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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알타이르 관측 일기
작가 : 작도
작품등록일 : 2022.2.26

소외된 것들이 모여드는 웜홀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주 비행사였던 물리학자와 견우성, 알타이르로 떠난 연인의 이야기.

 
알타이르 관측 일기 - 3
작성일 : 22-02-26 18:01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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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네, 듣고 있나?”

  청명은 옛날 생각에 젖어 있다가 학과장의 채근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꽁밥으로 순수한 물리학도들을 꼬드긴 마귀, 그런 대답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올 뻔했지만 청명은 입술을 앙다물며 생각을 돌려버렸다.

  “죄송합니다, 피곤해서….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알타이르엔 안 갑니다.”

  “… 그리 말할 것 같아서 다른 소리만 했더니. 그래, 그래. 괜찮은 후보가 있으면 찾아서 알려주기나 해. 자네 마음이 정 그렇다면 학교에 남아 후학이나 양성해야지 않겠어. 그래도 뒤늦게나마 마음이 생기면 날 찾아오게. 한, 모레쯤?”

  “내일까지여도 될 것 같은데요.”

  “무슨.”

  한 교수가 한 마디 거들자 청명이 그를 째려보았다. 그러나 그 뒤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았다. 청명의 관심은 오로지 그 예전의 해묵은 기억으로 맞춰져 있었다. 동료이자 사제, 그 사이에서 오가는 화기애애한 농담에도 웃거나 찌푸리지 못한 채 모호하게 입매를 굳힐 뿐이었다.

  회의가 끝난 후 한 교수는 바깥에서 보고 올 사람이 있다며 학교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후 강의는 없었다. 청명은 제 오피스에서 얼추 진하게 탄 커피를 홀짝거렸다. 모니터에는 두서없이 써 내려간 논문 초고가 띄워져 있었다. 앉을 자리를 내기 위해 난잡하게 흩뿌려진 에이포 종이 몇 장을 걷어내곤 가지런히 치웠다. 책상에 걸터앉아서 창가로 시선을 돌리면 진녹색 캠퍼스가 보였다.

  청명은 열여덟 살 때 학교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고, 스무 살이 되는 해 졸업연구를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그를 두고 자신의 뒤를 이을 천재라고 일컬었다. 학사 졸업식 날,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홀로 서서 졸업장을 내려다보던 청명에게 큼지막한 꽃다발을 세 개나 안겨준 것도 지도교수였다. 졸업식을 마친 후 청명은 그 꽃다발을 그대로 안고서 그의 연구실로 향했다. 지금이야 서로 노망이 났다,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 하며 애정 어린 욕설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지만, 그때는 그랬다.

  지도교수란 작자를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미워하기 시작한 것은 박사를 하던 때부터였다. 풋풋하고 따뜻한 사제 관계를 넘어 가까워져선 안 될 것에 지나치게 다가서버렸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 감정의 팔 할은 허드렛일을 시키는 데에 대한 분노에 있었고, 또 그 분노는 잔심부름을 하는 내내 찰거머리 같은 누구를 마주치게 한 데서 비롯했다. 시간이 흘러 성태와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변모했든 그 순간의 감정만은 죽 이어진 셈이다.

  메일이 왔다. 조교로부터 온 문자였다. 청명은 핸드폰으로 메일 본문을 확인한 다음 천천히 책상에서 내려왔다. 잠깐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았다. 여름은 오싹하게 더웠다.

  ‘교수님, 학과장님께서 교수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신 파일이 있어 메일로 보냅니다. 알타이르 행성계에서 관측한 중력, 엑스선, 전파 등 데이터입니다.’

 

  “너 조교도 좀 해라.”

  “예?”

  “이런 거 맡길 제자가 달리 있어야지.”

  “그 말은, 지금. 교수님 대신해서 잡무를 하라고요.”

  “대신이라기보다, 자네가 얼른 교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암. 어차피 강의 자료는 내가 만들어.”

  “싫습니다.”

  맥주를 벌컥 들이키던 청명이 턱을 당기곤 단칼에 거절했다. 옆 테이블에서 왁자지껄한 건배사가 나왔다. 물리학과를 빛낼 인재가 되겠습니다! 세미나 때만 해도 나사 빠진 학부생들이 들어온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던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 신이 나 높게 잔을 쳐들고 있었다. 반면 청명과 청명의 지도교수가 나란히 대면한 테이블은 곁에 앉은 학생들마저 조용했다. 몇 학생들이 쭈뼛대다 제 앞접시로 고기를 가져갔다.

  “안 그래도 그렇게 말할 것 같아서 이미 이름 올려뒀다.”

  “대체 왜 물어보신 겁니까?”

  청명은 불만스럽게 교수를 흘겨보면서도 반쯤 몸을 돌렸다. 그제야 애매하게 눈치만 보고 있던 신입생들이 옆 테이블로 몸을 돌리는 게 보였다. 교수는 대답 없이 주먹만 한 상추쌈을 싸서 자기 입으로 우겨넣었다. 긴 숨을 뱉은 청명이 다시 맥주 한 잔을 비웠다.

  “… 목 막힌다.”

  “오 년 만에 학부며 석사까지 졸업하고 쉴 틈 없이 박사 하는 대학원생한테 무려 조교를 시키셨죠. 벌 받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누군가 작지만 확실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아직 음식을 다 삼키지 못했는지 교수가 난처한 얼굴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청명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다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자네는!”

  물론 교수가 이번에 물리학과에 들어온 일개 신입생을 알아볼 리가 없었다. 안경을 추켜올리는 찰나동안 소음 속에서 정적이 흘렀다. 그럼에도 신입생 박성태는 개의치 않고 환한 웃음과 함께 한 마디를 덧붙였다.

  “물리학과의 예비 수석입니다!”

  달리 할 말이 없어 연거푸 맥주만 마시던 청명은 그 소리를 듣고 사레에 들렸다. 자리는 물론 청명의 옷에도 술이 흥건했다. 옆 테이블에선 한 사람을 정해두고 술잔을 몰아주느라 바빴다. 청명의 옆자리에 앉은 신입생은 연거푸 넉 잔을 받아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청명이 테이블을 엎지를 듯 기침하기 시작하자 그제야 곁으로 눈을 돌렸다. 제 앞으로 몇 개의 손이 오가는 동안에도 그녀는 다급히 물수건을 건네주었다. 그 동안 신입생 앞에 놓인 술잔은 여섯 개로 불어났다.

  “미친 놈.”

  “형! 저 아시죠. 이번에 조교 하신다면서요. 강의마다 맨 앞자리에 있어도 돼요?”

  교수가 놀란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예청명 같은 작자가 어떻게 이런 인물과 구면일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청명은 대놓고 불쾌하다는 얼굴을 하고서 맥주가 번진 입가를 빡빡 문질러 닦았다.

  “… 아는 사이였군!”

  “몰라요, 모릅니다!”

  “아니면 말고, 예민하기는….”

  그 일이 있은 후 교수는 따로 나와 청명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청명을 조교로 내정할 때만 하더라도 이런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위로랍시고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네가 이번 학기에 연습반을 맡아줄 과목은 수리물리이므로, 무엇을 걱정하는지 안다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혹시 저 녀석이 아주 천재고 별종이라 구태여 남들이 안하는 짓을 찾아 하는 성향이 아니라면. 그런데 사실 이 학교에 그런 사람은 너와 나 정도면 딱 충분하다.

  천재고 별종이 아니라면….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렉처노트는 인터넷으로 올릴 테니 확인하세요.”

  “질문이 있습니다.”

  조교 신분으로 첫 강의에 들어간 날 청명은 눈앞이 핑 도는 기분을 난생 처음으로 느꼈다. 학부 시절 청명의 룸메이트는 허구한 날 술을 마시고 들어와 누워있던 청명에게 헛소리를 늘어놓기 일쑤였다. 후문으로 들어오는데 나무가 나한테 자꾸 덤벼 들어서 한 대 때려줬다, 그랬더니 내 주먹을 피하더라, 하는 지극히 순도 높은 헛소리. 익숙하게 귀를 틀어막고 도로 잠을 청하면 그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웅웅 울렸다. 지구는 돈다.

  “다른 분들은 나가셔도 좋습니다. 따로 나와서 질문하세요.”

  청명은 피로에 짓무른 눈을 몇 번 눌러주곤 심호흡했다. 그저 주정으로 치부했던 룸메이트의 목소리가 그 순간 다시 맴돌았다. 석사 논문을 쓰던 시절 계산이며 수식을 정돈하느라 사흘 밤을 새면서도 느껴본 적이 드문 편두통이 찾아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들뜬 듯 입매를 말아 올린 성태가 강단으로 올라와 청명을 마주보았다. 지구가 돈다. 관자놀이에서 쿵쿵대는 맥동이 느껴졌다. 기름칠이 묻지 않은 기어가 서로 삐걱대는 소리 같기도 했다.

  “강의 잘 들었습니다아.”

  “문제 풀이가 고작이었는데.”

  “뭐든 어때요, 저 내내 형, 아니, 조교님 얼굴만 본 거 알고 계세요?”

  모를 리가 있나. 텀블러 가득 담아온 에스프레소에서는 여전히 따뜻한 김이 올라왔다. 청명은 시선을 피하며 출구를 응시했다. 한 모금 들이킨 커피는 지독히 써서 하루치의 철야는 물론 한 시간 반의 고역조차 말끔히 지워내는 것 같았다.

  “질문이나 해. 아니, 할 건 있나? 그냥 나온 거지. 말 한 마디 붙여보려고.”

  성태의 손이 새카만 흑연 자국으로 가득했다. 하얀색 후드티의 소매에도 짙은 얼룩이 남았다. 내 얼굴이라도 그렸나. 청명은 터무니없는 상상을 했다가 성태가 모르게 조용히 제 손등을 꼬집었다.

  “오늘 강의에 대한 건 아니고요. 윤 교수님이 최근에 학회지에 투고하신 소논문에 대해서요.”

  “구태여 수리물리를 듣는 신입생이 무슨 질문을 던질지 벌써 기대되네.”

  “당연히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성태는 대놓고 빈정대는 투로 말하는 청명에도 전혀 아랑곳 않고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청명이었다. 청명은 그제야 문만 쳐다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성태가 손에 꼭 쥐고 온 노트 따위를 흘낏 엿봤다. 칠판에 가득 적은 내용은 한 줄도 없고 언뜻 봐선 금방 알아보기 힘든 수식과 수학적 증명만이 진하게 번져 있었다. 노트 상단에 붙여둔 포스트잇에는 단 한 단어가 선명히 띄었다. 오류.

  “다모니-루피에르의 방법을 활용해서 스칼라 장을 결정했고, 프사이를 넣고…. 뭐, 아무튼 이걸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해서 풀어야 하잖아요. Rn-중력에 대해서 응력 에너지 식을 전개하면 응력에 대응하는 밀도와 압력이 모두 지평선에서 발산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건 맞고요.”

  “너….”

  “이것도 맞고, 이것도 맞고. 아. 이거요. 수식을 똑바로 전개했다면 특이점을 가로지르며 확장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결과가 없어요. 아마 중간에 수식 유도를 잘못 했든, 인자가 하나 빠졌든, 둘 중 하나겠죠. 아니, 둘 다 같은 말인가? 다시 계산해보니 결과 잘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 찾아낸 게 있어요. 초임계 GMGHS 블랙홀의 온도를 정확히 예측했거든요.”

  “얼마였어.”

  “4π로 카파를 나눈 값이요.”

  열변을 토한 성태가 뒤늦게 숨을 돌리며 청명을 곁눈질했다. 청명은 내내 텀블러를 입에 댄 채 무슨 생각에 잠긴 채였지만 그 계산 결과를 듣고서 맥 빠지는 웃음을 짓고 말았다. 성태는 상황을 눈치 채고 입을 어물거렸다.

  “알았어, 네가 고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학회에서 연락은 왔겠지만.”

  “… 형이 계산하신 거예요?”

  “계산만. 수식 베이스는 윤 교수님이 주신 거 맞고.”

  “아, 그렇구나.”

  달리 할 말이 없는 듯 성태가 입을 딱 다물었다. 시선이 미미하게 떨렸다. 그 눈빛을 알아챘을 때, 청명은 성태의 행동이 순수한 학구열에서 온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자 오히려 속내에 안도감이 들어찼다. 성태가 좇는 것이 청명이라면 청명은 언제까지고 자신의 자리를 고수할 수 있는 것이다. 명예도, 돈도 원하지 않는 그저 맹목적일 뿐인 천재. 자신이 그 서술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은 청명 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어떤 흑심을 품고서 지금껏 고수해온 자리를 순순히 내어줄 생각도 없었다. 고아한 학자의 감투는 다 쓸 데가 있었다.

  그는 한참 굳어있던 얼굴을 펴고 그제야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열린 텀블러 사이로 더는 김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성태는 어색하게 분위기를 살피다 이내 말간 웃음을 터트렸다. 바깥이 소란했다. 오늘 청명이 맡은 강의는 다행히 이것으로 끝이었다. 이 강의실도 청명과 성태가 떠나고 나면 이틀이 지나서야 다시 사람을 불러들인다. 강의실은 유난히 구석진 자리에 있어서 웬만한 교수들은 굳이 찾지 않았다.

  청명은 바깥으로 나와 등을 껐다. 고개를 돌리면 바로 테라스가 보였다. 얼마 전 낡은 화단을 갈아엎고 돈깨나 들여 조성했다는 테라스였다. 어느 교수는 오피스에 분재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는데, 사거리 한복판에서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해 책상을 빼게 되면서 대학원생 여럿이 테라스로 분재 몇 그루를 옮겼다. 손을 탄 흔적이 아직까지는 남아있지만 아마 몇 주가 지나면 처음부터 바깥에서 자라온 마냥 억척스레 변할 것이다. 타인이 제아무리 재단한다 한들 나무라는 족속은 결국 줄기와 잎을 뻗고 몸을 비트는 천성을 피할 수 없는 법이다. 병실에 누워 인공호흡기를 달고 천장을 뜬눈으로 지켜보는 그 교수는 제 분재들이 드넓은 땅에 뿌리내린 것을 알까. 청명은 알 수 없는 반발심에 텀블러 속 커피를 분재에 부을 요량으로 손목을 틀었다가 이내 성태를 돌아보았다.

  “평소에 담배 피워?”

  “아? 어느 정도는요.”

  성태는 이미 청명을 따라 테라스까지 나와 있었다. 분재의 자그마한 이파리가 성태의 걸음에 흔들렸다. 아래서 새 잎사귀가 돋았다.

  “담배를 어느 정도 피운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이야. 내 옆으로 와.”

  “… 네! 나중에 술도 같이 마시면 더 좋고….”

  잠시 말의 의미를 곰곰이 고민한 성태가 다급히 청명의 왼편에 섰다. 청명은 뒤에 따라붙은 말을 지적할까, 하다가 그만 고개를 젓고 윤이 나는 벤치에 앉았다. 그래도 성태를 대하는 태도가 누그러진 것은 사실이었다. 박성태가 부정할 여지없이 예청명을 닮았던 탓이다. 청명은 바닥에 책과 프린트를 겹겹이 쌓아 놓고서 성태를 곁눈질했다. 예컨대 지구 생명의 대부분이 무너진 이후 폐허 속에서 자신과 같은 종족을 처음으로 마주한 인간의 심정과 흡사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테라스에서는 줄곧 은은한 페인트 냄새가 났다. 바닥을 덮은 판자의 색깔이 유난히 불그스름했다. 그냥 애매한 갈색이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적을 못 견딘 성태의 한 마디 말에 청명은 상념을 관두고 현실로 돌아왔다. 성태는 검지로 나무 벤치의 갈라진 결을 느릿느릿 쓰다듬었다.

  “이제 저랑 술 마셔주겠다고 약속해요, 형.”

  그러나 청명은 허술한 작업에 넘어가줄 만큼 관대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한심하다는 양 헛웃음을 짓고 코트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 뿐이었다. 딱 두 개비가 남았다. 주저 없이 하나를 입에 물고 나면 기대감에 눈을 빛내는 성태와 돛대가 보였다. 성태가 진초록색의 싸구려 라이터를 켠 다음 손으로 받쳐들었다. 언제 꺼냈을까. 청명은 잠깐 멈칫했다가 순순히 숨을 빨아들였다. 타들어가는 붉은 열기가 아지랑이와 같이 아른아른 올라왔다.

  “정말 끈질기네.”

  “그러니까 딱 한 번만 나한테 걸어 봐요. 형한테 잘 보이려고 저런 것도 열심히 준비해 왔는데.”

  “날 위해 준비했다고 장담할 수 있어?”

  “네.”

  불그스레한 혈기가 성태의 뺨에 가득 돌았다. 성태는 라이터를 무릎 위에 대충 올려놓고 제법 진지해진 눈을 했다. 단호하게 끝맺는 대답에 도리어 한발 물러선 쪽은 청명이었다.

  “… 오늘 밤에 나갈 거야. 시간은 그때 돼서 맞춰.”

  “그럴 줄 알았다니까! … 형, 근데 저 담배 없어요.”

  “너는….”

  문 담배 때문에 발음이 샜다. 계속 친근하게 붙어오는 성태에게 우스워 보일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더 쏘아붙이는 건 의미가 없었다. 청명이 망설이지 않고 돛대를 뽑아 성태의 입에 단단히 물렸다. 그 행동의 함의를 멋대로 곡해한 성태의 낯 전체에 해발쪽 미소가 번졌다. 청명은 애써 그 웃음을 외면하며 성태 무릎 위에 겨우 얹혀있던 라이터를 켰다. 그러나 불꽃이 일렁이는 순간 성태의 눈 속에서 반짝이는 잔상을 목격해버려서, 청명은 더 피하거나 마다할 틈도 없이 동경 어린 순수한 애정을 똑똑히 대면할 수밖에 없었다.

  탄식하듯 얕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청명은 그것이 철없는 때의 치기가 아님을 직감했다.

 
작가의 말
 

 중간의 계산 내용은 네이처 지에 투고된 논문의 수식 계산 및 내용을 약간 수정해 발췌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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