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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금에 미친 이 세상을 뿌리째 들어내겠어!
작가 : 화블루
작품등록일 : 2022.2.1

가주의 빚을 갚기 위해 상인의 신부로 팔려갔던 아멜 그린, 가문의 낮은 작위 때문에 팔려가다시피 외국으로 끌려갔던 에릭 화이트는 황금에 미쳐있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들의 인생을 바친다. 그들이 당당한 군주가 되어 이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있을 때까지!

 
16화. 에믹 남작부인의 선물
작성일 : 22-02-24 21:30     조회 : 183     추천 : 1     분량 : 4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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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그렇게 말해 놓고 사실 우리를 도와주고 싶었나봐! ”

 

 “펠트로한테 온 거 아니고?”

 

 

 에밀리가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로 흥분해 있는 에뮬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아니야! 아멜 언니를 불렀어! 왕실 기사단 소속의 세를이라는 사람인데 에믹 남작부인의 호위를 맡고 있대! 뭔가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다는데? 엄마가 비밀리에 뭔가를 보낸 게 아닐까?”

 

 

 에뮬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지만 이제 막 잠에서 깬 에밀리는 아직 꿈속의 감정에 지배 되어 있었다. 그녀는 아직 꿈속에서의 장면들이 머리를 계속 맴돌고 있어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에밀리는 긴밤 내내 에믹 남작부인이 그들을 버리고 떠나는 악몽에 시달렸다. 꿈 속에서의 에밀리는 지금보다 더 어리고 앳된 소녀였다.

 

 꿈속의 어린 에밀리는 대문을 나서려는 에믹 남작부인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떠나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에믹 남작부인은 도와주지 못한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현실에서도, 꿈속에서도 철저히 외면 당한 그녀의 간절한 바람은 큰 것이 아니었다. 그저, 옆에서 자매들을 돌보아주는 엄마가 있었으면 했다.

 

 에밀리는 눈가에 말라붙은 눈물 자국을 조심스레 떼어내며 화장대의 거울로 향했다.

 

 

 “뭐야, 언니 울어?”

 

 

 에뮬은 평소 같았으면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었을 에밀리가 조용히 눈을 비비며 화장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안 울어. 내가 아침 댓바람부터 울 사람이야?”

 

 

 에밀리는 거울을 보며 얼굴에 굳어있는 눈물 자국들을 떼어낸 뒤 퉁명스레 말했다. 에뮬이 미심쩍은 눈초리로 에밀리의 불그스름한 눈가를 바라보았다.

 

 

 “에밀리 언니, 얼굴 정돈만 대충 하고 아랫층으로 내려가 보자.”

 

 “응접실에 가보려고?”

 

 “응, 뭘 들고 온 건지 너무 궁금하지 않아?”

 

 

 에뮬이 창문에 서서 바깥에 세워져 있는 짙은 노란색의 둥그런 호박 모양 마차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 지금 내려가 보자.”

 

 

 에밀리의 대답에 에뮬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당장이라도 뛰어 내려갈 것처럼 빠르게 문을 향해 걸어갔다. 에뮬은 침실에서나 입는 슈미즈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에밀리가 에뮬을 제지하며 말했다.

 

 

 “그런데 너, 슈미즈 입고 내려가려고?”

 

 

 “어.. 옷을 갈아입어야겠지?”

 

 

 그제야 자신이 새하얀 슈미즈차림인 것을 깨달은 에뮬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미혼인 영애가 슈미즈 차림으로 남자를 마주하는 것은 헤픈 여자들이나 하는 행동으로, ‘나는 정결하지 못한 여자이니 아무렇게나 다루셔도 됩니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에밀리는 도저히 때와 장소를 맞춰서 입지 못하는 에뮬을 살짝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어휴, 너는 진짜 내가 언니인 걸 다행으로 생각해!”

 

 

 에밀리는 옷장을 열어 뒤적거리더니 곧, 몸 전체를 덮을만한 크기의 숄을 꺼내어 에뮬에게 던져주었다. 연한 분홍색에 작은 장미 자수가 새겨져 있는 숄이었다. 에밀리가 장미 향수를 뿌려 놓은 모양인지 달큰한 장미 향기가 온 방에 진동했다.

 

 

 “언니 고마워..”

 

 

 에밀리의 취향이 잔뜩 반영된 숄을 두른 에뮬이 얼굴을 밝히며 에밀리에게 말했다. 숄을 두르니 발 끝으로만 살짝 드러날 뿐, 안에 슈미즈를 입었는지 다른 드레스를 입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럼 내려가 보자.”

 

 

 에뮬이 걸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무늬의 숄을 걸친 에밀리가 웃으며 말했다.

 

 

 ***

 

 

 세를은 기본적으로 웃음기가 가득한 자였다.

 

 그는 혼자 응접실에 앉아있을 때도, 아멜이 들어올 때도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실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왕실 기사단은 모두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아멜은 세를의 앞에 마주 앉으며 생각했다. 연한 레몬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세를은 외모도 성격도 가장 밝게 타오르는 태양빛을 그대로 똑 따다 박은 듯한 사람이었다.

 

 

 “초록덩굴가문의 장녀인 아멜 그린이 왕실 기사단을 뵙습니다.”

 

 

 아멜이 예의 바르게 인삿말을 올리자 세를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아멜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는 노랑레몬가문의 사남이자, 왕실 기사단 제 3부대 휘하에 있는 세를 레몬이라고 합니다. 에믹 남작부인의 호위를 맡고 있기도 하죠.”

 

 

 그는 아멜이 내민 손을 맞잡고 흔든 뒤,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세를은 미소 지으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훑어보다, 자리에 착석하지 않고 뜬금없이 아멜의 얼굴 쪽으로 자신의 얼굴을 쓱 들이밀었다.

 

 갑자기 다가오는 세를의 태도에 당황한 아멜이 몸을 살짝 뒤로 뺐지만 세를은 아예 그녀의 눈앞까지 다가와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세를의 뜨거운 숨결이 아멜의 얼굴에 닿았다. 누군가 지금 그들의 모습을 본다면, 키스를 하기 직전의 연인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거리였다.

 

 

 “무엄하군요.”

 

 

 숙녀의 동의 없이 훅 들어오는 그의 태도에 불쾌함을 느낀 아멜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으며 세를의 어깨를 세게 밀쳐냈다.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세를은 전혀 죄송하지 않아 보였다. 환하게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의 어디에서도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과연, 유전자는 어디 안 가나 봐요. 에믹 남작부인과 아주 다른 느낌으로 아름다우시네요! 몇 번 무도회에서 뵙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 본 건 처음입니다!”

 

 

 세를이 박수를 짝하고 치며 말했다.

 

 아멜은 칵테일 왕국의 고전적인 미인상을 연상케 하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잘 정리 된 눈썹과 짙은 쌍커풀이 진 눈, 도톰한 입술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화려한 미인에 가까웠다. 청순한 미인인 에믹 남작부인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기는 했다.

 

 

 “제가 아버지를 더 많이 닮았긴 해요.”

 

 

 세를의 가벼운 태도에 질린 아멜이 뚱하게 대답했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아시나요?”

 

 “아뇨, 경께서 설명해주셔야죠.”

 

 

 아멜의 말에, 세를이 씨익 웃으며 품속에서 조그마한 흰색의 보석함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렸다.

 

 

 “어머님께서 아멜 아가씨에게 전해주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가요?”

 

 

 아멜이 테이블 위에 놓인 보석함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머니가 갑자기 저한테 이런 걸 주실 리가 없는데요.”

 

 

 개인적인 연락이 끊긴 지가 한참이 되었는데, 갑자기 휘하의 기사를 시켜 꽃다발이며 보석이며 하는 것을 보내줄 리가 없었다. 피드와의 결혼 소식이 사교계에 알려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라, 혹시 모르셨나요? 어제 동생 분들이 남작부인을 뵈러 왕성에 방문하셨잖아요.”

 

 “네?”

 

 

 아멜은 세를의 예상치 못한 말에 들고 있던 찻잔을 그만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에밀리랑 에뮬이 왕성에요?!”

 

 “어.. 정말 모르셨나 보네요. 자세한 내막은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동생분들이 남작부인께 언니 분의 결혼 소식을 전한 것만 알고 있어요. 이 물건도 그래서 전해드리라고 한 겁니다.”

 

 

 고고한 태도를 유지하던 아멜의 태도가 눈에 띄게 흐트러진 것이 보이자 당황한 세를이 상황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나쁜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도 않았고요.”

 

 

 “허…”

 

 

 아멜이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에밀리가 자신의 결혼을 막을 방법이 있다고 하기에 펠트로의 약점이라도 잡은 줄 알았는데, 이미 다른 집안 사람이 된 어머니를 만나러 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에믹 남작부인이 집을 떠난 순간부터 어머니를 미친 듯이 원망해 댄 에밀리가 설마 그렇게 싫어하는 남작부인에게 손을 벌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이거 어쩌나.. 제가 말실수를 했나 보네요…”

 

 

 세를이 어색하게 웃으며 묻자, 아멜이 표정을 가다듬으며 애써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좀 놀라서.”

 

 

 아멜이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여전히 근육이 굳어있었다.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세를이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멜은 자신의 감정을 너무 남에게 내보인 것 같아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서, 표정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미약하게 감도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세를이 테이블 위에 놓아둔 보석함을 들어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흰색의 딱딱한 상아질로 되어있는 보석함의 다리는 청금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별다른 잠금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보통의 보석함과 별반 다를 것은 없어 보였다.

 

 

 “열어보아도 될까요?”

 

 

 아멜의 질문에, 세를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아 네, 그럼요. 아가씨껀데요! 마음대로 열어보셔도 됩니다!”

 

 

 세를의 대답과 동시에 아멜이 보석함을 열었다.

 

 

 “그거 엄청 유명한 보석인데, 무슨 보석인지 알고 계시나요?”

 

 

 세를은 아멜의 반응을 잔뜩 기대하며 그녀의 눈동자를 살폈다.

 

 

 “아…”

 

 

 아멜은 보석함 속에 든 영롱한 무지갯빛의 오팔 목걸이를 보며 약간의 신음을 흘렸다. 그녀는 보석의 이름은 몰랐지만 이 목걸이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에믹 남작부인이 남작저에서 생활할 무렵에, 매일 같이 착용하고 다니던 목걸이었다. 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멜이 보석에 홀린 듯 넋이 나가있자 세를은 다른 말을 하는 대신, 품 안에서 작은 편지 봉투를 꺼내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건…”

 

 “에믹 남작부인께서 아가씨께 비밀리에 전해 달라고 하신 편지입니다.”

 

 

 편지를 받아드는 아멜의 손이 미약하게 떨려왔다.

 
작가의 말
 

 아멜과 에뮬은 또래의 귀족 영애들에 비해 보석류와 같은 사치품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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