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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안의 그
작가 : 이작송
작품등록일 : 202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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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필름이 끊기도록 마신 다음 날,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내 앞에 나타난 이 남자는……!

 
17화 원해, 또 원해
작성일 : 22-02-24 21:13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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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내 얼굴로 무슨 짓을 하려고!

 조필담처럼 여기서 손놈으로 끌려나가고 싶어서 환장이라도 했나.

 사색이 된 신아가 급하게 수현이 사라진 코너로 향했다.

 

 “부, 부사장님!”

 

 뒤에서 들리는 매니저의 목소리가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눈앞의 먹잇감, 아니 눈앞의 수현을 노린 신아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여긴가.”

 

 그의 걸음이 어느 방 앞에 멈췄다.

 

 ‘복도의 중심에 있는 방이었지, 아마.’

 기억을 더듬는 그의 얼굴에 점차 확신이 깃들었다.

 수현이 발걸음을 돌렸다. 위치만 확인할 생각이었으니까. 근데.

 

 “야, 원수현!”

 

 우렁찬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뭐야. 점차 가까워지는 인영의 모습을 확인하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야?”

 “무슨 소란이야?”

 

 몇몇 VIP룸 문이 스르륵 열리고 사람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수현의 고개가 자동으로 그쪽으로 돌아갔다.

 

 “너 미쳤어?”

 

 신아가 수현의 옆에 바짝 붙어섰다. 헉헉, 숨을 고른 신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수현이 눈썹을 들썩이며 신아를 올려다봤다.

 

 “무작정 여기로 오면 어떻게 해!”

 

 지금 너 누구 몸인지 잊었어?

 원수현 네가 아니라, 나라고!

 신아가 수현을 째려봤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신아를 바라보던 수현이 주변을 둘러봤다.번뜩 정신이 든 신아가 그의 시선을 따라 주위를 살폈다.

 

 “헉!”

 

 여러 개의 눈동자가 신아에게로 향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마음만 같아서는 사실 이 여자는 저라고.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제 옆에 있는 이 사람이 바로 이신아다!,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부, 부사장님!”

 

 아, 매니저님.

 인상을 쓴 신아가 수현을 한번 확 째려보곤 등을 돌렸다.

 신아와 눈이 마주친 매니저의 입술을 움찔했다.

 부사장님까지 왜 이러시는 겁니까.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이었지만, 매니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우선 자리로 돌아가시죠.”

 

 탁, 별 소란이 없음을 깨달은 손님들이 문을 닫혔다. 다시 조용해진 복도였다.

 

 “여기.”

 

 수현이 손을 뻗어 방문을 가리켰다. 그가 검지를 두 번 까딱거렸다.

 

 “네?”

 

 설마 지금 들어가겠다고 통보하는 건가?

 매니저가 식겁한 눈으로 수현을 바라봤다.

 

 “이 자리 비면 말해주세요.”

 “네?”

 

 매니저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문과 수현을 번갈아 쳐다봤다.

 네? 그니까 지금.

 설마 그냥.

 자리를 본다는 게, 예?

 멍청한 대답이 속수무책으로 입에서 쏟아졌다.

 

 “못 들었습니까?”

 

 수현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취미 따윈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지금 이 시각부터 저희가 이 자리 예약하겠습니다.”

 

 예약이라니.

 신아가 당황한 얼굴로 수현을 내려다봤다.

 수현이 시선을 들어 신아를 마주 봤다.

 이 난리를 쳐놓고, 참 고요한 얼굴이었다.

 

 “예, 예?”

 “가능합니까?”

 “예, 예. 근데 손님들이 언제 나오실지도 모르고…….”

 

 타이밍도 기가 막히지.

 때마침 문이 열렸다.

 식사를 다 마친 건지, 짐을 든 손님들이 신아와 수현을 힐끗 바라보며 방을 빠져나왔다.

 

 ***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두 사람이 이동했다.

 그 난리를 쳤던 것에 비해 자리는 금세 났다.

 먼저 신발을 벗은 신아가 테이블로 향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맞아, 여기였지.”

 

 기억력 진짜 좋네.

 방 안을 둘러본 신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펴졌다.

 기억력 좋은 건 수현 뿐만이 아닌 듯 했다.

 수현과 함께 여길 들어왔고, 속상함에 한바탕 들이부었던 것까지. 얼핏 기억이 났다.

 

 “뭐해.”

 

 먼저 자리에 앉은 수현이 고개를 들어 신아를 바라봤다.

 

 “으, 응.”

 

 신아가 자리에 앉자마자 책자를 폈다. 수현이 그 맞은편에 착석했다.

 

 “저번에 우리가 뭘 먹었더라. 이거였나?”

 

 수현의 앞으로 메뉴판을 돌린 신아가 메뉴를 하나하나 손가락을 짚었다.

 

 “그거 말고.”

 

 수현이 고개를 돌려 매니저를 향해 손짓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코스 3번, 그걸로 갖다주세요.”

 

 신아의 토끼 눈처럼 동그래졌다.

 

 “네 알겠습니다.”

 

 매니저가 힐긋 두 사람의 얼굴을 살피곤 방을 나갔다.

 탁. 미닫이문이 닫히자마자 신아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우리가 그날 먹었던 메뉴까지 다 기억해?”

 

 컵에 물을 따르던 수현이 신아를 바라봤다.

 

 “어떻게 그걸 기억 못 할 수가 있어.”

 

 수현이 신아의 앞에 컵을 내려놓았다. 진지한 그의 얼굴에 신아가 잠시 넋이 나갔다. 뭐, 뭐야. 이 분위기. 설마, 나랑 먹은 음식 하나까지 다 기억한다, 뭐 이런 건 아니겠지?

 

 “아, 아니. 좀 그렇잖아. 한 달도 다 된 일인데다가 메뉴도 이렇게 많은데…….”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이유는 신아도 알 수 없었다. 목이 탄다, 목이 타. 신아가 힐끔힐끔 수현을 살피며 물을 마셨다.

 

 “궁금해?”

 

 수현이 신아를 바라봤다. 잔에 입술을 댄 채 신아가 중얼거렸다. 뭐, 그렇게 궁금한 건 아니고…….

 

 “네가 그날.”

 “……”

 

 내가 그날?

 신아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슬플 땐 우는 건 삼류, 먹어야 하는 건 육류라며. 그래서 풀코스로 슬픔을 달래야 한다고 직접 골랐잖아.”

 

 신아가 아, 하고 탄식했다. 울음을 꾹 참고 메뉴를 고르는 모습이 머릿속에 자동 재생되었다. 신아가 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별 이유 아니었네, 근데 왜.

 

 “기분이 이상하지.”

 

 수현이 테이블에 팔을 대고 신아의 쪽으로 몸을 당겼다.

 

 “뭐가 이상한데?”

 

 수현이 고개를 들어 신아를 바라봤다. 가늘어진 그의 눈이 제법 매섭게 빛났다.

 

 “음…….”

 “설마 그 자식 생각나는 건 아니겠지?”

 

 뭐?

 신아가 오만상을 쓰며 대답했다.

 

 “아, 넌 밥맛 떨어지게 왜 지금 그 자식 이야기를 해.”

 “그럼 됐어.”

 “되긴 뭐가 됐어!”

 

 신아가 눈을 찡그리며 버럭 소리쳤다. 수현이 픽, 웃었다. 웃어? 웃어? 너 지금 웃은 거야? 인상을 팍 쓴 신아가 수현을 노려봤다.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신아의 고개가 저절로 문으로 향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매니저의 음성이 들리고 음식 카트가 들어왔다.

 테이블 위로 접시들이 가득 쌓였다. 신아의 옆에 하얀 도자기 술병이 놓였다.

 

 “즐거운 식사 되시길 바랍니다.”

 

 매니저가 허리를 숙이고 방문을 닫았다. 탁, 소리와 함께 신아가 술병을 집었다.

 신아와 수현이 서로의 잔을 채웠다. 신아가 수현의 앞으로 하얀 술잔을 들었다.

 

 “짠 하자! ”

 

 하지만 부딪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신아의 손이 허공에 붕 떠 있다.

 

 “짠 안 해?”

 

 의아한 눈으로 신아가 수현을 바라봤다. 잔을 응시하던 수현이 고개를 들었다.

 

 “좀 고민되는 게 있어서.”

 “뭐가?”

 

 신아가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수현이 그랬듯, 테이블에 팔을 기대고 수현의 말에 귀기울였다.

 

 “여기서 누가 취해야 하나.”

 “아 당연히 나지! 걱정도 많다.”

 

 내가 그날 마시고 취했는데! 신아가 테이블을 탁, 쳤다. 술잔의 표면이 흔들렸다.

 

 “지금 내가 네 몸을 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쨌든 술을 마시는 건 넌데.”

 “그게 왜 상관이 없어.”

 

 수현이 진지한 눈으로 신아를 바라봤다. 흠칫 놀란 신아가 살짝 몸을 뒤로 물렀다.

 

 “이번에도 몸이 안 바뀌면 너랑 나 또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자야 할 거야.”

 “그, 그거야.”

 “너는 그게 안 불편해?”

 

 담담한 말투였다.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다.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분명. 근데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그게 통과 의례니까. 신아가 수현을 바라봤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이유도 없이 숨이 턱 막혔다.

 

 “어쩔 수 없다…….”

 

 수현이 중얼거렸다.

 

 “어차피 몸 바뀌면 다시 원래 생활로 돌아가는 거고, 그러면 너랑 나도 지금처럼 붙어있을 리도 없고…….”

 

 또, 또. 붙일 수 있는 이유야 많았지만, 이상하게 이 이상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붙이고 싶지 않았다. 신아가 술잔을 꽉 쥐었다.

 

 “계속 말해.”

 “신경 쓰면 더 골치 아프잖아. 어차피 지금 내가 너고, 네가 난데. 그니까 누가 해야 한다니 뭐니 그냥 다 생각하지 말고 마시자.”

 

 신아가 어색하게 대화 화제를 돌렸다. 수현이 픽, 하고 웃음을 지었다.

 

 “그래 일단은 마시자.”

 

 수현이 술잔을 들었다. 신아가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봤다. 미세하게 올라간 입꼬리였지만, 어색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 그를 보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어차피 지금은 네가 곧 나고, 내가 곧 너니까.”

 

 짠. 잔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

 

  현관문이 열렸다. 신아와 수현이 입을 맞추며 안으로 들어왔다.

 술 때문인 건지 아니면 진한 입맞춤 때문인지 두 사람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수현이 신아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갔다. 와이셔츠가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술기운이 돈 신아가 수현의 어깨에 잠시 얼굴을 기댔다. 수현의 허벅지에 단단한 무언가가 닿았다.

 

 수현의 손가락이 마치 혀처럼 신아의 몸을 훑었다. 가슴을 어루만지던 수현이 손끝을 세워 그 중심을 살살 괴롭히자 신아가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하아.”

 

 간질간질한 기분을 참지 못한 신아가 수현을 품 안에 가득 안았다. 수현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마치 혀처럼 굴곡진 단단한 복근과 패인 치골을 훑었다.

 

 “……흐응.”

 자신의 몸이라 더 잘 알고 있었다. 허벅지에 닿은 면적의 크기가 점점 넓어졌다. 계곡을 찾아 신아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자, 수현의 아래가 더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

 

 신아가 수현의 등을 더듬거리다 지퍼를 훅 내렸다. 차가운 바람이 살결에 부딪히자 수현이 신아를 세게 끌어안았다.

 

 “하아.”

 

 뜨거운 숨이 수현의 목덜미에 내려앉았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다. 수현이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얼굴을 비비는 신아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의 밑을 뜨겁게 자극해 왔다.

 

 수현이 손을 아래로 뻗어 부드럽게 아래를 어루만졌다. 윤곽이 점차 위로 솟으며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신아.”

 

 숨이 가득 섞인 목소리였다. 신아가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 반쯤 풀린 눈이 그와 마주쳤다.

 

 “지금도 어쩔 수 없는 거야?”

 “…….”

 “아니면 네가 원하는 거야?”

 

 신아가 고개를 들어 수현과 눈을 마주쳤다. 반쯤 풀렸던 눈이 점차 뚜렷해졌다.

 

 “……원해.”

 

 수현이 그대로 신아를 끌어안았다.

 

 “방으로 가자.”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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