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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가 최종보스인 세계
작가 : 일월달
작품등록일 : 2022.1.4

용사가 지배해버린 세상
악인 들은 전부 처단당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건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선과 악의 수치에 따라 애꿎은 사람들조차 용사에 의해 처단당하는 절망적인 세상 거기에 노예처럼 살아가는 거지 카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6-1화 리안 마일드1
작성일 : 22-02-23 21:21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6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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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넨은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면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불쾌감이었다.

 차가운 느낌, 얼굴에 느껴지는

 축축한 액체가 미끄러지듯

 얼굴 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누군가 얼굴에 물을 뿌린 것이다.

 

 얼굴에 뿌려진 물을 닦으려고

 팔을 들려던 칼넨은 자신의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오른팔이 의자 팔걸이에 묶여있었다.

 오른팔뿐만이 아니었다.

 왼팔 역시 팔걸이에 묶여 있었고

 두 다리는 의자 다리에 묶여있었다.

 사지가 전부 묶여있는 것이다.

 

 고개를 돌려봤지만 캄캄한 어둠 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칼넨은 자신이 왜 이 어두운 곳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어났어?"

 

 기억의 퍼즐이 맞춰졌다.

 칼넨은 그제서야 자신이

 기절한 이유를 깨달았다.

 자신을 기절시킨 장본인의

 목소리가 귀로 들려온 것이다.

 고개를 돌리며 마일드를 찾던

 칼넨은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자신의 앞에 빛을 내는 동그란

 마법의 구를 손에 든 마일드가 서 있었다.

 마일드는 두다리를 굽히며

 자신의 얼굴을 칼넨에게 가까이 들이댔다.

 

 "저한테 왜 그러시는 겁니까?"

 

 마일드가 미소를 지었다.

 눈동자가 사라지며 실처럼 가는 눈이 되었다.

 

 "왜 그러는 거 같아?"

 

 칼넨은 황급히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모, 모르겠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한숨을 내쉰 마일드는 발을 까닥거렸다.

 마일드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발구르는 소리만이 건물 안에 울려퍼졌다.

 

 "칼넨. 영주님에게 무슨 거짓말을 한 거지?"

 

 칼넨은 흠칫했다.

 그러나 곧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거짓말이라니요.

 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마일드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마일드의 눈은 무척이나 예리했다.

 셀 수도 없이 검을 휘두르며

 눈이 점점 예리하게 단련된 것이다.

 그리고 기사단장이 된 지금 마일드의 눈은

 찰나의 반응도 포착할 정도로 예리해졌다.

 그리고 그의 눈은 칼넨의 흠칫하는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마일드는 바닥에 놓인

 기구 하나를 들어 올렸다.

 대장장이들이 쓰는 집게처럼 보였는데

 크기는 작았고 끝은 작은 것이라도

 단단히 잡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내가 뭐 하려는지 궁금하지?"

 

 말을 마친 마일드는 행동으로

 물음에 대한 답을 주었다.

 그는 집게로 칼넨의 왼쪽 검지 손톱을

 집더니 세게 잡아당겼다.

 잠시 반항하던 손톱은

 마일드의 힘에 못이겨 뽑혀나왔다.

 

 "으아악!"

 

 칼넨은 계집애처럼 비명을 질렀다.

 묵직한 둔기로 손가락을 찍은 다음

 날카로운 칼로 살을 도려내는 통증이었다.

 잠시 동안 칼넨의 눈 앞이 하애졌다.

 감각은 사라졌고

 칼넨은 아주 잠시 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고통이 돌아오며

 현실로 곤두박질 쳤다.

 

 손톱이 뽑힌 칼넨의 검지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끈적한 붉은 피가 팔걸이를 타고 흘렀다.

 붉은 색은 어둠에 물들어

 검은 물방울이 되었고

 바닥에 부딪치며 똑소리와 함께 비산했다.

 

 마일드는 마치 음악을 감상하듯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지켜 보고있었다.

 거친 비명에

 섬세한 핏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더해져 건물 안을 울렸다.

 

 잠시 후 비명이 멈추고 '똑... 똑...'

 거리는 핏방울 떨어지는 소리 만이

 고요한 창고 안을 울리자

 마일드가 입을 열었다.

 

 "비명은 마음껏 질러도 돼.

 여기는 버려진 창고라서

 아무도 안 올 거거든."

 

 마일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어갔다.

 

 "뭐, 오더라도 상관없지만 말이야."

 

 마일드는 칼넨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검지를

 칼넨의 손톱이 뽑힌 검지로 가져갔다.

 

 "검을 휘두르다가 말이야.

 손톱이 깨지면 그렇게 아프더라고."

 

 말을 마친 마일드는

 칼넨의 손톱이 뽑힌 손가락을 꾹 눌렀다.

 칼넨은 이를 악물며 고통을 견뎌냈다.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얼굴에 핏대가 설 정도였다.

 

 "자, 한 개 뽑았으니까,

 발톱까지 해서 기회는 19번 남았어.

 19번이 지나면..."

 

 잠시 생각하던 마일드가 입을 열었다.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겠지."

 

 기구를 내려놓은 마일드는

 옆에서 병 하나를 들어 올렸다.

 동그랗고 기다란 모양이었는데

 주둥이가 가는 걸 보니 술병으로 보였다.

 그리고 마일드가 뚜껑을 따는 순간

 독한 알코올 향이 퍼지며

 칼넨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칼넨은 그걸 마일드가 마시려고

 하나 싶었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마일드는 그걸 칼넨의 검지에 부어버렸다.

 

 칼넨은 참지 못하고 다시 비명을 질렀다.

 하도 비명을 질러서인지

 이제는 쉬어버린 목소리가

 신음처럼 세어나왔다.

 

 "오해하지 마.

 괴롭힌 게 아니니까.

 소독해 준 거뿐이야."

 

 마일드는 정성스레 뚜껑을 닫아

 다시 술병을 내려놓았다.

 

 "자, 이 고통을 또 겪고 싶다면 말이야.

 다시 거짓말을 말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말을 마친 마일드가 미소를 지었다.

 칼넨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평소에 친절하고 부드럽다고 소문난

 마일드 단장이 맞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마치 귀신을 눈앞에 두고 이야기하는 거 같았다.

 

 "자, 칼넨.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영주님께 무슨 거짓말을 한 거지?"

 

 마일드는 처음과 전혀 변함이 없는

 부드러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

 

 "자, 잠깐만요.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마일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변함없는 동작으로

 바닥에 놓인 집게를 들어 올리려 했다.

 칼넨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마,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왜 이러는지는 알고 싶습니다."

 

 다행히 마일드는 집게를 들어 올리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던 마일드가 입을 열었다.

 

 "이유를 알면 대답해 줄 거야?"

 

 칼넨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주님의 기사인 나는

 영주님에게 하는 거짓말을

 가려내야 할 의무가 있거든."

 

 칼넨은 입을 다물었다.

 만약 자신이 거짓말을 한 이유를

 말한다면 자신의 목뿐만 아니라

 자신과 함께 임무를 수행한 병사들,

 그리고 그 가족까지

 모두 목이 날아갈 문제였다.

 

 "자, 이제 이야기해 줘."

 

 자신이 했던 말을 지킬 수 없었던

 칼넨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자신을 속였지만 마일드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다시 그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마일드는 정교하다 싶을 정도로

 순서를 반복했다.

 심지어 손가락을 누르고

 술을 붓는 거까지 완벽하게 일치했다.

 달라진 거라고는

 칼넨의 왼쪽 약지 손톱이 빠졌고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말할 생각이 들어?"

 

 칼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고통이 죽을 때까지 반복되더라도

 가족의 목숨은 지켜야 했기에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칼넨의 표정을 본 마일드가 고개를 흔들었다.

 

 "흐음... 설마 고통을 즐기는 건가?

 아니면 말할 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목숨이 걸려있다던가 말이지."

 

 마일드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손가락을 까닥거리던 마일드는

 좋은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같이 임무를 수행했던

 다른 병사를 잡아와야겠다.

 그 병사도 고통을 참을 수 있는지 봐야겠어."

 

 말을 마친 마일드가 돌아서려 할 때

 칼넨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가족이 없거나 고통에 못 이겨

 진실을 말하는 병사가 나올지도 몰랐다.

 혹여나 자신의 가족들 목숨을 담보로

 다른 병사를 팔아넘기는 자가 생길 수 있었다.

 여러모로 좋은 상황이 아니었기에

 칼넨은 자신만이 희생하기로 마음먹었다.

 

 "말하겠습니다. 정말로 말하겠습니다."

 

 마일드가 몸을 돌렸다.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하지만 하나만 약속해 주십시오.

 저는 죽더라도 상관없지만 다른 병사와

 가족들의 목숨은 보장해 주십시오."

 

 "들어보고 생각해 볼게."

 

 칼넨은 망설였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르카 산을 넘다가 사고가 있었습니다."

 

 "외눈 거인이 등장했고

 병사 두 명이 죽었다는 건 나도 들었어."

 

 마일드가 시큰둥하게 답하자

 칼넨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오. 참가자 한 명이 도망쳤습니다."

 

 마일드의 눈이 커졌다.

 

 "그게 정말이야?"

 

 칼넨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대체하기 위해 원래는

 병사들끼리 제비뽑기를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에이드님이 막았습니다.

 자신이 투기장으로 가겠다고 하면서."

 

 칼넨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일드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일드는 평소에 에이드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약올릴려고

 에이드가 싫어하는 걸 뻔히 알면서

 가끔 도련님이란 호칭으로 부르곤 했다.

 평민 출신인 자신은 꿈도 못 꾸는

 귀족가의 자제로 태어났으면서

 뭐가 부족해서 그렇게 노력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기다 자신을 뛰어넘게다고

 매번 도전해오는 행동도 거슬렸다.

 물론 겉으로 드러낸 적은 없었지만

 이번 임무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에이드에게

 세상이 얼마나 추악한지를 알려주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로 떠넘긴 것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에이드를

 투기장으로 보내버리는

 뜻밖의 행운을 가져온 것이다.

 마일드는 빠르게 계획을

 짜내려가기 시작했다.

 황급히 미소를 감추며

 마일드가 입을 열었다.

 

 "한 치의 거짓말도 없는 사실이겠지?"

 

 "네. 모든 게 사실입니다."

 

 마일드는 칼넨을 조종하기 위해

 우선 겁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마일드가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찼다.

 

 "그렇다면 멍청한 짓을 한거야."

 

 "멍청한 짓이라고요?"

 

 칼넨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묻자

 마일드 대답했다.

 

 "그래 에이드도 모르고 있었던 거 같지만

 귀족들 역시 싸우는 모습을 즐기기 위해

 투기장을 방문하거든."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사실이야.

 우리 영주님은 그런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기사들만 데리고 몰래 갔다 오시지만 말이야.

 하여튼 영주님이 투기장을 가시게 되면

 모든 사실이 들통나게 될 거야."

 

 마일드의 말은 반만 사실이었다.

 귀족들이 투기장을 방문하는 건

 사실이었지만 트리뷰델 영지는 이태까지

 화이트 가의 영향으로 인해

 귀족들이 투기장에 가는 게

 금지되고 있었다.

 물론 규정된 건 아니지만

 영주의 눈치를 보느라 못 가는 것이다.

 그게 몇십 년이나 지속됐으니

 병사들이 모르고 있던 것도 당연했다.

 칼넨은 좌절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가족들만은 제발..."

 

 잠시 뜸을 들이던 마일드가 입을 열었다.

 

 "나에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말이야."

 

 칼넨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방법입니까? 제발 알려주십시오."

 

 마일드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말하기가 꺼려지는 눈치였다.

 

 "근데. 그게 좀 잔인한 방법이라서 말이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습니다.

 말씀만 해주십시오."

 

 망설이던 마일드가 입을 열었다.

 

 "우선 추방자 호위에 참여했던

 병사들을 모두 모아야 해."

 

 칼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병사들과 함께 밤을 틈타

 몰래 로이의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집을 불태워버려."

 

 "예?"

 

 칼넨이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그래야 합니까?"

 

 마일드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로이가 가족들에게 어떻게 해서라도

 연락을 할거기 때문이지.

 그렇게 되면 너희들이 했던

 모든 거짓말이 들통날테고. 그리되면..."

 

 마일드는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였다.

 칼넨은 입술을 더듬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일드가 하는 말이

 타당성이 있다고 느껴졌다.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칼넨이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마일드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하기 싫으면 관둬.

 나는 의리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 영주님이 알게 된다면

 후회해도 늦을거야."

 

 칼넨이 황급히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 아닙니다.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하겠습니다.

 말씀만 해주십시오."

 

 "그래. 그다음에는 그 병사들을 데리고

 정문 앞으로 모여.

 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정문으로 말입니까?"

 

 "그래. 너희들이 죄를 면하려면

 어떻게든 로이의 시체라도 찾아야 해.

 그리고 투기장에 가서

 에이드도 데려와야 하고.

 설마, 후작가의 셋째 도련님을

 그 지옥 같은 곳에 보내놓고

 내버려둘 생각이었어?"

 

 칼넨은 고개를 흔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자신이 뽑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처리한 것이다.

 

 마일드는 칼넨에게 걸어와

 묶여있던 밧줄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거기다 친절한 손길로

 손가락에 약을 바르고 붕대도 감아주었다.

 

 "내 말 명심해. 중요한 일이니까.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호송했던 병사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모두 죽는 수밖에 없어.

 알았지?"

 

 "예. 반드시 시킨 대로 하겠습니다."

 

 칼넨이 다짐하듯 이를 꽉 깨물었다.

 

 

 

 검게 물들어버린 밤하늘에 달이 떠있었다.

 그러나 구름이 달을 가려버렸기에

 트리뷰델에는 빛이 떨어지지 못하고

 어둠만이 감싸고 있었다.

 어두운 트리뷰델에

 가을에 싸늘한 바람만이

 스산하게 불 뿐이었다.

 

 잠시 후 구름이 바람에 밀려나자

 달빛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빛은 파도처럼 조금씩

 어둠을 밀어내며 다가왔다.

 

 어둠에 가려져 있던 집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집 하나에 8명의 사람이

 어둠에 숨어 벽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들은 그림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 같았다.

 전신을 검은색 옷으로 몸을 가린 그들은

 혹여나 빛이 자신에게 닿을까 봐,

 걱정이 되는지 벽에 딱 달라붙었다.

 

 칼넨은 씁쓸한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하려는 일이 떳떳지 못해서 그런지

 어둠을 틈타고 싶었지만 더 이상

 달빛이 가려지는 시기는 없을 거 같았다.

 마일드와 약속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칼넨은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내밀었다.

 

 모퉁이에 도착하자,

 칼넨은 고개만 내밀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모두 잠들었을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아무도 거닐지 않고 있었다.

 칼넨은 모퉁이를 타고

 집의 앞 쪽으로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아 집 문 앞에 도착했다.

 

 칼넨은 속으로 숫자 셋을 세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숫자 셋이 삼십을 넘을 때까지

 칼넨은 행동을 실천하지 못했다.

 

 칼넨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있는 7명의 병사를 보았다.

 그들 역시 자신과 비슷한 감정인 것으로 보였다.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눈에는 몬스터를 상대할 때보다

 더한 긴장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금기를 깨는 일이라 그럴지도 몰랐다.

 평소에 악행 수치가 얼마인지 모르는 이들은

 나쁜 일이라면 금기처럼 피하고 다녔다.

 수치가 100이 넘으면

 용사가 강림하기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그전에 신관에게 선발되어

 추방자가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용사가 강림하든,

 트리뷰델에서 추방을 당하든,

 눈앞에 닥친 일이 급했다.

 지금 이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몰살당할지도 모르는 문제였다.

 

 칼넨이 손짓을 하자

 병사들이 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검을 조용히 빼들었고

 문만 열리면 당장이라도 휘두를 기세였다.

 칼넨은 다시 셋을 세었지만

 여전히 실행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칼넨은

 군침을 꿀꺽 삼키고 문을 두드렸다.

 
작가의 말
 

 이제 목, 금만 보내면 주말이네요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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