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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19 화
작성일 : 22-02-25 14:32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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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튼과 현자

 

 [현자의 거처]

 

 현자의 아바타가 말했다.

 "자네를 위해 준비한 게 있어."

 그가 검은 머리카락에 빨려들 것 같은 짙은 눈동자를 가진 한 여인의 사진 수천 장을 허공에 띄웠다. 로튼은 너무 놀라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사진 속에는 그의 친어머니가 아기였을 때부터 인생의 절정을 누리던 시절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삐딱하게 앉아 고뇌에 찬 모습으로 유화지와 대면하고 있는 저 아름다운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란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어머니가 가장 행복했을 시절은 빠져있었다. 결혼 사진, 그러니까 연인과 보낸 다정한 시절이라던가, 또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고 행복해하는 모습은 없었다.

 "내 어머니 이름이 뭐였지?"

 로튼이 열에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수키"

 수키, 수키…. 그가 달콤한 사탕을 혀에 녹이듯 그 이름을 되뇌었다.

 "당신은 내 어머니를 어떻게 알고 있지?"

 "친구였어."

 현자의 아바타가 갑자기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러자 사위는 색다른 풍경으로 바뀌었다. 학교 강의실 같았다. 학생들이 띄엄띄엄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해부학 강의. 교수가 실제 사람의 뇌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자 학생들이 자리에서 나왔다.

 

 교수 왈,

 "이건 뇌를 세지탈 플레인으로 본 단면이다. 여기 보면 상층부에 대뇌피질 보이지? 겉으로 갈수록 운동과 감각기능을 주관하는 영역이 분포해 있고 안쪽은 주로 생명징후, 자율신경과 관련있는 기관이 속해 있다…"

 

 로튼은 학생들 중에서 어머니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단연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머니 바로 옆에서 익숙한 얼굴도 보였다. 칼시토였다. 젊은 시절의 칼시토를 보게 되다니…. 로튼은 놀라워하며 칼시토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20대의 칼시토는 핸섬했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는 수업을 주의 깊게 경청했고 틈틈이 노트에 기록했다. 칼시토는 모범적인 학생 같았다. 로튼은 어머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깜짝 놀랐다. 동경과 갈망이 혼재한 눈빛으로 칼시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젊은 시절 그의 어머니는 칼시토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두 사람의 뒤에 현자로 보이는 남자가 보였다. 그의 시선은 넌지시 수키를 향하고 있었는데 수키의 눈빛이 칼로스를 향하자 묘한 질투심과 경쟁심이 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저 당시 당신 어머니와 나, 칼시토는 같은 대학에 다녔어. 수키는 미술, 칼시토는 의학, 난 약학 전공이었지. 우리는 해부학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만났어."

 

 교수 왈.

 "다음 시간까지 뇌 12신경이 통과하는 길을 정확히 찾아 그려서 제출하도록. 조별 과제고 선착순이니까 서둘러야 할 거야.(학생들의 한숨 소리) 이상."

 

 "다음은 뭐 말 안 해도 알겠지."

 "뭘?"

 "아름다운 젊은 청춘 셋이 모였어. 그 다음은 뻔하잖아. 우정이냐, 사랑이냐… 블라블라."

 로튼은 현자의 아바타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 어머니가 결혼했었나?"

 "내가 알기론 아냐."

 "그럼 내가 어떻게 태어났지?"

 "내가 아는 건 어느 날 네 어머니와 칼시토가 사라졌다는 거야. 난 네 어머니가 임신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 설혹 알았더라도…"

 꼭 변명하는 것처럼 들렸다.

 "…"

 "…힘들었을 거야."

 "뭐가 말이야?"

 "네 어머닌 약물 중독자였어. 예술을 위해 몸을 함부로 혹사시켰어. 얼마 못 가서 죽을 상태였다고."

 현자의 아바타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어머니에게 약을 줬군."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어. 당시 난 수키를… 사랑했어. 중독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약을 구해줬어."

 "내 아버진 누구지?"

 현자의 아바타는 말이 없었다.

 "당신인가?"

 현자의 아바타가 팔소매를 걷어 손목을 내밀었다. 손목 자리에 로튼과 같은 번개 모양의 흉터가 있었다. 로튼은 숨이 턱 막혔다. 죽도록 죽이고 싶은 자가 실은 내 아버지였다니. 제 삶을 지탱해왔던 믿음이 한순간에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칼시토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그러고보면 칼시토는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 감추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칼시토는 로튼의 어머니와 그를 진심으로 돌봐주었다.

 "나한테 아버지로서 책임을 묻고 싶은가?"

 현자의 아바타가 물었다.

 "…"

 "원한다면 그레이마타에 집과 직장을 주지. 평생 남부럽지않게 살 수 있을 거야."

 "어째서 어머니를 끝까지 돌봐주지 않았던 거지?"

 "네 어머닌 한 번도 날 사랑한 적 없었으니까. 뱃속에 내 핏줄을 갖던 순간에도."

 현자의 아바타가 말했다. 몹시 분하고 화가 난다는 투로.

 로튼이 부르르 몸을 떨다 주먹으로 창을 내리쳤다. 와장창 창이 깨어지면서 유리 조각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간 환한 조명이 밝혀졌다. 현자의 아바타가 사라졌다. 적색 경고들이 요란하게 울렸다. 문 저쪽에서 쾅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로튼은 제 머리에 붙은 장치들을 거칠게 떼어내고 셔츠 조각을 찢어 손에 돌돌 감았다. 큼직한 유리조각을 손에 쥐고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

 

 

 화이트마타 주민들

 

 [자이러스 마을]

 

 마을이 화염에 휩싸였다. 거대한 장갑차들이 집, 학교, 공공 건물, 광장 주변에 마구 총질을 퍼붓고 있었다. 그레이마타 수비대원들은 건물로 들어가 곳곳을 수색하고 다녔고, 하늘에서는 드론 정찰기들이 개미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칼시토와 주민들은 폐공장 2층에 숨어 자이러스 마을이 쑥대밭으로 변해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것들이 아예 씨를 말릴 작정인가 보네요."

 칼시토 반대편에 서 있던 레오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의 손에는 쌍둥이들에게 주었던 것과 같은 화살이 들려 있었다. 그들이 숨어있는 건물 앞에 무장 수비대가 도착했다. 칼시토가 주민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조만간 여기로 들이닥칠 거야."

 누군가 미련이 담긴 목소리가 물었다.

 "지원군은 무리겠죠?"

 칼시토가 그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제때 도착하긴 힘들 것 같네."

 일말의 기대감마저 무너졌다. 주민들 사이로 겁에 질린 뜨거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잘됐습니다. 어차피 희생자만 늘게 뻔한대요."

 "맞습니다. 우리끼리… 가죠."

 모래 바람 같은 헛헛한 웃음이 지나갔다.

 그때 저 아래에서 군화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수비대들이 건물 안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드디어…"

 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레오 아버지가 칼시토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칼시토. 저승에서 봅시다."

 그리고 재빨리 계단 입구로 가 팽팽하게 활을 당기고 섰다. 누구든 가까이 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무기를 들고 일어섰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수비대원이 레오의 아버지가 쏜 활에 이마를 맞고 쓰러졌다. 그러자 어디선가 수류탄들이 날아왔다. 뿌연 연기가 시야를 가렸고 그 틈을 타 그레이마타 수비대원들이 2층으로 진입했다.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들었다. 자이러스 마을 주민들은 우후죽순 쓰러져나갔다. 첨단 장비로 무장한 수비대 앞에 자이러스 마을 주민들은 폭풍 앞의 촛불 신세나 다름없었다. 비명 소리가 들렸고 어떤 이는 어린 자식의 이름을 부르며 쓰러졌다. 칼시토도 연기 속에서 날아온 총알에 어깨를 맞고 쓰러졌다.

 

 자이러스 마을 여기저기서 폭발소리가 들렸다. 수비대원들은 그게 어디서 나는 지 몰랐다. 그러다 장갑차 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문이 열리고 안에 있던 운전수가 탈출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지?'

 수비대원들이 장갑차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 또다시 펑 하는 폭탄음이 들렸고 그들의 몸뚱아리가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폭탄범은 쥐들이었다. 가미카제 특공대처럼 조그만 등에 폭탄을 매고 적진으로 달려가 장렬히 전사했다. 사방에서 한꺼번에 몰려든 쥐들을 보고 그레이마타 수비대원들은 질겁했다. 조그만 생명체를 향해 마구 개머리판을 휘두르더니 급기야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쥐들은 재빨랐고 자신들을 공격하는 대원들의 몸을 타고 올라 그들의 눈앞에서 축축한 코를 킁킁거렸다. 헥터와 독수리들은 커다란 자루에 담아온 쥐들을 곳곳에 풀어놓아 적들을 혼란에 빠뜨린 사이 턱수염과 안경잡이는 마을의 양 끝에서 포위하듯 조금씩 전진해 나갔다.

 그로스의 친구들이 만들어 놓은 아수라장에 덕에 화이트마트 연합군은 손쉽게 게릴라 전을 펼칠 수 있었다. 각기 다른 곳에서 동시에 급습을 감행했고 재빠른 움직임과 급소를 노린 치명적인 싸움 기술로 단숨에 적들을 제압했다.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폭발물을 맨 쥐떼들의 등장은 그레이마타 수비대들을 경악하게 만들었고, 역겨운 생명체가 퍼뜨릴 바이러스에 기겁해 달아나는 자들도 속출했다.

 자이러스 주민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동지들의 의해 구조되었다. 칼시토도 마찬가지였다.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살아있어! 칼시토… 칼시토가 살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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