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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엠 멸치 히어로
작가 : binit
작품등록일 : 2022.2.25

아무리 닭가슴살을 구겨 넣어도, 쇠질을 해도 근육이 영 크질 않는 복군. 트레이너를 꿈꾸는 복군이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바닥을 쓸고 닦을 마대 자루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상한 알림창 하나를 보게 되는데.

"소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히어로님."

그 이후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 2호선의 괴물은 뭐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 캡틴.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뭐라고요? 캡틴?

 
17화 인생의 선물
작성일 : 22-02-25 11:53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5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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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에요.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요."

 

 복군이 말했다. 진심이란 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복군은 말없이 선 경수를 향해 말을 이었다.

 

 "나 평생, 내 한 몸 하나 잘 지키지 못하고 살았어요. 보다시피 이렇게 마르고, 길쭉하기만 하고 손대면 곧 부러질 거 같은 막대기처럼 생겼잖아요, 나."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복군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소명의 의미는 그 누구보다 특별했다.

 

 "이 소명은 내게 선물이에요. 내 인생의 마지막...선물."

 

 '선물...'

 

 경수는 복군의 그 말을 되짚었다. 그 한 마디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경수에겐 소중했던 사람이었다.

 

 *

 

 대학교 도서관 앞. 시험 기간의 막바지를 알리는 초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함께 공부를 하다가 쉬러 나온 두 사람은 사이좋게 딸기 쉐이크 한 잔씩을 마시는 중이었다.

 

 "아 달다. 너무 맛있어."

 

 시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듯한 달콤함이었다. 경수도 쉐이크 한 입을 쭉 들이켰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느 새 시아에게 스며들듯 경수도 카페에 가면 늘 딸기 쉐이크를 시켰다.

 

 "넌 꼭 이것만 먹더라?"

 "응, 난 일편단심이라!"

 

 시아가 헤헤, 소리내어 웃었다. 초록초록 풍성하게 돋아난 잎사귀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잎새로 여름날의 햇살이 기분 좋게 쏟아 들었다.

 

 "얼른 아빠같은 프로텍터가 되면 좋겠어. 그래서 아빠가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고 싶어."

 

 시아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그거야 당연히."

 

 그녀가 동그란 눈으로 경수를 지긋이 응시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지키는 거."

 

 그리곤 배시시 웃었다.

 

 "넌 원망 같은 건 안해?"

 "원망?"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히어로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굴지만 않았어도, 아버진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 아냐."

 "생각해봤어. 아빠는 어땠을까. 아빠의 마지막은...어땠을까. 슬펐을까? 후회했을까?"

 

 시아가 잠시 말을 멈췄다.

 

 "결론은?"

 "우리 아빠는 아쉬웠을 것 같아."

 "....왜?"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자신의 소명이 여기까지라서. 그래서 나에게 기회를 준 거 아닐까?"

 

 그녀가 방긋 웃으며 경수의 어깨에 가만히 기대었다.

 

 "이 소명은 나에겐 선물이야. 소중하게 꼭 지키고 싶은."

 

 '오빠의 프로텍터가 된다면 좋겠다.'

 

 그게 시아가 가진 유일한 욕심이었다.

 

 *

 

 '선물이라고?'

 

 두 사람의 같은 마음이 고스란이 느껴져 그만 불쑥 화가 나고 말았다. 경수는 조소를 섞어 말했다.

 

 "난 소명의 세계와 상관 없는 사람입니다. 고로 그쪽을 도와주고 말고 할 게 없습니다."

 

 그 말에 복군이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왜요? 그쪽도 히어로라면서요."

 "나는 히어로가 아니라 경찰입니다."

 

 '내가 서있는 곳은 그런 실체도 없고, 인정도 받지 못하는 세계가 아니라고.'

 

 "참나, 경찰은 히어로가 될 수 없답니까? 경찰이 히어로도 하고, 히어로가 경찰도 하면 되잖아요!"

 

 복군에겐 문제가 될 게 하나도 없었다. 경수와는 완전히 다른 재질의 인간이었다.

 

 '정말 단순무식한 이 놈이 싫다. 뭣도 모르면서 끝도 모르고 날뛰기는.'

 

 "난 경찰입니다. 난 현실에 속한 사람이지 소명에 속한 사람이 아니에요"

 "강경수씨는 이 상황을 보고도, 소명이 현실이 아니라는 말이 나옵니까?"

 

 침착한 경수에 비해 복군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보이지 않아요? 이 가정이 어떻게 파괴됐는지가? 합정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당신도 알 거 아니야! 경찰로서도 히어로로서도 알 거 아니냐고!"

 

 복군은 지하철 칸에서 마주했던 현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죽어간 민주도, 그들의 아들인 민준이도.

 

 "아까 본 그 아이, 그 아이에겐 이 모든 게 감당해야 할 현실이라고요. 당신이 말하는 소명은 환상같은 게 아니에요."

 

 바닥에 낭자하게 흐른 피들. 그들이 밟고 서있는 이 집. 이 공간은 현실의 세계에 있기도 소명의 세계에 있기도 한 것이었다.

 하지만 경수는 복군의 강변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경찰은 경찰의 법이 있습니다. 이 사건도 경찰의 방식대로 해결하겠습니다. 왕복군씨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쪽도 다만 증언이나 진술을 요청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복군은 마치 꽉 막힌 벽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경수는 말을 이었다.

 

 "소명은 그렇게 싸구려 동정심이 아닙니다."

 "뭐라고요?"

 

 그 아이가 감당해야할 현실이다. 그것을 아둥바둥 감싸려는 복군이 한심했다. 제 인생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서.

 

 경수는 더 이상 복군에게 대꾸하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성가신 복군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왜 그렇게 시아씨 눈빛이 슬펐는지 알겠네요."

 "....?"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가.'

 

 돌아선 경수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복군도 물러서지 않았다.

 

 "시아씨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 당신이 짓밟고 있잖아."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경수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뭣도 모르는 이놈이 자신과 시아 사이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참기 어려웠다.

 

 "그래 난 당신만큼 오래 시아씨를 알지 못했어. 근데, 그래도! 그 사람이 뭘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해 하는지 그 정도는 알아."

 ".....새끼가!"

 

 경수가 복군의 멱살을 쥐었다.

 

 "경찰 나리가 선량한 시민을 이렇게 패도 됩니까?"

 

 멱살을 잡힌 복군이 끙끙대면서도 아랑곳 않고 도발했다.

 

 "찔렸어요? 많이 아파보이는데."

 

 그 한 마디에 경수의 주먹이 그대로 복군의 얼굴에 날아가 꽂혔다.

 

 "윽!"

 

 복군이 바닥에 픽 하고 쓰러졌다.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히어로 놀음 그만해. 네가 진짜 히어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시아에게 피해를 주는 건 너야. 어쩌다 너같은 놈한테 걸려 가지고!"

 "뭐라고? 말 다했어?"

 

 한 대 맞은 복군은 잔뜩 성이 난 채 경수에게 달려 들었다. 두 사람이 거실 바닥에 엉켜 나뒹굴었다.

 

 "너같은 놈 도움 필요 없어! 취소야, 취소!"

 "나도 너같은 새끼한테 줄 도움같은 건 없다고!"

 

 경수의 주먹이 복군의 복부에 두어 번 꽂히고, 그럼에도 복군은 일어나 경수를 들이 받았다. 힘으로는 확실히 복군이 밀렸지만, 복군은 끈질기게 경수에게 달려 들었다. 그의 오기와 끈기에 경수도 어지러웠다. 그야말로 이판사판이었다.

 

 "뭐하는 거예요!!!"

 

 그들을 말린 것은 집으로 들어온 시아였다. 시아는 아이를 안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두 사람 사이에 섰다.

 

 "미쳤어요? 둘 다? 여기서 뭐하는 짓이에요!! 여기가 어딘지 잊었어요?!!"

 

 시아를 사이에 두고도 두 남자는 서로를 죽일 듯 노려봤다. 그 때 민준이 시아의 품안에서 서럽게 울어댔다.

 

 "엄마....엄마..!"

 

 시아가 아이의 눈을 감싸쥔 채 민준의 등을 두드렸다.

 

 "괜찮아, 괜찮아. 민준아."

 

 아이가 울자 그제서야 복군과 경수의 눈빛에도 힘이 조금씩 빠졌다.

 

 "미안해, 민준아."

 

 복군이 얼른 민준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밖을 빠져나갔다. 둘만 남은 시아와 경수. 그들의 사이에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미안해."

 

 경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도움 못 줄 거면 조용히 가지, 왠 행패야?"

 

 '또 내가 잘못한 거야?'

 

 경수의 마음으로 억울함과 서글픔이 밀려 들었다.

 

 "행패? 야 홍시아 니가 나 부른 거야."

 "그러니까. 지금 엄청 후회 돼."

 "우연히 만나도 모른 척 하자던 네가 나를 부른 거라고. 언제까지...도대체 어디까지 날 미워할 건데??"

 "...."

 

 경수의 눈에 시아의 옷이 눈에 들어 왔다. 아까부터 눈치채고 있던 것이었다.

 

 "옷은 뭐야?"

 

 시아는 아차 싶었다. 복군이 경수를 부르자고 했을 때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는데. 자신이 어떤 차림이었는지 잊었다.

 늘 이렇게 아픈 곳만 용케도 찔린다. 시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애초 대답을 기대한 게 아니었던 경수는 먼저 돌아섰다.

 

 "곧 경찰들 들이닥칠 거야. 내가 잘 말해놨으니까 걱정 마."

 

 경수가 가다 말고 걸음을 멈췄다.

 

 "홍시아."

 

 말 없이 선 시아를 향해 말했다.

 

 "너 혼자 모든 걸 버텨내려고 하지 마."

 "...."

 "안 그래도 된다고."

 

 경수가 떠난 자리, 마음의 저 밑바닥까지 모조리 들켜버린 기분. 시아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었다.

 

 *

 

 세간의 화제는 단연 민주의 죽음이었다. 결국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이기지 못한 한 여자의 비극적인 죽음, 그리고 혼자 남은 어린 아들. 이보다 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대통령의 정책 발표는 마치 퍼즐 한 조각이 제 자리를 찾아가듯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독립기관으로 아동권익위원회를 신설합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어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투자한다. 이보다 멋진 청사진이 어디에 있을까. 아동권익위원회의 계획은 엄청났다.

 

 각종 사건, 사고로 부득이하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국가가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온갖 교육이 무료로 주어지고, 그들을 돌볼 수 있는 양부모가 양육할 수 있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지속적인 관리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설 고아원과는 차원이 달랐다. 민준이는 단연 아동권익위원회에서 케어를 받을 1순위 아동이었다.

 

 경찰들이 민주의 집으로 속속 도착했다. 폴리스라인이 쳐졌고, 감식반과 수사관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경수 덕분일까, 시아와 복군은 다행히 간단한 조사만을 마치고 귀가 조치됐다.

 

 "오늘은 형네 집에서 있자."

 

 복군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 민준을 데리고 있고자 마음을 먹었다. 민준도 복군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 때, 한 경찰관이 복군을 막아섰다.

 

 "잠시만요. 아이는 데려가실 수 없습니다."

 

 굵고 낮은 음성에 민준이 겁을 집어 먹은듯 다시 복군의 뒤에 숨었다.

 

 "네? 왜요?"

 "아이와 어떤 관계십니까?"

 

 관계는 무슨. 오늘 처음 만난 형동생 사이지. 당황한 복군은 말을 둘러대느라 애썼는데,

 

 "....그게....아는 형....인데."

 "최 의경."

 

 경찰관은 한 의경을 부르더니 턱으로 아이를 가리켰다. 그의 옆으로 의경쯤 되보이는 앳된 청년이 발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곤 민준을 붙잡았다. 그의 손길이 닿자마자 민준은 앵-하고 울었다.

 

 "꼭 이래야겠어요? 제 신원 확실해요! 왕복군 940318-1276511!! 아 오늘만요. 오늘은 얘한테도 너무 슬픈 날이잖아요!"

 

 복군의 간청은 소용 없었다. 아무 말 없이 두 사람 옆에 서있던 시아가 복군의 팔목을 붙들었다.

 

 "가요 어쩔 수 없어요..."

 

 이건 현실의 영역이었다. 지금 복군과 시아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복군도 그녀의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엉엉 울면서 의경의 손에 붙들려 가는 민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멍하니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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