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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엠 멸치 히어로
작가 : binit
작품등록일 : 2022.2.25

아무리 닭가슴살을 구겨 넣어도, 쇠질을 해도 근육이 영 크질 않는 복군. 트레이너를 꿈꾸는 복군이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바닥을 쓸고 닦을 마대 자루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상한 알림창 하나를 보게 되는데.

"소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히어로님."

그 이후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 2호선의 괴물은 뭐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 캡틴.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뭐라고요? 캡틴?

 
16화 나는 될 수 없습니까
작성일 : 22-02-25 11:52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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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래요 캡틴?"

 

 심상치 않은 복군의 모습에 시아의 목소리가 떨려 왔다.

 

 "아저씨 울어요?"

 

 민준이 물었다.

 

 "나 아저씨 아닌데, 형인데?"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복군이 대답했다. 그 와중에 민준에게 약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은 복군이었다. 눈물의 이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그였다.

 

 "...들어가 봐요."

 

 눈물을 닦고 민준에게 씩- 웃어보인 그가 시아에게 말했다. 아무 말도 못한 채 옆에 서 있던 시아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 들었다.

 이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보라는 뜻이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묘한 긴장감. 이제는 그 실체를 직접 확인해야 했다.

 

 시아가 문고리를 손에 쥐었다. 복군은 문과 등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아가 살짝의 힘을 주자 별다른 저항 없이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린 틈으로는 이상하리만치 묵직한 고요함이 느껴졌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체 뭐야.'

 

 한 발자국, 집 안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 갈수록 불쾌한 비릿함이 코 안으로 스며들었다.

 

 '피...다.'

 

 이건 피냄새였다. 집안은 난장판이었다. 거실과 부엌 사이에 전자렌지며, 온갖 그릇이 내던져진 채 부서져 있었다. 그 파편들 사이를 걸어가 부엌을 바라본 시아의 시야에는 한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흡!"

 

 너무 놀라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시아는 재빨리 두손으로 입을 막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여자의 시신이었다. 그건 민준의 엄마, 민주였다. 시신의 밑으로는 여자로부터 나온 것이 분명한 피가 강처럼 흥건했다. 그리고 그녀의 복부에는 칼이 꽂혀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시아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단순한 강도 사건이 아니라는 직감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시선이 민주의 시신을 훑어 내려갔다. 감지 못한 눈, 고통에 벌려진 입. 그녀가 겪어야 했던 마지막 순간의 절망이 표정에 절절히 남아 있었다.

 

 시아의 눈에도 서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벅지 쪽을 훑던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무언가가 몸 안으로 뚫고 들어간 흔적.

 

 '말루스의 짓이다.'

 

 시아는 확신했다.

 

 *

 

 안으로 들어갔던 그녀는 한참 후에야 밖으로 나왔다. 복군과 민준은 문 앞 계단에 앉아 있었다. 민준은 복군의 품에 안겨 곤히 자고 있었다.

 

 "또 그놈 짓이에요."

 

 복군의 말에는 분노가 묻어났다. 시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이번에는 가만히 못있어요."

 "캡틴..."

 "사고니 뭐니,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이 진실을 덮지 못하게 할 겁니다."

 

 민준이 복군의 품 안에서 꼼지락 거렸다. 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가 굳어 버린 건가. 왜 아무 전략도 생각나질 않는 거야.

 

 "생각 좀...해볼게요."

 "그 때 그 병원에서 만난 강경수씨, 경찰이라고 했죠?"

 

 복군이 물었다. 갑자기 튀어 나온 경수의 이름이었다.

 

 "네."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번호 알죠?"

 "번호는 왜요?"

 "....이 일을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어요."

 "그 사람 아니어도 돼요."

 

 '내가 할 수 있어.'

 

 경수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하나만 생각해요."

 

 복군이 시아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민준이를 위한 길."

 "...."

 

 시아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번호...알려줘요."

 

 그리고 복군의 말에 마지못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다시는 연락할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아가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복군도 좋아서 경수에게 연락해달라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아무 힘이 없으니까. 자신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꼭 받아야 했다. 그깟 자존심은 접을 수 있었다. 29년 삶을 살면서 배운 건 자존심을 언제 접어야하는지, 그것에 대한 타이밍이었다.

 

 두어 번 신호음이 가고 시아의 휴대폰 너머 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하고 전화를 받은 몇 초 뒤에야 시아가 힘겹게 입을 뗐다.

 

 "나야, 홍시아."

 

  *

 

 "금방이야, 다 왔어."

 

 시아가 불러준 주소를 따라 경수는 급히 차를 몰았다. 시아의 부탁은 간만의 것이었다. 아니, 다시는 그런 걸 받아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왔다.

 

 경수가 도착한 곳은 어느 빌라 앞이었다. 시아는 경수에게 꼭 혼자 오라고 말했다. 그는 차에서 내려서 빌라의 외관을 훑었다. 수도권 외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은 빌라였다. 붉은색 벽돌의 외장재에 세월의 흐름따라 균열이 곳곳에 가 있는, 그런 전형적인 건물.

 경수가 이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로 갈수록 아이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간히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도 섞여 들렸다.

 

 "오셨네요."

 

 복군이 올라오는 그를 맞았다.

 

 "아 예 안녕하세요."

 

 저번에는 얼굴이 파리해져 곧 픽하고 쓰러질 것만 같더니 오늘은 눈이 퉁퉁 부어있다. 경수는 올라오면서 고갯짓으로 살짝 인사를 건넸고 시아는 그런 그를 바라볼 뿐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

 

 경수가 물었다.

 

 "저랑 같이 들어가시죠."

 

 복군이 나섰다. 시아가 이 자식과 함께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닥 반가운 동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복군이 앞장서 현관문을 열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복군은 뒤돌아서 시아에게 말했다.

 

 "민준이 부탁해요, 시아씨."

 

 시아는 복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민준의 손을 잡았다. 경수는 흘긋, 시아의 복장을 바라봤다. 어디를 다녀오는 길인지 알 것 같았다.

 

 "우리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까? 아니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시아가 민준을 달래듯 물었다. 민준은 아쉬운 듯 복군을 바라봤다.

 

 "형은 잠깐 이 안에서 아저씨랑 얘기좀 하고 갈게."

 

 그 눈빛에 복군은 다정히 응답했다.

 

 '지는 형이고, 나는 아저씨야?'

 

 경수는 얹짢았지만 여기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크흠"

 

 대신 그 불편한 기색을 헛기침으로 대신했다. 민준이 내려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복군은 경수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비릿한 피냄새. 현장에서 많이 맡아본 익숙한 냄새가 가득했다.

 

 "...말루스의 짓 같아요."

 "말루스요?"

 "그럼 괴인이 여기 있단 말이에요?"

 

 복군은 경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것은 괴인의 냄새라기보단, 강도나 살인 현장에서 맡아볼 법한 냄새였다.

 안으로 더 들어가자, 난장판이 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경수는 복군을 따라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복군은 부엌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엔 피투성이가 된 시신이 놓여있었다.

 

 "....하"

 

 경수는 말을 잃었다.

 

 "이게...무슨..."

 "자살...한 것 같아요."

 

 복군이 힘겹게 말을 꺼냈다.

 

 "자살이요?"

 

 경수의 물음에 복군은 민주의 오른손을 가리켰다.

 

 "자기 오른손으로 복부를 찌른 게 분명해 보이잖아요. 칼을 다뤄본 적이 없으니까 오른손만 칼에 베인 것도."

 

 경수에게도 시신의 오른손의 상처가 눈에 띄었다.

 

 "아까 그 아이의 엄마 되는 사람입니까?"

 

 경수가 물었고, 복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가라고 했대요."

 "....?"

 "자기 아들에게 도망가라고 했다고."

 

 복군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괴인이 되기 전 어떻게든 아들을 대피시킨 거예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제일 먼저 자기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겠죠."

 

 상황이 대충 그려졌다. 하지만 괴인이 되기 전 그런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였다.

 

 "처음 들어보는 케이스네요. 괴인이 되기 전 아들을 대피시키고, 자기 자신은 자살을 한다라."

 "엄마니까요."

 

 복군이 대답했다.

 

 "엄마니까, 그럴 수 있었던 거죠. 엄마니까."

 

 그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복군은 민주의 시신 곁으로 다가가 왼쪽 다리를 가리켰다.

 

 "말루스의 흔적이 여기 있어요. 확실해요."

 

 경수도 그의 곁으로 가서 시신을 살폈다. 복군의 말이 맞았다. 찬찬히 시신을 살피던 중 복군의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말루스...그거 어떻게 없앱니까?"

 

 경수가 가만히 복군을 바라봤다. 해줄 수 있는 답은 원론적인 것 하나였다.

 

 "그건 S급 히어로가 할 일입니다."

 

 곧 아무도 이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거... 나는 될 수 없습니까?"

 

 복군의 마음 속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쳤다. 그건 분노이기도 했고 슬픔이기도 했다.

 

 "민준이는 말루스에게 엄마아빠, 부모를 다 잃었어요. 왜 저 아이가 이런 끔찍한 고통을 받아야 하죠? 죄도 없고 잘못도 없는 저 애가 왜 이런 일들을 겪어야 하냐고요. 말루스 그게 대체 뭔데요."

 

 복군이 울분에 차 말했다.

 

 "삶에서 늘 어떤 이유를 찾을 순 없어요. 소명의 세계도, 현실의 세계도 우리는 선택하는 주체가 아닙니다. 모든 게 그저 우리에게 주어질 뿐이죠."

 

 경수의 목소리는 이와 대조적으로 침착했다.

 

 "도와주세요."

 "...?"

 

 경수가 복군을 바라봤다. 왕복군, 그가 울고 있었다.

 

 "도와주십시요."

 

 복군은 간절했다. 힘을 되찾고 싶다. 히어로가 되고 싶다. 그게 마지막 남은 내 인생의 숙명이라면, 어떤 부인도 없이 받아들이고 싶다.

 허나 경수는 해줄 말이 없었다. 자신이 나서서 도와줄 일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나 곧 죽습니다."

 

 복군의 눈에 어떤 오기가 깃들었다. 경수는 가만히 그런 복군을 응시할 뿐이었다.

 

 "죽기 전에, 말루스 하나라도 조지고 죽어야 겠어요. 나 이대로는 못 죽습니다."

 

 *

 

 시아는 민준의 손을 붙잡고 마트로 향했다. 민준이 먹고 싶어한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려주고 아이의 반대편 손을 꼭 쥐었다. 작고 여린 손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민준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그와 비슷한 아픔이 있는 시아였다. 어느 날 아빠의 죽음을 통보 받았을 때 그때의 충격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했다.

 이 작은 아이가 자신의 두 배가 되는 슬픔을 잘 견뎌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이의 옆에서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겠다는 생각도.

 

 민준은 그저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고 있었다. 더운 공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 빨리 녹았다. 민준의 손으로 아이스크림이 녹아 들고 있었다.

 

 "에이, 지지. 이따 손 씻어야 겠다. 맛있어?"

 "네!"

 

 민준이 초코를 입가에 덕지덕지 묻히고는 해맑게 웃었다.

 

 "아저씨한테도 갖다주고 싶어요."

 "그래, 그러자."

 

 시아가 손에 든 검은 봉지에는 복군과 경수의 아이스크림이 담겨 있었다. 시아는 걸음을 재촉했다. 이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꼭 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시아는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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