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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창기사 가문의 막내아들
작가 : 키토
작품등록일 : 2022.2.22

"나만이 막을 수 있다."
쓰레기라 불리던 창기사 가문의 막내아들 아란 일라이드.
마계에 의한 인간계 파멸을 막기위해 나섰다.

 
#3화. 회귀(2)
작성일 : 22-02-24 20:25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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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회귀(2)

 

 * * *

 

 

 나는 내성을 나오자마자 곧장 경비대를 찾아 나섰다.

 상황은 다르지만, 아버지의 벌을 받게 된 것은 똑같다.

 전생에서는 라자로스 문제가 아닌, 경비병을 다치게 한 일 때문에 벌칙성 임무를 받았었다.

 1년 후에 있을 일이 앞당겨진 것이다.

 ‘경비대의 정규 훈련에 합류하라는 것이겠지.’

 일종의 극기 훈련으로, 몸과 마음을 바로잡으라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역효과만 났었지만.

 

 어쨌든 나는 내심 품고 있던 불안감 하나를 떨쳐낼 수 있었다.

 ‘나의 변화와 라자로스의 생존은 하나의 변수가 되었을 뿐, 아직 우리로 인해 달라진 건 없다.’

 다시 말해 역사의 사건들도 당장은 달라질 일이 없다.

 물론 이 변수는 내 주도하에 관리 될 것이고, 그 변화의 결과는 내 바람대로 되어야한다.

 ‘그것이 내가 이 생을 사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경비대 본부에 도착했다.

 경비대의 대장관저 앞에서 보초병이 나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충!”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성을 나와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누구도 나를 보고 인사를 한 사람이 없었다.

 마주친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대부분 나를 보고도 모른 척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때의 나는 가문 누구에게나, 성 내의 어디에서나 그런 취급을 받는 존재였다.

 

 나는 보초병에게 물었다.

 “혹시, 신병인가?”

 “네! 그렇습니다!”

 군기가 바짝 든 것이 신병이 확실해 보였다.

 “내가 누군지 알아?”

 “네! 알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아직 선임들에게 내 험담을 듣지 못한 모양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잉여인간이라거나, 집안에서도 버린 자식이라는 말들.

 스르륵 떠오른 옛 기억에 괜히 쓴웃음이 났다.

 그런 말들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했던 그때의 나약함이 부끄럽게 느껴진 것이다.

 ‘늘 숨고 도망치기만 했었지.’

 왜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말들이 무섭고 두려웠을까?

 재능이 없다고 나를 무시하고 손가락질했던 게 아닌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던 게으름과 나약함에 대한 비난이었는데.

 나는 귀족이다.

 귀족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기만 하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 나태함은 죄다.

 그래. 나의 피해의식과 도피는 낮은 자존감에서 기인한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흐음.

 나는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상념을 지워버렸다.

 “경비대장을 만나러 왔다.”

 내 말에 보초병은 곧바로 안쪽을 향해 목소리를 돋우었다.

 “소공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안에서 퉁-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보초병은 문을 열며 나를 안으로 안내했다.

 건조한 느낌의 방으로 들어서자 경비대장은 자신의 책상위에 펼쳐놓은 어떤 지도를 보고 있었다.

 곧 커다란 곰을 연상시키는 중년 사내가 일어서며 나를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아란 도련님.”

 경비대장을 보자 내가 회귀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실감났다.

 ‘정말 오랜만이군. 브루터.’

 그는 가문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로, 4성의 베테랑 기사였다.

 하지만 내가 태어난 직후 있었던 영지전에서 큰 부상을 당한 후로 경비대를 맡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전장에서는 은퇴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명망이 높아 그를 따르는 기사와 병사들이 많았다.

 아버지도 그를 신뢰했다.

 무엇보다, 이 성 안에서 내게 호의를 보여주었던 몇 안 되는 사람이었기에 나도 그를 의지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무것도 모르던 전생의 어린 아란이었을 때의 얘기다.

 “아버지께서 경비대장을 찾아가라고 하셨어. 내게 임무를 줄 거라고.”

 나는 곧바로 용무를 말했다.

 경비대장은 ‘오호’하는 느낌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너무 당당했나?

 ‘당분간 이런 시선에 익숙해져야겠군.’

 내가 가만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그는 놀란 기색을 거두며 말했다.

 “네. 전갈을 받았습니다. 경비대의 이번 정규 훈련에 도련님도 참가시키라는 내용입니다.”

 험상궂은 그의 얼굴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그려졌다.

 그걸 보니 괜히 울컥했다.

 ‘재미있는 장난감, 혹은 놀이감.’

 왜 신이 났느냐고 묻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전생의 능력만 전승된 게 아니라 차갑고 날카롭던 성격까지 그대로 와버렸다.

 후우. 진정하자.

 “그래서, 이제 나는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

 브루터는 다시 한번 놀랍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알던 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분명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뒷걸음질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주 당당했다.

 누가 봐도 벌칙 임무를 받으러 온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사실 귀족으로서, 영주의 아들로서 당연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창기사 일라이드가의 막내아들, 찌질이 아란이 그런 태도를 보였다는 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브루터는 한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

 “도련님께서는 몸만 오시면 됩니다. 저희가 다 준비해놨습니다.”

 “훈련은 언제부터지?”

 “일반 병사들은 오늘 저녁에 입소합니다만, 도련님께서는 마음의 준비가 되셨을 때 합류하시면 됩니다.”

 마치 큰 배려라도 해주는 것처럼 생색을 내는 그였다.

 전생에는 정말로 그렇게 받아들였다.

 아버지의 명령이 있었음에도 내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하지만 이후에 떠돌게 되는 수군거림은, 게으른 겁쟁이가 아버지의 명령까지 무시해버리는, 망나니로 만들고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그때는 몰랐었지.’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그게 공식적인 지침인가?”

 “......!”

 아주 찰나였지만, 브루터의 눈썹이 움찔하는 걸 놓치지 않았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나도 오늘 저녁에 입소할게.”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괜찮으냐는 거지?

 아, 그래. 난 겁쟁이지.

 이런 대답을 기대하고 있으려나.

 “안 괜찮아. 겁나고 무서워. 도망치고 싶다고.”

 나는 내뱉는 말과 다르게 활짝 웃었다. 그리고는 그에게 윙크를 해 보이며 돌아섰다.

 “이따가 보자고.”

 “......”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이 어떨지.

 ‘브루터, 그때와 같지는 않을 거야. 지금의 나는 그대가 형님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거든.’

 충! 하고 울리는 보초병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저택으로 향했다.

 

 

 * * *

 

 

 아침 일찍부터 바쁘게 움직여서인지,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다.

 경비대의 일과가 끝나고 입소라고 했으니 시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도련님, 하인들을 시키시면 될 일입니다.”

 “히스. 지금 그 말만 몇 번째 하고 있는 줄 알아? 그만 나가서 일 봐.”

 내 곁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열여덟 살 청년은 나를 전담하는 시종, 히스 에보트다.

 그 자신 또한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나를 전담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의 어머니 덕분이다.

 그는 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를 쭉 지켜봐 왔다.

 내 유모였던 수잔 에보트, 그녀의 손을 잡고서 말이다.

 수잔은 지금 성이 아닌 영지 밖의 광산마을에 있다.

 4년 전, 그러니까 내가 열두 살 때, 그녀는 내게 위해를 가하려는 큰형의 계획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장 이를 아버지께 고했다가 오히려 대공자를 모함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추방됐다.

 그나마 에보트 가문이 대대로 일라이드 가문의 충성스러운 가신이었던 것을 감안해 추방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 아들에게까지 연좌시키지는 않았다.

 수잔이 목숨을 걸고 나를 지키려 했던 것처럼, 히스 또한 나를 위해 헌신했다.

 전생에서 나는 그런 그를 철저하게 이용만 해먹다가 자객의 손에 죽게 만들었다.

 지금 나를 말리지 못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그를 보며, 나는 속으로 웃었다.

 ‘히스, 미안했다.’

 회귀한 시점이 지금이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 기분이나 마음을 알 리 없는 히스가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그 가죽들은 뭐 하시려고요.”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가죽과 가죽을 덧대 엮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워낙 잘 다치잖아. 아무래도 훈련 때 필요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그걸 왜 도련님이 직접 하시느냐고요.”

 “뭘 어떻게 만들어야 나한테 딱 맞는지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어. 내가 하고 말지.”

 “아니, 한 번도 해본 적도 없으신 분이...”

 나는 히스를 돌아보며 겨우 형태를 갖춘 각반을 들어 보였다.

 헙, 하고 들숨을 쉰 히스는 토끼 눈을 한 채로 굳어버렸다.

 “나, 손재주가 있나 봐. 어때, 제법 쓸 만해 보이지?”

 멍한 표정으로 나와 각반을 번갈아 보던 히스는 한참만에야 겨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 봐.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그만 나가 봐.

 나는 히스에게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가죽세공은 해가 저물 때까지 계속됐다.

 “대충 된 것 같다.”

 나는 열심히 만든 각반과 각종 보호대를 착용했다.

 ‘아직 아이의 몸이라 악력도 부족하고, 숙련도가 낮으니 어쩔 수 없군.’

 전생에 많이 만들어 본 건데.

 그것만큼 잘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시간 내에 만들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막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히스가 다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더플백이 들려있었다.

 하인들에게 일러두었던 소지품들을 챙긴 가방이었다.

 “시간이 됐으니 가봐야겠어.”

 “도련님.”

 그는 참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면, 아마 대신 가겠다고 했겠지.

 “히스, 내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너무 걱정하지 마.”

 내 말에 다 큰 청년의 눈이 금세 그렁그렁해졌다.

 나는 그 이유를 금방 알았다.

 ‘그래, 전생에서는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었지.’

 아니, 그에게는 어떤 말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히스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겨우 입을 뗐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것까지 말릴 수는 없었다.

 

 성 내라고는 하지만 제법 거리가 있어 나란히 말을 타고 어둑해진 성도를 지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히스가 쑥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도련님, 제 뒤로 빠지세요.”

 “응?”

 나는 경직된 히스의 표정을 보고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을 살폈다.

 전방에 고급스러운 차림의 사내들 한 무리가 말 위에 앉아있었다.

 ‘낯이 익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아는 이들이었다.

 히스의 태도로 보아 나와 썩 좋은 관계는 아닌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그들의 만면에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차올랐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나를 불렀다.

 “어이, 아란. 훈련받으러 간다더니, 지금 가는 길인가 보지?”

 “소공자님, 울면서 떼라도 써보시지 그러셨어요. 푸훕.”

 “바지에 오줌 지리지 않았어요? 크하하하.”

 저마다 서로 한마디씩을 보태겠다고 난리다.

 그 꼬락서니들을 보며 나는 작게 탄성을 뱉었다.

 “아. 너희구나.”

 내 또래의 아이들.

 그들은 남작가의 자제와 기사들의 자제들이었다.

 왜 히스가 긴장하며 앞으로 나섰는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소공자님께 무슨 그런 무례한...”

 하지만 히스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짝!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히스는 그대로 말 아래로 떨어졌다.

 쿵.

 나는 일련의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시종 주제에 어디 감히!”

 히스에게 하는 말인데, 왜 시선은 날 향해있는지 모르겠네.

 나는 무심한 얼굴로 녀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리고는 나직이 말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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