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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실의 끝맺음
작가 : allzero
작품등록일 : 2022.2.23

1930년, 경성. 나라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하던 그 날의 어디선가 만나 아무도 모르게 붉은 실로 얽힌 이들의 이야기.

 
#10. 또 한 번의 이상한 만남
작성일 : 22-02-26 02:24     조회 : 182     추천 : 0     분량 : 4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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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은 고관순이 앉아 있는 의자의 양 손잡이를 부여잡고 허리를 숙여 고관순의 눈높이를 맞추며 자신을 동년회의 수장이라고 소개했다. 어두운 방 안에서, 달빛을 받으며 말하는 영의 눈빛에는 흔들림도 망설임도 없어 보였다. 위엄 있어 보이는 영의 모습에 고관순은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눈치였다.

 허 영: 표정이 왜 그래? 네 놈이 그토록 앉고 싶어 하던 자리에 앉혀줬는데. 겨우 이딴 자리 하나 때문에 나라도 양심도 다 갖다 팔아먹은 거 아니였어?

 고관순의 눈높이를 맞추던 영이 허리를 피고 책상을 매만지며 말했다. 고관순이 앉아 있는 자리는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제일 높은 권력자, 설립 위원장의 자리였다.

 고관순: 핳

 상황 정리가 안돼, 계속 어리둥절한 표정이였던 고관순이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아니, 어이가 없었다기, 보다는 조금은 억울했던 것 같다. 고관순도 자신이 잘못된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그걸 자각 못 할 정도로 썩어 빠진 인간은 아니였으니까. 돈을 벌고 남들에게 떵떵거리며 사는 것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고지 곳대로 떠들어 대는 영의 모습에 고관순은 되려 화가 났다.

 고관순: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앉아. 나 같은 놈은 아무리 기를 쓰고 애를 써도 죽을 때 까지.....!! 평생, 아마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탐 한 번도 내보지 못하는 자리야 이 자리가. 난..... 조선인이니까.

 고관순의 목소리가 떨렸다. 평생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평생을 숨기고 평생을 도망치고 싶었던 사실이였다. 스스로도 최면을 걸듯 몇 번을 되새김 질 했지만 자신이 조선인 인 거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였다. 죽어도 끊어지지 않는 꼬리표가 고관순을 미치게, 만들었다.

 고관순: 나라도 양심도 팔아먹었다고....맞아, 틀린 말도 아니지. 하지만 내가 틀렸다는 생각은 안 해. 태어난 순간부터 조선 인 이였던 나는 이렇게 밖에 못 살 운명이 였으니까. 나한테 선택권 따위는 없었어. 평생 누군가의 인생에 빌붙어서 되지도 않는 아양이나 떨고 혹

  시나 밉 보인 건 없을까 눈밖에 나지는 않았을까 매일매일을 맘 졸이며 살아야 하는 게 조선인들 팔자야!!

 울분을 토해내는 고관순의 말에 영과 무성은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고관순: 나 뿐만이 아니라 조선 땅에 태어난 모든 인간들이 이렇게 살고 있어. 앞으로도 그렇게 밖에 못 살겠지.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나라라고 모를까? 아니 !! 저들도 뻔히 다 알면서 일본이 겁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되려 우리를 앞에 세워 총알 받이로

  쓰는 게 네 놈들이 말하는 잘난 조국이야.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왜 이런 조국을....사랑해야 하냐고.

 자신의 맨 밑바닥에 있는 말까지 끄집어내며 울부짖던 고관순의 눈에서 이내 눈물이 떨어졌다. 쪽팔렸다. 이렇게 밖에 못사는 자신이 너무 나도 한심해서 아무에게도 티를 내지도, 말을 하지도 않으며 살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영과 무성의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떠들어 대며 말하는 본인이 부끄러웠다. 고관순의 말을 듣던 영은 자신도 모르게 연진을 떠올렸다. 연진 또한 조직을 나갈 때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말도 안되는 억지라고 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두 번이나 비슷한 말을 들으니 고관순도 연진도 이해를 못 할 것만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별로였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데 이해가 됐다.

 김무성: 핑계 대지마!! 여기 적힌 이 사람들 다 네놈 때문에 멀쩡히 잘 살던 집 뺏기고 땅 뺏기고 길바닥에서 구걸하다 비참하게 죽었어.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무성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고관순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무성이 고관순에게 던진 종이에는 그동안 고관순이 동양척식주식회사에 받친 조선 인들의 토지 정보로 인해 땅을 뺏긴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이였다.

 김무성: 넌 억울해 할 자격 없어. 누군 가를 탓할 자격도 없고.

 고관순: 핳, 맞네. 난 그럴 자격도 없는 놈이였네. 그냥 죽기 전에 한 번쯤은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크게 해보고 싶었어....남들한테는 핑계고 회피겠지만 그게 나한테는 숨통이였으니까.

 고관순도 알았다. 자신이 잘못된 방식으로 살고 있었다는 거. 하지만 알아차린 후에는 너무 늦었었고 양심은 이미 살고 싶다는 욕구에 지배 된 후였다. 체념한 표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고관순은 삶과 순리에 치여 너무 많이 지쳐있었다. 더 이상 살고 싶다는 생각도 인생에 대한 미련도 남지 않았다. 고관순의 말에 잡고 있던 멱살을 놓으며 한발, 두 발 물러나는 무성.

 고관순: 하지만 맹새컨대 단 한순간도 이 자리까지 욕심 낸 적은 없어. 나라를 등진 순간부터 내가 바랬던 거는 그냥.....오래 살고 싶었던 것 뿐이야. 딱 그거 하나. 근데 이제 다 됐어. 네 놈들 말 듣고 내가 얼마나 헛 살았는지 인정하게 되니까 인생에 별 미련이 안남네.

  마음에 대로 해.

 자신을 죽여도 상관없다는 고관순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한참 후에 총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탕!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밖에서 총 소리가 둔탁하게 났다. 워낙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길거리는 한산하고 조용했기에 총 소리가 꽤 멀리 까지 울려 퍼져 해월관 까지도 전해졌다. 영민은 해월관 지하 창고에서 영이 계획한 작전의 마무리를 하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젯밤, 작전 회의 중에.

 허 영(독백): 고관순이 해월관을 나서면 영민이는 지하 창고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보내는 신호에 맞춰서 전기가 들어오는 전선을 끊어. 총 소리에 전기까지 끊어지면 해월관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룸에 있는 것들도 아마 난리를 치며 밖으로 도망 갈 거야. 거리

  가 시끄러울수록 몸을 숨기는 데는 유리하니까. 결국에는 그들이 우리의 퇴로가 돼주는 꼴이지.

 영이 보낸 신호에 맞춰서 지체 없이 전기가 들어오는 선을 끊어버리는 영민에 의해 해월관 전체에 불이 끊겼다. 총 소리가 들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전기까지 나가니 룸안은 이미 혼비백산이였다. 우왕좌왕하며 상황 파악하기에 바쁜 고위관리들과 위원들 사이로 조직원들이 촛불을 들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

 박중현: 큰일 났습니다. 어서 밖으로 피하세요.

 송재희: 근처에서 총격전이 생긴 것 같습니다. 여기도 위험해요!! 어서 밖으로 나가세요!!!

 서희석: 절 따라 오십시오.

 일부러 더 오바 하며 심각한 척 하는 조직원들의 행동에 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건물 밖으로 먼저 나가겠다고 난리였다. 이런 난리 법석을 원했던 터라 반응이 뜨겁게 나오자 신난 조직원들이 더 크게 말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박중현: 빨리 밖으로 나가세요!! 여기는 위험 합니다!!!

 송재희: 나가는 쪽은 이쪽입니다. 어서 나가세요. 빨리!!

 난리 통에 연진과 만형도 일어나며 밖으로 나갈려던 찰나에 만형이 연진에게 물었다.

 고만형: 하람이는 어딜 간 거야...!

 고연진: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아버지 먼저 얼른 피하세요.

 연진은 만형을 먼저 보내고 하람을 찾기 위해 홀로 해월관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 시각, 신아는 지하 창고 복도 쪽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해월관이 세워질 때부터 이곳에서 지냈던 터라 신아도 다른 조직원들도 전기가 나간 상태에서도 잘만 뛰어 다녔다. 그때, 계단 쪽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급히 뛰어가던 신아가 발걸음을 멈추고 벽 모퉁이에 기대며 몸을 숨겼다. 조직원들인가, 아님 저들이 뭔가 이상한 걸 눈치 챈 걸까. 신아는 심호흡을 하며 머리에 꽂혀 저 있는 장신구를 빼 손에 들었다. 한발 두발. 삐그덕 거리는 나무 소리와 더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에 이내 장신구를 쥔 손을 위로 올려 남자를 덥칠려고 하던 그때, 뒤에서 누군가 신아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서희석: 왜 아직 여기 계세요!! 여긴 위험합니다. 어서 나가세요!

 고연진: 아 아들 녀석이 안보여서요. 분명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서희석: 아드님이요? 저희가 찾아 볼 테니 일단 얼른 나가세요.

 연진을 덥칠려고 했던 신아가 되려 다른 남자에게 덥쳐짐과 동시에 희석이 연질을 불러 세웠다. 희석의 불음에 억지로 끌려 나가는 연진은 어둡고 조용한 지하 복도를 한 번 훑어 보고는 1층으로 다시 올라갔다. 한편, 복도 끝자락에 있는 벽 모퉁이에는 한 손으로 장신구를 들고 있는 신아의 손목을 붙들고 다른 쪽 손으로는 신아의 입을 막고 있는 한 남자. 어딘가 익숙한 듯한 이 상황에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신아임 에도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연진과 희석이 계단을 올라갈 때까지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그 순간, 전등이 한두 번 깜빡깜빡하더니 해월관 전체에 비상 전등이 들어왔다. 어둔운 곳에 있다가 갑지기 불이 밝아지자 눈이 부셔서 손으로 앞을 가리는 신아. 눈이 빛에 익숙해지자 앞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신아는 가린 손을 천천히 내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너무 놀라 한동안 숨 쉬는 것도 까먹고 서로의 눈을 응시하다 이내 얼굴을 붉히는 두 사람. 하람이였다. 한 번쯤은 다시 만나 보고 싶다고 기다리고 바랬던 하람을 다시 만나게 됐다.

 
작가의 말
 

 드디어 만났다아ㅏㅏㅏ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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