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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약혼자가 왕이 되었다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2.1.26

집안이 순식간에 몰락해 결혼을 이틀 앞두고 기생이 되었다. 타고난 예능과 미모로 불과 1년만에 도성에서 가장 이름난 기녀가 되었고,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왕을 뒤흔들어 기적에서 자신의 이름도 지우고, 벼슬도 떡하니 받았다. 그 왕마저 죽은 후, 들려온 소식. 자신의 약혼자였던 그 사람이 새로운 왕이 되었다는 것. 미련 없이 기생일도 접고 상단을 꾸려 살던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왕은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했다는 것을. 이제야 자신의 아내가 되어달라 손을 내민다. 그녀는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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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2-23 01:59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4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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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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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율은 관군들의 눈을 피해 집 담장을 빙 둘러 별채로 향하는 뒷문으로 향했다. 이곳은 아직 관군들의 눈에 띄지 않은 듯 보였다. 사랑채며 마당에는 칼을 들고 맞서던 사랑아범과 노복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제 남은 곳은 별채였다. 별채의 쪽문으로 향한 태율이 힘차게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한껏 긴장하던 윤이와 노비들이 화들짝 놀라 쪽문으로 시선이 쏠렸다.

 

 “나요! 태율이오! 낭자! 나요!”

 

  태율의 목소리에 조심스레 쪽문으로 향하던 윤이의 손을 낚아챈 것은 유모였다.

 

 “속이려는 것일 수도 있어.”

 

  그리고 방에서 태율의 목소리를 들은 경혜가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왔다.

 

 “아가씨!”

 “도련님?”

 “어서, 도망가야하오! 어서!”

 

  경혜는 노비들의 손을 뿌리치고 쪽문을 열었다. 쪽문 밖에는 다행히 태율 혼자뿐이었다. 태율은 경혜를 보자마자 와락 끌어안았다.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이 경혜의 귓가에 그대로 느껴졌다. 이 품을 어찌나 그리워했던가. 경혜는 마음이 놓였다.

 

 “보고 싶었어요.”

 “무사해서 다행이오.”

 “정말...”

 “나가야하오. 우리 집으로 갑시다.”

 “도련님, 집으로요?”

 

  관군들이 별채를 찾은 듯 보였다. 한두 사람이 별채를 두리번거리다가 계단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 내려오는 유모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여기 있다! 여기 잔당들이 있다!”

 

  노비들은 모두 경혜를 쳐다보았다.

 

 “아가씨, 어서요!”

 “갑시다.”

 

  그런데 경혜는 계속 머뭇거렸다.

 

 “윤이 너는? 유모는?”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실 때가 아닙니다!”

 “아가씨! 어서 도련님 손잡고 가세요. 어서요!”

 

  경혜는 마당에 짐 보자기를 들고 서 있는 유모를 보았다. 유모는 울상을 짓지도 않았고, 그저 의연한 얼굴로 경혜를 보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으세요. 자! 이 열쇠는 이제 아가씨 겁니다.”

 “유모...”

 “우리야 이미 노비 아닙니까? 다른 집에 팔려 가면 그만입니다. 살면, 만날 날이 있으니 꼭 무사히 가셔서 나중에 보십시다.”

 “싫어... 같이 가.”

 “시집가는 다 큰 처녀가 어찌 애같이 구십니까?! 도련님은 뭘 하고 계십니까?”

 

  태율은 경혜의 손을 꼭 잡고 당겼다.

 

 “가야하오. 쪽문도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요. 어서!”

 

  금군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샅샅이 뒤지고 가산을 몰수하라는 어명이다. 집안 노비들과 함께 식솔을 모두 잡아들여라!”

 

  집은 풍비박산이 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부서지고 사라지고 있었다. 담장 너머 살아남은 노비들은 헐레벌떡 도망치기 급급했고, 행복한 날들은 가뭄의 하천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경혜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태율을 바라보았다. 태율은 경혜의 손을 놓치지 않았다.

 

 “함께 갑시다. 내 집으로 갑시다.”

 

  경혜는 생각해야했다. 매우 다급한 순간이고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생각했다.

 

 “내가 당신을 구할 수 있소. 나와 함께 갑시다. 내 집으로 갑시다.”

 

  정말 구할 수 있을까? 이대로 손을 잡고 간다고 해서 살 수 있을까? 이 손을 잡고 나가서 운이 좋게도 태율의 집에 살게 된다 하더라도 과연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연모하는 이의 인생에 걸림돌이 될 것이 뻔했다.

 

 “당신 부모님도 허락하신 일이십니까?”

 

  태율은 답하지 못했다. 경혜의 집안이 부서지고 있다는 소식에 그저 숨차게 뛰어 왔을 뿐이었다. 이토록 혼이 떠있는 경혜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채. 그저 아름답고 행복한 미소만이 있는 얼굴만 생각하고 달려왔다.

 

 “당신은 이미 내 사람이오. 함께 갑시다.”

 “나 절실해요. 당신 따라 가고 싶어요. 애원하고 싶어요. 이대로라면 난... 어느 날 하룻밤 마주할 누군가의 꽃이 되겠죠.”

 “뭐가 문제요. 서둘러요. 시간이 없소!”

 

  경혜는 발을 떼지 않고 버텼다. 태율이 잡아 당겨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손이 툭하고 떨어졌다.

 

 “사랑해요.”

 

  경혜는 그제야 울었다. 짧은 순간은 아니었지만 생각은 수십번 아니, 수백번 오갔고 결정했다. 죽음보다도 괴로운 삶이 펼쳐질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사람과의 인연은 이것이 끝이라는 걸 인정하자.

 

 “평범하게 살아요. 당신은 평범하게... 살아줘요. 그리고 언젠가 어느 곳에서 날 만나면... 그냥 지나가줘요. 단 한 번도 마주하지 않았던 인연처럼.”

 

  좁은 도성에서 혹여 마주치더라도 그래주길 바랐다. 쪽문으로 태율을 힘껏 밀어냈다. 태율은 그대로 문지방에 걸려 뒤로 넘어졌고, 동시에 서랍이며 책꽂이로 막아둔 문이 금군 여럿의 힘에 의해 콰과광하고 열렸다. 태율의 위로 유모도 함께 밀려 나갔다. 그리고 쪽문은 이미 닫혀버렸다.

 

 “안 돼...!”

 

  그 순간에 겁이 났던 것일까? 태율은 순식간에 큰 소리도 내지 못하고 혼자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경혜는 금군들에게 둘러싸였다. 문을 막고 있던 윤이도 함께 끌려 나갔다. 경혜는 쪽문 너머 허망하게 서 있을 두 사람을 생각했다.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돌아볼 수 없었다.

 

 “윤재상의 여식을 잡았습니다!”

 

  대문에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경혜는 포승줄에 묶여 끌려 나갔다.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시선이 느껴졌다. 이건 동정일까 욕일까.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잔뜩 끼여 회색빛이었다.

 

 “내일이면 비가 오겠네. 애초에 하지 않길 잘했네.”

 

  스스로에게 거짓을 되뇌며 그 결혼은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음을 머리에 욱여넣었다. 쪽문 뒤로 넘어진 유모와 태율. 태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쪽문을 밀어보았지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고, 우르르 모여든 인파 속을 이리저리 헤치며 경혜의 뒷모습을 찾았다. 반면 유모는 자신이 들고 있는 열쇠 꾸러미와 보자기를 꼭 쥐었다. 어찌나 힘을 줘서 쥐었는지 손이 부들거렸다. 이도 악 물었다. 눈물을 꾹 삼키며 씩씩하게 일어나 옷을 탁탁 털어낸 유모는 그 길로 사라졌다.

 

 “어찌 되는 겁니까?”

 

  태율은 그 길로 집으로 가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제 아내는 어찌 되는 겁니까?”

 “말 조심하거라.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던 게다. 혼사를 앞당기려는 게 이상하다 했어.”

 “아버지!”

 “다른 혼처가 있으니, 준비하도록 해라.”

 “싫습니다. 그 사람 아니면 안 됩니다. 구해야 합니다.”

 “역모다. 다른 죄도 아니고 역모야. 너와 내가 도성에 온 이유를 잊은 것이냐? 우리의 신분을 잊은 게야? 사소한 죄도 우리에겐 독이다. 헌데, 역모로 얽힌 집안과 혼사라니? 구하겠다니? 정녕 동래에 있는 가족들까지 모두 함께 죽길 바라는 것이냐?”

 “그 사람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죽습니까?”

 “여인은 죽이지 않는다. 역모이니 면천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고, 관노비가 되겠지. 아니면 어느 개국공신의 노비로 선물되던가.”

 “노비라니요.”

 “사내라면 죽을 게다. 허나 여인은 죽이지 않고 그렇게 살게 된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삶을. 여인이라는 이유로.”

 

  화수군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본 윤재상은 청렴하진 않았으나, 마음가짐은 맑고 건강한 사람이었다. 죽은 왕과 함께 다시금 멋진 조선을 만들고자하는 공상가에 가까웠다. 다행히 하나 둘 이뤄갔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꿈을 시기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이 생겨났을 뿐이다. 화수군은 죽은 왕에게 자신이 그리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민했다. 태율이에게 그 꿈을 심어주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고.

 

 “나가보겠습니다.”

 

  한껏 쳐진 어깨를 보이며 나가는 태율이의 뒷모습을 보며, 화수군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마음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아마도 그의 오랜 시간 세운 계획은 무너질게 뻔했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태율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바닥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그리고 또 내리쳤다. 주먹이 아파오지 않았다. 그래서 또 내리쳤다. 분이 풀리지 않아 내리치기를 반복했다.

 

 ‘쿵! 쿵! 쿵! 쿵!’

 

  걱정스러운 듯 마당을 지키던 노비들이 방에서 들리는 소리에 흠칫 놀랐다. 어떤 이는 눈물을 짓기도 했다.

 

 “흑...”

 

  피멍이 든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 위로 눈물이 툭 떨어졌다. 툭툭 떨어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미안해... 내가... 용기가 없어서...”

 

  태율은 엎드렸다. 마치 경혜가 앞에 있는 듯이 엎드려 빌었다. 태율은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그리고는 피가 흘러 마른 주먹으로 방에서 나와 다시 사랑채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부엌을 봐야겠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종이가 수북하게 쌓였고, 비단에 쌓인 것도 하나 있었다.

 

 “안 돼!”

 

  태율은 부엌으로 달려 들어가 아궁이에서 종이 뭉치를 쑤셔 넣고 있는 여종을 밀쳤다. 종이는 태율이 아침에 자리를 비운 사이 경혜와 주고받은 서신이었다. 그리고 경혜의 사주단자는 비단에 감싸진 채로 이미 아궁이에서 절반 이상 타들어가고 있었다. 태율의 눈엔 분노가 들끓었고, 여종은 처음 보는 도련님의 얼굴에 놀라 벌벌 떨었다. 서신 뭉치를 들고 부엌을 나오는데, 화수군이 앞을 막았다.

 

 “내놓지 못하겠느냐?”

 “안됩니다.”

 “이걸 들키는 날엔 화를 입는다.”

 “싫습니다! 서신이 무슨 죄입니까? 제가 알아서 잘 숨기겠습니다.”

 “억지로 끊어야한다. 그런 인연도 있는 것이다.”

 “싫습니다.”

 

  태율이 서신뭉치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하자, 화수군의 지시에 건장한 노복들이 앞을 막았다. 하나 둘 막던 노복들이 어느덧 다섯. 태율의 몸이 붕뜰 지경이었다. 태율은 이들을 밀치고 서신뭉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품에 안고 바닥에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버텼다. 하지만 이내 그 힘을 이겨내지 못했고, 서신뭉치는 빼앗기면서 찢기고 넝마가 되어 그대로 부엌으로 던져졌다.

 

 “안 된다! 안 돼!!!”

 “한 조각도 남기지 마라.”

 “안 돼에!!!!”

 

  태율은 발악했다. 여종은 재빨리 서신뭉치를 아궁이에 밀어 넣었다. 종이는 활활 잘 타올랐다.

 

 “방으로 데리고 가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게 하거라.”

 “예!”

 

  노복들이 발악하는 태율을 번쩍 들어 올려 방으로 데려갔다. 어두운 방에 갇힌 태율은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멍하니 있었다. 겉으로만 인연을 태우고, 태율의 집에 다른 여인의 사주단자가 도착했다.

 

 “죄인 윤재상의 여식 윤경혜는 관아의 관비로 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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