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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20 화
작성일 : 22-02-25 14:53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5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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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

 

 [하이포피시스. 비밀의 방]

 

 라마는 두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 참, 제 소개를 한다는 것이 늦었군요. 저는 하이포피시스 사에서 근무하는 제이라고 합니다."

 "하이포피시스라… 역시 그렇군. 맞아, 내가 당신네 회사를 조사하려던 참이었어. 이제야 생각나는군."

 그는 이제 막 정신이 돌아온 참이었다.

 훗, 제이가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어쩌자고 여기까지 오게 되신 겁니까? 윗선에서도 수색 영장을 발급해 줄 의사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충분히 눈치 챘을 거라 믿었는데."

 "애초에 영장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어."

 "그럼, 당신이 원하는 게 뭡니까?"

 "그 전에 당신, 누가 보내서 온 거지?"

 "누가 보내다니요? 저는 처음부터 서장님을 쭉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제 일이니까요."

 "아니,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나 같은 공무원도 감시하나?"

 "네, 그렇습니다. 하이포피시스 사에서 제가 하는 일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그레이마타 전역에서 위험 인물로 분류된 자들의 모든 정보를 입수하고 다루는 일을 합니다. 그들의 일, 건강 상태, 가정 생활, 취미, 성적 취향, 심지어 휴일에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 까지도."

 "아, 그렇다면 코드 레드로 분류된 자들을 관리한다는 말이군. 나도 코드 레드에 속한 거고."

 "그렇다고 해 두죠."

 "한스 박사와 요노는 왜 죽인 거야?"

 "아, 그 두 분…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박사는 회사의 지침을 잘 따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정보를 바깥세상에 알리려고 했고요. 어떤 조직에나 그런 이단아들은 꼭 있기 마련이죠. 박사를 따르려는 무리들이 있다는 걸 알았죠. 본보기가 필요했습니다. 회사를 배신하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

 "그 정보라는 게 정확히 뭔가?"

 "서장님이 용역 업체 직원을 가장해 실험실에서 보았던 것들, 그리고 아직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죠."

 제이가 피식 웃었다. 사열의 시간을 주는 것처럼 잠시 뜸을 두고 다시 이어갔다.

 "서장님은 인류의 마지막 남은 소망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란 대답을 원하는가?"

 "맞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잘, 사는 것. 우리 하이포피시스 사의 목표가 바로 그것입니다. 건강하게 늙지 않고 사는 것. 그동안 이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적 한계 그리고 효율성의 한계. 이 두 가지가 가장 문제였지요. 우리에게는 충분한 연구진과 장비가 있지만 개발한 약이 임상적으로 유용하게 작용하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동물 실험 결과를 특정 실험 군에 적용하고, 거기서 유용한 결과를 다시 일반 실험 군들에게 적용해 시중에 시판되기까지는 수년에서 수십 년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지금까지 하이포피시스에서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고객의 니즈(needs)를 따라 잡기에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VIP들은 나이를 먹어 가는데 그들이 죽고 난 뒤에 필요한 약을 만들어 놓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의 연구는 불필요한, 소모적인 시간을 수백 배, 아니 수천 배 앞당길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시죠. 신약을 통해 원하는 만큼 생명을 연장하고 아름다운 상태로 살 수 있다면 인간으로 그보다 더 행복한 삶이 있을까요? 사실 우리 하이포피시스 사는 이미 트랜스 휴면 상태의 인간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아마, 서장님도 보셨을 겁니다. 루퍼스라고…"

 "루퍼스가 당신네 작품이라고?"

 라마는 배양기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실험체들이 떠올랐다.

 "루퍼스는 뭐랄까, 아쉬운 케이스였습니다."

 "어떻게?"

 "현자가 그 애 실력을 아꼈거든요. 잘만 되면 수준급 실력을 갖춘 인간으로 살 수 있었는데. 서장님도 그 아이 그림 보셨죠?"

 라마의 뇌리에 불과 15초 만에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르던 루퍼스의 모습과 알 수 없는 그림들로 도배 되어 있던 그의 방이 떠올랐다.

 "당신들은 미친 게 틀림없어."

 "그렇다 해도 우리 하이포피시스 사가 부단히 노력한 결과 그동안 수많은 희귀병과 난치병 환자들을 살려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진즉에 죽었을 목숨들이었습니다."

 "내 귀엔 변명처럼 들리는 군."

 "조직의 규범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여지가 높습니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문명은 원시적인 개인들의 사투에서 벗어나 대규모 사회 집단을 동력으로 발전해 왔고, 잠시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불안정한 시대를 맞이했다가, 다시 공동의 삶과 개인 의식을 동질화시키는 국면에 이르렀습니다. 집단보육원의 설립 이념도 우리 하이포피시스 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래의 행성에서 필요로 하는 인간들은 도시를 이롭게 만드는 자들이어야 합니다. 우리 하이포피시스도 그 점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과 사회에 우호적인 신인류를 만드는데 이바지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레이마타 행정에 몸담고 계신 많은 분들이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였고, 집단보육원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허가해 주신 겁니다."

 "그 말은 하이포피시스가 계속해서 보육원 아이들을 시험 대상으로 쓰겠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그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제약은 우리 일이니까요."

 라마는 어떻게 이곳을 빠져 나가갈 수 있을 지 막막했다. 그가 한 박자 쉬고 물었다.

 "원장은? 그 여자는 예방 의학의 선구자면서 당신네들 지침과도 잘 맞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제이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예방 의학은 처음부터 우리 하이포피시스 사에서 설계하고 추진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보육원장은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했고요. 그 여자는 드러나는 명성을 원했고 우리는 거기에 보조를 맞춰 준 것 뿐입니다."

 "보육원 아이들을 약물 실험 대상으로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풋. 하하하!"

 제이가 크게 웃었다. 라마는 그가 박장대소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웃기려고 한 말은 없었다.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계시군요. 사용 허가를 부탁한 한 쪽은 우리 하이포피시스가 아니라 집단 보육원이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시에서 요청한 일입니다. 보육원 땅과 건축물은 모두 하이포피시스 소유입니다. 그리고 원장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그 여자도 처음에는 우리 회사 직원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입사 동기인 한스 박사가 연구 실적 면에서 훨씬 뛰어나 회사에서 그를 높이 평가하자 원장은 이걸 참지 못하고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집단보육원 원장 자리에 지원해 운 좋게 뽑힌 것이지요. 사실 그 당시 우리는 이미 그레이마타 시로부터 집단보육원 설립을 위한 사용 허가를 요청 받은 상태였습니다. 뭐, 우리야 시를 위한 일이라면 언제든지 도울 의지가 있으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그리고 얼마 후 원장이 하이포피시스에 제안을 해왔습니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신약을 적용해 보고 싶다고요,"

 "아이들을 제 야망을 실현할 발판으로 삼았군."

 "그렇습니다. 하이포피시스는 일단 원장에게 맡겨 보기로 했습니다. 약을 먹고 아이들이 잘 만 크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순종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으니까요. 모든 것은 원장이 책임지기로 하고 저희는 자체 조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명된 약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한스 박사는 반발했고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잦았다고 들었는데"

 "뭐. 어찌되었든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원장은 하이포피시스에서 큰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럼. 루퍼스에게 먹여서는 안 되는 약을 먹여 원장을 죽게 만든 것이 자네들 짓이 아니란 말인가?"

 "나머지 3명을 죽인 것은 맞지만 원장과 여직원의 죽음은 우리와 무관한 일입니다. 사실 저희도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제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마가 번뜩 떠올라 물었다.

 "자, 잠깐, 왜 3명이지? 한스 박사, 요노 말고 또 누가 더 있나? 설마, 루퍼스?"

 "아, 아직 모르셨구나? 루퍼스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형사요. 서장님 부하 형사 분도 몇 시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사인은 심장마비고요."

 라마는 너무나 큰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혁이…, 그럴 리가… 아, 안 돼."

 "서장님은 더 살아서 우리 하이포피시스에 우호적인 행정을 펼쳐 주시면 됩니다. 그 말씀 드리려고 이리로 모신 거고요. 서장님이 이 방에서 나가실 때는 전혀 다른 마인드로 리셋 되실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라마가 제이의 등에다 소리쳤다.

 "너희들은 미치광이 살인마들이야!"

 "이제 몇 시간 후면 그 말도 사라지게 될 겁니다."

 "잠깐. 좋아,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한 가지 더 알고 죽자."

 제이가 시계를 힐끗 보고 조금 짜증난다는 듯 물었다.

 "뭡니까?"

 "이 모든 사실들을 위에서도 알고 있나? 네 명의 의원들 그리고 현자도"

 "음. 의원들…. 매일 아침 셀 룸으로 모여드는 의원들이 무엇보다 바라는 것이 바로 행성의 평화고 그레이마타의 안전입니다. 그리고 의원들을 그렇게 세뇌시킨 게 바로 현자입니다. 돼지를 사육하듯 먹이면서 말이죠."

 대답하는 제이의 얼굴에 비웃음이 얼비쳤다.

 "그럼 저도 하나 묻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파고든 겁니까? 조용히 있다 퇴직하면 좋았잖아요. 멋진 노후를 즐기며 살 수도 있고."

 "그게… 인간이야. 알다가도 모르는 존재."

 제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유감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돌아섰다. 잠시 후 하얀 가운을 입은 직원이 들어왔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라마의 바이탈 수치를 확인하더니 키트 박스에 담긴 주사기에 약물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사기를 들고 침대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서장님."

 이런 상황에서 인사를 건네다니. 라마가 직원을 쳐다보았다. 마스크를 쓴 그와 눈이 마주쳤다.

 "제 말 똑똑히 들으세요."

 직원이 마스크를 쓴 채 속삭였다.

 “이 방을 빠져 나가게 되면 복도를 따라 가다가 오른 쪽 첫 번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5층으로 가세요. 그 곳에 도착하면 무조건 왼쪽으로 달려가십시오."

 "그게 무슨…"

 "시간이 없습니다. 자 이 주사를 빼앗는 척하며 제 몸을 찔러요. 어서!"

 직원이 주사를 놓으려고 서장의 한 쪽 팔을 묶은 결박을 제거했다. 라마는 이 자가 시키는 대로 그의 어깨를 주삿바늘을 찔렀다. 그런 다음 나머지 결박을 마저 풀고 방을 뛰쳐나갔다. 우선은 달아나고 볼 일 이었다. 방금 전 직원의 정체가 무엇이고 왜 자신을 구하려고 했는지 알아보는 것은 나중 일이었다. 라마는 정신병동을 탈출하는 사이코패스처럼 하얀 복도를 쉼 없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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