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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약혼자가 왕이 되었다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2.1.26

집안이 순식간에 몰락해 결혼을 이틀 앞두고 기생이 되었다. 타고난 예능과 미모로 불과 1년만에 도성에서 가장 이름난 기녀가 되었고,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왕을 뒤흔들어 기적에서 자신의 이름도 지우고, 벼슬도 떡하니 받았다. 그 왕마저 죽은 후, 들려온 소식. 자신의 약혼자였던 그 사람이 새로운 왕이 되었다는 것. 미련 없이 기생일도 접고 상단을 꾸려 살던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왕은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했다는 것을. 이제야 자신의 아내가 되어달라 손을 내민다. 그녀는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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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2-23 02:00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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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이름은 이제 루아다.”

 “루아...”

 “아름다움을 거둬들인다.”

 “특이한 이름이네요.”

 “루아야. 오랜 시간 고생했다. 이젠 정말 되돌릴 수 없는 기녀의 삶을 살아야해. 후회하지 않겠니?”

 “네. 행수.”

 

  경혜는 정식 예인이 되기 전, 동분어멈을 찾아갔다. 동분어멈은 예상대로 경혜에게 박하게 굴었다. 동분어멈은 보자기를 이고 이리저리 다니며 장사를 하지 않았다. 직원도 몇이나 두고 자신과 오랜 단골정도만 챙기는 어엿한 사업가가 되어있었다.

 

 “무슨 일이오?”

 “내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왔네만.”

 “말이 짧네. 천것이.”

 

  경혜는 마치 그동안 쌓아둔 것을 되갚으려는 듯 톡 쏘아 말하는 동분어멈의 말투에 털이 바짝 서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맡겨둔 물건을 되찾으려면 평정을 찾아야하기에 자세를 낮췄다.

 

 “저를 기억하시는 걸 보니, 물건도 아직 그대로인가 봅니다.”

 “그런가? 내 한 번 찾아봄세.”

 

  그러더니 동분어멈이 창고도 아니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안방에 고이 숨겨둘 정도로 경혜가 오기를 기다렸던 것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방에서 나온 동분어멈의 손에는 보자기가 있었다. 경혜의 물건들이었다.

 

 “역시, 보관하고 계셨군요.”

 “그동안 쌓인 권리금이 얼마인 줄은 아는가?”

 “얼마입니까?”

 “이 집을 사고도 남네.”

 

  한 달에 두 푼. 그것이 몇 년 쌓였으니 그럴 법도 하겠다만 그래도 억지였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경혜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제가 이제 정식 예인이 됩니다. 맡긴 물건을 되찾아 갈 테니, 돈은 차차 갚겠습니다.”

 “오늘부터 이자를 붙일 것이니, 그런 줄 알게.”

 “한 달이면 다 갚을 수 있을 겁니다.”

 “허! 배포한 번 크군.”

 “우선 그 물건부터 주시지요. 증명해 보이지요.”

 

  동분어멈은 마지못해 보따리를 경혜에게 툭 던져주었다. 경혜는 보자기를 조심스레 풀었다. 코끝이 찡해졌다. 별당 병풍 뒤에서 고이 감춰두며 애지중지했던 물건들이 고스란히 있었다. 만약 동분어멈에게 이것들을 맡겨두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 자신에게 남은 것은 하나도 없을 터였다. 다행스럽게도 동분어멈은 값비싼 장신구들도 팔지 않고 그대로 묶어두었다.

 

 “하나도 빼돌리지 않았으니, 걱정 말게.”

 

  경혜는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눈썹도 그리고, 입술도 칠하고, 머리에 장신구도 꽂고, 반지도 끼고 노리개에 향낭까지 차니 진짜 기생의 모습이 되었다.

 

 “그래도 미색 하나는 그대로구먼.”

 

  동문어멈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경혜는 동분어멈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의리에 대한 값은 두고두고 갚지요.”

 “그러면 좋고.”

 

  경혜는 자신의 물건을 모두 돌려받고는 동분어멈의 집에서 나왔다. 이제 2주가 지나면 경혜는 루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한다. 모든 것을 버릴 요량이었으나, 경혜로의 삶은 아직 이렇게 화려하게 남아 자신을 꾸며주고 있었다. 아직 남은 마지막 자존심처럼. 쓰개치마도 하지 않은 경혜가 사뿐히 걸어가자, 길거리의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벌써부터 그녀에 대한 소문이 도성 거리에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다. 향낭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향기의 잔향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남을 도성 최고의 기생, 루아의 첫 걸음이었다.

 

 

 ***

 

  이후,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집안 여인들은 모두 천민이 되었다는 이야기만 남았을 뿐, 어디로 갔는지 무엇은 하는지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깨끗해 질것이라는 세상은 여전히 깨끗해지지 않았다. 태율은 버릇처럼 운종가를 걸어 다니며 소식을 들었다. 어디서든 경혜의 이름이 들리기를 바라면서 매일 운종가에 발 도장을 찍었다.

 

  화유각의 등잔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라. 낮은 경복궁이 다스리고 밤은 화유각이 다스린다 하였다. 이곳을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의 주머니는 두둑해야하나, 누구나 그 문턱을 넘어보고 싶어 했으니, 오죽하면 가산을 긁어모아 오는 사내들도 있었다.

 

  화유각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 복도를 걸어가, 가장 크고 깊은 방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새로운 좌의정의 축하 술자리가 시작되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환한 빛과 함께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화유각의 가장 아름다운 꽃, 기녀 루아가 된 경혜였다.

 

 “이제 대감이라고 불러야겠지요. 감축 드립니다.”

 “자네를 기다렸네. 어서 오시게.”

 

  좌의정의 자리로 가서 앉은 루아는 술을 따랐다. 아름다운 자태에 자리에 있는 사내들의 시선이 모두 쏠렸다. 루아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흔들림도 없었다. 고고하고 아름다운 것이 사내들의 동물 근성을 불러일으키기에 딱 좋았다. 하지만 쉽게 덤빌 수 없었다. 그녀를 원하는 것은 곳 모든 것을 얼어야하는 싸움과 마찬가지였다. 빈 술잔에 술을 채우는 루아의 귀에 아까부터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형편없는 연주 실력. 그럼에도 깨닫지 못하고 잘난 얼굴만 뽐내는 꼴이라니.

 

 “대감, 잠시만.”

 

  자리에서 살포시 일어난 루아는 그 길로 악기를 멈추게 하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나오렴.”

 

  연주를 하던 기녀들을 모두 빼낸 루아는 문을 닫았다.

 

 “행수. 이 아이들 말고 연주 꽤나 하는 아이들은 없소?”

 “있지.”

 “그럼, 그 아이들을 불러주시오. 듣기 민망하여 빼냈소.”

 

 그러자 가야금 연주를 하던 어린 기녀가 발끈하며 물었다.

 

 “내 연주가 어때서요?”

 “형편없어. 네 연주가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면, 귀에 문제가 있거나 스승이 문제가 있는 거겠지? 귀한 분들이 계신다. 그런 연주를 계속 듣고 있자니 내가 민망하여 그만두라 하였다. 더 다듬어 오너라.”

 “치!”

 “세상을 앞서 가는 것인지, 뒤쳐진 것인지는 시간이 알려주겠지. 하지만 지금이 중요하단다. 지금 너의 연주는 아니야. 가보렴.”

 

  루아는 자신이 아끼는 가야금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문이 열리고, 루아가 자리에 가야금을 품고 앉았다.

 

 “제 선물을 아직 드리지 못한 듯하여, 지금이라도 선물을 올릴까합니다.”

 “오호라! 듣기 힘들다던 루아의 가야금 소리로군. 아주 귀한 선물을 들려주려나?”

 “승하하신 선왕께오서만 들으셨던 것이지요.”

 

  루아의 말에 모든 이들이 설레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루아가 싶게 숨을 들이마시고 가야금 위로 손을 올렸다. 그리고 한 줄씩 현을 뜯기 시작했다. 빠르다가도 느려지는 속도감과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가야금 선율에 다른 방에 있던 사람들도, 복도를 지나던 사람들도 모두 그 방 앞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듣는 음악이었다. 빠끔히 문을 열고 방 안을 살피던 한 선비의 뒤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고, 문은 이내 벌컥 열렸다.

 

 “어, 어어!!!”

 

  좌의정은 처음엔 놀랐으나 루아의 가야금 소리에 빠져 그저 내버려두었다. 루아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도, 숨소리도 모두 느끼고 있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즐기는 듯 보였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녀의 자태와 음악에 빠져들었다. 마침내 곡이 막바지로 흘렀고, 마른 침을 꼴깍 삼키는 적막과 함께 연주가 끝났다. 좌의정이 먼저 적막을 깨는 박수를 쳤다. 복도에 서 있던 사람들에서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훌륭하오! 아주 훌륭하오!”

 “내 평생에 이런 연주는 처음이오!”

 

  루아가 은은한 미소로 좌의정에게 인사를 건넸다.

 

 “선물이 마음에 드시는지요?”

 “참으로 마음에 드네. 아주 훌륭한 선물이야.”

 “마음에 드신다니, 기쁩니다.”

 “이참에 좌상께 더 큰 선물을 드리는 건 어떠하냐?”

 

  좌의정과 함께 동석한 관리 중 하나가 루아에게 말했다. 루아는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사내들에게서 루아의 잠자리를 가지는 사내가 진정한 사내라나 뭐라나? 하지만 좌의정은 거절했다.

 

 “이미 큰 선물을 받았네. 내 이제 쓸 전두도 없으이.”

 “에이~ 좌상께서 하사하지는 것인데, 기생년 전두에 비하겠습니까? 도리어 더 귀한 것을 받았다고 절이라도 할 판에.”

 “어허. 말조심하게.”

 “뭐 어떻습니까?”

 

  관리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루아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웃어보였다.

 

 “어찌 좌상께 미천한 것을 올리겠습니까? 제가 가진 것 중 그나마 가장 귀한 것을 내어드렸는데, 이를 어찌할까요. 소인이 밑천이 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미안하이. 이 사람이 술이 과했나 보네. 자, 이만 일어들 나세.”

 

  좌의정이 그 자리에 오르는 데는 루아의 도움도 컸다. 세상의 일들과 조정의 일들이 여과 없이 떠도는 화유각에서 루아의 정보력은 좌의정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왕족이라면 씨를 말리려는 피의 군주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자리에 앉아서 훤히 꿰뚫어볼 지경이었다. 덕분에 겨우 정6품인 말단 좌랑이었던 그가 몇 달 만에 좌의정까지 앉을 수 있었다. 루아는 이제 좌의정을 방패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살펴 가십시오, 대감.”

 “또 보세.”

 “오늘은 제가 술을 사는 것으로 하지요. 선물입니다.”

 “고맙네.”

 

  술에 취한 좌의정과 그 무리들이 화유각을 떠나도 화유각은 여전히 손님들로 소란스러웠다.

 

 “아가씨.”

 

  방으로 돌아가려는 루아를 잡아 세운 건 윤이었다.

 

 “잠시만.”

 

  윤이는 루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뭔데?”

 “어머니를 찾았어요.”

 “유모를? 어디서?”

 “사대문 밖에 있는 집이었는데, 상복을 입고 있었어요. 근데... 품에 아이가 있더라고요.”

 “내일 날 밝으면 같이 가봐.”

 “괜찮겠어요?”

 “뭐가?”

 “아가씨가 이런 모습인 거, 어머니가 알면...”

 “이미 알거야. 도성에서 화유각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고, 기녀 루아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소문 듣고 조선팔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고작 사대문 밖에 사는 사람이 모를까.”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럴까?”

 

  날이 밝으면 유모를 찾아보기로 하고, 루아는 무거운 가채도 옷도 모두 벗어놓고는 그대로 이부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하...”

 

  루아의 거처는 기방 근처에 따로 마련된 기와집이었다.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순식간에 벌어들인 돈으로 산 집이었고, 그 전에는 세 달도 되지 않아 행수와 함께 관아에 가서 윤이를 빼냈다. 대신 윤이가 기둥서방이 되기로 한 것이었다. 며칠을 고집을 부리며 거부하던 윤이었지만, 루아는 윤이를 원했다. 그 이후 루아의 치맛자락은 그 누구를 위해서도 속바지를 내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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