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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엠 멸치 히어로
작가 : binit
작품등록일 : 2022.2.25

아무리 닭가슴살을 구겨 넣어도, 쇠질을 해도 근육이 영 크질 않는 복군. 트레이너를 꿈꾸는 복군이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바닥을 쓸고 닦을 마대 자루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상한 알림창 하나를 보게 되는데.

"소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히어로님."

그 이후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 2호선의 괴물은 뭐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 캡틴.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뭐라고요? 캡틴?

 
11화 손바닥은 가볍다
작성일 : 22-02-25 11:39     조회 : 485     추천 : 0     분량 : 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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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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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정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인재에 의한 안타까운 사고로 전환됐을 때 대한민국을 휘감은 추모 분위기는 가히 거대했다.

 

 합정역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 가져다 놓은 국화꽃과 희생자들이 가는 길 외롭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의 소망이 어린 물건들이 하나 둘 놓였다. 누군가는 아침 직장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수액과도 같은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다 두었고 누군가는 달콤한 초콜렛과 간식거리들을 사다두었다.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선 부디 행복하시길,' '당신은 최고였어요'와 같은 짧은 편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합정역 스크린도어를 빼곡히 채웠다.

 

 SNS를 하는 이라면 반드시 합정역에 가서 포스트잇을 작성한 후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올렸다.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였다. 이러한 사람들의 추모 행렬에 박차를 가한 것은 티비를 통해 공개된 김현구의 아내 민주의 인터뷰였다. 큰 슬픔에 잠긴 가녀린 그녀의 인터뷰는 사람들의 마음에 높디 높은 동정의 파도를 일으켰다.

 

 "이제라도, 남편의 억울함을 풀 수 있어서.....정말로,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남편이 가해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나...감사해요....흐흑..."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인터뷰하는 홀로 남은 여자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찌 미어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울면서 인터뷰하는 민주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민준의 모습도 이리 저리 캡처되고 영상으로 재생산되면서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남편은 개미 한 마리조차 죽이지 못하던 사람이었어요. 휴지에 싸서 그저 밖에 데려다주고 오라고 늘 그랬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어요. 저는 그래서 기사를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민주의 인터뷰가 나간 후에는 가해자로 오명 썼던 김현구라는 인물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현구는 정말 착했습니다. 궃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현구의 삶의 족적을 찾는 프로그램 <기억할게요, 고맙습니다>중 그의 상사였던 영업부 부장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인터뷰 하기도 했다.

 

 "살아 생전, 늘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조금만 더 버텨보자!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서로 위로하고 응원했던 그 때가 떠오릅니다. 흑..."

 

 말을 하던 부장은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랬는데.....이렇게 약속도 지키지 않고 가버리다니...."

 

 황망한 표정의 부장은 결국 인터뷰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그의 모습에서 얼마나 김현구라는 사람이 아까운 인재였는가, 얼마나 열심히 한 일생을 꾸리다 갔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한 남자를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살인자로 손가락질을 했었다는 것이 온 사람들의 마음 속에 죄책감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가 미안해.'

 

 그래서 미안하다는 그 말은 하나의 상징적인 메시지가 됐다. 안전을 의미하는 이미지 헬맷으로 열쇠고리, 스마트폰 그립, 뱃지 등 굿즈가 쏟아졌다. 그것 하나 가방에 매달고 다니지 않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도덕성 따위는 개나 줘버린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에 너나 할 것 없이 굿즈를 사서 '나는 타인의 아픔에 절절히 공감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라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한 순간에 화제 인물로 떠오른 민주는 늘 자신의 인터뷰마다 이 한 마디를 꼭 덧붙였다.

 

 "사랑하는 남편이 가는 길에 억울하지 않도록 애써주신 대통령님께, 제일 감사드립니다."

 

 이 사건으로 더욱 영웅화가 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대통령 이정한이었다. 이정한 대통령같은 성군은 앞으로 대한민국 백년사 통틀어 없을 거라고 국민들은 생각했다. 국민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대통령, 국가의 책임론이 불거지더라도 잘못된 것은 짚고 넘어가는 대통령, 그래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앞장서 만들어 가는 대통령.

 

 정한은 합정역 사고의 모든 피해자에게 억 단위의 거액의 보상금을 약속했다. 남은 가족들의 슬픔을 국가가 함께 하겠다고도 말했다. 세금이 쓰이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누구 하나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통령의 이러한 인간적인 행보에 어떻게 반기를 들 수 있을까.

 

 이토록 인간적이고 따뜻한 대통령. 능력뿐 아니라 아픔을 향한 공감능력까지 인정을 받은 정한은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정한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사람들은 정한의 재신임을 요구했다. 5년 단임제를 개혁하자는 움직임까지 거세졌다. 이정한 같은 대통령을 5년이라는 짧은 시간만 누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의 준엄한 요구이자 명령이라고 했다.

 

 *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복군은 돌아가는 이 상황들에 어질거렸다. 그 안에서 가장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프랑켄 슈타인 좀비야 와라!"

 

 그 유명한 유행어는 한 또라이의 치기어린 정신병 쯤으로 치부됐다. 혹자는 조현병이라고 했고, 혹자는 만취자라 했다. 더 이상 얼굴을 들고 다닐 지경이 아닐 정도였다. 자신의 목소리만 잘라서 웃긴 이미지와 합성한 영상이 유튜브 인기 동영상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밑의 댓글은 온통 복군을 조롱하고, 욕하는 댓글 뿐이었다.

 

 사람들의 태도가 1주일도 안 되서 손바닥이 수십번 뒤집히듯 뒤집혔다. 복군의 사진을 팀장 트레이너로 크게 내걸었던 관장님은 그 사진을 진작 내렸다.

 

 "복군아, 미안하다.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만....나오지 말아주라."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만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이것은 해고였다. 하지만 복군은 관장을 원망할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채찍질해주고 응원해줬던 것이 관장님이라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 또한 얼마나 많은 고민 후에 그 말을 꺼냈는지 알 수 있었다. 관장님은 복군이 남긴 피해에 대해선 전혀 묻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다 안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관장님께 출근을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것 또한 인간의 도리가 아니었다.

 

 "하...."

 

 복군은 암담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곧 죽을 운명이라지만 그래도 살 때까진 살아야지! 그리고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죽을 수는 없다. 진실은 따로 있는데, 사람들에게 진실을 보여줄 수도 알릴 수도 없다는 그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복군은 침대에 걸터 앉은 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복군은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보다는 훨씬 똑똑한 사람을 찾아야 할 때였다. 그는 재빨리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뚜루루...뚜루루...'

 

 통화음이 길게 이어졌다. 복군은 고개를 갸웃했다. 신호음이 채 두 번 가기도 전에

 

 '네 캡틴'

 

 이렇게 전화를 받던 시아였다. 하지만 이번엔 기약없이 통화음이 이어졌다. 복군은 가만히 휴대폰을 들고 안내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

 

 복군과 같은 위치, 같은 자세로 시아가 침대에 걸터 앉아 있었다. 그녀의 곁에선 자신을 찾는 복군의 구조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복군을 도와줄 처지가 아니었다. 자기 자신부터 추스려야 했다.

 

 '강경수가 옳았던 걸까.'

 

 병원에서 경수와 나눴던 대화가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다. 사람들한테 밝힐 수도 없고 공공연하게 활동할 수도 없는 이 소명을 붙들고 있는 자신이 한심한 건가.

 

 처음 알림창이 보였을 때, 페이지라는 소명을 받았을 때 시아는 정말 기뻤다. 시아의 아버지도 프로텍터였다. 그는 소명을 다해 히어로를 지키다가 전사했다. 사실은 억울한 죽음이었다. 급이 낮은 괴인과의 싸움이었으니까. 그 히어로가 도망가지만 않았어도 아버지가 직접 싸움에 임할 일은 없었을 테니까. 히어로가 전투에서 도망쳤기 때문에 프로텍터인 시아의 아버지가 홀로 나서야 했고, 그 결과 괴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일까. 아버지와 같은 소명을 부여받았다는 걸 그녀의 엄마가 알게 됐을 때 엄마는 참 많이 울었다. 엄마는 공무직이라는 소명이었다. 공무직은 현실의 공무원과 가까운 행정직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늘 시아가 공무직의 소명을 받길 빌었다. 아빠의 비극을 딸에게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시아의 생각은 달랐다. 좀 더 의미 있는 소명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그 날, 강의실에서 소명을 부여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아버지처럼 의미있는 삶을 살다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림창을 보자마자 아빠 얼굴이 떠올랐다. 아빠가 지키고자 했던 세상을 자신이 끝까지 지켜주리라 생각했다. 마음이 벅차 올랐다. 마치 아빠에게 소명을 허락 받은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 시아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 지금 뭐하고 있지, 아빠?"

 

 아빠라면 어떻게 했을까. 소명인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아빠는 어떻게 했을까. 현실과 소명 세계 중 한치의 고민도 없이 이 세계에 모든 걸 바치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그런데 남은 건 참을 수 없는 무력감, 그것 딱 하나다.

 

 "그 회사에 안 가겠다고? 미쳤어?"

 

 대학교 4학년 때, 남들은 가고 싶다고 난리인 IT 회사에 턱 하니 붙었을 때, 경수는 회사에 가지 않겠다는 시아를 나무랐다.

 

 그 때도 시아에겐 소명이 가장 중요했다. 실상 이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건 사람의 눈에 쉬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시아에게 소명의 세계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다수의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가장 명확하게 실재하는 세상이었으니까. 그래서 회사따위는 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수많은 소명인들이 현실을 살아야 한다는 명목 아래 자신이 부여받은 소명 따위는 잊고 살아가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봤다. 히어로마저 자신의 소명을 저버리는 세상이지 않은가. 그래서 아빠가 죽어야 했다는 것도 너무나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수같은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경수는 눈에 보이는 게 중요한 사람이니까.

 

 현재 그가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하는 것들만이 그에게 의미를 줄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현실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걷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이이잉'

 

 시아는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을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캡틴."

 

 그녀가 휴대폰을 향해 작게 중얼거렸다. 휴대폰은 계속 해서 울려댔다. 시아는 차라리 보지 않으려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어요.'

 

 이내 진동이 힘없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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