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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은 아이부터
작가 : 장은한
작품등록일 : 2022.2.23

“널 잊은 적이 없어.” 이별 후 7년 동안 환각증상까지 시달리던 희성. 그녀가 다시 나타나자 마음을 뺏겨버리고 만다. “부사장님이 사랑을 잘 모르나 본데요, 헤어지면 끝나는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철벽을 친다. 과연 이 사랑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재회 #반전 #아이 #사랑은 아이부터 #재벌남 #집착남 #순애보 #첫사랑

 
사랑은 아이부터 - 1회
작성일 : 22-02-23 01:31     조회 : 322     추천 : 1     분량 : 6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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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볕이 내리쬐는 따뜻한 날씨의 아침.

 

 

 어린이집 낮은 문이 열려 있고, 아이들과 엄마들이 손을 잡고 문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가기 싫다고 찡찡거리는 아이, 눈을 비비며 아직 잠도 못깬 아이들이 신발을 벗어 자신의 이름표가 있는 곳에 척척 올려두었다.

 

 정신없는 이별 사이, 눈에 띄는 한 모녀.

 

 “으뜸이 오늘도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

 모녀는 서로를 꽉 부둥켜안고 놓지 않았다. 으뜸이는 다부진 표정을 짓고 나리의 품을 먼저 밀어냈다. 으뜸이는 이리오라며 손짓을 했다.

 

 “엄마는 할 수 있어.”

 으뜸이가 작게 주먹을 쥐고 힘을 건넸다. 나리의 코 끝이 찡해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위기를 넘겼다.

 

 “응. 엄마 잘할게!”

 

 오늘은 두영그룹 2차 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두영그룹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었다. 워킹맘이자 경단녀가 대기업에 취직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만큼 기회가 왔으니 꼭 잡아야 했다.

 

 ‘2차 면접은 임원 면접입니다. 2차에서 통과하면 출근하시는 거예요.’

 오늘을 위해 나리는 며칠 전부터 마스크 팩을 하고 정장을 칼주름으로 다렸다.

 

 으뜸이는 그때마다 엄마를 돕겠다며 나리의 구두에 파리가 미끌어질 만큼 반짝반짝하게 닦아놓았다.

 나리는 으뜸이가 몇 날 며칠을 닦은 구두를 보며 마음 먹었다.

 

 ‘꼭 붙어야 해.’

 계약직과 알바를 전전하던 피곤한 삶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

 

 하늘 위로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길다란 두영 그룹 앞에 선 나리의 표정은 사뭇 비장해져 마른 입술을 자꾸 포개 물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위에 있는 건물의 끝을 보려 했지만 쉽게 보이지 않자 막연해졌다.

 

 ‘이렇게 큰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면접까지 온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번 채용은 운이 좋았다. 사회적 약자 특혜 채용이었으니 2차까지 올 수 있었다.

 

 나리의 마음에는 큰 봇짐이 올라간 것 같이 무거웠다. 하지만 아무리 무거운 짐이라도 내려놓을 수는 없는 법!

 다시 어깨를 펴고 앞을 바라봤다.

 

 나리는 당당하게 건물로 들어가 로비를 지키고 있는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두영 기업에 면접 보러 왔습니다.”

 “네. 전달받았습니다. 출입증 받으시고요, 이쪽으로 가셔서 45층 부사장님 실로 가시면 안내 해주실 거예요.”

 나리는 안내데스크 직원이 건네는 출입증을 받아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5층 버튼을 누르고, 옆에 있는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동안 영양을 듬뿍 먹어서 그런지 화장은 곱게 잘 먹었고, 블랙 정장과 하얀 와이셔츠는 깔끔하게 딱 떨어져 커리어우먼의 느낌이 났다.

 

 모든 게 완벽한 면접이었다. 나리는 이미 이 회사의 직원이나 된 것 마냥 들떠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축하드려요. 1차 면접 통과하셨어요. 특별 채용이라 2차는 형식적인 절차로 갈 거예요. 큰 문제 없다면 정직원 채용 확정이에요.’

 1차 면접 합격 전화를 받던 그날의 대화가 마치 녹음이 된 것 마냥 생생하게 생각났다.

 

 그야말로 다 된 밥이었다.

 이제 그릇에 먹기 좋게 담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엘리베이터는 금세 45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나리는 이 회사를 구할 전사라도 된 마음이었다.

 

 또각또각 거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다시 전진.

 

 “어떻게 오셨어요?”

 나리가 부사장 실로 가까이 걸어가자 책상에 앉아있던 비서가 물었다.

 

 “오늘 면접 보기로 했습니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서는 상냥하게 대답을 하고 부사장 실로 갔다.

 

 똑. 똑.

 그리고 잠시의 침묵. 비서는 조심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류를 보느라 집중한 부사장은 노크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인기척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부사장님, 오늘 채용으로 2차 면접을 온 면접자가 도착했습니다.”

 비서의 말에도 부사장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1분 있다가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네.”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집중이 됐을 때 읽어놔야 서류를 다시 봐야 하는 쓸데 없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중력을 핑계로 손님을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부사장은 눈을 그대로 둔 채 서류 더미에서 2차 면접자의 이력서를 더듬거리며 찾았다.

 

 와르르르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손에 쥐었지만 서류 더미는 무너지고 말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중요한 서류는 그때그때 결재했지만, 여러 부서에서 결재가 몰리는 날은 답이 없었다.

 

 부사장은 허리를 숙여 서류를 다시 집어 올렸다.

 

 30초는 보던 서류를 마저 보고, 30초는 이력서를 훑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류를 줍느라 초 단위의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서류를 다 올리고 면접자의 이력서를 여는 순간.

 

 똑. 똑.

 노크 소리도 동시에 들렸다.

 

 “네.”

 짧은 대답과 함께 면접자의 이름을 재빨리 확인했다.

 

 ‘계, 나리?’

 부사장은 이름과 사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런 성과 이름은 지구상에 단 한 명만 존재했다. 그리고 사진 속의 보조개가 들어간 미소는 그 단 한 명이 맞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 시켰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을 보러 왔습니다.”

 또릿또릿한 말로 인사를 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하지만 부사장은 얼음이 된 것 마냥 대답도, 움직임도 없었다.

 

 ‘사람이 인사를 하는 데 뭐야?’

 나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주저했다. 부사장의 눈치를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걸어왔다.

 

 “계나리 씨?”

 “네. 계나리는 멍멍 개가 아니고요, 여의 계입니다.”

 나리는 이름의 친근함을 무기로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부사장의 냉랭한 기운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앉으세요.”

 움직임 없는 낮은 목소리에 나리는 불안한 미래를 예견했다.

 

 나리가 소파에 앉아 기계적인 미소를 띠고 있자 부사장은 의자에서 걸어 나왔다.

 

 “어떻게 된 거야? 서류에 아이는 뭐야?”

 갑작스러운 친근한 말투에 나리를 부사장의 얼굴을 바라봤다.

 

 나리의 두 눈이 흔들렸다.

 

 ‘이 사람이 왜 여기에.’

 나리는 급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에 두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진짜 이 사람이 부사장? 전희성이?

 나리를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뇌에 못이 박히기라도 한 듯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번에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면접까지 오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준비한 멘트를 뱉는 것 밖에 없었다.

 

 “1차 면접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일을 하는 데 더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나리는 지금 자신이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희성은 나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 짧고 깊은숨을 쉬었다.

 

 ‘그래.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았어.’

 희성은 씁쓸해졌다. 물리적으로 제일 가까운 사람인데 멀리 있었다. 분명 손만 뻗어도 닿을 거리인데...

 

 “여기까지 오신 거 보면 제가 있는지 모르셨나 봐요?”

 희성은 감정을 억누르고 질문을 던졌다.

 

 “네.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았더라도 왔을 겁니다.”

 “알더라도 왔다고?”

 나리의 도발에 희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리는데... 서로의 마음이 다르다는 걸 다시 알았다.

 

 “네.”

 나리는 정면에 있는 시계만 바라봤다. 초침도 없는 시계, 나리는 12라는 숫자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대학교는 4학년 중퇴에, 알바, 계약직, 계약직, 그 와중에 틈틈이 프리랜서...”

 적나라한 인생 검열이었다. 나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졸업은 왜 안 했어요? 3학년 중퇴? 몇 월에?”

 “면접과 상관없는 질문인 것 같은데요.”

 시계만 부서져라 보던 나리의 눈은 희성에게 옮겨왔다.

 

 “거기다 여섯 살 아이까지... 그때 다른 남자를 만났나 보네. 참 쉽네.”

 “그런 말은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요?”

 

 나리는 발끈했지만 희성도 지지 않았다. 희성의 날카로운 눈빛은 나리를 향해 있었다. 그에 반해 나리의 눈빛도 희성 못지않았다. 어디 할 테면 해봐라. 절대 기죽지 않아.

 

 그 와중에

 여전히 잘생겼네.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커졌다.

 하얀 피부와 얼굴을 또렷하게 해주는 짙은 눈썹, 오똑한 코.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신기하게 반짝거리는 입술.

 그리고 깊은 눈. 희성은 여전히 멋졌다. 나리가 상상하던 그대로.

 

 거기다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지자 그가 입고 있는 고급스런 슈트는 겉돌지 않고 그를 완벽한 남자로 만들어 주었다.

 

 “왜 그런 눈으로 봐?”

 나리의 눈빛이 유연하게 바뀐 걸 알아채고 희성이 물었다. 나리는 다시 정면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귀엽네.

 희성은 나리 몰래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할 수 없었고, 묻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결과는 말 안 해도 알겠죠?”

 희성의 말에 나리는 입술을 포개어 이로 세게 물었다. 따져 물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부사장님, 출발하셔야 할 시간입니다.”

 “알았어요.”

 희성은 나리를 두고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가 자켓을 입고 탁탁하고 밑을 잡아당기자 그의 몸에 꼭 맞게 맞춰졌다. 나리는 그 모습을 빤히 보고 있다 희성과 눈이 마주쳤다.

 

 나리는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고 부사장실을 나갔다.

 

 “하아...”

 희성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울지 않기 위해 연신 마른 세수를 할 뿐.

 

 나리를 만난 건 치명타였다.

 

 ***

 

 나리는 부사장실에서 나와 비틀거리는 다리에 힘을 꽉 주고 걸었다. 발가락부터 허벅지까지 세게 힘을 줘서 쥐가 날 것 같았지만 아무렇지 않아 보이고 싶었다.

 

 왜 하필이면 지금 이곳에서 만난 걸까. 내 인생에서 가장 절박할 때. 희성에게 절박한 모습을 보이는 건 죽고 싶을 만큼 치욕스러웠다.

 

 정말 하늘이 있다면 나한테 이럴 수 있는 건지, 신이라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원망을 퍼붓고 싶었다.

 

 대신

 

 “죽일 놈. 나쁜 새끼. 다신 만나지 말자. 내가 너 평생 변비에 걸리게 해달라고 옥숫물 떠놓고 빌거다.”

 실컷 욕을 하니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나리는 조금 개운해진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모퉁이에 서 있던 희성이 나왔다.

 

 “나 참. 기가 막혀서. 빌어야 할 사람은 나인 것 같은데?”

 희성은 뒤늦게나마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들어야 할 사람은 떠나버렸다.

 

 가슴이 조아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첫사랑을 시작하던 그날과 똑같은 기분이었다.

 

 ‘정신 차려.’

 아직 나리의 향기가 남아있는 엘리베이터 문에 머리를 박았다. 나를 괴롭힐수록 과거의 기억은 더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나리야. 나 너 좋아해. 너는 어때?”

 “나도 좋아.”

 나리의 붉어진 볼이 유독 사랑스러웠던 그날이 나. 바람에 흩날리던 나리의 머리카락 한 올도 놓치지 않고 사랑하고 싶던 20살의 뜨거운 첫사랑처럼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시작됐다.

 

 “하아...”

 나리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쌓아놓았던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면접은 망쳤고, 인생은 알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졌다. 또다시 알바와 계약직을 전전해야 하는 신세였다.

 

 이제 으뜸이도 얼추 컸으니 안정된 직장을 갖자 결심했지만 다 헛된 바람일 뿐이었다.

 

 차라리 거길 안 갔더라면... 이런 비참한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코가 시큰해지고 눈물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난 지지리 궁상으로 살아도 절대 그 회사는 안 간다. 그쪽 보고 밥 도 안 먹어! 너 재수 없어서!”

 혼잣말로 악담을 퍼붓곤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추욱 늘어진 자켓의 어깨는 자신의 모습은 투영되었다. 손을 뻗어 자켓의 어깨를 툭툭 토닥였다.

 

 “오늘 고생 많았다. 잊자. 꼭 잊자고.”

 나리의 코는 금세 빨개졌다.

 

 “잊고...”

 목소리가 눌렸다. 울지 않게 안간힘을 썼지만...

 

 ‘잊을 수 있을까? 우리가 다시 만난 이날을?’

 

 ***

 

 

 나리가 어린이집 현관에서 기다리자, 으뜸이가 종종걸음으로 나오며 환하게 웃었다.

 

 “엄마아!”

 으뜸이의 밝은 목소리가 나리의 귀에 닿았다.

 

 “저기, 어머님.”

 으뜸이는 신발을 신느라 집중을 했다. 그사이 같이 나온 선생님이 조심히 나리를 불렀다.

 

 “네. 선생님.”

 “오늘 가족 그리기를 했어요. 어머님. 그런데 으뜸이가...”

 “이번에도요?”

 “네.”

 선생님은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신발을 다 신은 으뜸이는 나리의 옆에 섰다.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에요. 으뜸이 마음 잘 다독여주세요.”

 “네.”

 인사를 하고 나온 나리와 으뜸이는 손을 꼭 잡았다.

 

 “엄마 오늘 회사 가서 잘했어?”

 “그럼 잘했지. 으뜸이는 오늘 누구랑 놀았어? 무슨 반찬 나왔어?”

 나리는 오늘 있었던 일을 물어볼 으뜸이의 질문을 차단했다. 대답할 말도 없었고, 오늘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으뜸이는 커다란 이야기보따리를 풀었고 작은 입에선 쉬지 않고 계속 이야기가 나왔다.

 

 “집에 오자마자 해야 할 일은?”

 “손 씻기!”

 으뜸이는 가방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리는 으뜸이의 어린이집 가방을 열고 그림을 찾았다.

 

 그림을 열어보자 어른 두 명과 한 작은 아이가 그려져 있었다. 맨 밑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엄마, 으뜸이, 아빠라고 적혀 있었다. 엄마와 으뜸이는 밝게 웃는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아빠는 눈, 코, 입이 없었다.

 

 으뜸이는 가족 그림을 그릴 때마다 아빠를 이렇게 그렸다. 나리는 아빠를 그리지 말던가, 상상해서 눈코입까지 다 그려보는 건 어떻겠냐 했지만, 으뜸이는 본 적도 없는 아빠를 어떻게 그리냐며, 그렇다고 내가 아빠가 없는 건 아니지 않냐고 꼬박꼬박 나리의 말을 받아쳤다.

 

 “엄마 나 그림 잘 그렸지?”

 손을 씻고 나온 으뜸이가 그림을 보고 있는 나리를 발견하고 물었다. 나리는 이를 악물고 혼신을 다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게. 우리 딸이 엄마를 이렇게 이쁘게 그려놨어?”

 “응! 오늘 엄마 그릴 때 신경 좀 썼어.”

 으뜸이의 어른스러운 말에 나리의 웃음이 터졌다. 두 사람은 눈코입을 그려 넣지 않은 아빠를 빼고 그림 이야기를 했다. 마치 아빠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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