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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르한 연대기
작가 : 아노락
작품등록일 : 2022.2.13

대자연 '마테르'를 섬기며 그들만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는 율타족.
그러나 거대 제국의 등장으로 부족은 존망의 위기에 휩싸인다.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바르한, 그는 거대한 힘 앞에 어떻게 맞설 것이며 어떤 꿈을 꾸고 이뤄낼 것인가...!

 
11화
작성일 : 22-02-26 01:24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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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아지트이자 연구한 것들을 정리해 기독해둔 서재를 둘러보던 샤트란은 얼마 전부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내가 이 책을 여기에 두었던가?”

 마치 낯선 이가 자신이 집필한 연구물들을 훔쳐보기라도 한 듯 뭔가 어긋난 것만 같았다.

 ‘흐음...그저 기우에 불과한 건가...’

 찝찝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샤트란은 이상한 낌새의 흔적이라도 찾듯이 곳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그 낯선 흔적의 원인을 찾았다.

 “바르한! 내가 항상 읽은 책은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으랬지!”

 책상에 엎드려 자다가 떨어진 불호령에 잠에서 벌떡 깬 바르한.

 그가 엎드렸던 책상에는 그가 베개 삼던 책들이 쌓여 있었고, 어느새 잠결에 흘린 침까지 묻어 있었다.

 “어, 어?”

 당황한 바르한은 황급히 책에 묻은 자신의 침을 닦아냈다.

 그러나 오히려 젖은 책은 힘을 잃었는지 순식간에 찢어져버렸다.

 찌익...!

 “당장 그 찢어진 책 다시 원래대로 만들어 놔! 토시 하나 틀리기만 해봐. 확인할 거야!”

 샤트란의 목소리에는 단단히 화가 박혀 있었다.

 바깥에서는 전사들에게 인정받는 강인한 전사 바르한이지만 지식적인 부분에서는 철처한 스승과 제자 관계인 둘이기에 그는 구차한 변명조차 늘어 놓을 수 없었다.

 그는 너털웃음을 해대며 자신이 처한 지금의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었다.

 범인이 바르한으로 밝혀지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샤트란이 단순한 기우라고 느꼈던 그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자료를 넘보는 이의 진실에 대해 샤트란은 끝내 눈치채지 못했다.

 

 바다 건너 중앙대륙에 위치한 샤이트 제국에서는 한참 정치적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힘이 약한 황제와 황가의 충신들, 그리고 그 반대에 선 해리슨 공작 중심의 귀족파 사이에서 잦은 충돌이 이어졌다.

 “황제 폐하, 최근 들어 피르오비아 제국과 맞닿은 국경지역에서 영토 분쟁이 자주 발생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빨리 제국의 기사들을 충원함으로서 국경지역의 영주들을 지원해주시길 간청드리옵니다.”

 해리슨 공장 중심의 귀족파 인원 한 명이 황제에게 청을 올렸다.

 허나 그것은 무언의 압박과도 같았다.

 황제 빌 샤이트 12세는 귀족파의 노골적인 의도를 눈치 못 챌 리가 없었다.

 ‘내 밑에 둔 기사들을 돌려 외곽으로 보내겠다는 이 소리군.’

 귀족파의 힘을 억누르기 위해 몰래 오래전부터 조금씩이지만 천천히 황제의 기사를 늘리고 있었던 게 결국 귀족파의 눈과 귀에 걸린 것이었다.

 황제의 충신 중 하나가 반대파의 말에 노발대발했다.

 “그대의 말이 진심이오? 폐하의 기사들을 먼 국경지대로 보낸다면 이곳 황실의 안위는 누가 지킨단 말이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오!”

 충성심이 강했던 황제의 신하 중 한 명이 소신있게 귀족파를 향해 소리쳤다.

 허나 귀족파는 힘없는 황제 밑에 있는 이가 외치는 소리 따위에 흔들릴 만큼 연약한 이들이 아니었다.

 “어찌 그리 말하시오? 그대의 말대로라면 그럼 샤이트 제국의 국경지대는 폐하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오?”

 도리어 자신이 내뱉은 말이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그는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그대의 진심어린 직언은 내 잘 들었소. 허나 국경지대로 기사들을 보내게 되면 가장 중요한 우리 샤이트 제국의 수도를 방치하는 꼴이 될 수도 있소. 그러니 물자적인 지원을 통해 국경지대의 영주들과 백성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일시적으로나마 해결이 되지 않겠소?”

 그 때, 기다렸다는 듯이 황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해리슨 공작이 입을 열었다.

 “폐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격식을 차려 황제에게 말하는 해리슨 공작.

 그러나 그의 속내는 참으로 음흉하기 짝이 없었다.

 “국경지대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열쇠가 남대륙에 있습니다.”

 황제는 문득 겁이 났다.

 ‘저 늙은이가 또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구나...’

 속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 공작은 말을 이었다.

 “남대륙의 야만인들을 잡아와 국경지대에 성을 쌓는 인력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기사들을 더 충원할 필요도, 물자적인 지원을 더 보탤 필요도 없습니다.”

 일제히 귀족파의 일원들은 해리슨 공작의 말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군사들 또한 저희들의 사병을 동원함으로서 황실의 안정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황제는 그 꿍꿍이를 알 수가 없으니 경계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허나 황제는 힘을 비축해야 했다.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귀족파의 힘에 황가는 더더욱 빛을 잃었고, 황제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기사들을 멀리 보내게 되면 귀족파가 언제 반란을 일으킬지 모를 정도로 황제와 귀족파의 힘겨루기는 비등했다.

 평행저울 위에서 서로가 가벼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었다.

 결국 그는 한 발자국 물러서 해리슨 공작의 손을 들어줘야만 했다.

 “경의 뜻대로 하시오.”

 황제는 마음 속 깊이 탄식했다.

 ‘하아... 아직은 때가 아니다...’

 모든 것은 철저한 해리슨 공작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 * *

 

 드디어 마테르의 모든 부족의 오름 의식이 시작되는 날을 맞았다.

 어김없이 수많은 타 부족 전사들이 율타의 부락으로 모여 있었다.

 ‘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군.’

 긴장한 탓에 잠을 설친 바르한은 일찍부터 오름 의식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곧 그의 티피 안으로 오도르가 들어왔다.

 “잠을 설쳤나 보구나.”

 오도르의 손에는 검은 색의 물감이 들려 있었다.

 바르한의 첫 오름 의식을 위해 아버지인 오도르는 전사의 문신을 손수 그려주고 싶었다.

 “참으로 많이 컸구나. 어느 새 너와 함께 검은 산기둥을 오르는 날이 오다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군.”

 두 부자는 서로의 얼굴에 전사의 문신을 그려주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했다.

 “아버지의 기록을 뛰어넘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검은 산기둥의 끝에 다다르겠습니다!”

 “네가 그래준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구나.”

 당찬 바르한의 포부에 오도르는 흡족해했다.

 둘이 티피 안에서 함께 의식 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거칠게 티피의 입구 천을 걷어내며 샤트란이 들어왔다.

 “아버지! 바르한! 오늘 의식에 참여하지 마세요!”

 느닷없는 샤트란의 말에 두 사람은 당황했다.

 “사트란, 왜 그러느냐?”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고 벅찬 감정에 거칠어진 호흡은 쉽게 주체하기 어려웠다.

 오도르가 샤트란에게 심호흡을 통해 진정하도록 만들었고 그제야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꿈을 꿨어요... 이전에도 꾸었던 그 악몽을... 아니! 이번에는 더 생생하고 긴 꿈이었어요!”

 오도르는 딸이 말하는 꿈 이야기에 영문을 몰랐지만 바르한은 알고 있었기에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샤트란, 별 일 아닐 거야. 그저 꿈에 불과한 걸.”

 바르한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샤트란을 달랬다.

 그러던 중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했고 전사들은 오름 의식을 위해 검은 산기둥 아래로 모여 들었다.

 “이제 가야겠구나.”

 족장 오도르와 전사 바르한은 의식을 위해 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안됩니다... 안돼요!”

 그녀는 소리쳤지만 둘은 검은 산기둥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어머니인 샤피아가 나타났고 울다 지친 샤트란을 부축했다.

 ‘아아... 이것은 정녕 단순한 꿈에 불과한 것일까. 어째서 나는 도저히 떨쳐낼 수 가 없는 건가...’

 

 오름 의식이 시작됨과 동시에 검은 산기둥을 따라 멀어져 가는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바라보며 샤트란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방금 전 일어난 일로 바르한과 오도르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냥 짚고 넘기기에는 샤트란의 우는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허나 둘은 오름 의식에 집중해야만 했다.

 여기서 다른 생각에 빠져 집중하지 못한다면 찰나의 사고로 이어져 저 밑으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은 강인한 전사였다.

 일련의 기억은 잠시 접어둔 채 현재의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오름 의식은 몇 주간 계속 이어졌다.

 바르한은 지금껏 준비했던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어느새 선두의 자리에서 검은 산기둥을 오르고 있었다.

 젊은 체력과 강력한 검은 맘베리를 앞세워 거침없이 위로 향했다.

 그에 반면, 오름 의식의 최고 권위자인 율타족의 타르 오도르는 자신만의 호흡에 맞춰 꾸준히 위로 향했다.

 3주에 접어들자 둘은 어느새 저 밑 부락에서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올라가게 되었다.

 곧 있으면 바르한은 최고로 높이 오른 아버지의 기록에 가까워졌음을 알았다.

 얼마 남지 않은 곳에 하얗게 분칠이 된 선이 바르한의 눈에 들어왔다.

 그 선은 재작년에 오도르가 세운 기록의 흔적이었다.

  바르한은 주저하지 않고 검은 맘베리를 휘두르며 위로 향했다.

 ‘드디어... 드디어 아버지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그는 놀라운 업적을 또 이루어냈다.

 가히 불가능하다 여길만한 일을 젊은 전사가 또 해낸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몸에서 이상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어... 내 몸이 왜 이러지?’

 너무 조절하지 못한 채 쉼없이 달려온 탓에 그의 누적된 피로가 한순간에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그것은 호흡을 조절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가 아직 미숙하다는 것.

 투지는 좋았으나 첫 오름 의식이다 보니 그는 자신을 조절해야 한다는 경험이 부족했다.

 이대로 위로 오르기엔 그의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결국 그는 아버지의 기록에서 한 뼘 위인 곳에 검은 맘베리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다.

 그의 오름은 여기서 막을 내린 채 다시 밑을 향하게 되었다.

 한 편,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호흡으로 오르던 족장 오도르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오는 바르한과 마주쳤다.

 둘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름 의식이 진행되는 중이었음으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부자는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길을 갔다.

 오도르는 지난 자신의 기록지점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바르한이 남긴 흔적도 보게 되었다.

 바르한은 스스로에게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오름 의식이었지만 그의 나이에 해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의 행보였다.

 그의 아버지 역시 아들이 해낸 것을 보고는 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부족의 미래 앞에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음을 그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시각 제국에서는 거대한 배들이 항구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채 남대륙을 향해 출항했다.

 배가 출발하기 전, 해리슨 공작은 듀공 백작을 자신의 대저택으로 불러들였다.

 “이번에는 가서 실수 없이 일을 해내야 할 게야.”

 공작은 업무용 책상을 한차례 두들기며 백작에게 말했다.

 “예! 저번과 같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바짝 긴장한 채로 듀공 백작은 대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가서 지휘를 하고 싶다만, 저따위 일까지도 모조리 내가 할 수는 없지.’

 전에 있었던 실수를 통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듀공 백작은 긴장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가는 것은 탐험이 아니라 침략을 하러 가는 것이었다.

 그가 타고 갈 배는 이전의 단순한 돛단배가 아닌 군용선이며 거기에는 제국의 신무기를 든 새로운 병과의 병사들이 참전할 예정이었다.

 남대륙의 부족들은 곧 닥쳐올 제국의 침략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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