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
 1  2  3  4  5  6  7  8  9  >>
 
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엠 멸치 히어로
작가 : binit
작품등록일 : 2022.2.25

아무리 닭가슴살을 구겨 넣어도, 쇠질을 해도 근육이 영 크질 않는 복군. 트레이너를 꿈꾸는 복군이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바닥을 쓸고 닦을 마대 자루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되고, 이상한 알림창 하나를 보게 되는데.

"소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히어로님."

그 이후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 2호선의 괴물은 뭐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또 뭐야?

"안녕하세요, 캡틴.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뭐라고요? 캡틴?

 
6화 희망과 약속 그 어딘가
작성일 : 22-02-25 09:41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508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얼마나...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어...."

 

 가끔 이렇게 사람의 감정이 훅 하고 여자의 마음에 다가올 때면, 반응하기가 어려워진다. 모든 걸 공식과 원칙대로 해결하는 그녀는 이러한 감정이 느껴질 때가 가장 어렵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정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다.

 

 "3시간 전 협회에 보고를 올렸으니, 일주일 내로 일단 청원은 접수될 겁니다. 그리고 봉인에 관해서는 이를 담당하는 부서에 이관요청을 할 수 있고. 그리고..."

 

 이렇게밖에는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복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어요, 내가."

 "....네?"

 

 복군은 엷게 웃었다.

 

 "이제 나 곧 죽거든요."

 

 그러더니 술도 못하는 주제에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잔을 입에 대려는 순간 여자가 그를 말렸다.

 

 "드시지 마시죠. 알코올이 들어가면 맥박이 20% 증가하고, 이는 간에 정상보다 무려 35%의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복군은 더 대꾸하지 않고 가만히 술잔을 내려 놓았다.

 

 "죽는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복군은 굳은 얼굴로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여자가 이를 말렸다.

 

 "잘해야 삼 개월, 그보다 더 짧을 수도 있어요."

 

 '3개월? 90일?'

 

 여자는 가만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내 뱃속 어딘가에 암이 있대요. 췌장에 있다던가."

 "암이요?"

 

 복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 시간 동안만이라도, 좀 행복해보고 싶었는데."

 "......"

 

 히어로가 되놓고도 힘이 봉인되고, 곧 죽는다고?

 

 여자는 천천히 상황을 복기했다.

 

 "그래서 그 시간동안만이라도 다시 한 번만 그 때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을 지키는 거, 사람들을 돕는 거. 나 그 때 진짜 행복했어요. 그거 한 번 더 느껴보고 죽을 수 있다면 나 감사하면서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자가 가만히 복군을 바라봤다. 그러자 복군은 그 눈빛의 의미를 안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죽는 게 별 건가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픽, 웃었지만 말을 잇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려 왔다.

 

 "나 다시 힘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복군이 다시 애절하게 물어왔다.

 

 "네?"

 

 저렇게 물어오는 남자의 물음을 차마 외면할 순 없었다.

 

 "안 하실, 생각이었습니까."

 

 여자가 되물었다. 된다고 생각하자.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살 날이 얼마 남지도 않은 남자의 희망까지 꺾을 순 없었다. 그가 힘을 찾아야 자신도 히어로를 제대로 보좌할 수 있을 테니까.

 

 그녀의 대답을 듣자 복군의 눈에 기쁨이 조금씩 차올랐다.

 

 "한 번 해보죠. 같이."

 

 복군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고마워요. 나 그쪽 말 진짜 잘 들을게요."

 

 어차피 자신의 신분도 현재 정지가 된 바, 이 남자와 함께 성과를 쌓으면 더 빨리 참작이 돼서 복권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거다. 여자의 계산은 그랬다. 이제서야 입맛이 도는지 복군은 잔치 국수를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먹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뭐 하나 더 물어봐도 돼요?"

 

 여자는 그 질문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군은 재빨리 입안에 있던 음식을 꿀꺽 삼키고는 물 한잔을 크게 들이켰다.

 

 "아니 별 건 아니고...."

 

 뜸을 들이더니,

 

 "이름이 뭐예요?"

 

 그가 물었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사족을 붙여댔다.

 

 "아니, 구면인 것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 내가 그쪽 이름을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전에 찾아볼 생각도 못했고."

 "홍시아요."

 "홍시요?"

 "아니요..."

 

 다시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이 남자.

 

 "홍시아."

 "아. 홍...시아."

 

 복군이 픽 하니 웃었다.

 

 "이름 예쁘네요."

 

 퇴근 시간이 절정에 이르자 사람들이 더 많이 포장마차에 복작대기 시작했다. 복군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어, 우리 이제 그만 갈까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다시 고개를 푹 숙인 복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잘 먹었어요."

 '산다고 한 적은 없었는데?'

 

 복군은 서둘러 포장마차를 나섰다. 시아도 남은 소주를 병째로 입에 탈탈 털고는 따라 일어났다.

 

 행동이 재빨랐다. 의도는 아니었겠지?

 

 시아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다시 될 수 있다는 약속이 너무 경솔한 짓이었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

 

 깊어지는 저녁, 사람들이 퇴근을 서두르는 사이로 한 여자가 서류 뭉치를 가슴에 안고 종종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했다. 큰길에서 골목으로 접어들더니 왼쪽, 오른쪽 방향을 틀면서 꺾어 들어가면 낡은 상가건물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세월의 때가 많이 묻은 것 같은 화이트 타일의 건물에 쑥 들어갔다.

 

 지하 1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반층 내려가자 초록색 두꺼운 철문이 있었다. 그녀는 끙-소리를 내면서 문을 열었다.

 

 "우리 이사좀 가면 안 돼요? 아님 자동문으로라도 좀 바꾸든가요."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가 한숨을 푹푹 쉬면서 뒤편에 있는 책상에 서류 뭉치를 턱 내려 놓았다.

 

 "서류요."

 

 허름해 보이는 외부와는 달리, 안으로 들어서자 온갖 모니터에 최첨단의 장비들이 번쩍거린다. 마치 하나의 방송국 스튜디오의 모습이다. 회색머리가 희끗한 남자가 수십개의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가 여자의 말에 고개를 돌린다.

 

 "어여, 소 팀장 왔어."

 "본부장님, 이거 말루스 보고서가 너무 많이 들어와요. 그리고..."

 

 그 중 맨 위의 서류 묶음을 손에 들고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내가 홍시아 이거 질기고 질긴 건 진작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거머리처럼 굴지는 몰랐네요."

 "또 홍시아야?"

 

 소 팀장은 지겹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캡틴의 보안법 위반의 타당성을 거의 논문처럼 작성하고 있다니까요. 학위 줘야돼요, 이 정도면."

 "합정역?"

 "네."

 "나머지는 말루스 보고서?"

 

 그 옆에는 시아의 서류만큼이나 높이 서류가 쌓아올려져있다. 소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 띄게 말루스의 발견이 늘었다. 아무도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시아 얘기 들어보면 맞기도 맞는게..."

 

 소예가 옆에 앉아 시아의 소명서를 들여다봤다.

 

 "strategy 1을 따랐다면 보안은 지킬 수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순 없었을 거라는 말, 그 말이 맞지 않아요?"

 "우리끼리 따지고 그러지 말자. 어차피 우리도 위에서 시키는대로 할뿐이야."

 

 소예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근데 왜 시아까지 자격정지가 된 거예요? 시아는 최선을 다했어요. 걔 성격 몰라요? 완전 원칙주의자. 걔는 법없이 살 애가 아니라, 법을 만들면서 살 애예요. 아시잖아요? 그냥 랜덤하게 소환당했다가 같이 묻어진 거지."

 

 그 때, 무겁던 철문이 휙, 하니 열렸다. 소예가 들어온 자의 얼굴을 보고 놀라 일어섰다.

 

 "어, 오, 오셨어요?

 

 모니터에 눈을 두고 있던 팀장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까지 왠일이야."

 "안 오게 생겼어?"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 철문을 쾅 닫는 남자, 경수였다.

 

 *

 

 "신입 히어로가 나온다고 해서 당연히 노블계 쪽인 줄 알았지. 이건 뭐 듣도 보도 못한 평민이야?"

 

 경수는 책상 한 켠에 앉아 불만을 토로했다.

 

 "그걸 사람이 정하냐?"

 "아 그러니까, 답답하다는 거 아니야. 이제 형 어떻게 할 거야? 말루스의 숫자는 그렇다치고, 이번 말루스에 감염된 걔 정체는 뭐야? 그런 수준까지 감염된 놈은 없었잖아."

 

 팀장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게 말이다. 협회에서도 긴급 조사 들어갔어."

 "세상이 어떻게 이리 요지경인지. 괴인은 괴인대로, 히어로는 히어로대로. 하, 참. 그 신입 히어로는 지가 몇 급인지 똥급인지도 모르면서 힘을 주체할 줄 도 몰라, 어떻게 된 게."

 "아직 교육이 덜 된 모양이지."

 "그게 문제라고, 그게. 소명이니 나발이니 시스템이 아주 개똥이라니까."

 "너 왜 이렇게 화가 났냐."

 

 자꾸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수에게 팀장이 물었다.

 

 "아 몰라, 그냥 짜증나서 그렇지. 위에서도 쪼고 말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소예는 언성을 높이는 두 사람 사이에 커피 두 잔을 내왔다.

 

 "천천히 마시면서 싸우세요."

 

 팀장이 찌릿 그녀를 째려봤다. 소예는 경수에게 깍듯이 고갯짓으로 인사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소예는 자신의 자리에서 경수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널찍한 등판이 눈에 띈다. 강경수, 전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노블계통의 집안이다. 그의 히어로 급수는 A. 노블계에서 A급 히어로가 등장했다는 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지켜보자."

 

 팀장이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이런 것이 다였다.

 

 "지켜보긴. 요즘 시아는 뭐해? 어디 가서 개고생하고 있는 거 아니야?"

 "너 아직 몰라? 걔도 같이 자격 정지됐어."

 

 경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뭐라고?? 걔가 왜? 뭐하다가?"

 "뭐하긴? 이번 합정역 사건에 시아도 당사자야."

 "뭐????!!"

 

 경수가 먹던 커피를 뿜을 듯 흥분했다.

 

 "그 똥급 히어로 베첼러가 홍시아라고?"

 "그래. 너 진짜 몰랐구나?"

 

 현실을 사는 것도 정신 없는 경수가 소명의 세계의 일까지 일일이 파악하긴 어려웠다.

 

 "사, 사유가 뭔데?"

 "뭐겠냐. 보안 유지 위반이지."

 "그게 걔 때문이야? 왜 걔까지 덤탱이야? 똥옆에 있다가 똥물 튄 것도 죄야? 똥물 튀긴 놈이 잘못이지, 맞은 놈이 잘못이냐고."

 

 경수가 목소리를 높여 시아 편을 들었다.

 

 "야, 너 뭐...."

 "뭐가."

 

 팀장의 눈에는 유달리 더욱 경수가 흥분한 듯 했다.

 

 "아니지?"

 

 그 모습에 소예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진짜."

 

 아픈 곳을 찔린 것처럼 경수가 자리에서 팍, 일어나버렸다.

 

 "박 팀장님. 이 그지 같은 사무실 좀 어떻게 위치 좀 옮겨. 위에 건의 좀 하라고. 명색이 히어로 지부라는 게 이게 뭐냐! 올 때마다 차 긁힐까봐 조마조마해. 문도 좀 어, 그 뭐야 자동문이나 번호키로 좀 바꾸든가. 아직도 열쇠로 여는 철문을 쓰는 데가 어딨어."

 "그건 그래요!"

 

 소예가 뒤에서 맞장구를 치면서 경수를 거들었다.

 

 "그러니까, 회장님한테 말 좀 해줘라 니가."

 

 팀장이 웃으면서 경수의 말을 받아쳤다.

 

 "아 됐어."

 

 회장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경수의 표정이 또 다시 구겨졌다. 회장의 얼굴만 생각해도 지긋지긋하다. 그 까탈스럽고 제 멋대로인 꼰대에게 말을 해봤자 들어주지 않을 건 뻔했다. 히어로 협회장, 강노수. 그는 회장이자 경수의 아버지기도 했다. 현실적으로나 소명으로나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깐깐하기로 유명한 사람. 그래서 숨막히는 사람. 경수와 아버지는 말 그대로 애증의 관계였다.

 

 역시 이곳에 찾아와도 별다른 이야기를 못 들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예상은 한 치의 빗나감 없이 적중했다.

 

 "에휴, 나 가요."

 "또 와, 히어로."

 

 '왕복군.'

 

 두꺼운 철문을 밀면서 경수가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왠지 묘하게 기분이 나쁜 이름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화 웰컴 투 헤븐 2022 / 2 / 25 184 0 5032   
19 19화 캡틴과 워리어 2022 / 2 / 25 207 0 5081   
18 18화 김상수와 MH-130 2022 / 2 / 25 202 0 5084   
17 17화 인생의 선물 2022 / 2 / 25 209 0 5092   
16 16화 나는 될 수 없습니까 2022 / 2 / 25 198 0 5017   
15 15화 33초 숨바꼭질 2022 / 2 / 25 198 0 5638   
14 14화 두 개의 세계 (2) 2022 / 2 / 25 188 0 5344   
13 13화 두 개의 세계 (1) 2022 / 2 / 25 205 0 5300   
12 12화 히어로 협회 본사 박 대리 2022 / 2 / 25 208 0 5114   
11 11화 손바닥은 가볍다 2022 / 2 / 25 485 0 5038   
10 10화 퍼즐 2022 / 2 / 25 203 0 4841   
9 9화 소명과 현실 세계 그 사이 어딘가 2022 / 2 / 25 191 0 5096   
8 8화 긴급 속보 2022 / 2 / 25 195 0 5010   
7 7화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2022 / 2 / 25 203 0 5053   
6 6화 희망과 약속 그 어딘가 2022 / 2 / 25 206 0 5081   
5 5화 얼마나 기다려야 2022 / 2 / 25 203 0 5961   
4 4화 멸치의 생에도 볕들 날은 있다 (2) 2022 / 2 / 25 195 0 5313   
3 3화 멸치의 생에도 볕들 날은 있다 (1) 2022 / 2 / 25 214 0 5153   
2 2화 내선순환 열차 2022 / 2 / 25 214 0 5472   
1 1화 멸치도 밟으면 꿈틀한다 2022 / 2 / 25 308 0 501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