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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알타이르 관측 일기
작가 : 작도
작품등록일 : 2022.2.26

소외된 것들이 모여드는 웜홀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주 비행사였던 물리학자와 견우성, 알타이르로 떠난 연인의 이야기.

 
알타이르 관측 일기 - 20
작성일 : 22-02-26 18:59     조회 : 160     추천 : 0     분량 : 3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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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간은 어느덧 자정에 가까워졌다. 청명은 노래방에서 2차를 하자는 성운의 말허리를 자른 다음 담배를 물었다. 시멘트 담벼락 아래에 웅크려 앉아 뜻 모를 우스개를 주고받던 둘은 이내 청명을 올려다보며 킥킥대고 있었다. 술자리가 어영부영 마무리될 쯤부터 이미 정인과 성운은 만취한 채였다. 술기운에 발갛게 달아오른 뺨을 손등으로 식히는 중에도 둘은 중언부언하며 꼬인 혀를 굴리려 부단히 애썼다.

  그러고 보니 조금만 더 가면 청명이 예전에 지내던 자취방이었다. 드문드문 술 취한 대학생들의 고성이 들리는 것도 같았다. 무더운 밤공기에 술은 전혀 깰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청명은 이만 담뱃불을 밟아 끄고 입으로 미지근한 숨을 토해냈다. 목을 타고 찐득하게 떨어지는 땀방울을 훔치면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정인은 까치발을 하고서 성운의 어깨에 팔을 두르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휘청대며 박수를 치는 성운의 뒷모습이 여간 불안한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등허리가 꺾이다 못해 뒤틀리기까지 한 자세로 열심히 걸음을 옮겼다. 청명은 두 사람의 위태로운 걸음걸이를 계속해서 응시했지만 이따금씩 목 높여 그쪽 방향이 아니라는 말만 일러주고는 별 반응을 않았다.

  청명은 정인을 택시에 태워 보낸 다음 성운과 함께 집에 갈 작정이었다. 성운의 집은 지하철을 타고 삼사십 분은 가야 나오는 반대편이었다. 어차피 거의 인사불성이 되다시피 했으니 구태여 큰돈을 써가며 집에 보낼 것 없이 여기서 재우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었다. 마침 손님을 방금 내려준 택시가 골목길을 나오는 것이 보였다. 청명은 성운에게 얹히듯이 매달려 팔자걸음을 걷던 정인을 다급히 불러 세웠다.

  “나?”

  “그래, 너!”

  “택시네! 사장님, 저 가요―”

  정인이 게슴츠레 뜬 눈 바로 아래에 손을 붙이곤 이리저리 휘적거렸다. 질색하듯 코를 찡그린 청명의 곁으로 성운이 금세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경례하는 것 마냥 눈썹에 손날을 대며 연거푸 입맛을 다시는 것이다. 하여간 주정하고는. 청명은 능숙하게 꺼낸 성운의 지갑에서 지폐 한 장을 뽑은 다음 정인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성운이 곧 제 품을 이리저리 더듬어 보았지만 잡히는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성운은 청명이 오른손에다 지갑을 놓아준 후에야 만족하며 상체를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주택가 근처로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았다. 강변을 지나 대로로 나가야 그나마 택시가 다닐 것 같았다. 청명은 성운의 팔을 끌며 원룸촌을 나와 쭉 뻗은 강변도로로 나왔다. 노란 가드레일이 길게 이어진 강변을 따라 묵묵히 걷다 보면 여름치고 시원한 밤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개천은 마른장마에 조금 가물어 있었지만 그래도 물 흘러가는 소리가 조그맣게 났다. 기분 좋게 메마른 향기를 들이키다 보면 취기도 조금씩 멀어지는 듯했다. 성운은 청명과는 달리 걸음마다 입술이나 코를 쓸어내렸다. 속이 울렁거리는지 가드레일을 부여잡고 잠시 멈춰서기도 했다. 청명은 성운을 앞서 지나치지 않고 곁에 선 채로 고개를 들 뿐이었다.

  “괜찮은 거 맞아요?”

  “토할 것 같아….”

  청명은 성운을 기다려줄 겸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기어가다시피 강 쪽으로 난 난간에 몸을 기댄 성운이 머리를 좌우로 털어내며 입을 어물거렸다.

  “나 머리도 아프다.”

  “그러게 적당히 좀 마시라니까. 나이가 있는데.”

  “야, 너랑 나랑 고작 몇 살 차이라고….”

  “어쨌든 많긴 하잖아요.”

  “넌 담배나 끊어, 인마.”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희끄무레한 불빛들이 보였다. 그렇게 피우다간 폐암으로 나보다 먼저 간다.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악담하는 거야? 눈썹까지 길게 내려온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정리하던 청명이 탐탁찮은 투로 대꾸했다. 옆으로 고개를 틀어 응시하면 성운은 느긋하게 난간에 기대 있는 채였다. 길게 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보였다. 둘 사이에는 잠시간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성운은 성태가 떠난다는 소식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했었다. 청명조차 성태의 미국행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성태는 성운을 비롯한 모두에게 펀딩을 받아 박사 유학을 가게 되었다는 식으로 말해둔 모양이었다. 단 한 명, 윤 교수는 성태의 속내를 알았을지도 모른다. 윤 교수는 성태의 유학에 관해 말을 삼갔지만 분명 둘 사이에는 추천서 건으로 얽힌 바가 있었을 것이다.

  청명과 성운이 처음 만난 것은 성태가 떠나고도 한참이 지난 사월쯤이었다. 성운은 어느덧 조그만 카페의 바리스타가 된 후였다. 성운은 언젠가부터 느닷없이 거액을 보내오는 동생 덕분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며 자조적인 투로 말했다. 지금은 여기저기 대회나 경연에 나가 경력을 쌓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쪽은 누구세요. 뒤늦게 물어오는 성운의 목소리에 청명은 어정쩡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숙였다. 성태 애인이었어요.

  “성태는 뭐라던데요?”

  “형이 잘 있는지 확인해달래요. 인사도 못하고 왔다고.”

  “그런 건 직접 하지….”

  “그러게요.”

  성운이 내려준 에스프레소는 그날따라 쓴맛이 짙었다. 성운은 잠시만요, 하며 일어나더니 메이플 시럽과 생크림이 올라간 와플 접시를 고동색 테이블 위에 올려주었다. 잘 빠진 장식 접시 위로 가게 이름이 각인되어 있었다. 데네브. 단 음식은 잘 못 먹는다는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청명은 이내 첨언하지 않고 포크로 와플 귀퉁이를 잘랐었다.

  “… 야. 예청명.”

  청명은 끝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놓치고서 급하게 꽁초를 밟아 짓이겼다. 따끔한 검지를 입김으로 식혀 털어내면 성운만이 그런 청명을 멀거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술기운에 흐려진 시선 사이로도 미묘한 기류가 느껴졌다. 허공에서 털럭거리던 오른손이 점차 느려져갔다.

  “휴가 가자.”

  “… 뭐 그런 얘길 갑자기.”

  “작년에도 여행 가려다가 못 갔잖아. 물론 잘난 교수님이 일방적으로 계획을 취소한 게 문제였지만. 위약금 안 나온 걸 다행으로 생각해.”

  그건 미안하다니까. 청명은 눈꼬리를 매만지며 데면데면하게 응수했다. 청명의 얼굴 반쪽으로 비스듬한 그림자가 깔렸다. 얕게나마 흘러가는 물길 위로 가로등 불빛이 흔들거렸다. 팔에 무게를 실어 난간에 기대자 때맞춰 선선한 밤바람이 불었다. 비구름이라곤 자취조차 찾을 수 없는 말간 하늘 위로 별빛이 흩어진다. 시간이 뒤엉킨 여름밤의 가장자리를 헤매는 여행자들 중 그 별, 알타이르가 있다.

  맹렬히 타오르는 존재는 없지만 미미하게 우거지며 움트는 생명, 그리고 녹음과 같이, 지레 도망치는 일을 반복해도 다시금 삶이 찾아오는 것은 시간이 환형이기 때문일까. 청명은 난간에 머리를 기대고서 나지막한 노래를 읊는 성운에게 가만히 손을 뻗었다.

  “그럼 이번엔 바다에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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