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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엠 멸치 히어로
작가 : binit
작품등록일 : 2022.2.25

아무리 닭가슴살을 구겨 넣어도, 쇠질을 해도 근육이 영 크질 않는 복군. 트레이너를 꿈꾸는 복군이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바닥을 쓸고 닦을 마대 자루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상한 알림창 하나를 보게 되는데.

"소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히어로님."

그 이후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 2호선의 괴물은 뭐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 캡틴.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뭐라고요? 캡틴?

 
12화 히어로 협회 본사 박 대리
작성일 : 22-02-25 11:42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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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중앙은행.

 

 유럽 중세를 연상케 하는 화이트와 골드가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 그 화려한 복도를 지나 중앙으로 들어가면 넓고 번쩍이는 로비가 있다. 중앙은행의 로비는 화폐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전시관은 위에서 바라보면 우물 정(井)의 모양으로 구획이 나눠져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관이 인도하는 방향대로 관람을 진행하는데 그 경로를 벗어난 우물 정 마지막 획의 끝 방향을 따라가면 아무도 모르는 방 하나가 존재한다.

 

 1층 박물관이 아닌 2층 이상으로 가는 직원용 엘리베이터는 그 반대쪽에 있기 때문에 그곳은 관람객들도, 직원들의 발길도 닿지 않는 곳이다. 그리고 벽과 같은 화이트 톤의 출입구는 아무도 그곳에 다른 공간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 못하게 만든다.

 

 모두가 출근을 마친 오전 9시 30분 무렵, 손목 시계를 하염없이 들여다보면서 발을 재촉하는 남자가 그 방으로 들어간다. 마치 그 모습이 벽을 뚫고 들어가는 듯하다. 그저 좁은 룸 하나의 공간이겠거니 하는 예상과는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상상 이상의 공간이 나타난다. 1층 화폐 박물관의 공간보다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진다. 한국은행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세계.

 

 히어로 협회 본사다.

 

 히어로 협회의 본사는 각 층이 기다란 에스컬레이터로 이어져 있어 신식 쇼핑몰의 건물을 연상케 한다. 남자는 황급히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 보안부 회의실이라고 적힌 곳으로 급히 들어갔다.

 

 회의실 내부는 이미 암전된 상태, 스크린만 밝은 빛을 내뿜으면서 남자의 지각을 숨겨주지 않았다. 남자가 회의실에 들어선 것을 눈치챈 상사는 혹여 그의 행동이 자신에게 흠이 될까 헛기침을 뱉어내며 꾸중했다.

 

 “크흠, 박 대리. 빨리 빨리 좀 다닙시다.”

 “죄송합니다. 어제 회의 자료를 준비하다가 그만 잠들어버려서.”

 

 고개를 푹 숙인 박동환 대리는 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한 최종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정도 공기가 정돈되자 회의실 전면에 나선 한 남자가 브리핑을 다시 시작했다. 동환과 동기인 우종이다.

 

 ‘자료는 마지막으로 내가 다 손봤는데, 또 생색은 모조리 저놈 몫이군.’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는 우종은 동환과 1년 차이로 소명을 부여 받았다. 그들의 소명은 소명 세계의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직이었다. 동환은 그보다 1년 더 일찍 소명을 받고 열심히 노력해서 협회 본사까지 취직을 할 수 있었지만 무려 1년이나 늦게 들어온 우종 녀석과 동일한 직급을 달고 있었다.

 

 “우선 지난 8월 2일에 발생한 합정역 사건은 현재 현실세계에선 사고로 발표되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 아닙니다.”

 

 그리고 하나의 사진을 띄우는 우종. 검은색 실같기도 하고 길이가 짧은 무언가가 희미하게 찍힌 것이다.

 

 “말루스의 흔적입니다. 현재 수사관들에 의하면 이는 말루스가 분해되면서 남긴 사체의 일종으로 사료됩니다. 이 말루스는 현재 소명과학수사대에 맡겨져 분석 중입니다. 왜 이 말루스가 유독 심한 감염 반응을 일으켰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타난 이 말루스의 정체가 무엇인가. 이것이 가장 큰 화두였다. 이 말루스의 침투를 받은 괴인이 얼마든지 더 괴팍하고 강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단 뜻이었다. 한 마디로 긴급상황이었다. 말루스를 제대로 마주하고 괴인과 싸울 수 있는 인력이 턱 없이 부족했다. 특히 S급 히어로의 부재는 가히 절망적인 일이었다. S급 히어로는 1세대를 제외하고는 수세기에 걸치기까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흐흠…"

 

 영식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음은 합정역 사건 주요 개요와 인물을 발표하겠습니다."

 

 우종의 말이 끝나자 스크린에 시아의 사진이 떠올랐다. 우종은 사진과 듣는 이들을 적절히 바라보면서 발표를 이어갔다.

 

 "먼저 이번에 베첼러로 승격돼 임무에 투입된 홍시아 베첼러입니다. 견습생 페이지 시절 뛰어난 성적으로 임무를 수료했고, 현재 베챌러로 히어로를 보좌할 수 있는 레벨까지 취득했으나 지금은 자격정지된 상태입니다. 사유는 합정역 사건 보안 레벨 위반입니다. 신입 히어로 왕복군을 보좌하다가 동반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왕복군?"

 

 영식이 되물었다. 동환도 처음 듣는 이름에 몸을 더욱 일으켜 세웠다. 긍정하고 싶진 않지만 우종의 발표는 귀에 쏙쏙 박히는 듯 했다.

 스크린에 복군의 사진이 떠오르고 우종이 가리키는 레이저 포인터가 그의 얼굴에 빨간 점으로 나타났다.

 

 "그렇습니다. 이번에 히어로로 소명을 받았고 아직 급은 판명나지 않았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소명을 부여 받고 괴인을 마주하게 되어 현실세계에서 파괴력을 행사했습니다."

 "답도 없는 놈이구만."

 

 동환의 상사가 어이없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그 놈 현재 상황은?"

 

 영식이 물었다.

 

 "아직 그것은 파악 중입니다만, 별다른 징후는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파워를 사용하는 흔적은 더 이상 발견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힘의 파장도 감지되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라면 또 주먹을 휘두르고 다닐 수도 있는 노릇인데? 왜 아직도 감지되질 않는 거야?"

 

 영식의 질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종의 말문이 막혔다.

 

 "아...그건..."

 

 우종이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영식의 표정이 조금씩 굳었다.

 

 그 때,

 

 "박동환!"

 

 부장은 동환의 이름을 불렀다. 이에 우종도 놀라 부장을 바라봤다.

 

 "예!"

 

 동환이 반사적으로 응답했다.

 

 '또 나지, 또 나야!"

 

 "너 자료 조사할 때 왜 저건 조사 안해놨어. 어? 그 자료 첨부해두라고, 꼭 알아놓으라고 내가 몇 번 말했냐아!"

 

 이건 백 퍼센트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연막이다.

 

 '썩을 놈. 아주 빌어먹을 놈이다.'

 

 동환은 부장을 보면서 생각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가 부장을 향해 꾸벅,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우종이 나섰다.

 

 "아, 부장님 이건 박대리와 제가 공동으로 준비한 사안으로 저 또한 책임이..."

 "됐어. 이 대리는 하는 일이 많잖아."

 

 부장이 한숨 수그러들었다.

 

 '나는 일 안합디까!?'

 

 억울한 목소리가 입밖에 막 튀어올랐다. 겨우 꿀꺽 삼켜냈다.

 

 "금일 조사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동환이 말했다.

 

 "꼭 시켜야 하지, 시켜야."

 

 부장은 못마땅한듯 말하고는 국장 영식을 향해 말했다.

 

 "죄송합니다. 국장님, 빠진 내용들 보충해 올리겠습니다."

 

 그렇다 일을 하는 게 티가나는 놈이 있고 티가 나질 않는 놈이 있다. 일을 해도 칭찬을 받는 놈이 있고 면박을 받는 놈이 있다. 동환은 슬프게도 둘 다 후자였다.

 

 이후 히어로들의 파워 사용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히어로들의 명단을 파악해 그들을 밀착 감시하는 것으로 일단 총 보고는 일단락 됐다.

 

 *

 

 '내 아무리 히어로든 뭐시기든, 현실의 일상에 발딛고 살아가야 하는 한낱 미물이다. 그러나 히어로 업무에 지장이 있으면 안 된다.'

 

 복군은 꽤 알맞은 일을 찾아냈다. 배달 일이었다. 배달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고, 건수를 많이 늘리면 꽤 쏠쏠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공유 자전거 한 대도 빌려 놨다.

 

 한편, 동환은 보안부에서 대여받은 히어로 탐지기를 손에 들었다. 근처에 있는 히어로의 상태와 위치를 다 알 수 있는 탐지기였다. 태블릿 화면에 복군의 위치와 그의 오늘의 인상착의가 떴다. 헬맷을 쓴 모습이었다. 그의 위치가 계속 움직였다. 동환은 차를 타고 그 경로를 쫓았다.

 

 ‘아 참, 대체 어딜 이렇게 다니는 거야.’

 

 동환의 차가 골목의 한 김밥집에 멈춰섰다. 누군가 타고 온듯한 전기 자전거가 그 앞에 놓여 있었다. 오래지 않아 누군가가 힘차게 인사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많이 파셔요~”

 

 한눈에도 복군임을 알 수 있었다. 주유소 풍선처럼 기다란 키에 금방이라도 팔랑거릴 것같은 얇은 재질의 종이같은 몸.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길고 말랐잖아? 저런 사람이 히어로라고?’

 

 동환은 전기 자전거에 올라탄 복군의 뒤를 조용히 차로 쫓았다. 그러나 복군이 계속 꾸불거리는 골목으로만 신나게 달리는 바람에 차로는 도저히 쫓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동환은 골목길 어귀 대충 차를 세우고 헥헥거리면서 그를 쫓았다. 이런 달리기는 입사 전 체력 검사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운동 좀 해둘 걸. 운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우종의 떡벌어진 어깨와 불룩한 가슴 근육이 떠올랐다.

 

 ‘에라이 빈틈 없는 놈.’

 “....근데 어디로 간 거야?”

 

 손에 든 태블릿 속 복군의 위치를 나타내는 빨간 점이 골목길이 교차되는 지점 어딘가를 지나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배달만 하는 건가? 뭐 조사고 자시고 할 것도 없네.'

 

 여기서 멈출까 싶다가 동환은 한 번 더 가까이 복군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골목으로 돌아나오는 복군을 기다리던 동환. 빨간점이 점점 그에게 가까워질 무렵,

 

 “으악!!!”

 

 복군의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연이어 한 아이의 울음소리도 들려 왔다.

 

 *

 

 "뿌애앵!!"

 

 복군의 자전거가 골목이 교차하는 지점을 지날 쯤 아이가 자전거 앞으로 뛰어든 것이다. 복군은 너무 놀라 자전거고 뭐고 내팽겨치고 아이에게 다가갔다. 유치원 가방을 맨 남자 아이가 많이 놀랐는지 숨도 고루 못쉬고 울고 있었다.

 

 “괜찮아? 많이 다쳤어???”

 

 다행히 자전거에 직접적으로 부딪치지는 않았다. 그래도 너무 걱정스러운 복군은 이리 저리 아이의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병원, 벼, 병원 가자.”

 

 아이의 손바닥이 살짝 땅에 긁혀 생채기가 났다.

 

 “주사 시져. 안가 병원.”

 

 엉엉 우는 와중에도 아이는 병원에 가질 않겠다면서 버텼다. 동환이 그에게 다가갔다. 쩔쩔매는 그를 도와줘야지. 나는 공무직이니까. 동환은 허리를 굽혀 복군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히어로님,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예? 누, 누구세요?”

 

 배달부인 자신을 히어로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혹시

 

 “설마 당신도 소오....?”

 “맞습니다.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박동환입니다."

 

 왜 이렇게 보잘것없는 남자가 히어로씩이나 되는 소명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공무직인 자신은 어쨌든 이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입장이다. 모든 직급은 히어로가 자신의 임무를 다할 수 있게 각자의 입장에서 조력자가 돼야하니까.

 

 "아 고, 고맙습니다."

 

 복군은 우선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양복을 멀끔하게 빼입은 걸보니 소명 중에서도 사무직에 가까운 것 같았다. 동환은 아이를 업고 가겠다는 복군의 등에 아이를 안겨주었다.

 

 “저쪽에 가시면 제 차가 있어요.”

 "뿌애애앵--"

 

 그 사이, 주택가를 울리는 아이의 울음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그 때, 어느 빌라의 자동문이 차-악 하고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등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떤 애새끼가 이렇게 시끄럽게 울고 지랄이야, 지랄이!!”

 

 아이의 울음에 비해서 너무나 거칠디 거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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