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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별이 지다
작가 : 올서리
작품등록일 : 2021.12.13

언제부턴가 세상에 닥친 기후의 변화, 환경파괴, 그리고 인간성의 상실 등의 현상이 우리와 가까운 어느 별의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연호는 그 별의 흔적을 쫓아 어떻게든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한다. 초신성과 고래, 오로라, 그리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

 
#27. 바람 끝 (2)
작성일 : 22-02-24 03:55     조회 : 238     추천 : 3     분량 : 6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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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서릿발은 가뜩이나 심각한 식량난에 기름을 부은 듯, 농작물의 큰 피해를 가져왔고, 식료품이나 가공품 등은 그 영향으로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폭등하고 있었다. 연호는 눈앞에 놓인 커피 한 잔조차도 다르게 보였고, 오늘따라 더 쓰게 느껴졌다. 두 사람은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별말이 없었다. 연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오래도록 살아온 익숙한 곳이었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창밖의 풍경은 어딘지 낯설게만 느껴졌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서리가 방으로 밀려 들어왔다.

 

  “만일 그때가 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연호가 중얼거린 말은 바람 속에 묻혀 연정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렸고, 매서운 서리에 절로 몸이 움츠려 들었다. 연정도 마찬가지였다.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가 말했다.

 

  “뭐해, 얼른 창문 닫아! 너무 춥다.”

 

 창문을 닫자마자 그녀가 물었다.

 

  “혹시 창문을 열면서 뭐라고 했어?”

 

 연호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너무 춥다고 했어. 그나저나 누나 생각은 어때?”

 

  “뭐를?”

 

  “아까 얘기한 거.”

 

 연정은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 아까는 내가 좀 흥분했는데, 네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건 나도 알아. 요즘은 그저 주삿바늘 교체하고 쇼크에 대비하는 게 다야. 병원에서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더라. 그나마 가끔씩 찾아오던 쇼크도 이제는 아예 없대. 그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

 

 연호도 그런 상황을 알고는 있었지만, 쇼크조차도 없다는 얘기가 마치 희망도 없다는 말처럼 들려 더 서글프게 느껴졌다.

 

  “경제적인 문제도 중요하긴 한데, 우리가 정말 집에서 연민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만에 하나 어떤 응급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어떡하니? 아버지도 저러고 계신데, 연민이까지 어떻게 돌보려고? 누군가 집에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하는데, 우리 중에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어.”

 

  “당연히 간병인을 집으로 불러야지. 비용은 좀 들겠지만, 그래도 병원에 있는 것 보다는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 경제적인 문제는 좀 나아질 거야. 난 돈 필요 없어. 누나한테 다 줄 테니까 병원비나 생활비로 다 써도 돼.”

 

  “우리, 아직은 버틸 수 있어. 대전 집 전세로 주고 지금은 돈이 좀 있으니까 그 문제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

 

 연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멋쩍은 듯 싱겁게 웃었다.

 

  “왜? 할 말 있으면 더 해봐.”

 

  “아니, 얼마 전 꿈에서 연민이를 집에 데려왔는데, 깊은 밤에 하늘이 대낮처럼 밝아지면서 연민이가 깨어나더라고. 그러더니 날 부르는 거야. 얼마나 기뻤는지, 막 연민이를 부르면서 좋아하다가 잠에서 깼다니까.”

 

 연정도 웃었다. 제발 그런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월에 들어선 어느 날, 입동이 조금 지난 때였다. 입동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몰아치는 한겨울의 추위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극지방의 풍광들이 도심에 펼쳐져 있었다. 작년의 한파와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었다. 연호는 직장 선배와 함께 동해안 지역으로 취재를 나갔다. 지난번 동해 쪽에 떨어진 운석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한 취재였다. 연호가 일하는 출판사는 더 이상 여행이나 문화 탐방 등의 한가로운 주제를 가지고 책을 출간할 수가 없었다. 시류의 흐름에 따라 각종 재난에 대한 정보나 사고 지역에 대한 환경 문제 등을 담아야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고, 책을 팔 수 있었다. 연호는 이미 지도 상에서 사라진 태백시를 거쳐 동해안 일대로 길게 펼쳐진 피해 지역을 둘러보았다. 규모가 작은 근처의 마을들은 해일의 영향으로 모두 태백시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고, 동해의 해안가 지도가 바뀔 정도로 일대의 피해상황은 심각했다. 그 처참한 모습들을 화면에 담아내야 하는 연호의 마음은 참담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두 사람은 대재앙의 참혹한 현장에서 내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며 태백시 일대의 취재를 마친 두 사람은 혹독한 추위와 거센 바람을 뚫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 선배는 술이라도 마셔야겠다며 평소 잘 다니는 도심의 한 술집에 내려달라고 했다. 새벽이었지만 24시간 영업하는 곳이었다.

 

  “몸도 춥고 기분도 그런데 한 잔 하고 갈래?”

 

  “아닙니다.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래, 알았어. 정리는 나중에 하고, 내일 아니 모레 보자고. 수고했어.”

 

 새벽이 지나 찾아온 아침은 여전히 어두웠다. 암흑현상은 이제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처럼 종종 발생했다. 연호는 그를 내려준 후,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했다.

 

  ‘이런 시간에 술을 마시러 가다니, 대단하다!’

 

 어차피 오늘은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 취재한 것을 정리도 할 겸 하루 쉬었다가 출근하면 되었기 때문에 여유는 있었다. 무척 피곤했지만,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지난해 겨울 월정사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어디로 가지?’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잠시 고민을 하던 연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그래, 엄마한테 가보자!’

 

 연호는 숙희를 떠나보낸 후 5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추모공원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곳에서 감당해야 할 마음의 짐과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두려웠다. 아직도 병원이나 집에 들어갈 때면 그녀가 방에서 나와 밥은 먹었냐고 물어볼 것만 같았다. 아주 조금씩 아물고 있는 상처가 덧나 다시는 치유하지 못할 만큼 곪아 터지지는 않을까 몹시 조심스러웠다.

  차는 도심을 순환하는 외곽도로를 벗어나 교외로 향했다. 멀리 사패산 자락이 보였다.

 

  ‘저 망할 놈의 사패산!’

 

 두껍게 드리워진 검은 구름들 사이로 간간히 빛을 머금어 옅어진 구름이 보였다. 아직은 그 뒤에 태양이 버티고 있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그 빛을 받으며 한 무리의 새들이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새들은 빛과 어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며 힘겨운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그 초현실과 같은 광경에 취한 연호는 피곤함이 더해져 몽롱하고 나른했다.

 

  ‘저 새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갈 수는 있을까?’

 

 문득 저 구름 뒤로 태양이, 그리고 더 멀리 꼭두가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돌로 머리를 내리친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극도로 피곤하고 무거운 심신을 이끌고 힘겹게 도착한 추모공원. 아침은 여전히 밝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떠나보내던 그날이 떠올라 연호는 한동안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어둡고 음침한 아침, 이런 장소에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더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지막한 언덕을 올라가 어둠 속에 펼쳐진 공원의 분위기는 살인적인 추위에 더해져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을씨년스러웠다. 숙희의 유골은 실외의 가족묘역에 안치되어 있었다. 그녀가 한참 손위의 친지들보다 먼저 그 묘역에 들어갈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연호는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을 이끌고 그곳을 향해 걸었다. 묘역까지 가는 길이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 날선 맞바람이 호흡과 걸음을 방해할 정도로 강하게 불고 있었다.

 

  ‘진짜, 더럽게 춥네!’

 

 연호는 어머니의 이름 석 자와 생몰 일자만이 허망하게 적힌 검은 비석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있었다.

 

  ‘이대로 얼어 죽으면 엄마를 볼 수 있는 건가?’

 

 차라리 땅에 나뒹구는 저 돌들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무생물이 되어 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시간이 얼마간 흘러 감각이 무뎌지고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휴대폰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전화를 받았다. 선화였다.

 

  “여보세요? 오빠 나야, 선화.”

 

 칠흑 같은 새벽과 아침을 지나 10시가 넘어설 즈음이었다. 3시간 가까이 혹한에 떨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연호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고통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내며 찡그렸다.

 

  “왜 그래, 오빠? 어디 아파? 지금 회사에 있는 거 아니야?”

 

  “으, 응. 어제 동해 쪽으로 출장 갔다가 지금 돌아가는 길이야. 근데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그놈의 어쩐 일, 어쩐 일! 뭘 그렇게도 어쩐 일이냐고 묻는지. 선화는 이제 그러려니 넘겼다.

 

  “그럼, 밤 새워 운전한 거야?”

 

 연호는 통화를 하면서 주차장까지 이를 악물고 걸었다. 고통은 더해만 갔다. 온몸에 감각이 없었다.

 

  “주변이 어두워서 시간이 이렇게 된 줄도 몰랐네. 넌 지금 학교야?”

 

 시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선화를 만나면서 거짓말, 아니 능청의 스킬만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아니, 오늘 개교기념일이라 집에 있었어.”

 

  “아, 그렇구나. 별일 없으면 이따가 만날까?”

 

 어이가 없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자기를 만나지 않으려고 온갖 어설픈 짓을 다 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또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안부를 물으며 만나자는 이놈의 인간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고도의 밀당인가?’

 

 의도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자존심이고 뭐고 왜 이리도 어설픈 남자에게 끌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 이상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내가 좋아서 그러는 건데 뭐.’

 

 연호를 밀어내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연호도 마찬가지였다. 설명할 수 없는 미안함과 손톱만도 못한 알량한 자존심, 그런 것 때문에 선뜻 다가서지 못할 뿐, 20여 년 만에 만났던 그날, 그날부터 연호의 마음속에는 선화가 들어와 있었다.

 

 

  북미 지역에 운석이 떨어진 이후부터 믿기지 않는 흉흉한 소문들이 세상에 나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급변하고 있는 세상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헛소문으로 치부하고 있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온갖 종류의 사건, 사고 등과 맞물려 각종 미디어와 관련 매체들을 통해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국가나 단체들도 발표한 적이 없는, 비공식적인 내용이었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 속도만큼이나 현기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별 하나가 갑자기 사라졌다. 이제껏 인간들의 눈을 피해 숨어 있던 그 별은 곧 그 수명을 다해 없어질 것이며,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폭발과 함께 초신성이 될 것이다. 그 초신성은 이 무한의 공간에서 태양계 전체를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지도 모른다. 각국의 정부는 이 모든 것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핑계로 지금껏 공개를 꺼리고 있다.』

 

 꼭두의 비상식적인 움직임은 연정과 연호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천문 기관에서도 이미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좀 더 면밀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연호와 마찬가지로 파면 팔수록 벽에 부딪힌다는 것을 알았고, 진실은커녕 점점 더 받아들일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 등의 관련 기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연구를 은밀하게 진행에 왔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 사라진 별이 세상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다.

  연정은 그 별에 관해 그동안 조사했던 내용들을 모두 정리해 상부에 보고했다. 연구원에서는 좀 더 일찍 보고하지 않은 그녀를 질책하면서도 자료의 방대함과 그 깊이에 내심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연구원에서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사라진 별에 대한 예산을 긴급히 책정했고, 연구원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집중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파천문대로 옮겨간 연정을 다시 데려와 사라진 별을 연구하는 책임을 맡기려고 했지만, 그녀는 정중히 거절했다. 관심이 멀어진 것도 있었고, 더 이상 연구할 게 남아있지 않다는 것도 거절한 이유였다. 그녀뿐만 아니라 진오와 연호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그 별의 삶이 좀 더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진오는 중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를 위해 또다시 출국했다. 마침 학교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에 들어갔기 때문에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떠날 수 있었다. 지난 출장에서 돌아온 지 보름 만에 다시 중국으로 떠나야 하는 바쁜 일정에 몹시 지치고 힘들었지만, 변경을 한다거나 미룰 수가 없는 일이었다. 연정은 여러 가지로 우울하고 힘든 요즘, 진오가 자주 집을 비우는 것에 대해 조금씩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평소답지 않게 짜증을 냈다.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가야 해?

 

  “그러게 말이야. 나도 가기 싫어. 정말 미안해.”

 

  “아냐, 됐어. 잘 다녀오기나 해.”

 

 말과는 달리 그녀의 얼굴에는 찬바람이 불었고, 당황한 진오는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다.

 

  “이번 일만 잘 마치면 당분간 출장 같은 건 없을 거야. 나도 너무 힘들고 불편해. 그리고 이번엔 자기도 알다시피 전 세계의 학술단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공론화시킬 예정이야. 내가 가서 다른 나라의 상황이나 연구의 진척 정도를 잘 살피고 정리해서 자기한테 상세히 보고할게. 마음 풀어. 자기가 이러면 내가 불편해서 맘 편히 다녀올 수가 없잖아, 응?”

 

 연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임에도 쉽게 감정이 풀리지 않아 더 화가 났다. 지금까지 서로 같은 길을 걸으며 부족한 것들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맙고 행복란 일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던 때가 떠올랐다. 비록 지금의 상황이 바닥이긴 해도, 이렇게까지 불편하게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더 짜증이 났다.

 

  “알았어. 내가 요즘 좀 예민해서 그래.”

 

 진오는 연정에게 다가와 어깨를 주무르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지. 내가 왜 모르겠어. 암튼 이번엔 좋은 소식만 잔뜩 가지고 돌아올게. 아버님도 그렇고 처제도 곧 일어날 거야. 그때가 되면 다 같이 따뜻한 곳으로 여행 가자, 꼭!”

 

 연정은 간절히 바랐다. 정말로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지금 이 세상에 맘 편히 휴양을 할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평화로운 곳이 과연 존재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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