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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거세하기
작가 : 라떼밀르
작품등록일 : 2022.2.18

돼지 불알 까던 거세사. 공화국 최강의 드래곤 불알까기 마스터가 되다.

 
10.여섯 번째 손가락
작성일 : 22-02-26 08:02     조회 : 267     추천 : 1     분량 : 5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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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섯 번째 손가락

 

 다시 에피메테우스와 맞서 싸우는 우리의 궁드르디 일행에게로 돌아가 보자.

 

 「칸텔레의 몸통과 현을 조립하는데 빨라도 반(半) 소짚은 걸립니다.」

 

 공화국에서 말하는 한 ‘소짚’의 단위는 쇠죽을 솥에서 한 번 끓여내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도시에선 거의 쓰이지 않지만 벽지나 소규모 장원(莊園)에서는 여전히 통용되는 시간 단위었다.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슈타이너가 물었다.

 

 「더 빨리는 어렵나?」

 

 목숨이 촌각을 다투는 마당에 한 소짚은 너무 길었다.

 

 「조립은 금방인데 조율에 시간이 걸립니다.」

 「그럼 에피메테우스를 유인해 시간을 끌어야겠군. 이러다 녹각룡이 다 죽겠어. 잘 부탁하네.」

 「스승님!」

 

 작정한 듯 말 위에 올라탄 슈타이너를 베로니카가 붙잡았다.

 

 「안 됩니다. 몸도 정상이 아니신데 또 달려 드셨다가는!」

 「이번에는 시간만 끌 테니 걱정 말거라. 한 팔을 또 잃을 순 없지. 어이, 당신들! 혹시 지연작전을 해야 하는데 지원자 없나?」

 

 슈타이너의 눈길이 자연스레 붉은 수수밭의 게이세리크 일행에게 향했다. 게이세리크가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흔쾌히 말했다.

 

 「위대한 슈타이너가 우리에게 의뢰를 하다니 영광이군. 일처리는 확실히 해주지. 하지만 우리가 용병인 걸 잊지 마시오.」

 

 용병은 용병일 뿐이다. 애국심이나 자유, 공화국의 가치 따위에 호소해 동기를 부여할 수 없다. 슈타이너는 머릴 굴려 게이세리크에게 가장 현실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좋소. 원로원에 요청해 행커 두 마리를 사냥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발급하도록 해주지.」

 「행커라, 좋소.」

 

 행커(Hanker)라면 가난한 은퇴 장교인 게이세리크 일행이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사형 집행인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알려진 드래곤 중 가장 난폭하고 사냥이 어려운 녀석 중 하나다.

 

 몸집은 커봐야 그리즐리 베어의 두 배 정도 밖에 안 되는 소형종이다. 하지만 교활한데다 무리지어 사냥하기 때문에 날고 기는 드래곤 슬레이어들도 이놈의 배설물이나 발자국을 발견하면 물러나고 볼 정도의 강적이었다.

 

 「방금 위대한 슈타이너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다. 행커 두 마리를 사냥할 권리가 우리에게 생겼다.」

 

 갑작스런 소식에 풀이 죽어 있던 게이세리크 부하들 사이에 화색이 돌았다.

 

 「잘 됐군요. 행커의 심장이라면 목숨을 걸어볼만 합니다.」

 「전화위복입니다, 대장. 사냥이 끝나면 행커 혓바닥 한 점씩은 맛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림없는 소리.」

 

 행커의 가장 값비싼 부위는 의외로 혓바닥과 심장이다. 행커의 혀는 최고급 식자재로 쓰인다. 혓바닥에서 자라는 미생물이 굉장히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 내는데 숙성시켜 구우면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을 자랑했다. 한 마리당 고작 오 킬로그램 정도의 혀고기를 얻을 수 있는데 같은 무게 금값으로 거래되는 게 보통이었다.

 

 「잡는 즉시 피를 모두 뽑아야 된다고 들었습니다. 심장에 피가 고여 있으면 운송 중에 상할 수 있습니다.」

 

 게이세리크의 측근이자 잡학지식이 많은 알라릭이 말했다.

 

 행커의 심장은 특이하게도 원시적인 증기엔진과 펌프의 핵심 부품으로 쓴다. 이것은 앞으로 이야기 전개에 매우 중요한 물건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의 물건이라 최상급의 심장은 같은 무게 금덩어리 스무 배 가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일이 잘 끝나면 각자 몫으로 금괴 한두 개씩은 나눠줄 수 있게 됐다.」

 

 게이세리크와 함께하는 훈네릭, 알라릭 이하 열두 명 부하들이 다시 환성을 질렀다.

 

 「혹시 발생할 전사자에게도 공정하게 몫을 나누어 주고 부인과 자식 몫은 내가 따로 지불한다. 자, 누가 먼저 저 괴물의 미끼가 되겠나?」

 

 게이세리크의 질문에 전원이 손을 들었다. 리더를 향한 부하들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위대한 슈타이너, 우리가 얼마나 시간을 끌어주면 되지?」

 「이 모래시계가 다 떨어질 때까지.」

 

 슈타이너가 자신의 가방에서 꺼낸 모래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우나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물건이었다.

 

 '아침 식사할 정도 시간이면 되겠군. 그렇다면 해볼 만하다. 하지만 상대는 말도 안 되는 크기와 힘을 지닌 괴물. 어쩌면 이 마지막 임무에서 많은 부하를 잃을지도.'

 

 불길한 생각이 스치자 게이세리크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너희의 피를 내 머리로 돌려라. 훈네릭. 너는 내 기업을 무를 자가 되어 다오.」

 「대장! 그 무슨?!」

 「기업 무를 자라뇨?! 당치 않습니다 대장!」

 

 기업 물을 자.

 

 반달족은 남자가 아들 없이 죽으면 그의 후계를 위해 ‘기업을 물을 자’가 죽은 남자의 아내를 취해 후계를 잇게 해주는 풍습이 있었다. 보통은 직계 형제나 가장 가까운 친척이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평생 전장을 누빈 게이세리크의 가문은 모든 형제와 친족이 전사했기 때문에 최측근인 훈네릭을 지목한 것이다.

 

 「무리하지 마십시오. 우리만으로는 행커 사냥도 버겁습니다. 늘 그랬듯 지도해주셔야 합니다.」

 「대장, 이번에는 제가 앞장서는 영광을 나눠주시지요. 저런 괴물과 싸우다 전사했다고 하면 우리 가문엔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될 거요.」

 

 훈네릭과 알라릭이 서로 자신들이 미끼가 되겠다고 나섰지만 게이세리크는 고갤 저었다.

 

 「엄살들 떨지 마라. 누가 죽는다고 했나? 이 일이 끝나면 우린 저녁 즈음에는 행커들이 사는 너도밤나무 숲으로 들어갈 거다. 추우니 두꺼운 옷이나 챙겨라.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일이 잘못된다면 훈네릭, 나의 ‘아크네’를 부탁한다.」

 

 훈네릭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리고 짧은 순간 슬픔과 수치심과 미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아크네. 훈네릭이 평생을 두고 사랑한 여자. 하지만 게이세리크라면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열배는 아크네를 행복하고 고귀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남자니까.

 

 ‘잊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이럴 때에.’

 

 「준비됐소!」

 

 칼집에 두 자루 칼을 꽂고 말 위에 탄 게이세리크와 베로니카에게 슈타이너가 말했다.

 

 「좋다. 양동작전이다. 게이세리크는 에피메테우스를 최대한 유인해 시간을 끌도록. 나는 놈의 발목을 잡아 움직이는 속도를 늦춰주겠다. 베로니카, 너는 물러서 있다가 에피메테우스가 입을 벌리면 석궁으로 지체 없이 룽고힙노스를 놈의 잇몸에 명중시켜라. 기회는 한 번 뿐이다.」

 「효과가 있겠지요, 스승님?」

 

 베로니카의 손이 떨렸다. 제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슈타이너가 크게 고갤 끄덕였다.

 

 「물론이다. 죽진 않겠지만 그 정도 독이면 충분히 효과가 있을 거다. 프롬 경, 그대는 이쪽 진행은 신경 쓰지 말고 프레데릭슨이 류트의 조립을 끝내는 즉시 사일로에 불을 지르시오. 마지막으로 궁드르디 경. 이 작전의 성공은 전적으로 그대에게 달렸네.」

 

 슈타이너가 궁드르디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다시 묻겠네. 자네 칸텔레는 정말 연주할 수 있겠지?」

 「조금 합니다.」

 

 목축하는 고트하브 남자치고 칸텔레를 연주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여름 내내 마을을 떠나 목초지를 돌다보면 여흥이라고는 칸텔레를 뜯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일 외엔 없으니.

 

 「‘조금 친다’는 게 어느 정도인가? 단순한 겸손인가, 아니면 정말 입문수준인가?」

 「술집에서 돈 받고 연주할 정도는 됩니다.」

 

 사내들은 칸텔레 연주를 보통 [수도승 계단오르내리기]와 같은 기초 아르페지오 연습곡부터 시작한다. 그러다 십대 후반이 되면 겨우내 [마지막 알코올]의 상설 무대에서 용돈벌이라도 할 요량으로 [간특한 수도사의 프렐류드] 같은 극악한 난이도의 연주도 곧잘 하게 된다.

 

 「그렇다면 안심이군.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네의 연주 솜씨라네.」

 

 꽤나 자신만만한 궁드르디의 표정을 보며 슈타이너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대가 전설 속 예언에 나오는 [옛 뱀의 머리를 밟을 자]가 될 거라고 믿네. 이 악보를 받게. 이 프레이즈를 연주해야 돼.」

 

 슈타이너는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이실딘 막대를 궁드르디에게 걸어 주고는 어둠속으로 달려 나갔다. 체스의 장기 말 크기인 이실딘 막대에는 음각된 악보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다.

 

 「당신 악보 볼 줄 알아?」

 

 스승을 따라 나가려던 베로니카가 문득 불안한지 궁드르디에게 물었다.

 

 「아, 아니.」

 

 베로니카가 한 숨을 푹 쉬었다.

 

 「말도 탈 줄 모르고 악보도 볼 줄 모르고. 교양 없기는. 이리 내놔. 그 악보는 보는 방법이 따로 있어.」

 

 이실딘 막대기를 빼앗은 베로니카가 말안장에 매어 놓은 주머니에서 발효 중인 호밀 반죽을 한 뭉텅이 떼어 꺼내 들었다.

 

 밀가루보다 찰기가 떨어지는 호밀반죽 위에 막대기를 내려놓은 베로니카는 막대를 반죽 위에 눌러 굴렸다. 그러자 음각되어 있던 막대의 악보가 반죽 위에 도장을 찍은 것처럼 새겨졌다. 누구나 그것이 악보라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적 없는 궁드르디는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베로니카는 횃불을 반죽위에 대고 잠시 뚫어져라 악보를 바라봤다.

 

 「말도 안 돼. 다시 봐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악보네. 스승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신건지.」

 

 베로니카가 인상을 찡그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프릭, 조립하는데 얼마 남았어?」

 

 베로니카가 류트의 G현을 끼우기 시작한 프레데릭슨에게 물었다.

 

 「이제 절반 정도 남았습니다.」

 

 저만치 멀어지는 스승과 게이세리크 일행을 보며 베로니카가 궁드르디에게 짜증을 냈다.

 

 「당신 정말 귀족 맞아? 말도 탈 줄 몰라 악보도 까막눈이야 목숨 왔다 갔다 하는데 걸리적거리기만 하고! 한 번만 연주해 볼 테니까 듣고 외워. 이건 당신이 매듭지을 몫이야.」

 

 궁드르디가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차라리 내가 석궁을 쏠 테니 그렇게 잘난 그 쪽이 연주를 하면 어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 촌놈아!」

 

 베로니카가 궁드르디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첫째, 비록 주니어 대회지만 석궁 선수권에서 우승한 내가 네놈 보단 사격 실력이 낫겠지? 둘째, 인정하기 싫지만 이 악보는 당신 아니면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연주할 수 없어. 사실상 연주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지. 이것도 물론 댁이 정말로 칸텔레를 연주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하는 말이고. 프릭! 아직이야?!」

 「이제 거의 다 됐습니다!」

 

 신경질을 내는 베로니카에게 화들짝 놀란 프릭이 허둥지둥 답했다. 한 숨을 푹 쉬고 난 뒤 계속해서 베로니카가 궁드르디를 쏘아붙였다.

 

 「가르쳐 줬는데 막상 [수도승 계단 오르내리]기 따위나 연주하면 그 땐 정말로 손모가지를 잘라버릴 테니 각오해!」

 「그렇게 잘난 너는 왜 연주 못하는데? 손톱 기른 거 깨질까봐 겁나서 그러냐?」

 

 궁드르디가 질문하기 무섭게 베로니카가 궁드르디의 팔목을 잡아 올리며 말했다.

 

 「왜냐고? 우리 중에 너만 손가락이 여섯 개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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