엘리는 여신상 앞에서 손을 맞잡은 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여신님.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알려주세요.’

 

 기도실에는 적막이 흘렀다. 한참을 기도하던 엘리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던 것이 어쩐지 머쓱하게 느껴졌다 엘리는 기도하던 것을 그만 두고 잠시 머쓱한 표정으로 얼굴을 긁적였다.

 

 달칵

 

 별안간 기도실 문이 벌컥 열렸다. 문을 연 여자가 도리어 놀란 얼굴로 엘리를 바라봤다. 엘리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는 사제복을 정갈하게 입고 있었다.

 

 “아, 사람이 있는 줄 몰랐…”

 

 사제가 중얼거리던 것을 멈추고 아무 말 없이 엘리를 바라봤다. 엘리는 눈만 끔뻑였다.

 

 “이런 얼굴을 본 적은 없는데. 새로 들어 온 사제인가?”

 

 또 사제 타령인가. 엘리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견습 사제들은 지금쯤 대강당에 모여 있을텐데. 혹시 땡땡이 치다 나한테 걸린 거야?”

 

 “땡땡이 같은 거 안 쳐요! 그리고 저는…”

 

 “그럼 길이라도 잃은 건가? 내가 안내해 줄게. 가자.”

 

 당황했던 엘리는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 상대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더 말이 나오기 전에 자신의 의사를 내비쳐야 했다. 엘리가 빠르게 말했다.

 

 “전 사제가 아니에요. 그냥 기도하러 온 거라고요.”

 

 “뭐?”

 

 사제가 놀란 얼굴로 엘리를 바라봤다. 드디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된 엘리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엘리는 침착하게 사제가 자신의 팔을 놓아주기를 기다렸다.

 

 “그럼 더더욱 밖으로 보내기 힘들겠는데.”

 

 “네?”

 

 뜻밖의 대답에 엘리가 깜짝 놀라 사제를 바라봤다. 따듯해 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눈빛에서는 서늘한 느낌이 감돌았다. 엘리는 사제의 금빛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난 헤이즈야. 보다시피 여신을 모시고 있는 신관이지. 너에게서도 여신의 힘이 느껴져서 새로 들어온 신관 인줄 알았어.”

 

 헤이즈의 말을 들은 엘리의 기분이 기묘해졌다. 천년 전이었다면 마녀로 몰려 죽을 수도 있었을 힘이 이 곳에서는 여신의 힘으로 불리다니.

 

 “전… 엘리에요. 그리고 저는 신관이 아니에요.”

 

 “그래, 알았어. 날 따라올래?”

 

 헤이즈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엘리는 앞서가는 헤이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급하게 뒤를 따라 걸었다.

 신전의 복도를 걷는 동안 헤이즈는 여러 신관들의 인사를 받았다. 신관들이 자신에게 인사하는 것이 익숙한 듯 헤이즈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았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 걸까?’

 

 올곧게 걸어가는 헤이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엘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돌아보지 않고 복도를 걷던 헤이즈가 어떤 방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문을 두드렸다.

 

 “메이슨님. 헤이즈입니다.”

 

 “들어오게.”

 

 방 안에는 인자한 인상의 중년 남성이 웃는 낯으로 앉아있었다. 헤이즈는 엘리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 그녀가 고개를 숙여 남자에게 인사했다. 엘리도 얼결에 어정쩡한 자세로 인사했다.

 

 “그래 그래. 무슨 일인가?”

 

 “우연히 이 아이를 발견 해서요.”

 

 헤이즈가 엘리를 끌어 메이슨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 메이슨이 엘리를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엘리를 뜯어보고도 메이슨은 헤이즈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사제가 아니라고 해서 이 친구를 견습 사제로 넣으려고 합니다.”

 

 “사제가 아니라고?”

 

 메이슨의 웃는 낯이 약간 펴졌다. 그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견습 사제로 넣기에도 아까운 힘인데…”

 

 “그렇지만 절차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이거 놀랍구만.”

 

 사제들은 태어난 아기를 축복해주면서 아이가 신성력을 갖고 있는지를 판단했다. 그래서 사실 힘을 타고난 사제는 어린 시절부터 신전에서 자라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모든 사제들이 신성력을 타고 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충만한 신성력을 가진 고위 신관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사제가 되었다.

 

 엘리는 얼떨떨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엘리는 자신의 뜻과 상관 없이 자신이 이 곳에서 머무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괜찮은가?’

 

 돌이켜보면 갈 곳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상황을 다 파악할 때까지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에 머무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뭔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신전에 온거니까, 어쩌면 이 것도 신의 안배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럼 집에 가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만 있어볼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 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엘리는 이 곳에 좀 더 머무르기로 마음 먹었다.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선뜻 자신의 뜻을 내비치는 엘리를 메이슨과 헤이즈가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 두 사람으로서는 엘리의 뜻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헤이즈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견습 사제로 수행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지.”

 

 메이슨이 인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메이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마친 헤이즈가 엘리를 데리고 방에서 나왔다. 졸지에 견습 사제 신분이 된 엘리가 허둥지둥 다시 헤이즈를 따라갔다.

 

 “저기…”

 

 앞서 가던 헤이즈가 엘리의 부름에 뒤를 돌았다. 우물쭈물 하던 엘리가 한숨과 함께 묻고 싶었던 말을 뱉었다.

 

 “혹시 제가… 사제가 되기 싫다고 했다면, 안 될 수도 있었던 건가요?”

 

 그녀에게 질책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물어보고 싶었다. 신성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신전에 들어와 사제가 됐다. 그런데 반대로 사제가 되지 않기로 결심할 수도 있었을까? 애초에 선택권이 있긴 한 건가?

 헤이즈가 생각도 못했다는 표정으로 엘리를 바라봤다. 엘리도 헤이즈의 금빛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되고 싶지 않니?”

 

 “아뇨. 되고 싶어요.”

 

 헤이즈가 잠시 엘리를 바라봤다. 불순한 의도로 사제가 되기로 했던 감정을 들킬 까봐 엘리가 슬쩍 헤이즈의 시선을 피했다.

 

 “고민 중이구나.”

 

 헤이즈가 엘리의 굽실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싫은 게 아니라면 한번 경험해 봐."

 

 "......."

 

 "만약 그래도 신관이 되기 싫다면.. 내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게."

 

 신관이라는 거 그렇게 마음대로 됐다 안 됐다 할 수 있는 건가? 엘리는 의문이 들었지만 더 이상 그녀에게 물을 수 없었다. 헤이즈가 다시 등을 돌려 복도를 걸어 갔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작게 한숨을 내쉰 엘리도 헤이즈의 뒤를 열심히 쫓아갔다. 신전 복도에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맴돌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 3-2 그와 그의 악연 2022 / 2 / 27 175 0 3978   
16 3-1 그와 그의 악연 2022 / 2 / 26 184 0 4468   
15 2-9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2022 / 2 / 26 181 0 3774   
14 2-8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2022 / 2 / 26 179 0 2988   
13 2-7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2022 / 2 / 26 166 0 2868   
12 2-6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2022 / 2 / 26 177 0 4810   
11 2-5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2022 / 2 / 26 185 0 3052   
10 2-4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2022 / 2 / 26 189 0 3801   
9 2-3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2022 / 2 / 26 186 0 4471   
8 2-2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2022 / 2 / 26 186 0 5419   
7 2-1 팔레르모의 허무한 죽음 2022 / 2 / 26 178 0 4435   
6 1-6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2022 / 2 / 26 200 0 3847   
5 1-5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2022 / 2 / 26 181 0 4549   
4 1-4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2022 / 2 / 26 186 0 6454   
3 1-3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2022 / 2 / 26 190 0 4676   
2 1-2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2022 / 2 / 26 183 0 5696   
1 1-1 붉은 용과 바람의 마녀 2022 / 2 / 26 286 0 546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