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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엠 멸치 히어로
작가 : binit
작품등록일 : 2022.2.25

아무리 닭가슴살을 구겨 넣어도, 쇠질을 해도 근육이 영 크질 않는 복군. 트레이너를 꿈꾸는 복군이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바닥을 쓸고 닦을 마대 자루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상한 알림창 하나를 보게 되는데.

"소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히어로님."

그 이후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 2호선의 괴물은 뭐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 캡틴.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뭐라고요? 캡틴?

 
8화 긴급 속보
작성일 : 22-02-25 09:48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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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안녕히 들어가십쇼."

 

 살짝 볼에 홍조가 오른 시아가 복군에게 인사했다. 소주를 혼자 한 병이나 마셔 놓고도 말투에서는 저 군기가 빠질 기미가 없었다. 복군이 그런 시아를 조심스럽게 불러세웠다.

 

 "저, 홍...시, 시아씨!"

 "네?"

 

 돌아서던 시아가 건조한 대꾸와 함께 돌아섰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뇨, 무슨 일은 아니고..."

 ".....?"

 

 시아는 별안간 말끝을 흐리는 복군을 바라봤다.

 

 "아니면 다행입니다. 그럼."

 

 다시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는 시아를 복군이 붙잡았다. 시아가 복군에게 살짝 손목이 잡힌 모양새였다.

 

 "....음....저..."

 "말씀하셔도 됩니다."

 

 시아의 말에 복군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우, 우리 한 배도 탄 사이인데 이제 말 놓을까요 로보트처럼 그만 말하고."

 "안 됩니다."

 

 시아가 잡힌 손목을 털어냈다.

 

 "왜요?!"

 "아무리 지금 알 수 없는 이유로 힘이 봉인됐어도, 캡틴은 엄연히 히어로입니다. 자부심을 잃지는 마세요."

 "쳇.."

 

 좋으면서도 섭섭한 말이었다.

 

 "히어로한테는 뭐, 반말하면 큰일난답니까?"

 "제 원칙입니다."

 "흠."

 

 복군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더 말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그 때였다. 도시의 빌딩 위 전광판에 커다랗게 정한의 얼굴이 떠올랐다.

 

 '긴급 속보'

 

 네 개의 빨간 글자가 순식간에 사람들의 눈길을 빼앗았다.

 

 [합정역 사건이 아닌 사고라고 밝혀]

 

 한 문장의 자막이 시아와 복군 두 사람의 눈에 동시에 들어왔다.

 

 "뭐죠? 저게?"

 

 복군이 입을 열었다.

 

 사건이 아니라 사고라고?

 

 [지하철 탈선이 주요 원인 같아...곧 공식발표] 라는 자막도 연이어 떴다.

 

 "탈선????"

 

 복군이 크게 소리쳤다. 그 말에 사람들이 복군을 바라봤다. 복군은 시아를 바라봤다. 시아도 복군의 눈을 마주했다. 시아는 생각했다.

 

 '탈선? 그건 분명히 아니다. 그리고 일반인인 대통령으로서는 원인을 밝히지 못할 일을 사건으로 마무리하는 게 훨씬 편할 일이다. 가해자만 지탄을 받고 끝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대체 왜?'

 

 시아의 머리 속에 풀지 못할 질문이 늘어났다. 복군은 전광판을 다시 바라봤다. 장소는 김현구의 장례식장이라는 자막이 왼쪽 하단에 떴다.

 

 '대통령이 김현구의 장례식까지 찾아갔다니.'

 

 복군은 의아한 마음과 동시에 자신에게 커다란 비밀이 생긴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잘난놈 이정한도 모르는 그 비밀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그런 마음. 정한은 늘 같은 남자로서 저렇게 잘생긴 놈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남자였다. 세상사가 절대 공평치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놈이었는데. 이 합정역 사건에서만큼은 복군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

 

 "쥐뿔도 모르고 하는 말이네요. 그쵸?"

 

 복군이 시아에게 말했다. 그는 살짝 웃음기가 어린 채 시아에게 말을 건넸지만, 시아는 굳은 표정으로 묵묵부답이었다.

 

 *

 

 "아니, 대통령이 왜 김현구의 장례식장씩이나 찾아 가서 그런 말을 지껄입니까, 예?"

 "그러게 말입니다."

 

 한밤 중 다시 소집된 청와대 긴급회의.

 

 예고도 없이 이뤄진 대통령 담화에 관료들은 모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다들 한 마디씩 내뱉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나 참."

 

 시끄럽고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김청장은 대통령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거 완전 긁어 부스럼 아니냐고요. 내가 싫어하는 게 일 키우는 거잖아! 알지, 너 알지?"

 

 자다가 끌려 나온 사무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졸린 지 하품을 속으로 삼켜냈다.

 

 "그, 그렇죠.."

 "지금 이거 셀프 묘자리 만든 거야. 셀프 묘자리. 김현구로 묻어질 단순한 일인데 왜 지가 나서서 옆에 무덤을 파냐고 무덤을!"

 

 청장의 목소리가 흥분해서 점점 커졌다.

 

 "아니, 지 무덤만 파면 몰라. 대통령이 뭐 대통령 혼자랍디까? 대통령이 속한 여당은요? 그리고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요? 아 이거 다 같이 입관하자 이겁니까??"

 

 청장의 흥분 섞인 소리를 듣던 행정부 장관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 옆 교통부 장관은 별 말이 없이 눈만 감고 있었다.

 

 "그만해요 김청장. 대통령님께서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그리 경솔하게 행동할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긴 뭘 아닙니까.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대통령이랍시고..."

 

 그 때 문이 열리고 정한이 들어섰다.

 

 그러자 회의실 내부 모든 웅성거리던 소리가 한 순간에 멎었다. '나댈 때부터 알아봤다'는 꼰대 소리를 내뱉던 청장도 바로 입을 다물었다. 사무관도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청장 덕에 사무관의 가슴이 덜컥하는 일이 잦았다.

 

 정한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침착하게 걸어와 중앙에 앉았다. 그리고 관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여러분과 먼저 상의드리지 못한 건 제 불찰입니다."

 

 정한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 내부에는 다시 고요함이 감돌았다.

 

 "TV에서 다들 저를 보셨을 테니 내용을 다시 복기하진 않겠습니다. 제가 오늘 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관료들의 눈이 정한을 향했다. 그의 입에서 확실한 증거에 대해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섭니다."

 

 '도움?'

 

 예상을 벗어나는 단어였다. 정한은 말을 이었다.

 

 "김성태 경찰청장님."

 

 먼저 그는 한 사람을 지목했다.

 

 "예!"

 

 경찰청장이 답했다. 정한이 그에게 미소를 띄며 말했다.

 

 "국과수와 연계하든 도시철도공사와 연계하든 정황적으로 빈틈없이 합정역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사건이 아니라 사고라는 증거를 만들어 오세요."

 "...네?"

 

 그건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니었다.

 

 "부탁드립니다."

 

 명령이었다.

 

 "그리고 대법원장님?"

 "예."

 

 검찰청장이 대답했다.

 

 "법적으로 어떠한 결함도 없게 이 사건 마무리 지으세요. 이 사고와 관련한 어떤 피해보상이든 아끼지 마세요. 피해자들은 충분히 피해를 보상받고 나라에 대한 원망이 없게끔 해야 합니다."

 

 '대체 왜?' 라는 물음이 관료들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 때 말을 아끼던 교통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탈선 사고라고 마무리를 지으면 교통부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처한 상황이 됩니다. 저희 2호선 열차는 한 번도 탈선을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왜 저희가 원인이 돼야하는 겁니까."

 

 정한은 말없이 턱을 괴고는 장관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충분히 장관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2호선 열차? 문제 없었죠. 그런데 제가 지금 문제가 있고 없고를 따졌습니까, 문제를 만들어오라고 말씀드렸습니까?"

 

 정한의 말에 날이 섰다 .

 

 "그러니까 그걸 왜 교통부가 전부..."

 "네. 뒤집어 쓰세요. 그리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국민들에게."

 "....."

 

 장관이 입을 다물었다.

 

 "국토 교통부에서 매년 지하철 운영 명목으로 받아가는 세금이 얼마나 됩니까. 노약자네 뭐네 무료로 지하철 이용하게 해준다면서 뜯어가는 세금이 얼맙니까? 그동안 생색 낸 세월이 얼만데, 이번 일 하나 못참아 주시겠다구요?"

 "아, 아닙니다."

 

 장관이 바로 정한의 말을 부인했다. 정한은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난 장관님 참 좋아합니다. 이성적이고, 묵직-하고, 참을성도 뛰어나. 그쵸?"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정한의 승리였다. 그리고 이들의 대화는 정한의 요구에 그 누구도 반박하지 말라는 선언이 됐다. 회의실은 다시 잠잠해졌다.

 

 "그럼 오늘 회의 끝내겠습니다. 내일 모레까지 언론사에 자료 넘기세요."

 

 정한은 기한을 정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

 

 "대체 무슨 조화일까."

 

 복군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기사를 보면서 댓글을 읽어내려갔다. 대통령이 김현구의 장례식장에서 발표한 담화를 다룬 기사 댓글은 온통 정한에 대한 욕으로 가득했다.

 

 사이코패스, 살인자, 최악의 대통령, 그리고 탄핵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통령이 화두를 던지자 자연스럽게 복군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잊혀졌다. 복군을 다룬 이야기보다는 기사나 여론의 중심이 대통령으로 옮겨간 것이다.

 

 어쩌면 현재 복군의 상황에선 다행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대통령한테 고맙다고 생각해야 하나. 복군은 기사 댓글을 쭉 훑어내리다가 카톡창을 열었다.

 

 [자요?]

 

 이 두 글자를 쓰려고 수없이 글자를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물음표를 몇 개 붙일까까지도 고민하다가 겨우 하나를 써넣고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녀는 지금 모든 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상대였다. 물론 시아는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 귀찮겠지만.

 

 [아니요 캡틴, 무슨 일이십니까]

 

 말투만큼이나 딱딱한 답장이 돌아왔다. 복군은 자신을 여전히 캡틴이라고 불러주는 시아가 고마웠다. 이제 자신은 한낱 힘없는 멸치로 돌아왔을 뿐인데 말이다. 마른 몸 때문에 자신있게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도, 좋아한다고 고백을 해 본적도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마른 몸은 복군을 가둬 놓은 창살 굵은 감옥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시아에게 더 고맙다. 시아는 복군 자신이 가장 빛났을 때, 가장 강했을 때 그 현장에 함께 있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쩌면, 복군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단 하나의 순간을 함께 공유한 사람.

 

 복군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걸렸다.

 

 [아뇨, 그냥. 대통령 때문에]

 

 그 문자를 전송하자마자 시아의 칼답이 돌아왔다.

 

 [신경쓰지마십시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ㅎㅎ오늘 고마웠어요~]

 

 이후에는 시아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쩝.

 

 '그나저나 어떻게 하면 봉인된 힘을 풀 수 있을까.'

 

 침대에 누운 복군의 생각이 깊어졌다. 근 며칠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갑자기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미지의 알림창부터 합정역에서의 일들,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 그리고 췌장암 선고까지.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가 이 일을 두고 뭐라고 할까. 엄마에게 어떻게 아들이 먼저 간다는 소식을 전해야 할까.

 

 자신의 인생만큼 굴곡없이 흘러가는 인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인생이 굽이지기 시작했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때,

 

 쿨럭하는 기침이 훅 하고 올라왔다. 너무 급히 강하게 올라온 탓인지 복군의 마른 몸이 크게 들썩였다. 그리고 뒤이어 끊어질듯한 복통이 찾아왔다.

 

 '윽'

 

 복군이 쓰러지던 날, 그 때와 같은 크기의 고통이었다. 복군은 침대 옆 협탁 위를 손으로 짚어댔다. 여기에 둔줄 알았는데, 약이 없었다.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책상 쪽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려는데 정신이 아득해져왔다. 복군은 본능적으로 휴대폰으로 통화목록 중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을 눌렀다.

 

 -쿵.

 

 복군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복군의 휴대폰 너머로 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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