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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엠 멸치 히어로
작가 : binit
작품등록일 : 2022.2.25

아무리 닭가슴살을 구겨 넣어도, 쇠질을 해도 근육이 영 크질 않는 복군. 트레이너를 꿈꾸는 복군이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바닥을 쓸고 닦을 마대 자루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상한 알림창 하나를 보게 되는데.

"소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히어로님."

그 이후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 2호선의 괴물은 뭐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 캡틴.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뭐라고요? 캡틴?

 
20화 웰컴 투 헤븐
작성일 : 22-02-25 12:02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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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에 캡틴이라.

 

 그 두 글자가 주는 환상은 대단한 것이었다. 용기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철석같이 복군을 믿었다. 합정역 사건에서부터 복군을 주시하고 있던 그였다. 특히나 이 괴물이 대낮에 떼로 몰려 다니는 세상에서 히어로와 캡틴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캡틴에 대한 믿음이 단시간에 솟아버렸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어.'

 

 용기는 생각했다. 이 세상엔 머리와 상식으론 이해 못할 일들이 이렇게나 많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 문제가 이렇게 많다!

 

 "쩌----억"

 

 그 때 유리문이 소리를 내면서 갈라졌다.

 

 "아, 아....안 돼."

 

 하지만 복군은 두려움에 뒷걸음질쳤다. 용기의 믿음에 보답할 수 없었다. 자신에겐 힘이 없었다. 그 어떤 힘도 지금은 쓸 수 없다. 복군은 절망적이었다. 차라리 자기 혼자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뒤에 있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 그 공포의 무게에 사람들이 곧 기절할 듯 창백해졌다.

 

 "저, 저게 뭐야...!!"

 "어, 엄마!!!"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는 사람들의 절규. 그 절규가 복군의 귀에 가득했다 .

 

 "캡틴...!!"

 

 제기랄, 캡틴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나, 나 못해요."

 

 복군이 중얼거렸다.

 

 "네???"

 

 용기가 커다란 눈으로 되물었다.

 

 "나 못 한다고요. 나는...나는..."

 

 복군은 힘이 봉인된 걸 깨닫게 된 날을 떠올렸다.

 

 "이거 하나 못드는 게 무슨 트레이너를 하겠다고."

 

 이 순간, 복군에게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 떠올랐다. 그건 그에게 PT를 받겠다고 아침부터 달려왔던 회원이 한 말이었다. 사람들은 손가락질했다. 힘을 잃은 복군은 세상에서 사기꾼이 됐다. 혹자는 복군을 두고 장사를 위해 일을 꾸며낸 파렴치한이라고도 했다. 어쩌면 사람들의 말이 맞다.

 

 '난 그 무엇도 된 적이 없다.'

 

 트레이너도, 히어로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캡틴!!!"

 

 용기가 복군을 흔들었다.

 

 "정신 좀 차려요, 예??"

 

 용기의 목소리가 애절했다.

 

 "꺄악!!!!!"

 

 사람들의 비명이 거세졌다.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면서 괴인들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순식간에 괴인들이 편의점을 휘저었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도망을 쳤다. 복군의 눈에 그 광경이 들어왔다.

 

 '지옥이 있다면 이럴걸까. 천벌을 받는다면 이런 모습일까.'

 

 용기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도망을 가지 않고 복군에게 매달렸다.

 

 "제발요!!!! 선생님!!!!!"

 

 이번엔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용기.

 

 "늘 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저한테. 전 선생님 덕분에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요!!"

 

 그가 복군을 쥐고 흔들었다. 제발 뭐라도 하라는 간절함이 담겼다.

 

 "할 수 있다!!!! 그 말, 매일 저한테 해주신 말이었잖아요!!!"

 "뭐...요? 내가요?"

 

 복군의 텅빈 눈이 용기를 향했다.

 

 *

 

 "회원님, 쫌만 더!"

 

 복군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리는 스쿼트 랙. 차례를 기다리는 수많은 근육맨들이 용기와 복군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이 보기엔 기가찰 만한 광경이었다. 용기는 겨우 빈 봉 하나를 메고 스쿼트 자세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끄윽- 너무 무거워요."

 

 용기가 두눈을 질끈 감았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포, 포기할래요. 그만할래요."

 

 어서 이 봉을 받아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늘지 않는 힘과 근육. 용기는 절망스러웠다.

 

 '왜 내 인생은 아무리 해도 뭐든 되질 않을까. 뭐든 늘지 않을까.'

 

 "이것 좀 받아주세요. 제발요."

 

 어서 이 빈 봉을 내던지고 싶었다. 너무 무거운 인생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회원님!"

 

 복군이 그를 불렀다. 눈물이 찔끔 맺힌 채 용기가 복군을 바라봤다. 복군은 아주 결연한 눈빛이었다.

 

 "됩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 복군은 그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다. 그의 절망감의 깊이도 알았다. 그건 자신의 것과 다르지 않을테니까. 그래서 복군은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복군이 용기의 뒤에서 살짝의 힘으로 봉을 받쳤다.

 

 "같이 하면 됩니다."

 

 그가 싱긋 웃었다. 마치 역도 선수가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순간처럼. 용기는 빈 봉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왠지 모를 울컥함이 느껴졌다. 대퇴부와 허벅지에 느껴지는 자극이 그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다.

 

 "봐요, 되죠?"

 

 복군은 용기에게 웃어 보였다. 용기가 운동에 처음으로 재미를 느낀 날이었다.

 

 *

 

 "늘 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이번엔 용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요?"

 

 복군의 물음에 용기가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복군을 바라보는 용기의 눈이 반짝였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고요?"

 

 복군 자신도 모르는 제 모습이었다. 늘 좌절하고 끙끙대기만 하던 게 자신의 모습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꺄악!!!! 살려줘요!!!!!!!"

 

 순간적으로 거리의 괴인들이 더 많이 편의점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으아아앙---"

 

 그리고 어디선가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에 복군이 고개를 들었다.

 

 '민준이?'

 

 한 아이의 절망스런 울음이 괴롭도록 복군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

 

 본관으로부터 500미터 떨어진 관저. 그리고 관저로부터 인왕산 쪽으로 700미터 쯤 더욱 깊숙이 위치한 곳에 효린이 소장으로 있는 미래과학 연구소가 있었다. 두꺼운 철벽으로 이뤄진 연구소는 겉으로 보면 흔히 교도소라고 착각할 법한 모습이었다.

 그 안으로 효린과 정한이 자연스레 걸어 들어갔다.

 

 효린이 홍채를 인식시키자 두꺼운 철문이 쉽게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면 그 공간은 우주선 같기도, 혹은 큰 병원의 수술실 같기도 한 느낌을 주었다. 모던한 화이트로 깔끔하게 마감이 돼있었지만 어딘가 서늘하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알 수 없는 냉기가 가득 흐르는 공간이었다.

 

 연구원들은 저마다 바쁘게 안을 돌아 다녔다. 가끔 몇몇이 효린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효린과 정한이 안에 들어서자 철문이 굳게 닫혔다. 문이 닫히자 그 곳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듯 바깥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효린은 로비 끝까지 걸어 들어갔다. 그 곳엔 광활한 공간 속 외딴 섬 같은 엘리베이터 한 대가 있었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가장 아래층으로 향하는 버튼을 눌렀다.

 고속으로 운행되는 엘리베이터는 단숨에 지하로 내려갔다.

 

 "하...배고파. 요즘 왜 이렇게 허기가 지는지."

 

 정한은 힘이 빠진 듯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었다. 그럼에도 그의 입가엔 뭔가를 잔뜩 기대하는 미소가 걸렸다.

 

 "그러니까, 자주 좀 와 이제. 그럴 수 있잖아?"

 

 효린이 묻자 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한을 보면서 효린이 고개를 저었다.

 

 "난 가끔 당신 계획에 감탄해. 그렇게 사람을 속이는 것도 천부적이라니까. 그런 방법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는 건데?"

 "속이다니."

 

 정한이 억울한 듯 말했다.

 

 "수준대로 대해주는 거야. 원하는 대로. 각자의 입맛대로 맞춰줄 뿐이지."

 "하여간."

 

 효린이 웃었다. 정한은 말을 이어 나갔다.

 

 "개돼지 키우는 것만큼 쉬운 일이 어딨어? 때 되면 밥 줘, 똥 치워줘. 그것만 해도 엉덩이를 흔들어 댄다니까. 꽁지가 빠지도록."

 

 정한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엘리베이터가 깊이 향할수록 더 짙어졌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 번 더 코너를 꺾어 깊숙이 들어가자 다시 한 번 거대한 철문이 등장했다. 그 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가 한 대 더 등장했다.

 

 "멀다, 멀어."

 

 정한은 지친 듯 말했다.

 

 "원래 행복은 멀리 있는 법이야."

 

 효린은 말을 마치고는 재빨리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땅 속 더 깊은 곳으로 엘리베이터가 끝을 모르고 내려갔다.

 그리고 띵-동하는 다소 경쾌한 소리가 드디어 도착지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웰컴 투 헤븐."

 

 문이 열리면서 효린이 말했다.

 

 "냄새 좋다."

 

 정한이 엘리베이터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그곳엔 아이들이 가득했다. 마치 동물을 사육하듯, 우리에 아이들을 가둬놓은 모습이었다. 정한이 한순간 고요에 휩싸인 그곳을 저벅 저벅 걸었다. 정한이 그 사이를 뚜벅 뚜벅 걸었다. 아이들이 기대 반 두려움 반이 섞인 눈으로 정한을 바라봤다.

 

 "어...? 대통령...아저씨다."

 

 한 아이가 정한을 알아봤다.

 

 "쉿."

 

 그 아이을 바라보면서 정한이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그 말을 마치자 정한의 몸이 우둑 우둑 꺾여대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를 중심으로 핏기가 서서히 퍼져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아이를 시작으로 비명소리가 퍼져 나갔다. 그 비명은 마치 지옥의 것과 같았다. 효린이 웃으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

 

 "Bon appétit"

 

 문이 닫히는 틈새로

 

 "쿠악-"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와 함께 찢어질듯한 아이들의 울음이 비명처럼 공기를 찢었다.

 

 "으아아악!!!!!!"

 

 *

 

 "으아앙----"

 

 그 울음 소리에 민준의 얼굴이 떠올랐다. 여기서 또 무너져 버리면, 민준이 같은 아이들을 또 만드는 일이었다.

 

 "캡틴!!!!! 나도 도울게요. 뭔지는 모르지만 나도 할게요!!"

 

 용기가 외쳤다.

 

 "할 수 있어요, 캡틴은 할 수 있어요!"

 

 복군의 귀에 그 말이 맴돌았다.

 

 '할 수 있다...할 수 있다...'

 

 복군이 서서히 주문을 외듯 그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와라 이 프랑켄슈타인 좀비야!!!"

 

 처음 괴인에게 맞섰던 순간부터 송강동에서 만난 괴인으로부터 민준이를 지키고자 했던 일이 떠올랐다.

 

 "다가서질 못하고 있었어요."

 

 괴인은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송강동 괴인에게 씹혀 죽을 거라 생각한 그 순간, 그는 살아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복군의 머리 속에 민준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찌른, 그 여자의 사랑이 떠올랐다. 그렇게 소중한 아이를 지켜야 한다.

 

 "와라...."

 

 복군이 말했다.

 

 "와라!!!!! 이 괴물 새끼들아!!!!!!!"

 

 합정역에서처럼 복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어!!!!!!!!"

 

 [컨피도, 각성 Lv.6]

 

 눈 앞에 알림이 번쩍임과 동시에 복군의 주먹이 괴인을 향했다.

 

 "퍼억!!!!!!!!!"

 

 굉음과 함께 괴인의 몸통이 순식간에 관통됐다.

 

 *

 

 아이의 머리통을 잘근거리던 정한이 고개를 들었다. 입가의 피를 쓰윽 닦았다. 다른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덜덜 떨며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아이의 사체를 바닥에 툭 던진 정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씨발."

 

 그가 아주 낮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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