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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엠 멸치 히어로
작가 : binit
작품등록일 : 2022.2.25

아무리 닭가슴살을 구겨 넣어도, 쇠질을 해도 근육이 영 크질 않는 복군. 트레이너를 꿈꾸는 복군이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바닥을 쓸고 닦을 마대 자루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상한 알림창 하나를 보게 되는데.

"소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히어로님."

그 이후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 2호선의 괴물은 뭐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 캡틴.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뭐라고요? 캡틴?

 
10화 퍼즐
작성일 : 22-02-25 11:33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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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수입니다."

 

 경수가 복군의 물음에 대답했다.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것이었다. 그리곤 시아를 돌아 봤다.

 

 "병원에 온 이유가 이거였구나."

 "...."

 

 시아는 굳이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서있는 복군을 한 번 보더니 경수가 먼저 자리를 떴다.

 

 "간다. 가볼게요. 왕복군씨, 다음에 또 보죠."

 "예에? 아 예 어, 아, 안녕히 가세요."

 

 복군은 강경수라는 이름만 밝히고 떠나는 남자의 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바라봤다.

 

 "괜찮아요? 뭐래요?"

 

 다가온 시아 대신 멀어지는 경수에게 시선을 뺏긴 복군이 중얼거렸다.

 

 "...구면인가?"

 

 그는 경수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않았다.

 

 "처음 보는 걸 거예요."

 

 시아가 대답했다.

 

 "...그래요? 근데 제 이름을 어떻게 알죠?"

 "그야, 저 남자도 히어로니까요."

 "히어로예요? 저 남자? 우와."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 중 다른 히어로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이런 세계가 존재하는구나,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워, 어쩐지 히어로의 포스같은 게 느껴지는데요."

 

 복군은 떡벌어진 경수의 어깨를 상기했다. 왠지 무게있던 자기소개까지도. 자신도 누군가에게 묵직한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스는 무슨."

 

 시아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아주 많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시아씨가 왠일이에요. 히어로인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고?"

 "히어로라고 다 제 캡틴인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에 뭔가가 있군요?"

 

 복군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런 거 절대- 아닙니다."

 "그런 거 맞는데 뭐."

 "아, 아니라니까요?!!"

 

 시아의 발끈한 모습에 복군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시아는 이내 민망한 듯 말을 돌렸다.

 

 "아무튼 진짜 괜찮으신 겁니까?"

 "네, 덕분에요."

 "다행입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실려 들어가던 사람이었다. 정말 복군이 시한부라는 게 와닿던 몇 안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그런 순간이 많아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아는 생각했다. 히어로의 00로서 자신이 해야할 일들이 무엇일까.

 

 "시아씨 아니었으면 졸업장도 못받고 인생 조기 졸업할 뻔 했잖아요. 나는요, 졸업식 때까지 열심히 살아서 당당히 졸업장도 받고, 시아씨랑 사진도 찍을 겁니다."

 

 복군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시아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병원에서 그냥 가도 된대요? 입원 같은 건 안하고요?"

 "입원은 무슨, 히어로가 입원하는 것 봤어요?"

 "...흠..."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안되겠어요. 내가 가서 정확히 듣고...."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아의 손목을 복군이 붙잡았다.

 

 "가요. 우리 할 일 많잖아요."

 

 '남은 날들을 병원에서 보내긴 싫어요.'

 

 그 뒷말이 생략된 말. 시아는 더 이상 자신의 주장을 고집할 수 없었다. 히어로를 위해서, 이 남자를 위해서 그가 원하는 대로 복종해야할 의무도 있는 거다, 베첼러는.

 

 "알겠습니다. 집까지는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와, 신난다. 히어로 진짜 할 만하네요."

 

 복군이 활짝 웃었다. 시아도 그 웃음에 피식, 하고 따라웃고 말았다.

 

 '다행이다. 시아가 웃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서 병원까지 와주고, 기다려주고 걱정해주고 있다는 게 복군은 의지가 됐다. 세상에서 딱 홀로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일 때, 막 절벽으로 내몰린 그 순간에 누군가 손을 잡아준 듯한 느낌이었다.

 

 *

 

 "목격자들 만나 보셨어요?"

 

 경찰서로 돌아온 경수에게 후배 동민이 물었다.

 

 "어, 뭐."

 

 경수는 별 말 없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난데없이 내려온 청장의 지시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그 사건 당시 합정역에 있었던 목격자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었다.

 

 "뭐래요?"

 "...."

 

 하지만 경수의 정신은 온통 다른 데 집중돼 있었다. 그래서 동민의 말이 쉬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선배?"

 "....왜 하필 그딴 놈이랑 얽혀가지고는."

 "네?"

 

 그제서야 경수가 동민을 돌아봤다.

 

 "아, 아니야. 뭐라 그랬지?"

 "선배 많이 피곤하시죠. 이제 들어가서 좀 쉬세요. 나머지 증언 정리는 제가 할게요."

 "...아, 아냐."

 

 목격자들의 증언이라고 할 것들은 별로 없었다. 생각해보면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김현구를 말루스라고 알 도리가 없으니 그것이 사고라고 정리돼도 크게 이상할 건 없을 것이었다.

 

 "제일 중요한 건 열차의 탈선 증거인데..."

 

 동민이 펜대를 굴렸다.

 

 "우리 그 때 현장 감식 나갔을 때도 탈선한 흔적 같은 건 육안으로도 전혀 없었잖아요?"

 

 의아한 목소리로 동민이 물었다. 그 때, 반장 고동이 들어오면서 대답을 가로챘다.

 

 "그건 네가 걱정할 거 없어, 교통부 쪽 애들이 할 일이니까. 알아서 정리될 거다. 어이, 강형사. 목격자들 다 만나 봤고?"

 "예."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 측에서 마무리해야하는 건 형식적인 절차일 것이다. 그저 이것이 현재 알려진 대로 살인 사건으로 굳어지지만 않도록 하면 되는 일이다. 결정적인 증거만 나오지 않으면 되는...

 

 '모든 걸 다 알면서도...'

 

 경수가 생각했다. 일의 내막을 다 알면서도 쉬이 나서서 처리하지 못한다. 그것이 소명을 가진 자들의 비애였다. 세상사 근본을 다 알면서도 나서질 못하는 그 무력감. 그게 싫어서 경찰이라는 직업을 택한 것이었는데, 그 무력감은 내내 경수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래서 섣불리 행동하면서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왕복군이 더욱 짜증난다. 그 옆에 베첼러랍시고 붙어있는 시아도.

 

 경수에겐 히어로라는 소명은 그저 부차적인 것이었다. 지금껏 말루스에 감염된 자들은 현실세계의 인력으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히어로라는 불분명한 이름 대신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경찰이라는 이름이 더 좋았다.

 

 지금까지의 세상에서는 히어로가 나설 곳이 별로 없었다. 굳이 나서지 않아도 세상은 잔잔한 강물처럼 평화롭게 흘렀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경수로서도 본 적이 없던 괴인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 마무리 해서 내일 아침까지 내 책상 위에 가져다 놔, 이동민."

 

 경수가 후배 형사에게 지시했다.

 

 "예."

 

 경수도 합정역 보고서를 마무리 짓기 위해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위에서 시키는대로, 까라면 까는 수밖에.

 

 *

 

 복군과 시아를 태운 택시가 고요한 새벽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복군은 창밖을 바라본 채 아무 말도 없는 시아를 보며 흘끔거렸다.

 아무래도 아까 그 남자와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 물론 물어봐봤자 절대 말 안해줄 테지만.

 

 "그런데, 우리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어요?"

 

 대신 그 다음으로 궁금한 걸 물었다.

 

 "베첼러는 히어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습니다. 소환을 받는 그 순간부터 끝까지 제가 히어로를 보좌해야 하니까요."

 "에? 정말이에요?"

 

 복군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저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요?"

 

 그러면서 자신의 몸을 팔로 감싸 안았다.

 

 "크흠..."

 

 시아가 그런 복군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복군은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뭔가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면서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 참, 되게 공평치가 않구먼요?"

 "뭐가요?"

 

 되묻는 시아의 말에 복군이 입을 열려다 말고 다물었다. 지금 가장 궁금한 건 시아와 아까 그 남자의 사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요동 않던 시아의 감정이 위 아래로 출렁이는 게 보일 정도다.

 

 "그렇잖아요. 나는 시아씨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데. 그냥 소명이 00라는 거랑, 이름 안지도 얼마 안됐고, 나이는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앞으로의 꿈은 뭔지 이런 거요!"

 

 복군의 말에 민주가 물었다.

 

 "저에 대해 그렇게 궁금한 게 많으십니까? 몰랐습니다."

 "많.습.니.다."

 

 복군이 힘주어 답했다.

 

 "그럼 물어 보십시오. 대답해드릴 순 있는 것에 성심껏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정말요?"

 

 '물어봐도 되는 건가.'

 

 복군의 마음에 살짝의 갈등이 일었지만,

 

 "네, 물어 보십시오."

 

 시아의 그 말에 제일 궁금한 것이 툭 튀어 나왔다.

 

 "아까 그 남자랑은 무슨 사이었어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그게 궁금하셨습니까?"

 "어, 뭐..."

 

 복군은 말을 흐렸다.

 

 "전에 만났던 사람입니다."

 

 시아가 제법 단출하게 대답했다.

 

 "아...."

 

 조금은 예상했던 답이었다.

 

 "3년 전, 헤어졌고요. 대답이 됐습니까?"

 

 시아가 복군에게 되물었다. 복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이 맞았구나.

 

 '왜 헤어졌을까.'

 

 시아의 대답에 이어질 다른 질문은 많았다. 하지만 담담하게 말하는 시아의 얼굴이 어딘가 슬퍼보여 복군은 더 말을 하진 않았다.

 

 "충분히 됐어요."

 

 복군이 대답했다.

 

 "다행입니다."

 

 다시 시아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고, 두 사람을 태운 택시는 그새 열심히 달려 어느 새 복군의 집에 가까워졌다.

 

 *

 

 다음 날 아침.

 

 정한의 명령대로, 계획대로 척척 상황이 맞아 들어 갔다. 이른 아침부터 언론사에서는 앞다투어 합정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교통부의 허술한 관리 감독 때문에 일어난 탈선 사고, 즉 인재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처음에 믿지 않던 사람들도 언론사가 보여주는 사진과 증언들에 서서히 뉴스가 말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였는데 억울한 가해자로 몰려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한 현구에 대한 동정 여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한 사람의 국민마저도 포기하지 않는 정한에 대해 사람들은 감동했다.

 

 정한은 집무실에 앉아 돌아가는 모든 상황을 보고 받았다. 정한이 예상한 대로였다. 그 범위를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보좌진들이 두고 간 보고서를 한 장씩 넘기면서 살폈다. 그의 입가엔 미소가 흘러 나왔다.

 

 감정을 쥐고 흔들면 사람들은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감정따위가 중요한 것이다. 마치 짐승이 먹이 앞에서 본능에 취해버리듯 그렇게. 눈앞의 먹잇감이 주는 달콤한 충족감에 제 뒤에 천적이 있어도 볼 생각 따위 하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썩은 고기여도 상관이 없다. 정한이 즐거운 듯 픽, 하고 웃었다.

 

 "개돼지 다루는 것만큼 쉬운 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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