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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약혼자가 왕이 되었다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2.1.26

집안이 순식간에 몰락해 결혼을 이틀 앞두고 기생이 되었다. 타고난 예능과 미모로 불과 1년만에 도성에서 가장 이름난 기녀가 되었고,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왕을 뒤흔들어 기적에서 자신의 이름도 지우고, 벼슬도 떡하니 받았다. 그 왕마저 죽은 후, 들려온 소식. 자신의 약혼자였던 그 사람이 새로운 왕이 되었다는 것. 미련 없이 기생일도 접고 상단을 꾸려 살던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왕은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했다는 것을. 이제야 자신의 아내가 되어달라 손을 내민다. 그녀는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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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2-23 01:59     조회 : 178     추천 : 0     분량 : 5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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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도 짓지 않았고, 감사하지도 않았지만 경혜는 그 앞에 성은이 망극하다는 말을 해야 했다. 죽여주지 않아 감사하다는 인사인가, 사람으로 살지 않게 해주는 왕님이 어서 망해버리라는 저주인가. 경혜와 함께 잡혀온 노비들은 제각각 개국공신들의 재산이 되었다. 그 속에 윤이도 있었다. 윤이는 나이도 젊고 힘도 잘 쓴다는 이유로 관노가 되었다.

 

 “다행입니다, 아가씨. 제가 곁에서 지켜 드리겠습니다.”

 “괜찮다.”

 

  경혜는 난생처음 빨래라는 것을 해봤다. 부엌은 갓 만든 음식이나 얻어먹으러 들어가 봤지, 칼 한번 잡아본 적이 없었다. 손이 베이고, 시리고 아팠다. 그래도 함께 지내는 관비들 중에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있어 의지가 됐다.

 

 “퉤! 야, 이딴 걸 먹는 음식이라도 만들었어?!”

 

  음식이 맛이 없다고 발길질을 해대는 자들부터 옷은 대체 언제 입고 빠는 것인지 악취가 나는 옷들을 마구 던지는 자들도 있었다.

 

 “어이, 너 이름이 경혜라고 했지? 한때 유명했잖아. 이쁘다고. 얼굴도 반반하니. 이놈 저놈에 물들기 전에 내가 먼저 보듬어주랴? 남자 맛도 못 봤을 거 아니야.”

 

  대수롭지 않게 침을 질질 흘리는 자들은 하루에도 서넛은 나왔다. 경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런 말을 무시하다가 맞는 것이 일과였다. 어느 놈은 귀싸대기를 날리고, 어느 놈은 발로 배를 갈기고, 어느 놈은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지기도 했다. 있는 집 여식이 관비가 되어 콧대가 높으니 그것을 꺾겠다는 이유로 온갖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괜찮아?”

 

  그럴 때마다 함께 일하는 관비들이 와서 데리고 가거나, 관청 사내들의 눈에 띄지 않게 다른 일을 시키기도 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하지 않고 멍이 들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경혜는 울지도 않았고, 웃지도 않았다. 하루에 다섯 마디 이상 듣는 것도 어려웠다. 고맙다는 말도 고개를 숙이는 것이 다였다.

 

 “아가씨. 이거 드세요.”

 

  윤이는 어디서 쌀밥을 받아서는 주먹밥으로 뭉쳐 경혜에게 가져왔다. 경혜는 고개를 저었다.

 

 “왜요? 어디 아프세요?”

 

  경혜는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윤이는 경혜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볼이 퉁퉁 부었습니다. 혹시 입 안이 또 찢어진 것입니까?”

 

  그러자 경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이는 익숙하다는 듯 자신이 매일 차고 다니는 작은 주머니에서 흰 솜과 약재를 뭉쳤다.

 

 “자, 아하고 벌려보세요.”

 

  경혜의 입 안은 피로 가득했다.

 

 “입안에 피부터 뱉어내세요.”

 

  경혜가 퉤하고 바닥에 뱉자, 흙바닥의 모래가 경혜의 피가래와 섞여 뭉쳐졌다. 윤이는 가슴이 쓰려서 보기가 힘들었다. 속이 상했지만, 애써 감췄다.

 

 “자, 이거 물고 계세요.”

 

  경혜가 순순히 윤이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 윤이는 경혜보다 두 살 많았다. 경혜는 윤이를 오빠처럼 잘 따랐다. 얼굴만 보면 오누이 같아보였다. 윤이는 죽은 경혜의 오라버니들을 대신해 경혜를 보살피기로 결심했다.

 

 “손 내밀어 보세요.”

 

  경혜가 손을 내밀자, 윤이가 자신이 차고 있던 작은 주머니 고리를 경혜의 손목에 채웠다.

 

 “입에 물고 있다가, 피가 더 난다 싶으면 새 솜을 꺼내서 입에 물고 주무시는 겁니다.”

 

  경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이는 잠시 멈칫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경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경혜가 놀란 눈으로 윤이를 바라보았다. 윤이는 경혜의 눈빛에 금방 손을 치웠다.

 

 “죄송해요, 아가씨.”

 

  경혜는 고개를 내저었다.

 

 “조금만 견디세요. 어머니를 찾으면, 여길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경혜는 가만히 있었다. 그런 희망조차 무거운 탓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경혜는 우물에서 물을 몇 번이고 길어 빨래를 한가득 이고는 마당을 걸어갔다. 관아 대문에서부터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낯설지만 익숙한 기운이었다. 붉은 치맛자락. 그리고 붉은 입술과 눈빛. 열다섯의 경혜의 심장을 뛰게 했던 그 기생이었다. 예전보다는 나이가 들었는지 더욱 완숙미가 느껴졌다. 풍성한 치맛자락이 계단으로 한걸음 두 걸음 옮겨가더니, 멍하니 빨래를 들고 자신을 쳐다보는 경혜를 바라보고는 싱긋 웃어보였다.

 

 ‘쿠궁!... 쿠궁!...’

 

  경혜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생기를 잃었던 눈에 삶이 피어났다.

 

 ‘살아야겠다. 살 수 있겠다...!’

 

 ‘툭! 퍽!’

 

  경혜의 머리에서 빨래 바구니가 질퍽하게 떨어져 내려갔다. 경혜는 때가 가득한 손으로 기생의 치맛자락을 부여잡았다.

 

 “어머! 왜 이래?”

 “저! 저!”

 “이거 놔! 이거 비싼 비단이라구.”

 “저, 기생이 되고 싶어요! 절 데려가 주세요!”

 “뭐?”

 

  기생이 얼룩덜룩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착 펼쳐서 부채질을 살랑살랑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우러러보는 경혜를 곁눈질로 슬쩍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착 부채를 접더니 경혜를 보며 무릎을 접어 앉았다. 부채의 끝으로 경혜의 턱을 들어 올리고는 얼굴을 자세히 관찰한 것도 잠시 기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시선을 거뒀다.

 

 “흠... 내가 볼일이 있으니, 여기서 기다려.”

 

  그러고는 기생이 관아 사또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 광경을 본 관비 하나가 잽싸게 달려가서는 보초를 서고 있는 윤이에게 자신이 본 것을 알렸다.

 

 “뭐?! 기생이 되겠다고?”

 “빨리 가봐. 미쳤나봐. 말려야 해.”

 

  윤이는 즉시 경혜에게 달렸다. 경혜는 기다리라는 말에 그 자리에서 기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아가씨!”

 “윤아. 나, 이제 알았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

 “그게 기생이라고요?”

 “응!”

 “아가씨이!”

 “내가 원하던 거야. 생각만 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정신 차리세요.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요.”

 “너, 조금만 참아. 내가 너 빼내줄게.”

 “미쳤어요?!”

 

  그때, 사또의 방에서 기생과 사또가 함께 나왔다.

 

 “너. 이리 와봐.”

 

  기생이 경혜를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 쪼르르 그 앞으로 갔다. 윤이는 불안한 얼굴로 경혜를 보았다.

 

 “화유각. 앞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곳이다. 뭐, 잘만 다듬으면 화려하게 살 것이고 아니면, 그냥 기녀들 수발이나 드는 거지. 그래도 따를 거야?”

 “네.”

 “아니요!”

 

  윤이가 반박했고, 경혜의 손을 잡고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이 아이는 기생이 되지 않을 겁니다. 가자마자 후회 할 거예요. 관아 사내들에게 하도 맞아서 머리가 어떻게 됐습니다. 분명히 미쳤어요. 죄송하지만, 실언입니다.”

 “뭐? 미쳤어? 뭐야.”

 

  하지만 경혜의 의지는 확고했다. 경혜는 윤이의 손을 뿌리쳤다.

 

 “아니요! 저는 멀쩡합니다. 할 수 있어요. 갈래요.”

 “아가씨!”

 “아가씨 아니야. 이제.”

 

  기생이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앞장섰고, 경혜는 그 뒤를 따랐다. 사또는 볼일을 다 봤다는 듯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마당에는 혼이 빠진 듯 윤이 홀로 서 있었다.

 

 “아가씨...”

 

  경혜는 화려한 가마 옆을 함께 걸었다. 노란 천이 바람에 날려 경혜의 볼을 쓰다듬었다. 가마에 앉은 기생이 물었다.

 

 “너, 윤재상 대감의 딸이라면서?”

 “네.”

 “내 기방 문턱을 넘을 땐, 그거 하나만 남는 거야. 나머진 다 버려. 마치 이승에 미련이 없다는 듯.”

 “저승 문턱이라도 되나 봅니다.”

 “저승? 아하하하하! 비유 좋네. 근데, 저승이라도 다 무섭고 고통스러운 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즐거운 이들로 넘쳐나는 저승이랄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는 나중에 받을게. 너 살아남은 후에.”

 

  경혜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았다. 편히 앉아 부채를 펼쳐들고 우아하게 부치는 저 여인의 모습이 머지않아 자신의 모습이기를 상상했다. 각오는 되어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것처럼.

 

 “너, 남자 경험은 있어?”

 “약혼한 사람은 있었습니다.”

 “아니, 사내 경험 말이야. 동정은 뗏냐구.”

 “아, 아니요.”

 “그럼, 전두 두둑하게 받고 팔아야겠네?”

 “그것도 돈이 됩니까?”

 “첫 단추가 중요하지. 너를 비호해줄 첫 사내가 앞으로 기생 윤경혜의 방패니까.”

 “방패...”

 

  그 순간 경혜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이태율. 그 사람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워는 할까? 두 달이 넘는 시간동안 꿈속에서 만나는 태율의 얼굴을 보며 버틴 시간이었다.

 

 “민찬주라 합니다.”

 

  단아한 외모의 여인은 일주일 후면 태율의 아내가 될 예정이었다. 처음으로 태율과 찬주가 만났다. 태율은 찬주에게 시선 하나 건네지 않았다. 그렇다고 쌀쌀맞지도 않았다.

 

 “차 맛이 좋습니다.”

 

  찬주가 그렇게 한마디 하면, 태율은 그저,

 

 “네.”

 

  한마디로 답할 뿐이었다. 찬주는 태율이 싫지 않았다. 자신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이라 여겼다. 태율은 찬주가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예의를 갖춰 움직일 뿐이었다. 찬주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왔고, 옷을 갈아입고, 누웠다. 푸른 초원같이 드넓고 광활했던 천장은 어느 샌가 숨이 막히게 낮았다. 시커먼 천장이 계속해서 태율을 짓눌렀다.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소? 어디에 살아 있소?”

 

  아침은 밝아왔고, 태율은 푸른 관복을 입었다. 결혼을 앞둔 신랑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마당에서 기다리던 노복이 태율의 얼굴을 보고는 뒤를 따르면서 말했다.

 

 “잠은 좀 주무셨습니까?”

 “...”

 “상이라도 치르러 가는 얼굴로 보입니다.”

 “매한가지다.”

 “새색시는 무슨 죕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매 대답마다 한숨을 섞어 답하는 통에 대화를 하는 노복마저 기가 빠졌다. 태율은 말에 올랐고, 신부가 될 찬주의 집으로 향했다. 화려한 활옷을 입고 태율을 기다리는 찬주는 설레는 얼굴이었다. 마당에 가득 모인 사람들의 축하 속에 대비되는 표정의 부부가 절을 하고 술을 나눠마셨다.

 

 ‘저승의 술이로구나. 저승 것을 먹었으니,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구나. 이승의 그대에게 더는 갈 수 없구나!’

 

 

  찬주의 어머니는 눈물을 훔쳤고, 찬주도 함께 눈물을 훔치며 가마에 올라탔다. 태율은 장인장모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아침보다는 산 사람의 얼굴이었으나, 눈빛은 보다 더 차가워졌다. 태율이 쓰던 방 건너편에 비어있던 방이 앞으로 찬주가 쓸 방이며, 신방이었다. 잘 차려진 방에 함께 들어간 두 사람은 술상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서방님.”

 

  멍하니 앉아있던 태율은 찬주의 부름에 정신을 깨웠다.

 

 “머리가 무거워서...”

 “아, 미안하오.”

 

  태율은 조심스럽게 가채를 풀고, 움직이기 불편한 활옷을 벗는 것도 거들어주었다.

 

 “주무시오.”

 “예.”

 

  태율은 문 앞에서 기대를 하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불을 껐다. 하지만 태율은 잠들지 못했고, 찬주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의 밤이 궁금해. 나와 같은지 말이오. 나의 밤은 그대를 잃은 순간부터 끝나지 않소. 그대와 나를 가로막던 그 밤이 이젠 영원히 곁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듯 계속 남아 있어. 나는 이 밤이 끝나기를 매일 바라오. 당신에게 끼웠던 가락지를 당신이 준 주머니에 넣고 매일 품으며 빌고 있다오. 부디, 나의 아침을 되찾아주기를. 나의 하늘을 밝혀주길.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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