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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르한 연대기
작가 : 아노락
작품등록일 : 2022.2.13

대자연 '마테르'를 섬기며 그들만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는 율타족.
그러나 거대 제국의 등장으로 부족은 존망의 위기에 휩싸인다.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바르한, 그는 거대한 힘 앞에 어떻게 맞설 것이며 어떤 꿈을 꾸고 이뤄낼 것인가...!

 
7화
작성일 : 22-02-24 13:52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4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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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바닥이 불이 나도록 달렸던 바르한.

 달려오던 중 얼핏 아르젠타비스의 울분에 찬 비명소리가 들린 게 환청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구분하지 못할 만큼 흥분된 상태였다.

 왼손에 든 커다란 알과 오른손에 든 커다란 누크의 장골을 바라보는 바르한의 입가에는 미소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당당한 걸음걸이와 쭉 펴진 어깨로 부락에 발을 들였다.

 지금껏 주인공이 빠진 곳에서 먹고 마시며 즐기던 부족민들은 축하연이 다 끝나갈 때가 되어서야 나타난 바르한을 보게 되었다.

 오래 참고 기다렸다는 듯이 샤트란의 호통이 떨어졌다.

 샤트란 역시도 축하받아야 마땅한 날에 바르한의 행동으로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하자 화가 단단히 난 듯했다.

 그러다가 바르한의 양손에 쥐어진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었는지 양손을 번쩍 들어올려 자랑하는 바르한.

 “어휴, 저 사고뭉치를 누가 말려...‘

 샤트란은 이골이 난 듯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의 대담함이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다.

 “바르한, 설마...”

 부족민들과 어우러져 취해 있던 오도르는 바르한의 손에 들린 누크의 장골을 보고 크게 놀랐다.

 “전사의 증표를 가지고 돌아왔구나!”

 “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두 부자는 감동의 재회라도 한 듯이 부둥켜안았다.

 바르한 그의 나이 열 둘.

 부족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전사로 인정을 받았다.

 그의 얼굴은 아직 앳된 소년미가 남아 있었지만 타고난 강골에다가 스스로 끝없이 노력하니 어느새 완전한 전사의 육신으로 거듭나 있었다.

 성인식 축하연이 끝나가던 무렵, 다시 바르한의 전사의 의식 통과를 축하하는 일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때만큼은 바르한도 온전히 그 날을 부족민들과 함께 즐겼다.

 “그것보다 같이 들고 온 그 알은 도대체 뭐야?”

 샤트란이 물었다.

 “아르젠타비스의 알이야.”

 “뭐... 뭐라고?”

 샤트란은 오늘만 벌써 크게 두 번 놀라게 되었다.

 때마침 자리에 있던 장로 야르파도 그 얘기를 듣게 되었다.

 “어린 타르시여, 지금 아르젠타비스라고 하셨습니까?”

 야르파의 얼굴이 미묘하게 떨렸다.

 바르한은 주머니에서 황금빛의 깃털을 꺼내들었다.

 그가 아르젠타비스의 둥지에 들어갔을 때 주워 온 것이었다.

 “이 깃털은...! 정말로 아르젠타비스를 보고 오신 거로군요. 제가 아주 어릴 적에 최후의 아르젠타비스가 죽고 난 이후 더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헌데 그 알을 들고 오다니요!”

 아르젠타비스는 본래 부족에서 영험한 동물로 여겨지고 있었다.

 금빛 찬란한 깃털을 휘날리며 창공을 가르는 아르젠타비스의 모습을 바라봤던 이들의 선조들은 쉽게 볼 수 없는 아르젠타비스를 보게 되면 행운이 따르는 길조라 불렀다.

 “우리 부족에 큰 행운이 따르나 봅니다.”

 야르파의 말이 맞았다.

 부족 내에서 사역마를 다룰 수 있는 이는 극소수.

 그 중에서도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역마는 더욱이 보기 어렵다.

 족장 오도르의 사역마인 푸른 매 샤이엔.

 샤이엔은 하늘을 날며 주인인 오도르와 시야를 공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르한은 자신이 가져온 알에서 부화한 어린 아르젠타비스가 얼마나 강해질지 벌써 두근거렸다.

 샤트란은 바르한이 나날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고 존경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움도 있었다.

 여성이 전사가 될 수 없다는 불문율은 없었으나 태생적으로 전사에 유리한 몸을 가진 남자들.

 더군다나 몸이 약한 샤트란에게는 더 멀게만 느껴졌다.

 허나 그런 일에 좌절하고 있을 샤트란이 아니었다.

 ‘그래,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항상 그랬듯이...’

 결의에 찬 샤트란은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늦은 밤에 아지트가 있는 동굴로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다음 날

 

 “우욱... 속이 뒤집어질 거 같군.”

 전사가 된 기념으로 전날 밤 고참 전사들에게 술을 한잔씩 받아 마신 바르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따라주던 술잔에 바르한은 뭣도 모른 채 과음을 해버렸다.

 “이게 말로만 듣던 숙취인가?”

 초췌한 몰골의 바르한은 겉옷을 반만 걸친 채 비몽사몽 천막 밖을 나섰다.

 밖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부락 중심지에 어린 아이들이 둥글게 모두 모여 뭔가를 열심히 바라보는 듯 했다.

 “뭐지? 뭐 재미난 거라도 있나?”

 여전히 숙취에 시달리는 바르한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안을 살피려 들었다.

 “어, 바르한! 너도 왔냐?”

 바르한의 친구 듀프레가 먼저 무리에 끼어 있었다.

 “녀석, 어제 전사의 의식을 통과했다면서! 축하는 하는데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금방 따라잡을 테니까!”

 듀프레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지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바르한을 쳐다봤다.

 “그것보다 지금 다들 모여서 뭐하는 거야?”

 원의 중심에서는 아이들이 서로 훈수를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가 아니라 옆으로 움직이라니까?”

 “아냐, 일단 거기가 맞아!”

 바르한이 무리를 비집고 들어가자 중앙에 두 아이가 앉아서 무언가를 두고 있었다.

 “샤트란, 지금 뭐해?”

 “쉿, 경기 중이야.”

 나무 원통을 의자 삼아 앉아서 이들이 두고 있는 것은 부족 전통 놀이 ‘차투랑카(*고대의 장기)’였다.

 원래 부족 아이들은 차투랑카를 바닥에 직접 그려가며 놀이를 즐기곤 했다.

 그러나 밤을 새서 아지트에서 무언가를 작업하던 샤트란의 결과물이 바로 차투랑카전용 장기판이었다.

 여유로운 샤트란의 장기말.

 반 면, 벌써 반절은 잃은 상대 아이.

 예상대로 샤트란이 압승을 거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아이들은 감탄했다.

 그리고는 너나할 거 없이 샤트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때 바르한이 팔짱을 끼며 당당히 앞으로 나섰다.

 “나도 한 번 도전해도 될까?”

 바르한의 도전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자연스레 뒤로 물러났다.

 그가 전사의 의식을 통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또래 아이들은 그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얼마든지.”

 바르한은 자신만만하게 나무의자에 앉았다.

 첫 수는 바르한이 먼저 시작했다.

 주변 아이들은 아까처럼 훈수를 두지 않고 침묵 속에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어제 집에 안 들어오길래 뭐하나 했더니 밤새 이걸 만든 거였구나.”

 “네가 너무 앞서나가니 나도 따라가야지. 널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나밖에 없었잖아.”

 둘은 장기말을 하나 옮길 때마다 한 마디씩 주고받았다.

 ‘차투랑카를 직접 둬 보니 알겠다. 바닥에 그리는 것보다 뭔가가 다르다는 걸.’

 바르한이 느끼는 바와 같이 샤트란은 그것을 감안해 이 장기판을 만든 것이었다.

 바닥에 그려서 하던 평면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상황을 둘러보며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관찰력의 중요성을 놀이를 통해 깨달게 해주는 샤트란의 큰 그림이었다.

 “앞으로 세 번 만에 끝날 거야.”

 샤트란이 바르한에게 넌지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세 번...”

 바르한은 자신의 말과 샤트란의 말을 비교하면서 둘러봤지만 아무리 봐도 경기가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 번이 지나고 두 번이 지날 때까지도 눈이 빠지게 바라봤지만 끝내 바르한은 찾지 못했다.

 “자, 마지막!”

 샤트란이 바르한의 킹을 잡아내면서 경기는 끝이 났다.

 “도저히 머리로는 너를 따라갈 수가 없네.”

 생각의 벽에 부딪힌 바르한은 영문조차 모른 채 패배를 맞이했다.

 바르한은 시합 내내 흘린 땀 때문에 어느새 옷이 흥건해져 있었다.

 “차라리 마물을 잡는 게 더 쉽겠다.”

 “내가 원하는 대로 너를 움직이게 만들어서 그래.”

 샤트란은 자신이 쓴 전략의 비밀을 풀어줬다.

 ‘아! 이렇게 바보같이 내가 끌렸다는 건가!’

 깊게 탄식하던 바르한은 샤트란의 전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바르한, 괜찮아. 하나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면 너도 이길 수 있을 거야.”

 낙담한 듯해 보이는 바르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샤트란.

 “샤트란 너한테 배우면 나도 발전할 수 있을까?”

 전사의 의식 이후 조금 더 발전한 듯한 바르한의 행동.

 그는 패배를 받아들이고 샤트란에게 배움을 청했다.

 샤트란은 일찍이 깨달았지만 바르한은 이번에 알게 되었다.

 차투랑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는 것.

 이 놀이에는 수많은 전략과 앞선 수를 생각해야 되는 전장을 모방하고 있었다.

 부족을 이끌 이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 중 하나였기에 바르한은 자신의 누이동생 샤트란이 한없이 고마울 뿐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샤트란은 계속해서 부족 내에 영향을 끼쳤다.

 그녀는 부족 재정과 오래전부터 기록되었던 자료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원래라면 그 일은 부족의 어머니인 샤피아의 몫이었다.

 그러나 그 옆에서 가장 가까이 지켜볼 수 있었던 샤트란은 어릴 적부터 궁금한 게 많았다.

 그녀가 처음 종이라는 것에 호기심을 가졌던 것도 이 일과 관련이 있었다.

 “어머니, 여기 이 종이에 기록된 건 뭔가요?”

 글을 막 읽을 수 있을 무렵이 되었을 당시의 샤트란은 티피(*원뿔형 천막)안에서 부족 내부의 업무를 하고 있던 샤피아에게 물었다.

 그런 딸의 질문이 기특했는지 샤피아는 바쁜 와중에도 항상 성의껏 대답해주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설명을 듣던 샤트란.

 “저도 종이 주시면 안 될까요?”

 “음... 종이는 부족 내에서도 매우 귀하단다. 오직 부족의 일을 하는데만 사용하지.”

 결국 원하던 종이를 얻지 못하게 된 샤트란은 크게 실망하고는 잠을 청했다.

 “이렇게 살아 있어주니 참으로 고맙구나.”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 샤피아.

 다음 날이 되자 바르한은 샤트란을 이끌고 숲속으로 향했다.

 “여긴 왜 온 거야?”

 “샤트란, 종이는 나무로 만드는 거지?”

 “그렇지, 그건 왜 묻는 거야? 설마...”

 바르한은 느닷없이 눈에 보이는 나무들의 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어떡하려는 건데! 아무 나무나 다 종이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샤트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르한은 묵묵히 일했다.

 종류별로 나무를 모아 손수 껍질을 벗기고 실험했다.

 하루 만에 가능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바르한은 며칠동안 종이를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며 천막 안에서 부족의 종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샤피아.

 펄럭!

 천막 안으로 바르한이 뛰어 들어왔다.

 “됐어! 샤트란, 드디어 만들었다고!”

 그의 외침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샤트란은 감동했다.

 그의 손에는 정말로 종이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샤트란은 바르한에게 건네받은 빳빳한 종이를 만지면서 감탄했다.

 “부족의 종이만큼 질이 좋진 않지만 이거라면 네가 원하는 걸 마음껏 쓰고 그릴 수 있을 거야!”

 이 순간만큼은 샤트란에게 있어서 바르한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오라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을 보던 바르한은 자신이 한 일이 누이동생에게 값어치 있는 행동이었음에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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