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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알타이르 관측 일기
작가 : 작도
작품등록일 : 2022.2.26

소외된 것들이 모여드는 웜홀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주 비행사였던 물리학자와 견우성, 알타이르로 떠난 연인의 이야기.

 
알타이르 관측 일기 - 16
작성일 : 22-02-26 18:47     조회 : 159     추천 : 0     분량 : 3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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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가속, 또 다시 가속. 아무리 내달려도 바람이 불지 않았다. 코르부스 호는 날갯짓 없이 잘도 진공을 헤쳤다. 코르부스 호에 탄 모두는 스윙바이를 몇 번 거치는 동안 목성과 토성의 고리를 목격했고, 언젠가는 엔켈라두스의 솟아오르는 물기둥에 경탄하기도 했다. 마침내 해왕성을 지나고 카이퍼 벨트에 진입할 즈음에는 에리스의 표면을 보았다. 비행사들이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태양계의 끝을 마주하는 동안 성태는 고개를 돌려 떠나온 곳을 응시했다. 아득히 멀어지는 고향에 청명이 있었다. 그러나 지구도, 태양도, 카이퍼 벨트에서 나와 막 여정을 시작한 혜성도, 찰나를 지나 코르부스 호가 태양계를 거의 벗어나자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소행성대를 벗어난 이후로는 비행사들 역시 하나둘씩 동면을 위해 조종실과 선실을 떠나 정반대로 향했다. 가속도를 올리는 동안 대부분의 스페셜리스트들은 동면을 통해 중력을 견디기로 되어 있었다. 공군 출신의 애런 대위와 성태만이 조종실에 남아 분주하게 팔에 바늘을 꽂았다.

  “이걸로 지구 중력의 몇 배까지 견딘다고 했죠?”

  “30G까지는 거뜬하대요.”

  “어디까지 시험해봤더라.”

  “훈련 때는 16G가 고작이었죠.”

  애런은 혀를 끌끌 차며 피스톤을 천천히 눌렀다. 전해 듣기로는 인체 내부에 마이크로 펌프를 주입해 순간적으로 강한 중력이 작용하는 동안에도 혈액을 순환시키는 장치라고 했다. 워프 엔진을 사용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어느 수준의 속력이 필요했고, 그래서 두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조종실에 남아있어야 했다.

  “곧 웜홀이에요. 떨리지 않아요? 이걸로 논문도 썼다고 했잖아요.”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후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에이, 역사적 순간을 앞두고 그런 말을 합니까.”

  살갑게 웃는 애런의 시선을 애써 피해 다다른 정면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한참 먼 곳에 원형으로 일렁이는 빛이 보이긴 했지만, 성단인지, 혹은 단 하나의 별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거리가 멀었다. 반지 같은 형태의 구체가 인식될 때쯤 가속을 시작해도 충분했다. 성태가 힐긋 애런을 쳐다보자 애런은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활짝 펼쳐 보였다.

  “십 분 정도 남았어요. 이야기나 하죠?”

  성태는 그제야 밍기적 웃음을 떠올리며 조종석에 머리를 기댔다. 분주하게 주삿바늘과 장치를 정리하던 애런이 스스로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하긴. 훈련받을 때부터 줄곧 2년을 넘게 봐 왔으니 달리 할 얘기가 없긴 하겠다. 그래도, 음.”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전투기를 모는 파일럿으로 활동하다가 문득 회의감을 느끼고 우주 비행사 훈련을 받으러 왔다는 애런의 이야기는 이미 익히 들어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넌더리라도 난 듯 성태가 으, 하며 질색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동안 더욱 가까워진 웜홀 속으로 한 움큼 별무더기가 쏟아졌다. 아인슈타인은 그 어떤 정보도 빛보다 빨리 전달될 수는 없고, 모든 물리계의 시간은 빛이라는 절대적 기준으로 정의되는 상대적 좌표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연방우주국에서 웜홀 속으로 전송한 정보가 중력을 통해 도로 지구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5년이었다. 백업된 데이터베이스 속 더미로 남은 전파 잡음을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해독하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왔다. 베조블라치나스띠― 모 월 모 시 모스크바, 보스턴, 서울의 날씨는…. 성태는 신호가 가리키는 수 년 전 4월 5일 무렵의 날씨를 이미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눈부신 봄볕이 물속처럼 푸른 하늘을 가르던 날, 완연한 봄의 시작. 건조한 숨을 타고 울렁이며 타오르던 담뱃불과, 연한 호흡 사이로 흐르던 기대감에 찬 음성까지도.

  결코 뒤바뀔 수 없는 미래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그 미래에 의해 결정된 과거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청명의 결론은 그러했지만 성태의 이론은 조금 달랐다. 성태는 웜홀보다도 곡률이 더욱 큰 공간에 들어선다면 시간에 접근할 수 있는 방향성이 보다 다양해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형이 단념한 미래조차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일게요. 모든 게 괜찮아질 수 있어, 그걸 내가 증명할 거예요. 청명은 발사를 앞두고 분주한 인파 속에서 성태를 마지막으로 안아주며 대꾸했었다.

  “후회할 거야.”

  드물게 초조한 시선으로 성태가 고개를 쳐들었다. 별은 커다란 베일을 덮어쓴 까마귀의 눈동자처럼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갑자기 눈이 시큰거리더니 속까지 울렁이는 듯했다.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딱딱 긁으며 입술을 뜯던 성태는 긴 호흡을 뱉으며 애런에게 물었다.

  “… 꿈이 뭐라고 했더라?”

  “그야 새로운 지구를 찾아서 그 지구의 첫 주민이 되는 거요. 아니, 귀에 딱지 앉는다면서?”

  “긴장해서. 그럼 내 꿈이 뭔지도 알아요?”

  마른침이 목을 타고 뻑뻑하게 내려갔다. 튀어나올 듯 뻐근한 눈을 일부러 더 크게 떴다가 감으면 시야가 맑아졌다. 애런은 그런 성태의 모습을 희한하다는 양 쳐다보다가 가슴에 벨트를 단단히 맸다.

  “글쎄요. 과학자는 논문 같은 걸 쓰려고 우주선에 타나? 끝나고 말해줘요. 생각해 보니 당신 꿈을 들어본 적이 없네.”

  성태는 목을 한 번 내빼고는 고개를 돌려 애런을 잠깐 응시했다. 뭘 긴장을 하고 그래요. 이미 비상 호흡기를 얼굴에 차고서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는 애런이었다. 애런의 얼굴을 마주한 후에야 성태 또한 맥없는 희소를 터트리며 호흡기를 머리에 고정시킬 수 있었다. 애런은 별 다른 말도 없이 조종간을 붙잡고는 가속 장치를 당겨 엔진을 차례로 점화했다.

  묵직한 인력이 온몸을 으스러뜨리듯 내려앉았다. 혈관 속에서 억지로 피를 펌프질하는 생경한 감각에 겨우 눈을 깜빡이면서도 성태는 하려던 말을 잊지 않고 마저 굴렸다. 나는 우주로 나가서, 내 세상을 구할 방정식을…. 풀어야지. 그 눈부신 삶이 그토록 외로울 리 없다고, 정해진 미래 따위는 애초에 없다고 말할 거야. 산소가 솟구치는 호흡기 안에서 얕은 날숨이 흘러나왔다. 곧 가속을 멈추겠다는 프로그램의 안내음이 메아리처럼 귀에서 울렸다. 마취약을 맞은 것처럼 눈앞에 폭죽이 튀더니 별안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듯 아찔한 감각이 심장을 삼켰다. 종이를 말아 만든 확성기로 누군가가 연신 귀에다 고성을 지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속을 멈춤과 동시에 그 음성도, 심장을 짓누르던 무게도, 모든 것이 단번에 사라지고야 말았다. 남은 것은 성태의 얕고 가쁜 호흡뿐이었다. 성태는 가까스로 숨을 내쉬다가 아직도 산소를 내뿜는 호흡기를 억지로 떼버렸다.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자 찐득한 물기가 손에 올라 붙었다. 이제야 손에 잡힐 듯 커다란 웜홀의 형태가 명확히 보였다. 벨트에 고정된 채로 겨우 몸을 늘어뜨린 성태는 쌕쌕대는 마찰음이 섞인 새된 음성으로 애런을 불렀다. 그 사이 목이 쉬었다.

  “다 왔어요. 과거예요….”

 
작가의 말
 

 과거 역행, 학술 대립의 시발점이 등장합니다. 시간적으로 닫힌 우주와 계속해서 분기가 일어나는 평행 우주라는 두 이론을 가지고 청명과 성태가 대립합니다. 모든 과학적 내용은 작가의 상상에서 기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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