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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엠 멸치 히어로
작가 : binit
작품등록일 : 2022.2.25

아무리 닭가슴살을 구겨 넣어도, 쇠질을 해도 근육이 영 크질 않는 복군. 트레이너를 꿈꾸는 복군이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바닥을 쓸고 닦을 마대 자루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상한 알림창 하나를 보게 되는데.

"소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히어로님."

그 이후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 2호선의 괴물은 뭐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 캡틴.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뭐라고요? 캡틴?

 
9화 소명과 현실 세계 그 사이 어딘가
작성일 : 22-02-25 11:30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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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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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술을 마신 시아는 젖은 머리를 수건에 말아 올리고 거울 앞에 앉았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서인지, 아직 술기운이 있는 건지 얼굴에 홍조가 가시질 않았다. 두손으로 감싸보니 열기가 느껴졌다.

 

 "술이 약해졌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시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복군의 앞에선 티를 내진 못했지만 00의 자격 정지는 시아에겐 상처였다. 시아에게 소명이란 정말 말 그대로 인생을 바치고도 남을 목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사람은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인생을 살다가 각자 다른 시기에 이를 알게 된다. 어떤 이는 태어나자마자 소명을 알게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청년의 시기에, 어떤 이는 노년에 알게될 수도 있다. 이 또한 그 사람의 운명이다. 어떤 사람은 평생 소명이란 걸 받지 못하고 살아간다. 소명을 받는다는 건 그 세계에 입문을 한다는 것이다. 소명이 없는 자는 단연 이 세계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입문에 자격이 있는지, 소명을 받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 또한 밝혀진 바가 없었다.

 

 *

 

 시아에겐 그 시기가 22살 여름에 찾아왔다. 흐드러지게 피어났던 벚꽃이 꽃눈을 내리며 사라지면 그 자리엔 푸릇한 잎사귀가 돋아난다. 딱 그 맘때쯤이었다. 막 여름에 접어들 무렵, 수업에 늦은 시아가 강의실에 들어섰다. 교수님이 출석을 막 부르고 있었고 홍씨가 성이라 이럴 땐 참 다행이다, 싶은 때였다. 뒷자리에 살포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아가 앉은 책상 옆 창을 통해 곧은 아침 햇살이 강의실 안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어?"

 

 자신도 모르게 내버린 소리. 눈 앞에 네모 반듯한 빛이 나는 알림창 하나가 떠올랐다.

 

 [소명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페이지님]

 

 페이지! 프로텍터라고 불리는 기사 소명의 주니어 단계에 해당하는 소명이었다. 페이지-> 베첼러->프로텍터로 승급이 이뤄진다. 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내버린 큰 소리에 뒤늦게 입을 막았다.

 

 그러나 그 놀라는 소리는 자신만 낸 것이 아니었다. 자신과 조금 떨어진 옆자리 책상에 앉아있던 남자의 입에서도 시아와 비슷한 소리가 나왔다.

 

 "거기 뭐야? 무슨 일 있어?"

 

 교수님이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아 창피해.'

 

 시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참지 못할 호기심으로 흘긋 옆을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고 있었다.

 

 *

 

 '지이이이잉---'

 

 옛 생각에 잠겨 있던 시아를 깨운 것은 화장대 위의 휴대폰이었다. 발신자를 확인하니 캡틴이었다.

 

 '아까부터 별 싱겁게만 굴더니, 전화까지?'

 

 그냥 받지 말까, 싶기도 했지만 힘을 잃었어도 캡틴은 캡틴이다. 시아는 휴대폰을 들었다.

 

 "네 캡틴."

 

 그러나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말이 없었다. 다만 괴로운 듯 끙끙거리는 거친 숨소리만 멀게 들려올 뿐이었다.

 

 "캡틴?"

 "....흐...윽..."

 

 조금씩 숨소리가 짙어졌다.

 

 "캡틴!!!"

 

 머리를 감싸고 있던 수건이 툭 떨어졌다. 시아는 그대로 방문을 나섰다

 

 *

 

 병원, 응급실.

 

 시아는 복군의 집으로 119를 불렀다. 그리고 곧장 병원으로 왔다. 병원 응급실 출입구 앞에서 복군을 애타게 기다렸고, 곧 긴급한 사이렌을 울리며 앰뷸런스 한 대가 도착했다. 그 안에서 무의식조차 고통에 몸부림치는 복군이 실려 나왔다.

 

 "왕복군씨..!"

 

 사람들이 많아 캡틴이라는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하고 시아는 복군의 이름을 불렀다.

 

 "진통제를 놨으니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응급실 의사에게 복군을 인계한 구급대원이 시아를 안심시키려 했다.

 

 "...아...네 고맙습니다."

 

 정말, 아픈 게 맞나보다. 저 사람. 키만 전봇대같이 크고 비실비실 말라가지고는.

 저런 사람이 히어로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캡틴 아메리카는 근육도 빵빵하고 멋진데 캡틴 코리아는 왜 아픈 건데.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나 시간이 얼마 없어요."

 

 몇 시간 전 슬프게 중얼거리던 복군의 말이 생각난다. 정말 방법이 있을까?

 

 '어쨌든 복군에게 소환된 이상, 캡틴을 보좌하는 게 나의 임무다.'

 

 시아는 생각했다. 만나게 된 이유가 있을 거라고. 꼭 뭔가를 해내지 못하더라도, 캡틴을 위해 해야할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그녀는 찬찬히 무거운 발걸음을 응급실 안을 향해 옮겼다.

 

 그 때,

 

 "홍...시아?"

 

 그 목소리에 시아는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오랜만에 듣지만 낯익은 목소리였다.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뒤돌까 말까, 그냥 이대로 쭉 들어갈까 고민하던 시아는 결국 뒤를 돌았다.

 

 "맞네, 홍시아."

 

 경수였다.

 

 *

 

 경수는 카페라도 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지만, 시아는 굳이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직 캡틴이 병원에 있기도 했고 또 장소까지 옮겨서 이 사람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지냈어?"

 

 병원 근처 벤치, 자판기 커피를 손에 나눠들고 앉은 두 사람의 적막이 경수의 질문에 겨우 사라졌다.

 

 "뭐...그냥..."

 

 시아는 말끝을 흐렸다. 잘지낸다는 게 뭘까. 아마 경수는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필 이럴 때, 꼭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을 때 만나게 된다. 하필이면 굳이 자신이 자격 정지가 된 상황에서 만날 게 뭐람.

 

 시아는 말을 마치고 더 잇지 않은 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 열대야에 굳이 뜨거운 커피라니.

 그녀는 커피 자판기 옆 음료수 자판기를 바라봤다. 콜라, 사이다, 이온음료 등 시원한 음료수가 즐비했다.

 

 "보고 싶었어."

 "...."

 "궁금했고."

 

 경수의 말에 시아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 지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서 딱 만나냐. 하여튼 진짜, 신기해 너랑 나."

 

 너랑 나.

 

 그 말에 시아가 엷게 웃었다. 마치 그게 좋은 것처럼 말하는 경수가 우스웠다. 너랑 나라니, 그 사이를 끊으려고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보고싶었다, 궁금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예나, 지금이나 참 모든 게 쉬운 사람이다.

 

 "진짜야, 안 그래도 너 얘기 들었어. 이상한 놈 만나서 같이 코 꿰었다고. 걱정하지 마, 내가 너 하나만큼은 잘 말해볼게."

 

 아버지가 협회장이니 경수에게 부탁하면 어쩌면 자신은 자격정지가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다. 경수는 호의로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 말들이 어쩐지 속에 꽉 막혀서 얹혀서 소화가 되질 않는다.

 

 "이상한 놈 아니야."

 "어?"

 "...내가 모시는 캡틴, 이상한 놈 아니라고."

 

 왕복군은 이상한 사람이 맞다. 건멸치마냥 퍼석한 것이 어딘가 모자라고 허술하긴 하다. 싱거운 사람이다. 하지만 누구도 복군을 두고 이상하다 말할 수는 없다. 마치 자신을 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하는 사람이 강경수라서 그런 건가.

 

 "어...그래. 미, 미안."

 

 경수는 다소 날카로운 시아의 반응에 당황한 듯 얼버무렸다.

 

 "병원은 왜 온 거야? 어디 아파?"

 "아냐."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경수가 물었다. 시아는 그런 경수를 바라봤다. 차가운 눈빛으로.

 

 '왜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데.'

 

 경수는 이내 시선을 피했다.

 

 "안 아픈 거면 다행이고. 아무튼...! 잘 말해볼게."

 "아니, 말하지마."

 

 시아의 말에서 단호함이 묻어났다. 어떤 호의도 경수에게선 받고 싶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에게서 빌리는 호의는 더더욱 그랬다.

 

 '어떻게든 내 힘으로 되찾을 거다.'

 

 시아는 생각했다. 경수도 시아의 이런 반응이 어떤 연유에서 비롯한 건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말을 잇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적막이 흘렀다. 그 적막을 감추려 경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요즘 어떻게 지내? 취업은 했지?"

 "....."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사람 아픈 곳은 기가 막히게 잘 찌르는 사람이다. 지가 허준이야 뭐야, 혈은 참 잘 찾는다.

 

 "취업 안했어. 앞으로도 안 할 거고. 나 아르바이트 하면서 살아."

 "...왜?"

 

 경수가 의아하게 물었다.

 

 "너 공부 정말 잘했잖아. 똑똑하고. 넌 뭐든 잘할 거야. 이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해."

 

 시아가 경수의 말을 가로챘다.

 

 "우리 이렇게 오지랖 부려줄 사이 아니지 않나?"

 "그래도 너..."

 

 경수는 시아의 날카로운 반응에도 말을 이었다.

 

 "프로텍터가 되는 게 네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 그냥 그건 네가 갖고 가는 또 하나의 이름일 뿐이야. 이름은 이름일 뿐이라고. 정작 네가 가야할 길은 안가고 왜 멈춰 서 있는 건데?"

 

 경수도 점점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시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또 우연히 만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연이 허락해서 또 만나게 되더라도 그 때는 그냥 서로 모른 척 지나가자. 부탁이야."

 "홍시아."

 

 시아는 돌아보지 않고 곧장 앞을 향해 걸었다. 손에 쥔 뜨거운 커피가 넘실거리면서 쏟아질듯 출렁였다.

 

 '왜 멈춰 서 있는 건데?'

 

 그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멈춰 서 있는 게 아니었다. 늘 달리는 삶이었다. 하지만 원하는 방향과 세계가 다를 뿐이다.

 소명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 그 중 시아는 소명을 택했을 뿐이다. 시아는 늘 소명을 꿈꿨고, 경수는 늘 현실을 지켰다. 둘은 그렇게 달랐다. 그리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차이는 결코 좁혀질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그 때, 앞서 가던 시아를 경수가 붙잡았다.

 

 "미안해. 잘못했어."

 

 그런 사과를 들을만한 사이도 아니다. 시아는 경수의 손을 잡아 빼냈다.

 

 "아까 한 말 새겨 들어줘."

 "뭘? 우연히 만나도 모른 척 하라고? 내가? 왜?"

 

 경수가 되물었다.

 

 "내가 왜 널 모른 척 해야 되는데? 그 일이 있었던 게 벌써 3년 전이잖아. 근데 왜 우리가 계속 이렇게 평행선에 서 있어야 해?"

 

 '저 사람한테는 벌써 3년인 일이 나에게는 겨우 3년이 지났을 뿐이다.'

 

 "평행선에 서 있어도 마주 볼 수 있잖아. 그럼, 가까워지는 길을 찾을 수도 있는 거잖아."

 

 경수의 말에서 어떤 미묘한 간절함이 느껴졌다.

 

 "갈게."

 

 더 이상 대꾸하고 싶지 않은 시아가 먼저 돌아섰다.

 그때, 응급실 쪽에서 한 남자가 휘적거리면서 걸어나왔다. 마르고 긴 몸이라 휘적거리면서 걷는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어, 시아씨!"

 

 복군이 한달음에 시아의 곁으로 다가왔다.

 

 "고마워요. 시아씨. 나 진짜 시아씨 아니었으면 죽을 뻔 했잖아요."

 

 그새 괜찮아진건지, 괜찮은 척 하는 건지 얼굴에는 식은땀이 채 닦이지 못하고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왕복군씨 되십니까?"

 "아오 깜짝이야!"

 

 시아 곁에 서 있던 경수를 이제야 발견한듯 복군이 호들갑스럽게 놀랐다. 복군이 너무 놀란 탓에 경수가 멋쩍어질 정도였다. 가슴을 몇 번 쓸어내리던 복군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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