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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창기사 가문의 막내아들
작가 : 키토
작품등록일 : 2022.2.22

"나만이 막을 수 있다."
쓰레기라 불리던 창기사 가문의 막내아들 아란 일라이드.
마계에 의한 인간계 파멸을 막기위해 나섰다.

 
#2화. 회귀(1)
작성일 : 22-02-24 20:23     조회 : 226     추천 : 1     분량 : 5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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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회귀(1)

 

 

 

 사후에도 꿈을 꿀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그나저나, 마지막 순간 그에게 용서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같은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 보면 그렇지는 않은 가보다.

 이런저런 생각 중에 라자로스가 다시 외쳤다.

 “정신 차려, 아란!”

 이번엔 그의 외침에서 절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깜짝 놀랐다.

 “어?”

 이건 지금까지의 악몽과 달랐다.

 아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꿈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쩌면 내가 대미법사가 된 게 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무에 매달려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나를 향해 라자로스의 외침은 계속됐다.

 “아란, 꼭 붙잡고 있어야 해!”

 그의 목소리나 눈빛이 워낙 긴박하고 간절했기에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움찔.

 아랫배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며 손바닥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별 힘들이지 않았음에도 나무와 하나가 된 것 같은 안정감이 느껴졌다.

 ‘마력!’

 아주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 작은 빛이 번쩍였다.

 “......!”

 세상이 불타던 때, 크루카의 분노한 절규와 함께 내 귓가를 울리던 또 하나의 목소리가 뒤늦게 떠올랐다.

 

 [아이야. 인간은 미숙한 존재.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릇된 선택을 하기도 한단다. 그러니 스스로를 책망하지 말거라.]

 

 ‘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였지만, 나는 그것이 천상계의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는 스스로 희생을 택했고, 그것으로 인간계의 파멸을 막아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다한 것이다.]

 

 생전의 업보를 용서받은 것일까? 어떤 축복이라도 내려진 걸까?

 죽어가는 중이었음에도 괜히 가슴에 무언가가 가득 차오르며 목이 메어왔었다.

 그게 바로 조금 전이었는데.

 그때의 그 느낌은 절대 꿈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또한 꿈이 아니다.

 ‘그렇다는 건......’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어버렸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과거로 회귀했다.

 판단의 근거는 내 몸에 깃들어 있는 마력과 크루카의 기억.

 그런데,

 ‘전생에서는, 왜 이 기억이 없는 거지?’

 지금 나를 향해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라자로스의 모습은 생소했다.

 그나저나, 정작 자신은 늪으로 가라앉고 있는 녀석이 내 걱정이라니.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녀석이다.

 나는 한결 차분해진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늪과 나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늑대들 때문에 꼼짝 못하는 상황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포르바, 호리온.’

 아주 나직이 읊조린 주문에 내 몸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마나가 다시 한번 꿈틀거렸다.

 나는 주먹을 꼭 쥐었다.

 ‘역시. 전생의 마나홀이 그대로 있어!’

 나는 알 수 없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전생에서 나는 마치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심각한 몸치였다.

 아버지는 늘 그런 나에 대해 고민이 깊었다.

 아무리 가르치려 해도 기초 체력조차 길러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고심 끝에 큰 결단을 내려야했다.

 ‘기사가 아니면 어떤가.’

 창기사 가문의 전통을 포기하고 나를 제국의 마법아카데미에 밀어 넣은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나는 마법에도 재능이 없었다.

 어리던 나는 자연스럽게 매사에 위축되어 지냈고, 의지와 의욕을 잃게 됐다.

 그런데다 라자로스의 죽음 이후 인성까지 뒤틀리기 시작하면서 가문에서 쫓겨나기에 이르렀다.

 그나마 그 이후로는 살기위해 온갖 짓을 다해가며 기어코 7서클 마법사가 됐다.

 그 가공할 위력의 마력이 열여섯 살 소년에게 그대로 전승됐다.

 ‘전생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나에 비하면...’

 이건 뭐, 해볼 만한 정도가 아니라 기적을 안고 다시 태어난 거다.

 

 내가 그런 감탄과 감상에 빠져있을 때, 다시 한번 라자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란,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리라고!”

 “......”

 나는 내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과연 전처럼 마나를 조절할 수 있을까?’

 기억을 더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이게 될까 모르겠네.’

 나는 가만히 라자로스의 눈을 바라봤다.

 ‘아도르멘타르시-잠들지어다.’

 수면마법의 시동어를 조용히 읊조렸다.

 그러자 곧 라자로스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고개를 푹 떨궜다.

 “아무리 마법 천재라고 해도 아직 어린애는 어린애네.”

 조금도 저항하지 못하고 잠에 빠져버린 라자로스를 보며 나는 픽 웃었다.

 

 라자로스. 이 생애에서는 널 버리지 않아. 약속한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굵은 나뭇가지 위에 말을 타듯 중심을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라자로스를 향해 왼손을 뻗어 힘을 집중했다.

 “흡.”

 밭에서 홍당무가 뽑히듯 그의 몸이 늪에서 시원하게 뽑혀 나왔다.

 쑤욱.

 허공에 둥실 떠올라있는 라자로스의 신형을 보며 늑대들이 마구 짖어대기 시작했다.

 컹컹! 컹컹컹!

 크르릉, 컹!

 이번에는 오른손을 뻗어 손바닥 위에 화염구를 만들어냈다.

 “파이어 볼.”

 화르르르.

 적당한 크기의 불덩이가 나무 주위를 둘러싸고 으르렁대고 있는 늑대들 사이로 푹 떨어졌다.

 콰아아앙.

 콰르르르르.

 불길이 치솟으며 둥그렇게 화염벽을 만들었다.

 늑대들이 미친 듯이 날뛰면서 멀찍이 달아났다.

 나는 곧바로 왼손을 천천히 거둬들이며 라자로스를 안전하게 나무 아래로 옮겨 눕혔다.

 나도 나무 아래로 내려갔다.

 아직 잠들어 있는 라자로스의 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녀석, 그렇게 대범한 것 같더니, 사실은 두려웠구나.

 나는 잠든 그를 들춰 업고 천천히 화염벽을 뚫고 나와 성으로 향했다.

 

 

 * * *

 

 

 “너는 대체 뭐 하는 녀석이냐!”

 내궁의 홀 안이 쩌렁 울렸다.

 붉은 단상 위의 철왕좌에 앉아있는 영주님, 내 아버지 맥리스터 자작이 노기에 가득 차 내게 일갈 중이었다.

 “라자로스가 다친 곳 없이 무사했기에 망정이지, 너 하나로 인해 멸문할 뻔 하지 않았느냐!”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버지의 꾸짖음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꾸 웃음이 나는 걸 겨우 참고 있었다.

 ‘내 손으로 불태웠던 아버지가, 살아있다.’

 

 내가 지워버렸던 세 번째 제국 타르가일의 황성에서 항전하던 세력 중에 아버지도 있었다.

 일라이드 가문은 대대로 타르가일 제국의 귀족이었기에 당연한 임무였을 것이다.

 그 난리 통에 아버지의 모습을 본 것은,

 내가 전신에 암흑의 기운을 두르고 강력한 소환수인 파멸의 기사들과 함께 성벽을 무너뜨렸을 때였다.

 너른 광장이 최후의 저지선이라도 되는 양 기병들이 지축을 흔들며 달려나왔다.

 1열이 화염에 녹아 사라지고, 2열이 바닥에서 솟구친 돌 꼬챙이에 꽂혀 피를 쏟으며 멈춰버렸다.

 3열도, 4열도 다르지 않았다.

 최후의 대열에 보병과 함께 도열해 있던 기사들.

 그 한가운데에 백세가 다 된 늙은 기사가 있었다.

 거대하면서도 날렵한 한 자루 랜스를 성명 병기로 사용했던 백전노장 맥리스터는 자신의 막내아들을 향해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와의 거리가 좁혀졌을 때, 그의 랜스 끝은 내 심장을 살짝 비껴있었다.

 그 사실은 나와 그 자신 말고는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시커멓게 불태워버렸다.

 사실은 내가 아닌 크루카의 짓이었지만, 어쨌든 내 껍데기로 저지른 패륜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내게 화를 내고 있는 그가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고, 이렇게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안도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짧게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입니다.”

 “......!”

 영주가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항상 주눅이 들어있어 자신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는 반푼이 같던 막내아들.

 그런 녀석이 호통을 치는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똑 부러진 대답을 했다.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가 놀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금세 침착함을 되찾고 조금 수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무얼 잘못했는지 알기는 한단 말이냐?”

 나는 머뭇거림 없이 답했다.

 “첫째, 금지(禁地)인 볼라 숲에 발을 들인 것은 변명의 여지없는 저의 잘못입니다. 둘째, 카이덴 후작의 자제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저의 직접적인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책임을 물으신다면 피하지 않겠습니다.”

 당당했다. 잘못을 고하는 모습이라기보다 업무를 보고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맥리스터 자작은 다시 한번 놀란 눈치였고, 주변에 있던 가신들도 다르지 않았다.

 “하면, 나는 네게 어떤 벌을 내려야 마땅하겠느냐.”

 나는 알 수 있었다. 이번 물음에는 조금 전의 노여움과 다르게 호기심이 실려 있다는 것을.

 이 녀석 봐라? 뭐 이런 느낌정도.

 일부러 잠깐 고민하는 척하다가 또박또박 대답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제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

 맥리스터 자작은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

 조금 깊어진 눈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 뒤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너는 지금 당장 경비대장에게 가서 지시를 받고 따르라.”

 “네. 알겠습니다.”

 나는 이번에도 조금의 주저함 없이 대답했고, 아버지는 그 끝에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 임무의 수행 여부에 따라 추가로 벌이 주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라.”

 나는 왼쪽 가슴에 오른 주먹을 얹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척.

 아버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었고, 나는 그대로 돌아서서 홀을 빠져나왔다.

 쿠웅.

 등 뒤로 묵직한 철문이 닫히자마자 길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휴우.”

 아무리 전생의 경험이 있다고는 해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이 내 아버지, 맥리스터 자작의 존재감이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이,

 ‘전에는 이런 자리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때는 후작의 자제, 즉 라자로스의 죽음으로 성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었다.

 나 하나 벌주는 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라자로스는 살았고, 이렇게 나의 역사가 달라졌다.’

 괜히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꼬옥 쥐었다.

 

 

 * * *

 

 

 맥리스터 자작은 멀어지는 막내아들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쿵.

 문이 닫히고도 한참이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제법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저 녀석, 근래에 무슨 일이 있었나?”

 곁에 있던 총관이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하다가 답했다.

 “다름이 없었습니다. 특별히 보고 받은 것도 없습니다.”

 “......”

 영주가 다시 입을 다물자 총관이 말을 보탰다.

 “오늘 소공자의 태도는 확실히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 말에 맥리스터가 나직이 말했다.

 “태도만이 아니었다. 말투나 몸가짐이 전혀 다른 사람의 것이었어. 특히 그 눈빛은...”

 뭔가 여운이 남겨진 말끝에 총관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저는 무척 반가운 변화 같습니다. 영주님.”

 총관의 목소리에 약간의 웃음기가 묻어있었다.

 맥리스터는 여전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글쎄. 이 자리를 모면하려는 수작이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앞으로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어.”

 그렇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영주가 총관을 돌아보며 명했다.

 “당장 경비대장에게 녀석의 임무를 전달하게. 정규 훈련에 참가시켜보도록.”

 “네. 그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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