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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당신의 밤을 가질 때
작가 : sat0523
작품등록일 : 2022.1.18

구미호와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난 희귀 혼혈인 해나는 능력이 발현되지 않아
평범한 인간들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중 납치당한 실험실 안에서
불완전한 구미호로 강제 각성을 겪으며 제어할 수 없는 폭주에 시달리게 된다.

마녀를 사랑한 죄로 루만으로부터 추방당한 왕자,
유진을 유일하게 받아 준 한국에서의 첫날 밤.

유진은 자신의 방에 침입한 해나를 제압하지만 폭주로 인한
페로몬에 노출되고 그녀와의 밤을 보내게 되는데.

 
12 왕자의 여자
작성일 : 22-02-24 00:19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4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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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젠 좀 진정이 된 거야?"

 

 "아마도요?"

 

 

 

 

 

 걱정으로 가득한 유진의 두 눈을 바라보는 순간 마치 그의 사랑을 받고 있기라도 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해나였다.

 

 

 

 

 

 오똑한 콧날에 쌍꺼풀 없이 선명히 커다란 두 눈, 늘 촉촉한 윤기를 머금고 있는 그의 붉은 입술은 말린 장미빛과도 같았다. 이미 마음 속을 채우고 있는 누군가가 없었다면 자신을 담고 있는 그의 눈빛과 더불어 아주 강하게 흔들렸을 만큼 말끔하게 잘생긴 유진의 얼굴이었다.

 

 

 

 

 

 

 어린아이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울음을 터뜨린 것은 유진이었으나 곧 전염되어버린 울음을 감당 못할 정도로 흐느끼기 시작한 것은 해나 자신이었다. 부끄러운 듯 하면서도 한결 개운해진 마음으로 유진을 가만히 마주보던 해나가 그를 욕조의 한 켠 벽에 기대게 한 뒤 그의 어깨와 가슴에 비스듬히 기대어 누웠다.

 

 

 

 

 

 

 이젠 그 누구보다도 가벼운 마음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랑도 우정도 아닌 감정으로 서로에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런 관계로.

 

 

 

 

 

 

 "사실은 당신이 왜 그렇게 울었는지 나는 알아요."

 

 

 

 

 

 

 가슴 위로 부드럽게 닿아있는 거품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해나가 입술을 떼려다 말고 달싹이기를 잠시, 상체를 틀어 의아한 표정의 그를 돌아 보았다.

 

 

 

 

 

 

 "아무래도 당신의 눈물 버튼인 것 같은데..."

 

 "눈물 버튼?"

 

 "떠오르기만해도 가슴이 시큰거리고 욱신거리는 그런 거요. 생각만해도 가슴이 미어지고 또 찢어질 듯 아파질 수 밖에 없는 그런거요."

 

 "그런거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거겠지. 드러내지 않을 뿐. 너도 그래서 울었던 것 아닌가?"

 

 "맞아요. 나도 잊을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울었고 당신도 마찬가지로 잊을 수 없는 분이 있는 거겠죠. 아무래도 왕자니까 정략상대로 인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첫사랑 같은 그런..."

 

 

 

 

 

 무거운 슬픔으로 가득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하고 있는 해나를 마주보며 잠시나마 안드레아의 생각으로 아픈 얼굴을 하고 있던 유진의 얼굴에 곧 옅은 웃음기가 머금어졌다. 이어 피식거리며 웃음을 터뜨려버리자 의아한 얼굴로 해나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 지금 전혀 안 웃긴 얘기 중인데?"

 

 "아무래도 어린 애는 어린 애구나 싶어서.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내가 정략 결혼 때문에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첫사랑이 내 눈물버튼이다, 이거지?"

 

 "뭐. 그런 셈이죠? 그게 왜 웃기죠? 와... 난 진짜 가끔 막 소름 끼친다니까? 공감능력 결여 된 사이코패스 같은 거 알아요? 뭐가 도대체 어디가 웃긴거지? 뭐 외국에서 와서 문화코드가 다른거야, 몇백년 갇혀있었다더니 세대차이가 나는거야?"

 

 "그 사이코패스라는 것도 처음 듣는 말이군.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부정적인 것 같은데... 그래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거겠지. 기억에 묻어버린 누군가 때문이 아니라곤 말 못할테니. 그럼 너도 눈물버튼이라는게 첫사랑인 학교 선생님이라도 되고 그런가? 내가 정략상대 때문에 헤어진 첫사랑 때문이라면 넌 선생님을 잊지 못...ㅎ... 아... 이런."

 

 

 

 

 

 

 순식간에 울상이 되어버린 해나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 난 후에야 아무렇게나 내뱉어내던 말을 끊은 유진이 젖어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린 뒤 이마를 짚어댔다. 골치아픈 표정으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는 유진이 난감함에 아무 말이나 꺼내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선생님을 네가 좋아한게 아니라. 아니지 그게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하아... 내가 알고 한 말이 아니고..."

 

 "됐어요. 뭐 내 눈물버튼이 그 사람인건데. 그 사람때문에 아파서 우는 건데 뭐! 뭐! 뭐!"

 

 

 

 

 

 또 쏟아낼 눈물이 남아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지만 어쨌든 자신의 실수로 다시 울음을 터뜨려버린 해나를 어찌해야할 지 몰라 잔뜩 당황한 유진이 그녀의 눈 밑을 슥 닦아 내곤 짙은 한 숨을 내쉬었다.

 

 

 

 

 

 

 "아니 뭐... 다 큰 성인이 아직도 선생님을 잊지 못해서 이렇게 울기까지하고..."

 

 "뭐요! 나 아직 학생인데! 학생은 교수님 좋아하면 안되나! 내가 뭐 유부남을 좋아했어? 미성년자를 좋아했어!"

 

 "울린 건 미안한데 그렇게 계속 화를... 그럼 좋아하면 되지. 왜 이렇게 우는 건데? 네말대로 좋아하는 게 죄도 아닌데."

 

 

 

 

 

 선뜻 아무말도 잇지 못하고 있는 해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유진이 두 손을 올려 얼굴을 가린 채 들썩이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말 할 필요 없어. 아픈데 억지로 안 아픈 척 할 필요도 없고.씻자. 감기 걸리겠어."

 

 

 

 

 

 

 이미 차게 식어버린 욕조의 물 속에서 그녀를 안아 들고 샤워기 아래 나란히 선 그가 온 몸에 묻어 있는 거품을 씻어냈다.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해나의 두 눈에서 눈물은 말라버렸지만 생기조차 증발해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는 유진이 덩달아 건조한 표정으로 무겁게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300년도 더 전에 사랑하는 여자를 잃었어. 나로 인해 위험에 빠졌었고 나만 아니었다면 그리 고통스럽게 떠날 일도 없었던 여자였지. 내가 뱀파이어가 아니었다면 그녀와 다른 종족이 아니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날 만나기 위해 그 곳을 지나칠 필요도 없었을텐데 결국 나로 인해 그녀에겐 지옥과 마찬가지인 그 곳을 지나야만 했지."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픈 기억에 늘 난도질 당하는 가슴이었다. 담담히 꺼내려했지만 축축히 젖어들지만 않을뿐 끔찍하게 타들어가는 고통은 여전했다.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해나의 조금은 따뜻해진 몸을 타올로 감싼 채 유진이 가볍게 그녀를 안아 들었다.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그녀의 모습은..."

 

 

 

 

 

 심장에 박혀있던 비수가 다시 비틀리기 시작했다. 산송장이나 다름없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찢겨져 나갈 것만 같았지만 유진은 애써 담담한 척 표정을 굳혔다.

 

 

 

 

 

 

 "아픈데 억지로 안 아픈 척 하지 말라면서요."

 

 

 

 

 

 

 침대 위에 내려 놓은 해나가 물러서려는 유진의 팔목을 낚아챘다.

 

 

 

 

 

 "왜 당신은 안아픈 척 하는 거예요? 나보다 어른 행세라도 하려구요? 아니면 남자라고? 그것도 아니라면 왕족의 체면 그런건가? 강요되는 귀품에 교양에..."

 

 "동정받으려고 꺼낸 얘기는 아니었으니까."

 

 "그 말 굉장히 오해하기 충분한 말인 건 알고 있어요? 그럼 당신은 지금 날 동정한다는 거예요?"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하지. 난 단지... 충분히 아파하고 있는 네게 굳이 걱정을 끼치고 싶진 않아서..."

 

 "이렇게 된 거 우리 그냥 서로를 다독여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들을 사랑한 건 같으니까. 그래서 아픈 것도, 잊지 못 하는 것도, 그럼에도 계속 사랑하고 있는 것까지도 우리 모두 닮아있는 것 같은데."

 

 

 

 

 

 유진의 팔을 당겨 자신의 앞에 마주보고 앉게한 해나가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끌어 안았다. 그의 등을 토닥이며 작게 속삭이듯 즐겨 부르던 노래를 그의 귓가에 흘려보내기 시작한다. 고르게 숨을 내쉬고 있던 그의 뺨이 어느새 해나의 어깨에 닿고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그의 몸과 함께 침대 위로 누운 해나가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 본다.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든 그려낼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던 해나가 입술을 달싹이며 부를 수 없는 그의 이름을 소리없이 불러 본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이미 잠이 들어버린 유진을 끌어안으며 해나가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불러 본다.

 

 

 

 

 

 "태...무... 보고싶어요... 박태무 교수님..."

 

 

 

 

 

 -

 

 

 

 

 

 "당장 풀어요. 미치는 꼴 보고싶지 않으면."

 

 

 

 

 

 온 얼굴과 손발이 온통 늘러 붙은 피딱지로 가득한 해윤이었다. 절대 끊어낼 수 없는 족쇄와 수갑이란 걸 알면서도 의식을 되찾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끊어내기 위해 온 몸이 긁혀나간 듯 했다.

 

 

 

 

 

 창살로 사면이 이루어진 특수 감옥이었다. 해윤처럼 강화로 단련 된 구미호들을 제어하며 다루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각기 다른 부작용으로 폭주들을 해댈 때면 지호는 늘 제 목숨이 깎여 나가는 것만 같았다.

 

 

 

 

 

 곧 보름이 머지 않기도 했고 인간과 왕자의 손에 넘어간 해나를 당장 찾아오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기에 차라리 해윤을 가둬두는 것이 나을 것이란 판단에 지호는 애써 싸늘한 어조와 시선으로 해윤과 마주 섰다.

 

 

 

 

 

 "해나가 보면 욕 먹는 건 나라고. 누이 걱정을 하듯 네 자신을 아끼는데도 좀 신경쓰는게 어때?"

 

 "내가 팀장님의 수족이 된 건 오직 정해나 때문이야. 정해나가 없으면 여기 당신과 내가 함께 할 이유가 사라지는 거라고."

 

 "잊지 않고 있지. 하지만 난 최선을 다했는 걸?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거고. 누이는 내가 찾아낼테니 거기서 간만에 휴식기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어제처럼 날뛰다 왕자라도 마주친다면 곤란해질테니."

 

 

 

 

 

 소중하지 않은 일원은 없으나 해윤은 다른 일원들 처럼 그리 쉽게 잃을 수 있는 병력은 아니었다. 현재로선 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대신해 버닝테일의 중추를 맡길 수도 있을 정도로 해윤은 강했고 약간의 이해관계만 성립된다면 단기적이 아닌 충분히 장기적인 조직의 병력이 되어줄 아이였다. 물론 그를 위해서는 그의 누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위험한건 누나야. 팔찌도 없이 언제 폭주할 지 모른다고..."

 

 "인간들의 언론도 빠짐없이 모니터링하고 있어. 무소식이 희소식인 셈이니 제발 네 걱정이나 하도록 해. 자꾸 잊는 것 같아서 하는 소린데 네 누이는 너보다도 내가 더 간절히 찾고 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그래?"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해윤을 향해 지호는 더이상의 말대신 손등이 보이도록 왼손을 들어보였다. 아무런 무늬 없이 민자의 납작하며 심플한 화이트골드 링이 지호의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다.

 

 

 

 

 

 "그게 의미가 있긴 한 거야?"

 

 

 

 

 

 그럼에도 비아냥거리며 묻는 해윤을 향해 지호는 손을 내려 팔짱을 낀채 창살에 등을 기대며 돌아섰다.

 

 

 

 

 

 "정해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나와 그녀가 약혼한 사이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내겐 사랑의 맹세를 지닌 절대적인 의미이고 말고."

 

 "그럴때마다 역겨운 건 알고 있어?"

 

 "알고 있어. 하지만 어차피 이 약혼을 무를 생각이 없는 건 너희도 피차일반이니 서로 감정 상할 표현은 자제하는 게 좋겠지. 정해나는 내가 찾아올테니 넌 보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게 좋을거야.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라도 하고 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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