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내게 거짓말을 해봐
작가 : 둠스피로
작품등록일 : 2022.2.25

모든 사랑은 거짓말을 한다. 정략결혼 하게 된 이 연(28)과 전우재(30). 경제 재벌 4세와 언론 재벌 4세의 결합이었다. 이연의 아버지는 세 번 결혼했으니 혼외자인 전우재와 그럭저럭 격이 맞다. 둘은 따로 애인이 있다. 이연은 2년간 만나온 클럽 사장이 있고, 우재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둘은 애인과의 관계에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있다. 이연과 우재는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만큼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 결혼해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스스로를 욕망의 조각이라 여기는 둘. 절대로 서로를 사랑하지 않으려 했는데.

 
내게 거짓말을 해봐_3
작성일 : 22-02-25 21:54     조회 : 242     추천 : 2     분량 : 506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재는 연의 등에 몸을 붙이고 귓가에서 헐떡였다.

 

 “네 거, 너무 좁아.”

 “아파, 아파….”

 “기분 좋게, 해줄게….”

 

 우재는 삽입된 쪽을 중심으로 연의 엉덩이를 뭉근히 문질렀다. 연의 귓바퀴가 깨물렸다. 짜릿함이 연의 머릿속에서 펑 터졌다. 울컥, 애액이 안쪽에서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걸 동시에 알아챈 건 안쪽 깊은 곳에 닿아 있는 우재였다. 만지면 만지는 대로 자극을 주면 주는 대로 반응하는 연의 몸이 자극적이었다. 우재는 훅훅 거친 숨소리를 연의 귓가에 쏟아놓으며 허리를 세차게 움직였다. 젖은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두 사람의 신음이 섞여 붉게 얼룩진 카펫 위로 쏟아졌다.

 

 밀어치는 쪽에 맞춰 연이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재는 연의 골반을 강하게 쥐고 끌어당겼다. 두 손바닥 안에서 하얀 엉덩이가 물고기처럼 움직였다. 여전히 빌리 할리데이는 사랑과 키스와 바보에 대해 노래했다. 낮게 깔리는 빌리의 목소리, 달빛, 와인, 모두 그것 때문이라고 우재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흔들며 자위했다. 성욕이다. 그냥 꼴렸을 뿐이야. 이 연에게 호감을 느낄 리 없지. 되풀이해서 잇속으로 악물었다. 원해서 한 결혼이 아니다, 결코 원하지 않았으니까. 으응, 아아, 흑, 흑…. 흐느끼는 듯한 연의 신음마저 푹 젖어 있었지만, 아니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상견례 때야 이 연을 똑똑히 봤다. 전우재 보다 두 살 아래라고 했다. 어렸을 때 사교 모임에서 몇 번 스친 적 있었고, 중학교는 같은 사립을 다녔다. 말을 붙인 기억은 없었다. 전우재는 공부도 운동도 잘했고 이 연은 누군가 말만 걸어도 얼굴을 붉힐 정도로 조용한 안경잡이였다. 중학교 졸업 후에 이 연은 인도에 있는 고등학교로, 김우재는 중국에 있는 고등학교로 갔다. 그리고 미국에 갔지만 서로 같은 나라에 있는 줄도 몰랐다. 그 정도론 안다고 할 수 없었다. 딱 그만큼 아는 아버지의 친구들이나 그 자녀들 인맥이야 얼마든지 많았다. 전우재는 자신을 1/N이라 느꼈다. 그에게 이 연 역시 1/N이었다.

 

 

 호텔 레스토랑 VIP 룸에서 중년 부부 두 쌍은 내내 하하 호호했다. 사람이 보는 데선 늘 그러니까. 전우재의 아버지는 언론 재벌 3세, 이 연의 아버지는 기업 재벌 3세. 제 아버지의 할아버지보다 경영 능력이 떨어진다고 평생 오지게 욕 들어 먹은 아들들. 아들들의 아내들은 아침부터 한 시간은 손본 것 같은 헤어를 하고 수프를 떴다. 특히 연의 계모는 더 그랬다. 샤넬 클래식 스타일을 입은 연은 그녀의 어머니가 하는 말에 나지막하게 응수하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우재를 똑바로 보지 않았다. 상견례 내내 우재가 본 건 연의 숙인 이마께 뿐이었다.

 

  우리 애가 이렇게 숫기가 없어요. 연의 계모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 애. 세 번째 부인으로 들어온 지 4년 만에 의붓자식을 우리 애라고 부르는 속내를 우재네 가족 모두 속으로 비웃었다. 그러나 해방 이전부터 100년이나 ‘반도일보’를 찍어내 온 우재의 아버지는 비웃을 처지가 못 됐다. 우재는 그의 세 번째 아들. 본처도 얼굴 본 적 없는 첩의 자식. 반도일보 서자. 인터넷 검색창에 반도일보를 검색하면 바로 ‘전우재 혼외자’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였다. 출생부터 호적에 올렸고 생모는 이민 보냈지만 모두 전우재가 누구에게서 태어났는지 알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버지의 아내는,

 우재를 사랑한 적 없었다.

 

 상견례 내내 전우재의 어머니 이석란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남편이 눈짓을 줘도 미소 한번 떠올리지 않았다. 이석란이 낳은 두 아들보다 더 좋은 혼처가 들어온 게 못마땅한 눈치였다. 남편이 폭력적이라 웬만하면 웃고 앉아 있을 텐데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속이 많이 상한 모양이었다. 우재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예의 바른 젊은이로 자리를 지켰다. 둘의 인생은 지겨운 행사의 연속이었으니까. 익숙했다. 어쨌거나 상견례 아닌가.

 

 스테이크가 나왔을 때 연은 소금을 집으려고 손을 뻗었다. 소금 병은 우재 쪽에 더 가까워서, 우재는 그걸 집어 연 쪽으로 건넸다. 작은 유리병 위에서 집게손가락이 스쳤다. 연은 조금 놀랐고, 그때 눈이 마주쳤고, 금세 연의 뺨에 열이 올랐다. 우재는 연을 보며 생각했다.

 

 거짓말쟁이.

 

 

 

 

 

 

  이것도 거짓말일까. 우재는 잠든 연을 내려다봤다. 신혼여행의 마지막 밤에 연과 섹스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데면데면한 부부로 지내다 아이나 두어 명 만들 거라 여겼다. 아이를 만들기 위해 마지 못해 하는 교합 정도. 그러나 방금 둘이서 한 건 결코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우재는 조심스럽게 시트를 젖히고 침대에서 나왔다. 매트리스가 출렁이는데도 연은 깨지 않았다. 거실에서 후배위로 치렀던 정사가 꽤 격렬하긴 했다. 우재는 스마트폰을 찾아 거실 밖 나무 데크로 나왔다. 밤바다가 데크 바로 아래에 찰랑였다. 우재는 통화목록에서 이름을 찾아 눌렀다. 이구슬. 오랫동안 신호음이 울리고야 저쪽이 전화를 받았다.

 

 [......응.]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잤어?”

 [......응.]

 

 구슬은 심드렁했다.

 

 [전화할 필요 없는데.]

 “내일 한국 가.”

 [.....그래서.]

 “늦게라도 갈게.”

 [그렇게 말하지 마. 기다리는 거 지겨워.]

 “.....미안해.”

 [와이프, 좋아?]

 “.....구슬아.”

 [잤어?]

 

 구슬은 우습다는 투였다. 날이 잔뜩 서 있었다.

 

 “그런 말 하지 말자.”

 [왜. 궁금한데.]

 “그러지 마.”

 [난 그런 거 따질 자격 없어?]

 

 이번 목소리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우재는 새까맣게 출렁이는 바다를 멀리 응시했다.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구슬이 제 표정을 보지 못하는 것에 안도했다. 잠시 침묵하며 우재는 구슬의 숨소리를 들었다.

 

 “아침 비행기야. 열한 시간 걸리고…. 저녁 9시쯤 인천에 내려. 바로 갈게.”

 

 구슬은 대답 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우재는 스마트폰 액정을 내려다보다, 까맣게 다 꺼지고 나서야 고개를 돌렸다. 거짓말쟁이. 연에게 던졌던 비난이 자신에게 돌아왔다. 구슬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거짓말쟁이,

 전우재.

 

 

 

 

 

 갑작스럽게 잠에서 깼다. 이안은 눈도 뜨지 못한 채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우응, 옆자리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건조한 눈 안쪽이 따가웠다. 두통이 있었다. 어젠 너무 많이 마셨다. 바카디 한 병을 다 비웠으니. 속옷 한 장 걸치지 않은 비인이 곁에 잠들어 있었다. 비인에게 언제 전화를 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땐 술을 들이붓고 함께 잘 아무에게나 전화를 거는 습관이 있었으니, 아마 새벽 3시쯤 그랬을 것이다. 이안은 한숨을 쉬며 침대에서 나왔다. 한참 해가 쨍쨍한 오후였다. 연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신혼여행이 끝났다.

 

  이안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주방으로 와 타이레놀 두 알을 털어 넣었다. 배가 고팠지만 입맛이 없었다. 연에게선 연락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고, 스마트폰은 어디에 뒀는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동안 알코올로 분절된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사샤 클럽 사장실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취했다. 대리기사를 불러 혼자 사는 오피스텔로 오는 동안 비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잤어? 잔뜩 취한 목소리로 물었다. 보자. 무성의하게 제안했는데 비인이 왔다. 보자마자 벗기고 안았다. 섹스하는 내내 연이 떠올랐다. 비인에게 삽입한 채 바카디를 마저 마시고 비인의 입술 안으로도 흘려 넣었다. 둘 다 취해서 엉망진창으로 몸을 섞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커피를 두 잔 만들었다. 비인이 잠든 침대로 가 사이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비인이 스르르 눈을 떴다.

 

 “부른다고 와?”

 “…너, 울었어.”

 

 비인은 숙취 때문에 부은 눈으로 킥킥거렸다.

 

 “거짓말하지 마.”

 “진짜야. 울었어. 집에 오라고.”

 

 이안은 이마를 꾹꾹 눌렀다. 미쳤네, 정이안. 쪽팔리게. 비인은 침대 헤드에 기대 커피를 마셨다.

 

 “네가 내린 커피가 젤 맛있어.”

 “내가 뭐라고 이래?”

 “네가 뭐라고 이러는 건 아냐.”

 “그럼.”

 “연이한테 주기 싫어서.”

 

 비인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생긋 웃었다. 이안은 머리를 흔들었다.

 

 “언제까지 그럴 거야. 연이가 그렇게 싫어?”

 “연이보다 내가 먼저 너 만났어. 걔가 훔친 거지.”

 “나 호스트 바에 있었고 너 손님이었어. 우리 사귄 거 아니잖아.”

 “그랬지.”

 “근데.”

 “설명해야 해?”

 

 이안은 걸터앉았던 침대에서 일어나 여기저기에 흩어진 비인의 옷가지를 정리했다. 억지로라도 배를 채우고 클럽에 나가 봐야 했다. 비인과 함께 밥까지 먹기는 싫었다. 잘 달래 내보내고 싶었다. 언제나 탐욕스러운 사람. 예전부터 그랬다. 돈 씀씀이가 괜찮았지만 룸에서 진상이었다. 제 또래의 남자애들을 불러놓고 온갖 더러운 것들을 다 시키며 깔깔 웃어댔다. 사람을 조종하고 싶어했다, 비인은. 먹으면 탈 날 것 같다고 다른 호스트들이 그랬다. 비인이 화대를 치르면 몇 번 정도야 침대로 갔지만 공사를 칠 순 없었다. 어려도 무서운 사람이었다.

 

 

 

  스무 살에 강남 호스트 바에 들어온 이안은 비인 같은 진상들을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비인이 바에 오면 대부분 이안이 처리하러 들어갔다. 비인이 아무리 신경을 긁고 더러운 걸 시켜도 적당히 들어주고 적당히 거부했다. 나이가 같다는 걸 알고, 비인이 그 호스트바의 블랙 리스트에 오르고 나서야 친구가 되었다. 친구라기엔 많은 밤을 보냈고, 친구가 아니라고 하기엔 서로 많이 알았다. 이안의 꿈은 댄스 클럽을 하나 가지는 거였다. 비인은 있는 집 자식이었지만 그 정도를 쉽게 이뤄 줄 수 있는 집은 아니었다. 20살 때부터 28살 때까지, 둘은 간간이 만나 섹스를 했다.

 

  25살에 이안은 환갑이 넘은 사채업자 사모님을 만나 꿈을 이뤘다. 현금 유통의 여왕은 남편에게 들킬 위기를 맞기 직전에 괜찮은 클럽을 하나 사주고 울며불며 매달리는 정이안을 떼어냈다. 남편에게 애매한 사진을 보낸 것부터 눈물을 줄줄 흘려가며 애원한 것까지, 정이안의 멋진 계획이 들어맞았다.

 

 그리고 26살에 이 연을 만났다.

 비인과 함께 클럽 사샤에 왔다. 비인의 친구였다.

 

 “이안이는 내 거였는데 - ”

 

 비인은 유행하는 노래에 가사를 바꿔 흥얼거리며 욕실로 갔다. 비인은 예뻤다. 고양이처럼 앙칼진 큰 눈이 매력적이었다. 욕실로 걸어가는 그녀의 벗은 뒷모습. 굵게 웨이브 진 갈색 머리카락이 날개뼈 부근에서 찰랑거렸다. 연의 뒷모습과 겹쳐졌다. 마르고 하얀 몸. 창백한 뺨, 가스느름한 눈매. 비인의 옆에서 코를 찡그리며 웃는 걸 봤을 때 알았다. 아, 어쩌면, 어쩌면 나는.

 

 이걸 놓기 싫어서 망가지겠구나.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내게 거짓말을 해봐_20 2022 / 2 / 28 69 0 5423   
19 내게 거짓말을 해봐_19 2022 / 2 / 28 56 0 5191   
18 내게 거짓말을 해봐_18 2022 / 2 / 27 64 2 5035   
17 내게 거짓말을 해봐_17 2022 / 2 / 27 55 1 5014   
16 내게 거짓말을 해봐_16 2022 / 2 / 25 72 2 5014   
15 내게 거짓말을 해봐_15 2022 / 2 / 25 60 3 5173   
14 내게 거짓말을 해봐_14 2022 / 2 / 25 63 2 5832   
13 내게 거짓말을 해봐_13 2022 / 2 / 25 65 2 5003   
12 내게 거짓말을 해봐_12 2022 / 2 / 25 68 2 5135   
11 내게 거짓말을 해봐_11 2022 / 2 / 25 63 2 5298   
10 내게 거짓말을 해봐_10 2022 / 2 / 25 65 2 4811   
9 내게 거짓말을 해봐_9 2022 / 2 / 25 60 2 5185   
8 내게 거짓말을 해봐_8 2022 / 2 / 25 67 2 5932   
7 내게 거짓말을 해봐_7 2022 / 2 / 25 68 2 5513   
6 내게 거짓말을 해봐_6 2022 / 2 / 25 67 2 5232   
5 내게 거짓말을 해봐_5 2022 / 2 / 25 73 2 5183   
4 내게 거짓말을 해봐_4 2022 / 2 / 25 76 2 5167   
3 내게 거짓말을 해봐_3 2022 / 2 / 25 243 2 5065   
2 내게 거짓말을 해봐_2 2022 / 2 / 25 262 3 5072   
1 내게 거짓말을 해봐_1 2022 / 2 / 25 395 4 561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