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실의 끝맺음
작가 : allzero
작품등록일 : 2022.2.23

1930년, 경성. 나라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하던 그 날의 어디선가 만나 아무도 모르게 붉은 실로 얽힌 이들의 이야기.

 
#9. 동년회의 수장
작성일 : 22-02-26 02:00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282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람이 계단을 내려갈 때 신아는 반대쪽 복도에서 재희 에게 받은 술과 과일이 든 접시를 가지고 걸어오고 있었다. 룸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숨을 깊게 내쉬고 이내 미소를 띄우며 문을 여는 신아. 룸 안으로 들어가자 술자리의 분위기는 한창 무르익고 있었고 사람들은 술에 취해 신아가 들어 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잘된 일이다. 신아는 고관순 에게 만 술을 먹이면 그만이였기에 과도한 관심은 되려 귀찮고 부담스러웠다. 천천히 고관순 옆으로 다가가 빈 술잔에 자신이 가지고 온 술을 따르며 나지막하게 말하는 신아.

 류신아: 杯が空きました。

  -술잔이 비었습니다.

 신아가 따라 준 술을 일말의 의심도 없이 받아 마시는 고관순의 모습에 신아의 미소가 가소롭다는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신아는 일부러 고관순이 술잔을 비울 때마다 멈추지 않고 술을 따라 댔다. 그 결과 신아가 룸에 들어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가져온 술이 바닥이 났고 연진의 말대로 일각 즈음 흐른 후였을까. 무언가 이상하단 걸 깨달은 고관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못 먹을 거라도 집어삼킨 듯 얼굴이 하얗게 질러 있었고 몸에 힘을 주고 있어서인지 뺨에는 땀방울까지 맺혀있었다. 영민이 가져온 소화제가 효과가 좋아서 인지 고관순이 재깍재깍, 반응을 해주 자, 신아는 신나 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류신아: どこが不便ですか?

  -혹시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신아의 모습은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평소 어른스럽고 차분한 신아도 자기 감정에 솔직해지면 가끔 유치해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딱 지금 이런 순간. 속이 너무 안 좋았던 나머지 고관순은 배를 부여잡으며 신아의 물음에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룸 안에 있는 위원장과 관리들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였다.

 고관순: あの…

  -저..

 나직막하게 사람들을 부르는 고관순의 목소리가 이제는 애처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룸에 가득한 술기운과 시끄러운 분위기에 묻혀 아무도 고관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룸을 조용히 나가는 고관순의 뒷모습을 보는 건 신아뿐이였다. 고관순이 룸을 나가자 신아 또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한쪽에서 조용히 그 둘이 나간 문을 응시하는 연진. 정확히 말하면 둘이 아니라 하나 인가.

 한편, 복도에서는 고관순이 나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현이 있었다. 하도 수상하게 계단 쪽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만 내밀고 감시를 하고 있었던 터라 누가 보면 해월관에 숨어든 좀도둑이라고 오해가 들 정도였다. 기다리는 것도 슬슬 지루해질 때 쯤 룸에서 고관순이 헐레벌떡 요란하게 나왔다.

 박중현(독백): 옳거니, 잡았다 요놈.

 중현은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 마냥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더니 거침없이 고관순에게로 다가갔다.

 박중현: 何かお探しのものでもございますか。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어딜 찾는지 뻔히 알면서 태연하게 물어보는 중현의 모습에 왜일까, 아까 룸에서의 신아 모습이 떠올랐다.

 고관순: 그...호...ㅏ...화장실이 어디입니까.......?

 정말 많이 아팠는지 일본어로 물어봤는데도 순간 조선 말로 대답하는 고관순의 모습에 중현은 흠칫 놀랐다.

 박중현: 따라오시죠.

 지금 일본어로 말한들 알아들을 것 같지도 않아서 중현 또한 조선 말로 대답을 해주고는 연진의 지시대로 일군들의 눈을 피해 건물 뒤쪽으로 고관순을 데려갔다.

 박중현: 저쪽 뒷문으로 나가셔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제 몸 하나 간수 하기 힘든 고관순은 중현의 말을 의심할 겨를도 없었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중현이 가리킨 뒷문으로 나가자 순간적으로 뒤에서 해균이 양팔로 고관순의 목을 감싸 뒤틀어 기절 시켰다. 순식간 이였다. 뒤에서 누가 다가온다는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해균은 조직원들 중에서도 가장 몸을 잘 쓰는 힘꾼이였다. 해월관을 운영하면서도, 거사를 준비하면서도 힘쓸 일이 라던가 지금처럼 누군 가를 때려눕힐 일이 있으면 늘 해균이 나서줬다. 깔끔하고 빠르게 사람을 기절 시키는 걸로 따지면 경성 최고일 것이다.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고관순의 몸 소리가 나자 중현이 뒷문 쪽으로 고개를 쭉 뻗었다.

 박중현: (엄지 척)

 서희석: (엄지 척)

 태해균: (엄지 척)

 바닥에 널 부러져 있는 고관순을 보고는 혹시나 누가 들을 세라 차마 말을 하지는 못하고 엄지를 치켜 세우며 서로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세 남자의 모습이다. 앞서 보았던 신아와 영민도 그렇고 이 셋도 그렇고, 함께한 세월이 오래 됐다 지만 죽이 잘 맞아도 너무 잘 맞았다. 희석과 해균은 고관순을 인력거에 태워 최종 목적지인 동양척식주식회사로 갔다. 회사에 남아있는 일군들은 영과 무성이 미리 와 손을 써두었기에 고관순을 어렵지 않게 회사 안으로 들일 수 있었다. 달빛이 들어오는 사무실 안.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가장 높고 가장 많은 권력을 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큰 창문과 고급 져 보이는 나무 소재의 책상이 있었다. 책상 앞에 놓여져 있는 크고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는 고관순이 묶여져 복면을 쓴 채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고관순: 으읍읍!!

 입에 두꺼운 손수건을 물고 있어서 제대로 된 말도 못하고 신음 소리만 내는 고관순 에게 무성이 천천히 다가가 얼굴에 씌워져 있는 복면과 손수건을 빼주었다.

 고관순: 뭐야 너. 해월관 사장 놈이잖아.

 무성의 얼굴을 보며 아까 해월관 앞에서 자신들을 안내해주던 무성의 모습을 떠올리는 고관순.

 허 영: 그 자를 그렇게 알고 있는 거면 잘 못 알고 있는 거야.

 어둠 속에서 천천히 달빛이 비추는 곳으로 나오며 모습을 보이는 영.

 허 영: 네 놈이 떠든 해월관 사장 놈은 나야. 더 자세히는..... 동년회의 수장 허 영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23. 심리전 2022 / 2 / 28 184 0 9100   
21 #21. 마주 본 현실 2022 / 2 / 28 170 0 5697   
20 #20. 차라리 몰랐으면 한 비밀 2022 / 2 / 28 186 0 11034   
19 #19. 위험한 재회 2022 / 2 / 27 168 0 7212   
18 #18. 나를 위해 사는 것 2022 / 2 / 27 174 0 8184   
17 #17. 애정 없는 부류 2022 / 2 / 27 188 0 5102   
16 #16. 엇갈린 시간 2022 / 2 / 27 180 0 5344   
15 #15.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 2022 / 2 / 27 177 0 5335   
14 #14. 싫지 않은 발걸음 2022 / 2 / 27 169 0 4945   
13 #13. 근거 없는 기분 2022 / 2 / 27 187 0 6873   
12 #12.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을 때 2022 / 2 / 27 184 0 7346   
11 #11. 가까워지면 안되는 2022 / 2 / 26 179 0 5593   
10 #10. 또 한 번의 이상한 만남 2022 / 2 / 26 183 0 4479   
9 #9. 동년회의 수장 2022 / 2 / 26 181 0 2828   
8 #8. 희망과 바램 그 사이 2022 / 2 / 26 192 0 5271   
7 #7. 재회의 징조 2022 / 2 / 26 192 0 3235   
6 #6. 숨이 막혀도 2022 / 2 / 25 185 0 3360   
5 #5. 공허한 사막 위를 2022 / 2 / 25 186 0 2729   
4 #4. 또 하나의 작은 진심 2022 / 2 / 24 179 0 3465   
3 #3. 두 번째 만남을 기대하며 2022 / 2 / 24 180 0 3561   
2 #2. 인연의 시작 2022 / 2 / 23 190 0 2948   
1 #1. 이야기의 시작 2022 / 2 / 23 284 0 620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