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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르한 연대기
작가 : 아노락
작품등록일 : 2022.2.13

대자연 '마테르'를 섬기며 그들만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는 율타족.
그러나 거대 제국의 등장으로 부족은 존망의 위기에 휩싸인다.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바르한, 그는 거대한 힘 앞에 어떻게 맞설 것이며 어떤 꿈을 꾸고 이뤄낼 것인가...!

 
4화
작성일 : 22-02-23 00:40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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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이버는 율타족 앞에서 자신이 무죄임을 열심히 항변해야만 했다.

 그의 생사가 달린 일이었다.

 그는 말하기 전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결국은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샤트란이 한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율타족은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족 재판에서 거짓을 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샤트란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세이버에게 약간의 주의를 주려던 것도 있었다.

 덕분에 셰이버의 말을 들은 타르와 대전사들, 장로들과 부족의 주술사 역시도 그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이 물건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게 노예라... 저들이 사는 곳은 참으로 무섭구나.’

 바르한은 제국의 문명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율타족뿐만 아니라 마테르의 대지에서 살아가는 모든 부족들은 절대 사물의 가치보다 사람을 먼저 하지 않는다.

 노예라는 제도를 처음 접하게 된 율타족은 적잖이 놀랐다.

 샤트란은 노예제도보다는 제국의 뛰어난 문명기술이 더 놀라웠다.

 ‘거대한 새가 사람이 만든 배라니... 대포를 쏘는 화약이란 도대체가 무엇인가.’

 바르한과 샤트란은 다음 율타족을 이끌 세대.

 둘은 머리가 복잡했다.

 재판은 끝을 향해갔다.

 마테르의 대지를 불태운다는 건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노예에게는 선택지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셰이버의 결백은 진실로 받아들여졌고 부족의 어른들은 무죄를 판정했다.

 “됐다, 됐어!”

 “말을 가르친 보람이 있었네.”

 바르한과 샤트란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셰이버 역시도 살 수 있음에 감사했고 샤트란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제국 내 항간에 퍼진 야만인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은 그저 소문에 불과함을 셰이버는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

 무죄를 받은 이방인은 이제 부족에 방문한 나그네로 대우받았다.

 가끔 다른 숲에 있는 타 부족의 나그네들이 여행이나 전사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지나가는 길에 들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율타족은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대접하는 풍속이 있었다.

 마테르에 속한 모든 부족은 지나가는 나그네는 대접한다는 게 암묵적으로 약속된 일.

 셰이버는 공정하게 부족재판을 받았다.

 “낯선 이방인이여, 늦었지만 물어보겠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모든 수순이 끝나자 마침내 타르는 이방인의 이름을 물었다.

 율타족에게 있어서 이름을 묻는다는 것은 그를 존중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셰이버라, 독특한 억양의 이름이군.”

 “이제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대가 원한다면 나그네가 쉬고 가는 티피(*원뿔형 천막)에서 살아가도록 하게. 경험했다시피 부락을 벗어나면 혼자 살아남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네. 그렇다고 그대의 고향으로 마땅히 돌아갈 방도 역시 없으니 부족에 어우러지도록 노력해야 하네.”

 “감사합니다, 타르시여!”

 셰이버는 어색한 억양이지만 최선을 다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

 노예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찾은 셰이버는 죽다가 살아나서 3주 만에 처음으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자유로움을 느껴보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지난 날 도망친 제국의 배가 드디어 고국, 샤이트 제국으로 도착했다.

 3주의 기간 동안 이를 바득바득 갈며 바다를 건너온 듀공 백작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처음 배를 끌고 신대륙을 찾으러 떠날 때만 해도 막대한 부를 얻을 만한 무언가를 찾아내리라 다짐했던 그.

 그러나 샤이트 제국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건너 도착한 대륙은 우거진 밀림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조차 버거운 상황이었다.

 백작은 차라리 불을 질러 길을 내는 게 빠르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

 허나 사막이 붙어있어서인지 더위는 더위대로 타고, 느닷없이 나타난 거대 괴수 때문에 노예들도 모두 잃게 된데다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야만인들의 모습에 겁먹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로 되돌아 가는 상황.

 그는 두려웠다.

 그의 탐험에 투자한 수많은 귀족들의 압박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배가 항구로 들어왔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고 마찬가지로 백작이 제일 두려워하는 이의 귀에도 들어갔다.

 

 털썩!

 

 듀공 백작은 철갑을 두른 기사들에게 양팔을 붙잡힌 채 어딘가로 끌려와서 바닥에 강제로 무릎이 꿇려졌다.

 “이번 탐험은 어땠는가?”

 백작이 가장 두려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잡혀온 곳은 샤이트 제국 내에서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가진 해리슨 공작의 대저택 안이었기 때문이었다.

 해리슨 공작은 이번 탐험에 제일 많은 금액을 투자한 자이기도 했다.

 그는 권력욕이 강하며 실수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인물이었다.

 “해... 해리슨 공작님...”

 백작은 말을 더듬으며 이번 일에 대한 변명거리를 꺼내들었다.

 “그만! 이미 상황은 다 전해 들었다. 그래서 그대는 가치 있는 걸 찾았는가?”

 덜덜 떠는 듀공 백작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찾지 못했다면 그대는 이제 쓸모가 없지 않을까?”

 흠칫 놀라는 듀공 백작.

 “이... 있습니다! 있고 말고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백작은 일단 말을 뱉었다.

 “그래? 그게 도대체 뭐지? 내가 들은 바로는 전혀 모르겠던데.”

 “남쪽 야만인들이 사는 대륙... 그곳을 불태워 목초지나 경작지로 개척한다면 아마도 막대한 부를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백작의 머리에서 살기 위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마도? 지금 내게 불확실한 걸 말하는 건가!”

 “죄, 죄송합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듀공 백작은 해리슨 공작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이대로라면 당장 백작의 목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해리슨 공작은 남대륙에 대해 전해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만 보자. 그런 비옥한 땅을 야만인 따위가 주인행세를 한다면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공작은 백작이 살기 위해 내뱉은 말이 생각보다 일리 있다고 판단했다.

 “우둔한 줄 알았더니 보기보다 쓸모가 있구나.”

 공작은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남대륙을 독식할 방법을.

 “너는 다시 갈 채비를 해라. 마지막 기회다.”

 “예..예? 지금 말씀이십니까?”

 공작이 날카롭게 다시 쳐다보자 백작은 다시 몸을 움츠렸다.

 “가서 그들의 모든 걸 알아오라. 그 전까지는 다시 돌아올 생각조차 말도록!”

 “예, 알겠습니다!”

 백작은 한숨을 돌리며 재빨리 대저택 밖으로 몸을 옮겼다.

 

 그 시각, 율타족은 일 년 단위로 행해지는 대행사를 맞이할 준비를 치르느라 부족내부가 시끌벅적했다.

 대행사는 바로 마테르의 중심지에 위치한 거대한 검은 산기둥을 오르는 의식이었다.

 율타족을 포함한 주변 모든 부족들이 마테르라는 이름 아래에 모여서 행해지는 행사다.

 부족의 전사들은 피가 끓어올랐다.

 “작년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말겠어!”

 “난 무조건 너보단 높게 올라갈 거다.”

 “웃기는 소리, 내가 너보다 한 뼘 더 높이 올라갈 거거든.”

 전사들뿐만 아니라 모든 부족민들도 먹고 마시며 즐기는 행사기도 했기에 아이들 역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가장 설레는 아이들은 쌍둥이였다.

 “이번에도 아버지가 제일 높게 올라가는 전사가 되겠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될 가능성이 있을지 샤트란은 궁금했다.

 “당연하지! 아버지는 가장 강한 전사, 푸른 매 오도르라고!”

 바르한은 아버지가 또다시 우승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내년, 열두 살이 되면 성인식을 치루고 전사의 의식을 거쳐서 반드시 오름 의식에 참가할 자격을 받아내고 마리라 다짐했다.

 오름 의식을 하루 앞두고 검은 산기둥의 중심지와 맞닿은 율타의 부락으로 타 부족민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람타족은 율타족의 타르를 뵈옵니다!”

 “소이핀족은 율타족의 타르를 뵈옵니다!”

 ...

 뿔뿔이 흩어져 있던 많은 부족이 율타족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율타족의 타르인 오도르 역시 타 부족의 타르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오랜만에 마주치는 다른 전사들이지만 익숙한 듯 서로 알아보는 이들에게 인사했다.

 모인 사람들을 본 셰이버는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이렇게 우거진 밀림에 이렇게 많은 부족민들이 살고 있을 줄이야... 거기다가 전사들의 숫자가 이리도 많다니! 제국의 기사들이 이들과 완력으로만 맞선다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셰이버는 전사들의 등에 구부러진 채 꽂혀있는 두 개의 검을 바라보았다.

 “이곳 전사들은 독특한 형태의 검을 쓰는군.”

 “맘베리라고 불립니다. 구부러진 검이라는 뜻이죠. 그러나 이 맘베리의 진정한 모습은 절벽을 오를 때 드러나죠.”

 바르한이 맘베리를 양손에 쥔 척 허공을 휘둘러댔다.

 아직 성인식조차 치르지 못한 바르한은 전사의 상징인 맘베리를 가지지 못했다.

 “아!”

 동작의 의미를 알아챈 셰이버의 표정에 바르한은 피식 웃었다.

 “맞습니다. 이 맘베리는 검이 아닌 갈고리로도 쓰이죠. 바로 저 검은 산기둥을 오르는 순간에!”

 두 사람의 시선이 우뚝 솟은 검은 산기둥으로 향했다.

 “도대체 저 검은 산기둥은 뭔가? 내가 살던 샤이트 제국에선 본 적 조차 없던 것이군.”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푸른 대지의 시작입니다. 마테르의 뿌리죠.”

 “하늘로 쏟았는데 뿌리라고?”

 그 때 전사들 사이를 비집고 샤트란이 나타났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죠.”

 샤트란은 손에 든 지도를 펼치며 설명했다.

 “마테르의 푸른 대지는 수천 년 전에 검은 산기둥에서 흘러나오는 미지의 힘을 원천으로 만들어졌어요. 원래 이곳은 전부 사막이었죠.”

 “사막 위에 이런 거대한 숲이 만들어졌다니 믿을 수가 없군.”

 “마테르는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갈 터전이죠. 외곽 밖 사막 지역의 대형마물로부터의 침입을 막아주며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함으로서 자식들을 보호합니다.”

 “물론 누군가 홀라당 다 태워버릴 뻔 했지만요.”

 바르한이 지난 사건을 읊으며 장난쳤다.

 “크흠...”

 셰이버는 바르한의 농담에 진땀을 뺐다.

 “바르한, 그러고 싶냐.”

 그런 바르한을 통제하는 건 언제나 샤트란이다.

 마테르의 역사가 담긴 지도를 보던 중 셰이버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세밀하게 지도를 그리고 자세한 설명까지 첨부하다니... 이 부족에 천재라도 있는 것인가? 제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문명인 줄 알았더니 기록만큼은 치밀하다.’

 셰이버는 집필자가 옆에 있는 열한 살짜리 샤트란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세히 기록된 지도에는 마테르의 대륙 너머 샤이트 제국이 물음표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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