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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약혼자가 왕이 되었다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2.1.26

집안이 순식간에 몰락해 결혼을 이틀 앞두고 기생이 되었다. 타고난 예능과 미모로 불과 1년만에 도성에서 가장 이름난 기녀가 되었고,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왕을 뒤흔들어 기적에서 자신의 이름도 지우고, 벼슬도 떡하니 받았다. 그 왕마저 죽은 후, 들려온 소식. 자신의 약혼자였던 그 사람이 새로운 왕이 되었다는 것. 미련 없이 기생일도 접고 상단을 꾸려 살던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왕은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했다는 것을. 이제야 자신의 아내가 되어달라 손을 내민다. 그녀는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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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2-23 01:55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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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율의 부름에 방 하나 뿐인 초가에서 문을 열고 앳된 얼굴의 사내가 나왔다. 태율이 고개를 숙여 의원에게 인사하자, 앳된 의원은 태율을 알아본 듯 인사를 건넸다. 이수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의원님, 입 안이 찢어진 것 같은데 지혈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이고. 어디서 쌈박질하실 관상은 아니신데.”

 

  의원은 이수의 볼을 부여잡고는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입을 아 벌려보십시오. 아이고, 제대로 맞으셨네. 한동안은 식사도 힘드시겠습니다.”

 “안되는데.”

 

  의원이 새하얀 솜에 알 수 없는 약재 가루를 뿌리고, 헝겊을 둘둘 감아서는 순식간에 이수의 볼에 수욱 집어넣었다. 이수가 입 안 가득 솜을 품고는 물었다.

 

 “이게 뭡니까?”

 “지혈에 효험이 있는 약재를 빻아 넣었습니다. 피부터 멈추고 봐야지요.”

 

  태율은 익숙한 듯 의원의 집 평상에 앉았다. 이수도 태율을 따라 옆에 나란히 앉아 집을 둘러보았다.

 

 “이런 곳에 어찌 의원이 있나 싶으시지요?”

 

  의원은 이수의 마음을 읽은 듯 답했다. 이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자, 의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아비가 의원이었습니다. 본래 옆집까지 제가 살던 집이었는데, 아비가 죽기 전 노름빚을 남기는 바람에, 절반은 떼어 팔았지요. 그래도 도성의 집값이 꽤 나가는 터라 땅 절반만 잃고 나머지 터에 다시 집을 고쳐 지어 살 수 있게 됐지요.”

 “집값이 얼만데요?”

 “950냥 정도 하지요. 뭐, 도련님들 댁이야 이 정도 금액은 엿이나 사 먹을 값이겠지만.”

 “흐에엑! 이만한 땅이 그렇게 비싸?”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하는 부잣집 도련님이 요즘 땅값이니 시세를 어찌 알겠는가. 허름한 초가 집 한 채의 가격이 그만하다 하니, 이수는 문뜩 자신의 집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매일 돈이 없다면서 자신의 간식 값을 줄여야겠다는 어머니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의 철없는 생각 옆으로, 태율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에 핀 꽃을 살펴보았다. 의원이 곁으로 가서 태율과 나란히 섰다.

 

 “청국에서 새로 들여온 씨앗이라 하여 거금을 주고 사서 심었는데, 잘 자랐지요.”

 “무슨 꽃입니까?”

 “보란 것은 투구꽃이고, 붉은 것은 양귀비지요.”

 “어디에 쓰시려고요?”

 “병을 고치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잘만 쓰면, 고통을 없애주는 약재가 될 겁니다.”

 

  이수는 평상에 앉아 태율과 의원의 뒷모습을 보았다. 태율은 대체 신분도 다르고, 복잡한 사연이 있을 법한 의원에게 왜 존대를 하며 대우를 하는 것인가. 그런 생각도 잠시, 이수는 평상에 벌러덩 누웠다. 하늘이 새하얗고 깨끗했다. 곧 가을이 올 것이고, 지루하던 비도 덜할 것이다. 이수의 볼에 붓기가 조금 가라앉고 피도 멎었다. 의원은 솜뭉치와 약재 가루를 이수에게 주었다.

 

 “자기 전 입에 물고 주무십시오. 다음 날이면 더 가라앉아 빨리 나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예.”

 

  태율은 의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는 의원의 집을 나섰다. 의원의 집에서 조금 멀어지기 시작할 때, 이수가 참았던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저런 사람은 어찌 알았어?”

 “동래에서 오는 길에.”

 “이상한 사람은 아니야? 아비가 노름빚도 있다면서. 이 약재도 순 엉터리고 그런 거 아니야?”

 “실력은 좋은 사람이야. 아비 노름빚을 갚고 성실하게 살잖아.”

 “그래도, 의심은 해봐야지.”

 “됐고, 너 이대로 집에 들어가서 괜찮겠어? 뭐라고 둘러댈 거야?”

 “그냥 넘어졌다고 하지 뭐. 너도 같이 둘러대야 한다?”

 “알겠어.”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수의 어머니는 어디에서 맞은 것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하는 수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수는 어머니가 노발대발하는 것을 밤새 말리느라 애를 썼다. 고된 시집살이에 하루하루 말라가는 이수의 부인은 가만히 있다가 불똥이 튀었다. 남편의 얼굴이 죽사발이 되도록 너는 뭘 하고 있었느냐는 둥 하는 잔소리를 밤새 들어야했다. 그리고 이수는 결국 아버지를 찾아가 분가를 하겠으니 집을 알아봐 달라 청하였다고 한다. 착하고 현명한 아내가 어머니의 시집살이에 말라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수의 어머니는 머릴 싸매고 앓아누웠고, 며느리는 아침부터 마루에 무릎을 꿇고 빌고 또 빌어야했다. 이 모든 것이 여우같은 며느리의 계략이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 쉽지 않구나.”

 

  태율은 이수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그저 등을 토닥이는 것밖에는 해줄 것이 없었다.

 

 “그래도 분가를 하겠다는 생각은 장하다. 헌데, 집은 어찌 꾸려갈 것이냐? 과거를 보지도 않았고, 그저 글공부만 하고 있잖아.”

 “아버지가 돈은 걱정 말라셨어. 다만, 어머니 화는 풀어주고 잘 이야기해서 분가를 하래.”

 “그게 가능할까?”

 “지금 걱정돼 죽겠어. 각시가 꼭두새벽부터 마당에 무릎을 꿇고 빌고 있단 말이야. 밥이라도 먹었는지 모르겠네.”

 “나 때문에 괜히...”

 “아니, 결국 해야 할 일이었어. 괜찮아. 할 수 있어!”

 “힘내라. 서이수.”

 “허업!”

 

  이수는 씩씩하게 기합소리를 내고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쫙 폈다. 이렇게라도 해야 힘이 날 것 같았다. 태율은 그런 이수를 보며 웃음도 나왔고, 한편으로는 이수의 모습에 괴리감도 느꼈다. 함께 수학하며 간식이나 야금야금 축내던 어린 친구라고 여겼는데, 그런 이수가 장가를 가더니 자신의 아내를 보호하고 용기와 결단 있는 모습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은 아직 상투도 틀지 못하는데다 약혼자 얼굴을 볼 용기도 내지 못하는데 말이다.

 

 “나, 결심했다.”

 “뭘?”

 “좌찬성 집으로 가서, 그 여인을 만나야겠다.”

 “윤경혜?”

 “응!”

 

  꼭 만나야겠다.

 

 “하... 괜한 객기를 부렸나보다.”

 

  태율은 좌찬성의 집 담벼락 끝에서 고개만 삐쭉 내밀고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이건 아닌 것 같아.”

 

  이를 지켜보던 이수가 답답했는지, 태율을 길가로 밀어냈다.

 

 “자신감을 가져! 약혼자의 집인데 뭐 어때?”

 “뭐라고 해.”

 “이리 오너라!”

 “쉿! 조용히 해.”

 “계속 이렇게 알짱대다가 끝낼 거야?”

 “오늘은 아니야.”

 “운종가 구경하는 날이라며.”

 “그렇게 듣긴 했는데... 했지. 했는데...”

 

  그때, 대문이 열리더니 가마꾼들의 모습이 보였다.

 

 “헙!”

 

  태율은 급히 담장 옆으로 몸을 숨겼다. 당황하기는 이수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봐도 수상쩍은 모습이었다.

 

 “뒤따라가자!”

 

  태율은 가마가 보이자 용기가 생겼는지, 이수와 함께 가마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눈치 채지 못하게 약간의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가마는 운동자가로 향했다. 인파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태율은 시선이 바빠졌다. 혹시나 가마를 놓칠까봐 한 치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왜 가마에서 내리질 않는 거지?”

 “저대로 갈 건가본데?”

 

  태율은 가마를 이리저리 보았다. 혹시 문이라도 열렸을까 싶어서였다. 조바심이 나는데, 가마는 모든 벽이 꽉 닫힌 채로 무심하게 앞으로 옆으로 또 앞으로 움직이기만 했다. 노리개가 가득한 좌판 앞에 가마가 멈춰 섰다.

 

 “가마를 내리려나?”

 

  하지만 태율의 기대와는 달리 가마는 그대로 떠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작은 창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여인의 이마부터 콧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내 얼굴이 모두 나와 좌판을 구경했다.

 

 ‘쿠궁!... 쿠궁!... 쿵! 쿵! 쿵! 쿵!...’

 

  태율은 자신의 심장을 태어나 처음 느껴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이 꿀꺽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바보처럼 입도 조금 벌어졌다. 여인이었다. 소문처럼 붉은 입술에 새하얀 여인이었다. 작은 귀도 어여뻤고, 미소는 절로 함께 미소 짓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통통한 볼이 새하얀 찹쌀떡 같았다. 조금만 더. 새하얀 목덜미 아래 조금만 더...! 조금 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다. 목을 쭈욱 빼서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보았지만, 더 이상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말로만 듣던 윤경혜로구나!”

 

  이수는 말로 감탄하면서도, 첫눈에 반해 바보 같아진 태율을 보며 키득거렸다. 태율은 조금씩 다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허리 아래부터 무슨 일인지 힘이 들어가는 듯 빠지는 듯 했다. 가마의 창문이 닫히고, 경혜의 모습도 사라지자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이수는 더는 따라가지 못하고 멍하니 서서 가마가 사라지는 모습만 보고 서 있었다.

 

 “너, 좋겠다아! 색시 엄청 이뻐!”

 “어...”

 “괜찮아?”

 “나, 집에 갈게.”

 “어? 어.”

 

  태율은 그대로 힘차게 달려서 집으로 갔다. 더 서둘러서 더 빨리 집으로 가야했다. 다행히 아버지는 빨리 퇴궐을 하셨다. 그대로 사랑채로 들어간 태율이 아버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혼사를 서둘러주세요!”

 “뭐라는 것이냐? 혼사를 서둘러 달라고? 왜 누가 뭐라 하던?”

 “이미 약혼도 했잖습니까. 좌찬성 댁에 가서 서두르자 해주세요.”

 “혼사도 절차가 있는 법이다. 서두르다간 탈이 난다.”

 “아버지이!”

 “오냐. 알겠다. 한번 뵙자 연통을 넣으마.”

 “예!”

 

  태율이 나가자, 화수군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 있나? 저 아이가 왜 저러지?”

 

  태율의 성화에 화수군은 좌찬성 윤재상과의 만남을 약속했다. 불편해할 줄 알았는데, 윤재상은 기다렸다는 듯 화수군의 청에 흔쾌히 동의했다. 태율은 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경혜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말에 오른 화수군과 태율. 태율은 가는 동안에도 헛기침을 몇 번이고 했다. 마른 침을 삼키고 헛기침을 하느라 목은 더 타들어갔다. 집과 집 사이에 거리도 멀지 않아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리 오너라.”

 

  화수군의 부름에 대문이 활짝 열리고, 집안 노복들이 나와서 말고삐를 잡아들었다. 화수군과 태율이 말에서 내림과 동시에, 집 안에서 재상이 마중을 나왔다.

 

 “오셨습니까, 화수군 대감. 어서 오시게.”

 “태율이라 합니다, 좌찬성 대감.”

 “반갑네. 들어가세. 들어가시지요, 군대감.”

 

  경혜의 아버지, 재상은 꽤 다부진 몸을 가졌다. 피부도 구릿빛에 언뜻 무인인 듯 할 만큼 몸에 각이 서 있었다. 얼굴은 도성에서 손꼽히는 미남자라는 소문답게 이목구비가 짙었다. 문인이지만 칼과 활도 잘 다루는, 문무를 고루 갖춘 인재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주상이 가장 아끼는 신하 중 하나가 아니었겠는가. 화수군이 옆에 서서 걸어가니 풍채가 더욱 비교되었다.

 

 “날이 벌써 선선해지고 있군요.”

 “예, 날이 참으로 좋지요.”

 “대군의 집엔 감나무가 있다 들었습니다. 한창 익어가겠습니다.”

 “고모님께서 심으신 나무라, 아직 열매를 많이 맺진 못합니다.”

 

  어색한 사이에 오고가는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나 날씨 아니면 지형지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화가 꽤 잘 통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 이런저런 이야기로 웃음꽃이 피었다. 태율은 아버지의 곁에서 차를 마시고 앉아있었지만, 온 신경은 이 집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있었다. 혹여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경혜가 있진 않을까 했다.

 

  한편, 집에 손님이 왔다는 소식에 경혜의 엉덩이는 금방 가벼워졌다. 더군다나 온 손님이 자신과 혼사가 오가는 집안의 아들이라 하니, 더욱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잘생겼는지, 키는 얼마나 되는지, 흠은 없는지 말이다. 더는 참지 못하겠는 듯 경혜는 신발을 신고 나가서는 별당 담벼락을 부여잡고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아무리 내밀어도 사랑채까지는 거리가 멀어 사람 뒤통수도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이렇게 별당을 만든 것이겠지만, 이때 만큼은 아버지가 미웠다.

 

 “들어가셔요, 아가씨.”

 

  유모가 별당으로 간식을 들고 들어와서는 담벼락에 매달린 경혜를 보고 말했다. 경혜는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투덜거렸다.

 

 “얼굴 한 번만 보고 오면 안 돼?”

 “안됩니다.”

 “왜?”

 “안 됩니다. 예의가 아닙니다.”

 “그깟 예의가 뭔데? 사람 얼굴 한 번 보자는데, 닳기라도 해?”

 “스읍!”

 “치...”

 

  경혜는 온 몸으로 불만을 토해내는 듯 바닥을 쿵쿵 찧으며 걸어 들어갔다.

 

  상대가 궁금하기는 태율도 마찬가지였다. 언제쯤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먼 발치에서 본 그 얼굴을 떠올리며 저려오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차 한 잔에 마당 한 번, 헛기침에 마당 두 번 그렇게 흘끔거렸다.

 

 “아버지, 잠시만...”

 

  태율은 화장실을 가겠다는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혜는 유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별당을 빠져나갔다.

 

 “실례합니다. 변소가 어디에 있습니까?”

 “저기 쪽문을 지나면 바로 변소입니다.”

 “저기, 저쪽이 별당 맞습니까?”

 “예.”

 “쪽문을 지나서, 변소. 고맙습니다.”

 

  집안 노비가 눈치를 채지 못하게 변소로 가는 길임을 한 번 더 이야기 하고는 노비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노비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별당 쪽으로 걸음을 틀었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재빨리 걸음을 옮겨서 별당으로 향하는 태율의 앞에 나타난 또 다른 누군가의 발이 보였다.

 

 “깜짝이야!”

 

  태율만큼이나 마주오던 사람이 놀랐다. 태율도 놀라서 재빨리 마주오던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얼어붙어 버렸다.

 

 “아...”

 

  경혜는 태율을 보고 눈이 절로 커졌다. 자신을 보고 굳어버린 남자. 이 남자가 자신의 약혼자인가? 자신이 상상하던 것과는 다른 얼굴이었다. 아버지보다는 못한 얼굴이었다. 그렇다고 실망은 하지 않았다. 꽤 정을 붙일 만한 얼굴이었다.

 

 “혹시... 성함이 이가 태율... 되십니까?”

 “맞소.”

 “그렇군요.”

 

  어색함에 경혜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태율은 그대로 얼어서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경혜는 태율이 자신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별로여서인가 싶어서 점점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그 찰나, 태율이 말을 꺼냈다.

 

 “아름답소.”

 “네?”

 

  뜬금없이 튀어나온 말에 태율도 경혜도 당황했다.

 

 “아! 그, 그... 내가 말이... 미안하오. 초면에.”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경혜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라는 안도감과 뜬금없는 고백에 웃음이 터졌다. 경혜가 웃자 태율도 함께 웃었다.

 

 “아가씨!”

 

  이런 아름답고 화기애애한 순간에 유모가 나타났다. 유모가 재빨리 다가와 경혜를 자신의 등 뒤로 숨기고는 태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송구합니다. 아가씨가 워낙 천방지축이라. 길을 찾고 계십니까?”

 “아닙니다. 저는...”

 “사랑채는 저쪽입니다.”

 

  유모는 서둘러 경혜의 손목을 잡고는 별당으로 끌고 가려했다. 그때, 태율이 경혜의 반대쪽 손목을 잡아 세웠다.

 

 “저는 약혼자를 만나러 온 겁니다.”

 

  경혜가 놀라 돌아보았다. 유모는 그 말에 더 놀랐다. 태율의 말에 신이 난 경혜가 유모의 손을 뿌리쳤다.

 

 “헤헷!”

 “이러다간 두 분 다 경을 치시려고요. 겁도 없으셔라!”

 “사랑채에서 담소 중이셔 서요.”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려고요.”

 “책임지겠습니다.”

 

  태율의 말에 유모가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벌리고 섰다.

 

 “반갑소. 경혜 아가씨.”

 “저도요. 태율 도련님.”

 

  두 사람의 당돌한 첫 만남이 이뤄지고 있을 때, 사랑채에서 화수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율아.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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