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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생을 잊은 그대에게
작가 : 장은한
작품등록일 : 2022.2.15

1,000년을 채워야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는 선녀.
마지막 1년을 남기고 400년 전 너무나 사랑했던 능창대군<이전>의 환생을 보게 된다.

"사람인 내가 선녀인 너를 은애한다고 하였다."
사랑한 기억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선녀와 전생의 기억이 있을리 없는 두 사람.

"당신을 사랑한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
이번엔 선녀가 먼저 고백을 한다.
"스토커예요?"
이 남자, 전생에서도 잘나가더니 현생에서도 국내 가구 1위 기업인 고원의 본부장이란다. 본부장이 아니라 최현우를 사랑하고 싶지만 선녀의 사랑에는 장벽이 많다. 그 사람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7. 선녀의 인간 생활 적응기_2
작성일 : 22-02-26 09:07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7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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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해수의 낭랑한 목소리가 카페에 울렸지만 깊은 생각에 빠진 잠긴 현우는 전혀 듣지를 못했다.

 

 ‘고민이 있는 걸까?’

 현우는 커프스가 반짝이는 손으로 옆 머리를 짚은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해수는 그런 현우를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만큼 강하게 보고 있었다.

 

 ‘이번 생에서도 참 잘생기셨네요.’

 해수는 과거 이전의 모습과 지금 현우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눈 앞에 사랑했던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난 현실에 해수는 깊은 감동을 느느꼈다. 하지만 감동도 잠시, 눈 앞의 커피가 식을까 걱정됐다.

 

 “손님.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이제야 해수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현우는 고개들 들어 해수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은 한참 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머쓱해진 해수는 먼저 눈빛을 피해 뒤돌아 주방으로 향했다.

 

 “커피 갖고 와봐요.”

 현우의 목소리가 해수의 뒤통수에 꽂혔다. 가지러와야지, 분명 셀프라고 배웠는데 어디서 갑질인가. 감동은 분노로 변했다. 해수는 뒤돌아 현우를 뚱하게 봤다.

 

 “셀프입니다만?”

 “누가 그걸 몰라요? 할 말이 있으니까 부르지.”

 손님과 직원의 관계지만 무언가 어긋나는 분위기에 점장이 나서려 했다. 해수는 점장이 나서기전 현우에게 먼저 걸어갔다.

 

 “왜 여기 있어요?”

 커피를 갖다주자 고맙다는 말 하나 없 따지듯 물었다.

 현우의 질문에 해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하지 않고 딱 부러진 모습을 보이고 깊은데, 자신도 현우가 여기 있는지 몰랐다. 놀란 건 자신도 마찬가지인데 스토커가 된 것 같아 억울했다.

 

 “여기 취직했어요.”

 “왜 여기예요?”

 “좋은 곳이 있다고 동생이 알려줬어요.”

 굳게 먹은 마음과 달리 해수는 속으로 진땀을 빼고 있었다. 스위스에서 스토커로 낙인이 찍혔는데 이번엔 뭐라고 생각할까, 크게 화라도 내면 어쩌나 싶었다.

 

 “그래요.”

 현우는 냉정하게 말하고 커피를 갖고 카페를 나갔다. 현우가 나간 카페엔 짤랑짤랑하는 종소리만 남았다.

 

 “아는 사이에요?”

 점장은 밖으로 걸어가는 현우를 눈짓하며 물었다.

 

 “아뇨. 뭐. 그냥,”

 해수는 어물쩍 대답하고 넘겼다. 제가 전생에 사랑한 사람이예요. 우연히 만나게 돼서 보려고 왔어요. 라고 말하면 누가 믿어 줄까. 싶어 씁쓸했다.

 

 ***

 

 

 ‘이름이 신해수라고 했지? 만난 적이 있었나?’

 현우는 해수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본부장실 앞에 도착했다. 이미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있던 김 비서가 벌떡 일어났다.

 

 “뭐야?”

 현우는 김 비서도 보지 못한 채 혼잣말을 했다. 무리 고민해도 현우는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

 

 나에 대해 뒷조사를 했다? 그럼 알바를 하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접근했을리는 없을텐데.

 

 그동안 아버지가 붙인 여자들은 다 하나 같이 누가 봐도 나 지금 너한테 다가간다. 나는 널 꼬신다. 날 뿌리칠 테면 뿌리쳐봐.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저 여자는 뭔가 이상했다. 아버지가 보냈다고 하기엔 전혀 아버지 스타일이 아니었다.

 

 김 비서는 정신이 나가있는 현우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본부장님. 지금 회장님 와계십니다.”

 김 비서의 목소리에 현우는 정신이 들었다.

 

 “어제 결제받을 서류 준비한 거 그대로 뒀지?”

 “네.”

 현우는 발걸음이 문 앞에 멈췄다.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아침부터 아버지와 맞닥뜨린다는 것은 좋은 얘기를 나눌 일이 없다는 것. 문고리를 잡고 잠시 고민하다 문을 열었다.

 

 “뭐하다 이제 오냐?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날 기다리게 해? 아랫것이랑 무슨 쓸데 없는 소리를 하느라고 시간 낭비 하냔 말이야!”

 “아침부터 여긴 어쩐 일이세요?”

 현우는 모르는 척 책상으로 가 가방과 커피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게 회장님이자 아버지한테 할 소리야?”

 “무슨 말이 듣고 싶은데요. 오신 김에 여기 결재나 해주고 가세요.”

 현우는 책상에서 결재서류를 들고 아버지 재남에게 향했다.

 

 “이놈이? 지금 회장인 내 말을 무시해?”

 재남은 발끈하며 현우에게 소리를 질렀다. 옛날 같으면 무서워 벌벌 기던 놈이 이제는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는 게 분했다.

 

 “제가 언제요”

 아버지의 호통에도 현우는 유연하게 굴었다.

 늘 있어온 일이었다. 많은 것들을 쥔 채 본인 마음대로 좌지우지해왔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 녀석은 도통 말을 들어 먹지 않으니 또 큰소리를 치러 오셨겠지. 현우는 오신 김에 결재에 사인이나 하고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뭐? 10시 출근? 네가 그딴 걸 노조와 얘기해? 지금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한다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예전에는 다들 새벽부터 일어나서 회사를 일궜어.”

 “회장님. 직원들은 회사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줘야 서로 살아갈 수 있어요.”

 “네가 회사 운영을 모르는거지.”

 “그 건 회장님과 상의할 일은 아닙니다. 노조와 하기로 했습니다.”

 “노조. 그 거지 같은 거. 내가 그런 거 만들어줘서 직원들 헛바람 넣지 말라고 했었지!”

 날카로운 재남의 목소리가 문 밖에 나갈까 현우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회장이 리스크라는 걸 직원들이 알아봤자 오너가의 입장에서 좋을 게 하나 없었다.

 

 “할 얘기 있으시면 빨리하시고 가세요.”

 현우는 긴장이 채 풀리기도 전 피곤이 몰려왔다. 아침부터 해수에, 아버지까지 불편한 사람들의 연이은 등장이었다. 대체 불편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칠까. 현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선봐. 이번에 MI 그룹 장녀야. 결혼하면 회사가 엄청 커질 거라고.”

 재남은 여기 온 본론을 꺼냈다.

 

 “회사는 저와 직원들이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어디서 이상한 여자 만나서 흉흉한 소문 돌게 하지 말고 있는 집 자제를 만나란 말이야.”

 “결혼 할 생각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왜?”

 “아버지처럼 될까 봐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재남은 눈에 힘을 주고 현우를 한껏 노려봤다.

 

 “그럼 너는 애비가 창피하다는 거냐?”

 “창피하지 않지만, 결혼만 강요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돼서 결혼하라 소리도 못해! 남자가 기업을 이끌어나가는데 혼자 살면 얼마나 무시를 당하는지 알아? 이렇게 세상을 몰라. 이런 애가 무슨 큰 일을 한다고!”

 계속되는 큰소리에 재남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건 아버지가 혼자 살아서 무시당한게 아니라, 어머니 무시하신 업보를 받으신 거죠.”

 “그걸 말이라고 해? 보자 보자 하니까 이놈의 자식이! ”

 결국 팽팽한 긴장감이 끊어졌다. 한쪽이 물러서든 전쟁이 붙어 회사에 부자의 싸움을 널리 알리든 선택해야 했다.

 

 “정신 머리 챙기고 잘 생각해. MI 그룹이 우리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그렇게 철이 없어서 어느 세월에 회사를 이끌어 가겠어.”

 재남은 씩씩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나 문을 쾅 닫고 나갔다. 현우는 테이블 끝에 놓여 있는 결재서류를 빤히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해달라는 사인은 안 해주고.”

 현우가 큰 숨을 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아침이 아니라 벌써 저녁인 듯했다. 재남이 나가고 걱정됐는지 김 비서가 들어와 괜히 테이블을 정리했다.

 

 “오늘 오전에 회의 있으면 좀 미뤄줘. 힘들어서 못 하겠네.”

 “네. 좀 쉬세요.”

 김 비서는 조심히 본부장실을 빠져나왔다. 가끔 한 번씩 이렇게 불이 날 때마다 현우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김 비서는 현우가 안쓰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현우가 술에 만취가 된 날 안하던 속 얘기를 꺼냈었다.

 

 ‘가족이 뭔지 알아? 가시 돋친 고슴도치를 꽉 안아야 하는 거야. 마음이 찔려 피가 나고 살점이 뜯어지는데도 놔줄 수 없어. 날 놔주지도 않아.’

 그 얘기를 듣고서야 김 비서는 현우의 아픔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현우의 가족사는 이미 사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현우의 아버지인 최재남 회장은 현우가 어릴 때 이혼했고, 2년 있다가 들인 새엄마는 엄청난 계모였다. 지금은 현우가 커서 회사를 물려받는 이유로 함부로 하지 못하지만 몸집이 작은 아이였을 때는 학대를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

 

 “이 카페는 여기 건물 회사인 고원의 카페예요. 아까 커피를 주문하신 분은 여기 본부장님이시고요.”

 “본부장님이요?”

 해수는 행주로 싱크대를 닦다 말고 눈이 동그래졌다. 젊어 보였는데 본부장이라니 세상 놀랄 일이었다. 해수는 모르는 척 싱크대 옆의 커피머신을 박박 닦았다.

 

 “아버지가 회장님이에요. 그러니 회사를 물려받는 건 당연하죠.”

 “아아….”

 해수는 애먼 행주만 계속 빨았다 싱크대를 닦다가 다시 빨았다. 뭔가 시작부터 안 좋았다. 전생은 대군마마더니 현생은 기업을 물려받는 본부장이란다. 이런 생을 넘나드는 넘사벽이 어디있을까. 해수는 자신의 처지가 안쓰러웠다.

 

 ‘아니야! 할 수 있어! 신해수! 너도 대단한 사람...’

 해수는 마음속으로 외치다 말고 말을 끝내지 못했다. 따지고 들면 사람은 아니었으니깐. 나는 무슨 생각으로 대군을 다시 만나겠다 했을까, 그는 나를 잊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낸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벌써 점심시간이 됐네. 지하로 내려가면 직원 구내식당 있어요. 거기서 밥 먹고 와요.”

 “아니에요. 점장님 먼저 드세요.”

 “아침에 먼저 나와서 배고플 텐데 가서 먹어요.”

 아까까진 회사와 현우에 관한 얘기를 듣느라 배고픈지도 몰랐는데 점장의 말을 듣자 허기가 몰려들었다.

 

 ‘일단 먹자. 먹는 거야. 이미 이렇게 된 거 어떻게 하겠어?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지.’

 해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꼭 사랑을 얻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인간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아가 보는 경험은 선녀로서는 가질 수 없는 기회였으니 말이다.

 

 식당 안은 이미 내려온 직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해수는 사람들 뒤에 줄을 서 까치발을 하고 앞에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해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어?”

 해수의 어깨를 친 건 다름 아닌 김 비서였다. 김 비서는 해수를 한눈에 알아봤지만 해수는 그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해수의 기억속엔 오로지 현우뿐이었다.

 

 “어? 스위스에서 만난? 우아, 이런 인연이. 우리 회사 사람이었어요?”

 “아, 저 그게.”

 스위스 라는 말에 해수의 과거가 회상됐다. 현우의 뒤에 있던 그 사람이구나. 헤수는 놀라 우물쭈물 대답도 못 하고 있었다.

 

 “본부장님 어서 와봐요. 대박. 대박 사건.”

 본부장님이라는 호칭에 시끌벅적했던 주변은 조용해졌다. 이윽고 현우의 모습이 보이자 직원들은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현우는 김 비서 옆으로 갔다. 해수도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현우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현우는 해수의 대답을 받지 않고 딴 곳만 봤다.

 

 “스위스에서 만났잖아요. 그 사람이 우리 직원이래요!”

 김 비서가 현우의 귀에 대고 작게 방정을 떨며 말했다. 현우는 귀찮은 듯 김 비서를 밀어냈다.

 

 “한국 언제 들어왔어요?”

 김 비서는 해수에게 다가가 질문을 꺼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때 그러고 가서 본부장님이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알아요. 아악!”

 현우가 김 비서의 발을 꾹 밟자 김 비서는 소리를 지르다 말고 주변의 눈치에 입을 꾹 닫았다. 김비서의 입술 사이에서 작은 신음소리만 맥 없이 흘러나왔다.

 

 “아, 쏘리. 몰랐네. 발 좀 조심해.”

 현우는 모르는 척 능청스럽게 사과를 했다.

 

 “진짜 본부장님!”

 해수는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식판을 들어 음식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하기 위해 해수의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었다.

 

 식판에 음식을 올리는 것까지 성공한 해수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현우와 김 비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현우는 평소 그 어떤 직원하고도 같이 밥을 먹지 않았다. 남자가 됐던, 여자가 됐던 한 번 밥을 같이 먹기 시작하면 이 팀 저 팀 질투를 했다. 덕분에 항상 점심은 김 비서와 둘이 먹어야했다.

 

 현우는 김 비서와 단둘이 앉을 자리를 찾았지만 녹록지 않았다.

 

 “본부장님! 이리 오세요! 이리!”

 김 비서가 오라고 한 곳은 다름 아닌 해수가 앉은 자리 옆이였다. 현우는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평소의 현우라면 절대 앉지 않을 터였다. 현우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로 걸어갔다. 가서 김 비서를 데리고 나올 참이었다.

 

 “아 진짜 직원들하고 밥같이 안 먹을 거라고 했잖아.”

 “그냥 직원도 아니고 아는 사이끼리 뭐 어때요. 거기다 해수씨도 혼자 먹어야 한대요. 같이 먹으면 좋지. 그죠?”

 김 비서는 해수를 보며 동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해수도 마냥 환영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해수가 벽을 쌓는 모습에 현우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현우는 해수의 앞에 앉았다.

 

 “소속은 어떻게 돼요? 언제부터 회사에 다녔어요?”

 김 비서는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 새처럼 쉬지 않고 쫑알댔다.

 

 “이름은 신 해수라고 하고, 지금 1층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오늘 첫 출근이고요.”

 해수는 친절하게 김 비서의 물음에 다 대답해줬다.

 

 지이이이잉.

 김 비서의 핸드폰에 전화벨이 울렸다. 김 비서는 밥 먹을 때 전화한다며 툴툴대며 자리를 빠져나왔다. 김 비서가 나가고 현우와 해수는 어색하게 앉아 서로를 외면한 채 식사를 했다.

 

 “죄송해요. 본부장님인 줄 몰랐어요.”

 해수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

 현우는 놀란 마음을 애써 감췄다.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한다고 고백을 한 거라고? 내 스케쥴을 알고 스위스에 쫓아오고, 내 회사를 알고 있어서 이곳에 취직했다고 생각했다. 현우는 해수의 몰랐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어떻게 알았어요?”

 “점장님이 말씀해주셨어요.”

 “...”

 두 사람은 말없이 묵묵히 밥을 먹었다. 두 사람 다 김 비서가 빨리 들어오길 바랐지만 무슨 통화를 그렇게 길게 하는지 감감무소식이었다. 현우는 자신이 본부장인 걸 모르고 어떻게 나란 사람을 안 건지 궁금증이 증폭됐다.

 

 “근데 날 어떻게 알았어요?”

 현우는 참지 못하고 질문을 꺼냈다. 해수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현우의 왼손을 바라봤다. 해수의 마음에 전생의 대군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여기 있다. 이 생각만으로도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첫눈에 반했어요. 그게 전부예요.”

 “어디에서?”

 해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분명 버스에서 만났을 때라고 이실직고를 하면 스위스는 어떻게 따라온 것인지 캐물을 터였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대답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왜냐는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이상한 여자로 낙인찍힐 게 분명했다.

 

 “근데 그 상처는 뭐예요?”

 해수는 고갯짓으로 현우의 왼손에 있는 상처를 물었다. 대군이 아닐수도 있다. 아니라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 마음을 접고자 했다.

 

 “태어날때부터 있던거래요.”

 현우의 퉁명스런 말투에 해수의 마음이 와르르 쏟아져내렸다. 진짜 맞구나. 해수는 눈물을 참은 채로 고개를 숙여 식판에 코를 박고 밥을 먹었다.

 

 ***

 

 “회장님 엄청난 사건입니다!”

 최 비서가 회장실을 노크도 없이 급하게 들어왔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던 재남은 경망스러운 최 비서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 다니면 회사 이미지가 뭐가 되나? 행실을 좀 점잖게 하랬지.”

 “회사 이미지가 문제가 아니라고요. 본부장님이 여직원과 함께 식사하고 있습니다!”

 최 비서는 숨이 넘어갈 듯 헉헉대며 힘들게 얘기를 전했다.

 

 “잘못 봤겠지. 현우가 그럴 애가 아니야. 얼마나 자기 관리가 철저한 앤데.”

 재남이 손사래를 치자 최 비서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제가 회장님 이러실 줄 알고 증거를 가져왔죠. 증거를.”

 증거란 말에 슬쩍 동요가 됐다. 내 아들은 그런 애가 아니야 라고 말은 했지만, 부모라고 자식의 일을 낱낱이 알 순 없었다.

 최 비서는 구내식당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만만하게 보여줬다. 그 사진은 현우와 해수가 나란히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사진이었다.

 

 “아니, 여직원이랑 둘이서?”

 재남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밥 먹고 딱 일어나 뒤를 도는데, 세상에! 본부장님이 여자와 함께 식사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최 비서의 호들갑에 재남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툭툭 소파를 쳤다.

 

 “이 상대 어디서 뭐 하는 애인지 알아봐봐.”

 “여부가 있을까요.”

 최 비서는 씩씩한 걸음으로 회장실을 나왔다. 재남은 뭔가 의문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자라면 치를 떨던 애가 여자와 단 둘이 회사안에서 식사하다니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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