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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알타이르 관측 일기
작가 : 작도
작품등록일 : 2022.2.26

소외된 것들이 모여드는 웜홀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주 비행사였던 물리학자와 견우성, 알타이르로 떠난 연인의 이야기.

 
알타이르 관측 일기 - 2
작성일 : 22-02-26 17:54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5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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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학과에서도 이론물리학을 전공하는 두 교수, 그러니까 청명과 한 교수는 반도체 따위를 연구하는 교수들에 비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전자공학 교수들은 산학협력이니, 기업 프로젝트니, 쌓여드는 일들에 파묻힌 상태였고 그래서인지 회의에서도 별 말수가 없었다. 청명은 전자공학 교수가 키우는 대학원생이 타온 커피를 입에 대며 조용히 생각했다. 저 교수들만큼이나 이 녀석도 피곤할 텐데.

  “그 소식 들었나?”

  학과장의 호쾌한 음성에 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전자공학 교수들은 한발 늦게 고개를 돌렸다. 햇빛이 얼굴에 가득 내려앉자 짓무른 눈가가 보였다. 곁눈질로 한 교수의 재기발랄한 얼굴을 찬찬히 살피던 청명이 이내 학과장에게 시선을 도로 옮겼다. 무슨 이야기를 할 셈인지 알 것도 같았다.

  “알타이르에서 교신이 왔다고 하던데. 안 그래도 데이터를 좀 받았거든. 내가 천문연이랑 연줄도 있고, 또…. 거기 간 비행사 중 우리 학교 출신도 있지 않나.

  청명이 긴 숨을 내쉬며 얼굴을 느리게 쓸어내렸다. 옆에 앉은 한 교수가 조그맣게 헛기침 하며 눈치를 줬지만, 이력도 연구 분야도 죄다 특이하기 짝이 없는 청명으로서는 여기서 더 엇나간다 한들 뭔 문제가 있나 싶은 것이다.

  “보자. 이런 건 역시 자네들이 제일 궁금해 하겠지?”

  “그렇고 말고요.”

  한 교수가 냉큼 대답하곤 청명의 목덜미를 단단히 붙잡았다. 기다렸다는 듯 다른 교수들이 핸드폰과 시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물쭈물 구석에 서 있던 대학원생도 제 지도교수를 따라 쪼르르 나가버렸다. 세 사람만이 남았다.

  “착륙한 곳은 골디락스 존에 있는 암석형 행성인데, 지구 반지름의 1,1배 정도 크기를 가지고 있다네. 뭐 그런 거야 여기서 관측해도 뻔히 보이는 내용이고…. 알타이르가 다중항성계다 보니 해가 네 번 뜬다는군. 이런 당연한 얘기는 왜 자꾸 하는 거야? 그래, 그래. 고급 정보는 바로 이런 내용이지. 근처에서 출처가 명, 아니, 출처를 알 수 없는 인과율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데.”

  “인과율 오류요?”

  “근처에 강한 중력원이라도 있나 봐요.”

  학과장과 한 교수는 턱을 괴고서 똑같은 자세로 웅크리고 있었다. 청명은 여전히 시큰둥한 눈치였다. 회의가 끝나면 담배라도 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까 전 빈 담배 케이스를 구겼다는 사실 또한 곧이어 떠올랐다. 잔뜩 찌푸린 미간을 손으로 꾹꾹 펴면서 청명이 응수했다.

  “글쎄. 측정된 값을 대충 읽어보니 중성자별에서 나올 법한 크기는 아닌데. 그 정도로 중성자별이 가까울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블랙홀인가 보죠.”

  “그럼 출처가 명확하다고 했겠지. 아무리 그래도 블랙홀을 잡아내지 못할 정도로 성능이 나쁜 관측 장비를 넣어주지는 않았을 거고. 학과장님, 지구에서 관측한 내용은 없답니까? 비교해보면 될 거 아니에요.”

  학과장이 커피를 한 모금 삼키더니 머리카락을 연신 쓸어 넘겼다. 학과장의 시선이 빤히 느껴지자, 청명은 자신이 말해야 할 때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 지구에서는 측정 못해.”

  “찬드라, 아니면 전파로는?”

  “은하 중심핵에서 별로 안 머니까. 팽대부에 위치하고 있으니 성간물질이나 기타 항성에 의한 전파 교란도 무시하지 못할 거고.”

  “궁수자리 A?”

  청명이 검지로 한 교수를 가리켰다. 청명은 수업을 진행하다가 문득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있었는데, 고개를 꾸벅대며 졸던 학생들이 용케 정답을 말하면 방금 그러했듯 손가락으로 학생들을 짚으며 끄덕여주곤 했다. 물론 그걸 맞춘다고 해서 태도 점수를 감점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연구 분야가 이쪽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여간, 그래. 거대 블랙홀이나, 중심부의 펄사, 마그네타 덕분에 지구에서 관측하기는 어려워. 비밀 유지 서약 때문에 더 자세하게는 말 못하지만. 아, 그리고…. 양자 정보잖아. 제대로 측정하려면 상태 좋은 관측 기기를 식량보다 무겁게 실어선 알타이르로 가야지. 물론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해줄 일이야.”

  “말이 나왔으니 하는 이야기인데.”

  한 교수가 밍기적 웃음을 머금고 아이패드에 몇 가지 수식을 끄적거리는 동안 학과장이 조심스럽게 청명의 어깨를 짚었다. 청명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가 손에 커피를 조금 쏟고 말았다.

  “예 교수, 자네 말이야.”

  무슨 거창한 소리를 한대도 알 바인가. 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 그 소리를 꺼내진 못했다.

 

  몇 년 전 알타이르로 향하는 비행사들을 모집하던 순간이 흐리게 번졌다. 말이 모집이었지, 그저 행정적 절차를 위해 하염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던 때였다. 청명은 국내외 물리학계가 주목한 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돌연히 우주인이 되겠다며 훈련을 받더니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떠나버린 전력이 있었다. 오히려 그런 기이한 행보 덕에 그는 성격에는 결함이 있어도 우수하고 특별한 우주비행사로 추앙받으며 이번 프로젝트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알타이르에 있을 어느 비행사, 박성태는 그런 청명의 처지와는 반대로 치열한 경쟁을 뚫은 끝에 알타이르 프로젝트에 참가한 경우다. 아니, 치열했나? 생각해보면 국제우주정거장에 가겠다는 비행사 지망생들은 차고 넘쳤지만 알타이르로 가겠다며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떠나는 순간 지구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은 영영 못 보는 셈 쳐야 했다. 광속의 팔십 퍼센트로 날아갈 수 있는 엔진과 그 충격을 견딜 비행체가 가까스로 개발되었다는 희소식은 차치하고, 그 속도에 도달하기 위한 막대한 가속도나 알타이르 주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미지의 천체에 의한 시간 지연 효과를 반드시 고려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알타이르가 지구로부터 16광년 떨어져 있다는 점까지 염두에 두면 알타이르 프로젝트는 기피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최악의 여정이 되고 만다. 물론 출항 직전 태양계 바로 바깥에 생긴 웜홀이 알타이르 근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비행 기간은 반의 반 정도로 대폭 줄었지만, 그래봤자 운 나쁘면 그 여정이 지구 기준으로 수십 년에서 백 년까지도 걸릴 것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그러므로 정정하자면, 박성태는 속세의 것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해탈했거나 미쳐있는 사람들 중에서 치열한 경쟁을 마친 끝에 선발된 셈이다. 너만큼 미친 사람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네. 축하랍시고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게 최선을 다한 축하일 정도로 그때의 기분은 엉망이었다.

  맨 처음 성태를 만난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이었다. 무슨 공학과들과는 달리 순수한 물리학과에 지원하는 학부생들은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다던 어느 교수의 자조 어린 첫인사가 아직도 생생했다. 새내기 세미나 날 교수에게 차출되어 끌려 나간 청명은 그 소리를 바로 곁에서 듣고 비틀린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나사 빠진 물리학과의 산증인, 예청명은 교수의 인사말이 차례차례 지나가는 동안 입매를 일자로 굳히고서 파워포인트의 다음 슬라이드 버튼만 눌러대었다. 그러다 지루해져서 우연히 눈을 돌리면 죄다 힘들어 죽겠다는 얼굴들이었다. 한 턱을 괴고 책상에 기댄 청명의 눈높이는 강당의 네 번째, 혹은 다섯 번째 줄과 딱 맞아서 다른 줄을 보려면 고개를 내빼는 수고를 조금 들여야 했다. 설마 모두가 죽상을 했나 싶은 호기심에 청명이 그 아랫줄을 내려다보았다. 내려갈수록 채워진 자리 자체가 줄었다. 더 확인할 것도 없겠다 싶을 때 첫줄에 앉은 단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지나치게 앞으로 몸이 기울어진 탓에 청명의 팔이 책상에서 미끄러졌다. 프레젠테이션이 맨 뒤로 넘어가자 교수가 당황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청명은 곧장 자세를 고쳐 앉더니 서른여덟 번째 슬라이드를 찾았다. 그러고는 아까 전 그 눈을 다시 떠올렸다.

  세미나가 끝난 후 청명은 건물 밖으로 나와 쪼그려 앉고서 담뱃불을 붙였다. 운 좋게 시간이 딱 맞으니 함께 저녁을 먹으러 대학가에 나가자는 교수들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그에 맞춰 신나게 대답하는 신입생들의 발랄한 음성이 이어졌다. 아까 전은 다 죽어가는 얼굴을 하더니. 꽁밥이라면 영혼도 팔 것들. 청명이 혀를 차자마자 청명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오늘 도와줘서 고맙다. 앞에 있는 고깃집으로 7시까지 오거라.’

  청명은 문자를 보기 무섭게 시간을 살폈다. 여섯 시 반이었다. 가게는 걸어가려면 멀고 택시를 타기엔 지나치게 가까웠다. 넉넉하게 시간을 맞추려면 택시를 타는 게 나을 것 같아 반도 피우지 못한 담배를 바닥에 비벼 껐다. 때는 봄이라 여즉 해가 짧았고, 그래서 누군가 다가오는 인기척에도 주변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둑하기만 했다. 풀벌레 우는 소리가 옆 화단에서 났다. 찌르르.

  “안녕하세요, 선배.”

  고개를 들자 보인 것은 언제 맞췄는지 벌써 물리학과 점퍼를 입고 나온 아래 학번의 아무개였다. 그러나 그 두 눈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당시야 성태의 이름을 알 길이 없었으니, 청명의 시선에 그는 아까 전 망신살을 뻗칠 뻔했을 때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유별난 후배일 뿐이었다. 청명은 늘 제 주변인들에게 각박했지만 그때는 더더욱 후배를 맡아 키워줄 여유 따위 없었다. 청명이 매몰차게 답하며 자리서 일어났다.

  “교수님 안 따라가고 뭐 해.”

  “선배가 여기 계셔서요.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됐고, 먼저 가 있어.”

  “제 소개 하고 싶어서 왔어요. 저는 박성태고, 형 팬이에요. 형이 얼마 전 내셨던 논문도 읽었고…. 형 때문에 물리학과에 온 거예요.”

  은근슬쩍 호칭이 바뀌는 것을 느낀 청명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에도 기이한 후배는 아까 전 세미나에서 보았던 표정 그대로 활짝 웃으며 꿋꿋이 청명을 바라보았다. 특출한 재능이 있다는 생각을 스스로 해본 적은 없어도 청명은 부정할 수 없이 학내의 유명 인사였고 그래서 때때로 이런 부류의 후배가 꼬이곤 했었다. 내가 적당히 유순한 성격과 인간미를 갖추었더라면 그렇게 붙은 놈들은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때까지도 졸졸 따라붙었겠지. 청명은 매일 자신이 적당히 못돼먹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성태를 맞닥뜨리기 전까지나 통하는 이야기였다.

  “귀찮게 굴지 마.”

  “형은 어느 연구소에 들어가실 거예요? 저 거기 따라갈 건데.”

  성태가 히죽거리자 청명이 이죽거렸다. 청명은 인도에 묻은 담뱃재를 발로 흩어버리고 쓰레기통에 장초를 버렸다. 그 사이 거의 해가 다 져가고 있었다. 청명의 시선이 진청색 하늘에 머무르자 성태 역시 눈을 돌려 그곳을 잠깐 쳐다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청명이 걸음을 옮기며 한 마디를 뱉었다. 픽 새는 웃음소리가 났다. 그것은 성태가 아무리 청명을 동경하며 살아왔다 한들 견딜 수 없는 종류의 냉소였다. 성태의 두 눈꺼풀이 바람결처럼 떨렸다.

  “꿈이 크네.”

 
작가의 말
 

 인과율 오류란, 소설 내에서 자체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이후 회차에서 그에 관련한 설명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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