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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엠 멸치 히어로
작가 : binit
작품등록일 : 2022.2.25

아무리 닭가슴살을 구겨 넣어도, 쇠질을 해도 근육이 영 크질 않는 복군. 트레이너를 꿈꾸는 복군이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바닥을 쓸고 닦을 마대 자루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상한 알림창 하나를 보게 되는데.

"소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히어로님."

그 이후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 2호선의 괴물은 뭐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 캡틴.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뭐라고요? 캡틴?

 
18화 김상수와 MH-130
작성일 : 22-02-25 11:54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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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애애애액!!!!!!"

 

 히어로 협회 과학수사국 본부.

 

 동환은 과학수사국으로 괴인을 넘겼고, 하얀 방호복 같은 것을 갖춰 입은 연구원들이 송강동에서 온 이 괴인을 철제 의자에 고정시켰다. 심문실에서 범인을 바라보는 수사관들처럼 넓은 창으로 연구소장이 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입은 가운에는 강영호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먼저 신상 보고 드리겠습니다."

 

 옆에 있던 연구원이 서류를 보면서 영호에게 보고했다.

 

 "괴인 넘버 MH-130. 본명 김상수. 54세, 무직. 4년 전,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송강동 현대빌라에 거주 중이었습니다. 자녀는 아들 두 명인데, 각각 이혼 3년, 5년 전 독립을 해 현재는 김상수와 따로 연락을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참나, 지독히도 외로운 인간이구만.'

 

 "사유는?"

 

 영호는 50여 년 동안 김상수라는 남자로 살았던 괴인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우울증으로 인한 가정폭력으로 사료됩니다."

 "언제부터 무직이었지?"

 "5년 전 희망퇴직 후 카페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게 잘 안 된 걸로 보입니다. 현재 살고 있는 빌라도 경매에 넘어간 상황이고요."

 "흐흠..."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남자였다. 자신의 삶과 저 남자의 삶의 궤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삶의 고비마다 몸부림치면서 살았겠지. 그러나 그가 그렇게 지켰던 인생이 사라졌다. 그래도 영호는 희망을 저버리진 않았다. 이전에 말루스에 감염된 자들 중 시간이 지나면 증세가 호전되는 자들이 있었다. 영호는 그것이 인간이 가진 양심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실험 시작하겠습니다."

 

 연구원이 든 무전으로 안에 있는 연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하십시요."

 

 연구원이 대답했다. 괴인의 옆에 있던 연구원은 괴인의 앞에 모니터의 전원을 켰다. 괴인의 모니터의 내용은 소장의 모니터에도 공유됐다. 사진 몇 장이 화면 속에 나타났다.

 

 "김상수의 아카이브입니다."

 

 연구원이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보고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인생의 아카이브가 있다. 그 아카이브에는 각자의 인생 속 순간이 사진이나 영상의 형태로 기록된다. 현실 세계에만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아카이브의 존재조차 모르지만, 소명의 세계에선 아카이브 접근이 허용된다.

 

 가장 먼저 등장한 사진은 상수의 군대 시절이었다. 해병대를 나왔는지, 빨간 모자를 쓰고 통나무를 어깨에 맨 채 훈련을 받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어느 기업의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 그의 아내를 만났을 때, 결혼했을 때, 첫 아들을 품에 안았을 때의 모습이 이어졌다.

 

 한 남자의 인생이 흘러가고 있었다.

 

 "쿠아아으악!!!"

 

 모니터 속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괴인은 그저 소리를 지르면서 몸부림치고 있다. 소장은 자신의 무전기를 들었다.

 

 "피지컬 반응은?"

 "심박수 변화 없습니다. 체온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체온 33.2도입니다."

 

 괴인의 특성은 체온이 점점 인간의 것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좀 더 두고 보지."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상수가 홀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만 모니터에 보였다.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피곤한 지 꾸벅꾸벅 졸다가 책상에 머리를 한 번 부딪치고는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놓인 액자를 들여다본다. 그 액자 속 꼬마 남자 아이들은 어느 새 학생이 됐다.

 

 "정신 좀 차려 봐..."

 

 영호가 초조한 듯 괴인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모니터 속 상수는 홀로 퇴근을 하는 중이었다. 터덜터덜, 골목길을 걷던 그는 치킨집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발견했다. 그리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먹고 싶은 거 없어? 뭐 좀 사갈까? 치킨...이라든지."

 "치킨?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애들 다 자. 공부하느라 피곤해하니까 깨우지 않게 조심히 들어와."

 

 아내의 말에 상수의 얼굴에 쓸쓸함이 감돌았다.

 

 "...그래. 금방 갈게."

 

 전화를 끊은 상수는 홀로 걷다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동해의 솟는 해를 가슴에 안고 저녁 바다 밀물의 파도를 타며 가는 곳마다 그 이름 승리의 용사 오~아느냐 대한 해병대!"

 

 그 쓸쓸한 중년의 노래에 괴인이 돼버린 상수의 괴성이 겹쳐 들려 왔다. 자신의 목소리마저도 듣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카이브를 보여주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영호의 입에서 짙은 한숨이 흘러 나왔다.

 

 "종료해."

 

 모니터가 꺼졌다. 이전에 말루스에 감염된 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김상수라는 인간이 사라졌다. 한순간에. 말루스의 잔인함이란 그런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 그것이 누구였든, 어떤 삶을 살았든 그저 집어 삼켜 버리는 것. 이번 말루스는 회복과 갱생의 기미조차 없다는 점에서 더 독하고 더 강력하다 .

 

 "새로운 버전의 말루스라고...사료됩니다. 이에 대한 공식 발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연구원이 조심스럽게 영호에게 말했다. 영호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쿠어어억"

 

 인간 김상수가 아닌 괴인 MH-130이 울부짖었다.

 

 *

 

 "캡틴, 좋은 소식이 있어요."

 

 나갈 채비를 서두르면서 거울 앞에서 옷을 챙겨 입던 복군은 오랜만에 듣는 전화기 속 시아의 밝은 목소리에 반색했다.

 

 "뭔데요, 좋은 소식?"

 "협회에서 연락이 왔어요!!"

 "네? 협회요?"

 "네! 와서 인터뷰 하고 정식 등록 절차 밟으래요. 교육도 받고요. 그간 보낸 진정서가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복군이 정식 히어로로 등록이 된다면, 시아의 자격정지 징계도 다시 재고될 것이었다. 다행이었다.

 

 "잘됐네요."

 

 하지만 복군의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민준이한테선 아직...연락 없죠?"

 

 경찰이 민준이를 데려간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복군은 그간 몇 번이나 경찰서를 찾아 갔지만 경찰들은 쉽사리 민준이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쪽을 찾아가면 그건 저쪽 담당이다, 저쪽을 찾아가면 이쪽 담당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괜찮을 거예요."

 

 시아가 그를 위로했다.

 

 "요즘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아동권익 위원회 출범이 이슈잖아요. 온갖 방송에선 민준이가 아마 1순위로 케어 받을 거라고 그러던데요? 좋은 위탁 가정에 가서 제대로 교육받고 잘 커나갈 거예요. 너무 걱정 마십쇼, 캡틴."

 

 정말 잘된 일이다. 복군도 알고 있었다. 잘된 일이긴 한데...분명 잘 된일인데, 왠일인지 복군의 마음 한 켠은 편치 않았다.

 

 "전국민이 민준이를 알고 있는 마당에 잘되면 잘됐지, 잘못될 일은 전혀 없을 겁니다."

 

 복군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덧붙였다.

 

 "협회에 같이 가는 거죠?"

 "저는 같이 갈 수 없어요. 캡틴 단독으로 히어로 인터뷰와 교육이 진행될 거예요. 그리고 저는 그 날 법정 소환 명령을 받았어요."

 

 자격 정지를 풀 수 있는 실질적인 절차였다.

 

 "오늘은 온종일 소명서를 작성하려구요. 내일 각자 협회랑 법원 다녀와서 만나 이야기 해요. 앞으로 작전 잘 짜봐야죠. 캡틴 힘도 되찾아야 하고."

 

 시아의 목소리에서는 간만에 힘이 넘친다.

 

 "...알겠어요."

 

 혼자 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긴 했지만 시아도 시아 스스로 해결해야할 일이 있는 것이고, 복군 또한 자신의 일은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난 더 이상 예전에 왕복군이 아니니까.'

 

 전화를 끊은 복군은 다시 주섬주섬 트레이닝 복을 갖춰 입었다. 복군은 오랜만에 헬스장에 가볼 요량이었다. 관장님이 어제 밤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잘 지내지? 얼굴 한 번 보자.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복군도 그간 찾아뵙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정식으로 찾아 뵙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요량이었다.

 

 *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떻게 돼갑니까?"

 

 결재 서류에 눈을 고정한 채 정한이 물었다. 그는 빠르게 사인을 처리했다. 그가 요즘 제일 관심있어 하는 것은 아동권익위원회의 출범이었다.

 

 "현재 사립 학교급 교사들을 권익위원회 임시 학교으로 파견한 상황입니다. 아이들도 조만간 그쪽으로 소집될 예정입니다."

 

 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고아원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국가에서 국민을 위해, 이 나라의 새싹들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신경쓰는지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국가만큼 안전한 장치는 없다고. 그걸 각인시켜야 합니다. 고로 최대한 위탁 가정 부모 선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세요."

 

 정한은 항상 하나의 목적을 두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스타일이었다. 때론 그 스타일이 사람들을 지치게도 했지만 늘 결과는 분명했다. 그것이 사람들이 정한을 따르는 이유였다.

 

 "외모, 재력, 직업, 집안, 뭐 하나 빠지는 거 없이."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결재를 마친 정한이 서류철을 탁-하고 덮었다.

 

 "제대로, 세련되게, 빈틈없게."

 

 그리곤 앞의 보좌진에게 그것을 건넸다.

 

 "아시겠습니까?"

 

 보좌관은 두 손으로 공손이 서류철을 건네 받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나가 보세요."

 

 집무실을 채운 사람들이 모두 빠져 나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벌컥 문이 열렸다.

 

 "하이."

 

 도저히 정한의 집무실과 어울리지 않는 톤으로 인사를 건네는 한 여자가 등장했다. 흰 가운을 차려입은 여자는 얼핏 보면 마치 의사 같았다. 긴 생머리가 그녀의 잘록한 허리께에서 찰랑였다.

 

 "문효린 선생. 여기선 그렇게 인사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여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보고 있던 서류들에 눈을 고정한 채 정한이 말했다.

 

 "바빠?"

 

 책상 위 쌓인 서류들을 한 켠으로 밀어내더니 여자가 책상 위에 걸터 앉았다.

 

 "난 다 준비됐는데?"

 "......"

 

 정한이 그녀를 바라봤다. 하얀 살결에 도톰한 입술, 동그란 눈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여자가 정한의 눈을 마주하면서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왜 이렇게 늦었냐고."

 

 정한도 평소보다는 훨씬 유한 모습이었다. 여자는 서류철을 하나 집어 들더니, 정한의 말투를 따라했다.

 

 "제대로, 세련되게, 빈틈없게...하느라 늦었지."

 "지금 나 따라해?"

 

 여자가 웃으면서 서류철을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고는 일어섰다.

 

 "당신 엄청 좋아할 걸. 그 모습이 눈에 선해. 왜 아니겠어? 내가 당신 취향은 훤히 꿰뚫고 있는데."

 

 정한이 그녀를 따라 일어섰다.

 

 "기대해도 된다는 말이네?"

 "언제는 안했고?"

 

 여자가 웃으면서 먼저 앞장 섰다. 정한도 그런 그녀를 따라 걸었다. 복도에서 마주한 보좌진들은 그 모습이 익숙한 듯 평소처럼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자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어머, 박 수석님, 오늘 더 핸섬하네?"

 "어머머, 자기 얼굴에 뭐 했어? 필러? 어디서 넣었는데?"

 

 엄숙하기만한 복도에 여자의 간드러지는 오지랖이 넘쳐 흘렀다. 미래과학연구소장 문효린. 그는 잘나가는 생명공학계 박사이자, 정한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여자였다. 동창이라기엔 정한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그녀는 정한의 청와대에서 유일하게 경직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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