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18 화
작성일 : 22-02-24 11:43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512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이러스 주민들

 

 [자이러스 마을. 동굴 은신처]

 

 마을이 불타고 있었다. 남편과 아들, 형제들을 남겨두고 피신한 사람들은 동굴 입구에 모여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저 화염 속에서 그들의 남편, 이웃, 형제가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그들의 삶에 대한 의지를 무너뜨렸다.

 저 멀리 그들의 집과 학교, 소중하게 가꿔온 공동 텃밭, 놀이터, 체육관, 그루터기 광장이 한 줌의 재로 사그라지고 있었다. 자이러스, 아니 화이트마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사라지고 있었다. 폐허에서 시작된 역사가 결국 다시 폐허로 돌아가고 있었다.

 헥터와 독수리들은 저 안에서 그레이마타 놈들과 싸우고 있을 칼시토와 어른들을 떠올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솟구치는 눈물을 참아보려 어금니를 물었지만 개미 허리 만큼의 도움도 되지 못했다. 그들 모두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은 아이나 다름 없는 처지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겁에 질렸고, 철없는 치기로 바라본 세상이 한순간 검은 속내를 드러내고 그들을 삼켜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갓 십 대를 지난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지 몰랐다. 마을을 떠나기 전 어른들과 했던 약속을 떠올리고 자신들을 채찍질해보지만 그럴수록 어딘 가로 달아나고 싶은 심정 뿐이었다. 지금 그들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쓰고 진하게 느껴졌다.

 그로스는 헥터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어린 그로스는 칼시토가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헥터 오빠, 할아버지는 언제 돌아와?"

 헥터는 생목이 치밀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갓난아기 때부터 칼시토의 손에 자란 그로스에게 이제 할아버지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아… 저기…금방 오실 거야."

 "할아버지 만나러 가도 돼?"

 "아, 안돼!"

 헥터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로스가 이상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아… 아직 위험해. 불이 안꺼졌잖아. 네가 가까이 갔다가는 칼시토가 노발대발할 거야. 오빠한테 널 단단히 보고 있으라고 했거든."

 "정말?"

 "당연하지. 오빠가 거짓말하는 거 봤냐?"

 헥토가 제 가슴을 툭툭 치며 특유의 허세를 보였다.

 "그럼 이따 놀다 와도 되지?"

 "어딜?"

 "여기만 있으면 갑갑해서 그래."

 "그러지 말고 친구들이랑 여기서…"

 그때 동굴 주변을 정찰하러 나간 독수리들이 다른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로스. 나중에 얘기하자. 알았지?"

 헥터는 서둘러 그들에게 달려갔다.

 그로스는 헥터와 다른 오빠들을 지켜보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지평선 너머 해끔한 빛무리를 밝히고 있는 그레이마타를 바라보았다.

 "로튼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헥터와 독수리들은 이웃 마을에서 온 청년들과 그레이마타를 쳐부술 계획을 짰다.

 "칼시토에게 빚이 있지. 그 분 덕에 살아난 사람들이 꽤 되거든."

 "맞아. 우리 마을에도 그래. 절대 칼시토를 죽게 해서는 안돼."

 이웃 주민들의 마음도 독수리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총은 얼마나 되지?"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턱수염이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차분한 눈빛과 단단한 주먹이 이런 위기 상황에 경험이 많아 보이는 자였다.

 "세 개 마을에서 다 모아도 백 자루가 안돼."

 턱수염과 비슷한 나이의 사내가 말했다.

 "수류탄은?"

 "20개 정도"

 "광산에 더 있어요."

 그때 헥터가 불쑥 끼어들었다. 독수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커스 광산?"

 "네 거기 그레이마타 놈들 건물 요. 그 창고 안에 폭탄이 가득 있어요. 우리가 똑똑히 봤습니다."

 턱수염과 사내들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걸 빼앗아와야 할 거 같은데?"

 "맞아. 그레이마타 놈들과 전면전으론 힘들어. 무기도 그렇고, 수적으로. 게릴라 전으로 가야 해. 그러려면 폭탄이 필요하고."

 "저, 근데 문제가 있어요. 방폭문으로 되어 있어 들어가기가 힘듭니다."

 헥터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총이나 망치 같은 걸로는 열 수 없다는 말이잖아."

 "네. 게다가…"

 "또 있어?"

 "놈들이 건물 주변 곳곳에 지뢰를 깔아 놨어요. 함부로 접근할 수 없게 요."

 무거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답답한 기류가 흘렀다.

 "땅을 파면 돼요."

 어디선가 들리는 청아한 목소리. 사내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로스, 여기서 있지 말고 저리 가서 친구들이랑 놀아."

 헥터가 그로스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내 친구들이 할 수 있어요!"

 그로스는 굽히지 않았다.

 "친구들?"

 턱수염이 물었다.

 "제 친구 만득이는 대가족이에요. 아주 튼튼한 이빨을 가지고 있어요."

 "그 친구가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거지?"

 "지뢰를 피해 다녀요. 땅도 잘 파고 요."

 지뢰를 피해 다닌다고? 그 자리에 모인 사내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한 얘기였다. 하지만 이 천진난만한 꼬마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괜한 시간 낭비가 아닐까?

 턱수염이 동지들을 둘러보고 그로스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한테 너의 친구를 보여줄 수 있겠니?"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건 어떤 기회도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모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의 순진무구한 눈을 바라보았다.

 

 

 :::

 

 

 로튼과 현자

 

 [현자의 거처]

 

 빛이 쏟아졌다. 그것도 너무나 많이. 한꺼번에 온 몸으로 화살을 받는 기분이었다. 고통에 가까울 정도로 눈이 부셔서 잠을 청할 수도 없었다. 로튼은 가까스로 눈을 떴다. 그러다 다시 감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사금파리처럼 망막을 뚫고 들어오는 빛 뿐이었으니까. 그는 눈을 감은 채 의식을 끌어모았다. 분명 수갑을 찬 채 경찰차에 올랐다. 한참을 타고 가다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깨어났다. 침대에 누운 채로.

 '여기가 경찰서?'

 '토니는 어떻게 됐을까?'

 '쌍둥이들은 무사히 돌아갔을까?'

 '마을은 별 일 없겠지?'

 의식이 돌아오자 한꺼번에 걱정이 쏟아졌고 그러자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빛과 두통이라는 고문에 시달린 지 얼마나 흘렀을까. 산들바람처럼 가벼운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로튼이 눈을 떴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조금씩 두통이 줄어드는 듯했다. 환한 불빛이 눈에 익숙해지길 기다린 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쁜 놈들이 득실거리는 감옥과 창살을 기대했는데 전혀 다른 곳이었다. 깨끗하고 청결해 보이는 방이었다. 방 한가운데 커다란 기계 장치들이 보였는데 그의 머리에 붙은 패드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좀 어떠신가?"

 낯선 목소리에 로튼이 고개를 들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햇살을 등지고 창 턱에 앉은 남자를 발견했다. 날렵한 몸매에 단정한 옷차림.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머리가 아플 거야. 가급적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당신 누구야?"

 "나? 네가 만나고 싶어 한 사람."

 "현자?"

 "맞아. 내가 현자야. 어질고 현명해 성인으로 존경받는 사람이란 뜻이지. 그래서 날 만나려고 했나?"

 "당신은 존경받을만한 사람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난 이 도시를 안전하고 평화롭게 만드는데 평생을 바쳐왔어. 실감이 안날텐데 그건 생각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야. 과학기술에 대한 깊은 지식과 행정업무에 대한 이해. 역사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식견마저 있어야 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런 점에서 난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라 할 수 있어."

 "당신은 똑똑한 사람일 거야."

 "알아봐 줘서 고맙군."

 "당신 덕분에 여기 사람들은 굶지도 않아."

 "맞아. 그레이마타인들은 화이트마타와 다르게 모두 풍족하게 살지."

 "하고 싶은 만큼 일하고."

 "평생 건강하게 살 수도 있어."

 "근데 여기 사람들… 행복해보이지 않더군."

 순간 현자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뭐?"

 "여기 사람들 말이야. 훨씬 풍요롭고, 안전한 곳에서 살면서 행복해보이지 않았어. …아파 보여."

 "너의 착각이야. 그건 그렇고 날 죽이겠다고 했다며?"

 "당신은 화이트마타인을 함부로 취급했어."

 "공정하게 대우해줬다고 보는데. 일한만큼 옷과 음식도 나눠주고."

 "니오븀을 캐내다 사람들이 많이 죽었어. 심지어 어린 아이들까지 말이야."

 "보상이라도 바라는 건가? 그래서 날 찾아온 거야?"

 "우리에게 씨드를 줘. 척박한 땅에서도 자랄 수 있는 씨앗."

 푸하하. 현자가 환하게 웃었다. 하얀 치아가 빛을 받아 유리알처럼 반짝였다.

 "니오븀을 더 많이 캐. 그러면 보상이 있을 거야."

 "니오븀은 우리 것이야."

 "너희들은 애초에 그게 뭔지도 몰랐어."

 "하지만 이제 알게 됐지. 당신들이 그걸 얼마나 원하는지. 그래서 협상을 하자는 거야.. 우리 화이트마타인들은 씨앗을 원해. 대신 니오븀을 줄게."

 "너희들은 우리와 협상할 처지가 아니란 걸 알 텐데."

 현자가 비웃었다.

 "유감이군. 당신이 이름처럼 현명한 자였길 바랐는데…"

 "…였길? 왜 과거형이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로튼은 현자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가 현자의 몸과 포개졌을때 로튼은 벽에 부딪힌 후 바닥으로 나자빠졌다.

 "이런, 쯧쯧. 내가 말 안 했었나? 지금 거기 있는 건 내 아바타라고. 다시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면 실제 나는 다른 공간에 있고 거기에는 내 대리인만 있다는 뜻이야. 이해됐나?"

 "겁쟁이 자식."

 로튼이 분한 얼굴로 씩씩거렸다.

 "그깟 칼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어이가 없군."

 "당신은 겁쟁이야. 죽음을 두려워해. 그러니까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 거라고."

 "닥쳐!"

 현자가 버럭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방안의 풍경이 달라졌다. 사위가 컴컴해졌다. 로튼은 칠흙같은 어둠 속에 갇혔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앞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이 나타났다. 전에 라흐만 가게에서 보았던 종류의 그림들이었다. 혼돈으로 가득찬 세계를 옮겨 놓은 것 같았다.

 감탄과 놀라움, 경외와 혐오가 담긴 눈빛으로 그림들을 마주하고 있는데 또다시 현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림이 마음에 드나보군."

 그는, 아니 그의 아바타는 어느새 로튼의 곁에 와있었다.

 "어디서 본 듯해."

 "그럴 거야."

 "그렇다니?"

 "자네 DNA에 각인된 그림들이니까."

 로튼이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현자의 아바타를 바라보았다.

 "모두 자네 어머니 작품들이야."

 "내 어머니를 아나?"

 로튼이 놀라 물었다. 현자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나보단 칼시토가 더 잘 알겠지만"

 로튼은 깜짝 놀랐다. 이 자가 어떻게 칼시토를 알지? 그리고 칼시토는 한 번도 로튼의 어머니에 관한 얘기를 한 적 없었다.

 "지금 자네 머릿속에 두 가지 궁금증이 떠오를 거야. 하나는 친어머니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칼시토와 나, 자네 어머니와의 관계."

 "…"

 "당연한 일이야."

 "내 어머니에 대해 말해줘."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제 23 화 - 완결 2022 / 2 / 27 174 0 3537   
22 제 22 화 2022 / 2 / 27 166 0 4853   
21 제 21 화 2022 / 2 / 26 173 0 4421   
20 제 20 화 2022 / 2 / 25 170 0 5089   
19 제 19 화 2022 / 2 / 25 169 0 4219   
18 제 18 화 2022 / 2 / 24 178 0 5122   
17 제 17 화 2022 / 2 / 22 175 0 5196   
16 제 16 화 2022 / 2 / 22 175 0 6327   
15 제 15 화 2022 / 2 / 22 174 0 5372   
14 제 14 화 2022 / 2 / 20 175 0 3645   
13 제 13 화 2022 / 2 / 18 173 0 3749   
12 제 12 화 2022 / 2 / 18 172 0 6209   
11 제 11 화 2022 / 2 / 18 165 0 5953   
10 제 10 화 2022 / 2 / 18 170 0 4431   
9 제 9 화 2022 / 2 / 17 177 0 5356   
8 제 8 화 2022 / 2 / 17 181 0 4699   
7 제 7 화 2022 / 2 / 17 164 0 3930   
6 제 6 화 2022 / 2 / 17 161 0 4023   
5 제 5 화 2022 / 2 / 17 167 0 3684   
4 제 4 화 2022 / 2 / 14 176 0 4987   
3 제 3 화 2022 / 2 / 14 177 0 7709   
2 제 2 화 2022 / 2 / 14 173 0 6450   
1 제 1 화 2022 / 2 / 13 271 0 751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우양미제사건
지니0
세영
지니0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