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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3인남녀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16.8.23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

 
<마지막 화> 현실에서 해피 엔딩은 다양하다.
작성일 : 22-02-22 21:57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8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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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술집은 이 동네가 제일 편해."

 현이와 함께 술집에 들어 온 태민의 첫 마디였다.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던 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난스럽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사님과 부장님 오셨습니까?"

 "나 과장! 회사 밖에서는 편하게 하라니까! 허허, 그 사람 참..."

 태민이 천연덕스럽게 연우의 장난을 받아 치며 자리에 앉았다.

 "여기서 술 마시는 건 진짜 오랜만이네."

 현이도 오랜만에 온 아지트 같은 술집 때문인지 평소와 다르게 감성적인 말을 내뱉자, 연우가 턱 짓으로 태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 쟤들 때문이지."

 "어허, 나 과장?"

 "그만해, 이제. 현주는?"

 연우가 묻자, 태민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글세, 일이 좀 늦어지나 본대?"

 너무나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에 연우는 조심스레 슬쩍 물어봤다.

 "진짜 둘이 이제 연락하고 지내는 거야?"

 "응. 저번 주에는 둘이 연극도 같이 봤어."

 "그럼... 다시 사귀는 건가...?"

 그러자 태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니고."

 "근데 이렇게 연락도 하고 만난다고?"

 "뭔가 오래전부터 막혔던 것들이 뻥 하고 뚫려 버려서 그런지 현주나 나나 거리낄 것이 사라졌어. 마치 처음 만났던 고 2때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어느 새 술과 안주가 나오자, 현이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그래도 10년 넘게 사기고 3년 만에 다시 만났다고 하니, 좀 더 극적인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나도. 이번에 다시 만나면 진짜 둘이 결혼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연우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태민은 술은 한 잔 들이키고는 말했다.

 "영화도 아니고 결혼은 무슨... 인생의 해피 엔딩이 꼭 연인이나 결혼이 아니잖아? 현실에선 친구로 남는 것도 해피 엔딩일 수도 있어."

 "진짜 친구로만 지내게?"

 "글세... 미래는 나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친구가 좋아."

 "으음...."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던 연우는 누군가 자신의 등짝을 짝 때리자, 화들짝 놀라 소리 질렀다.

 "아우! 깜짝이야!"

 "푸하하하. 뭘들 그리 심각하게 이야기 하고 있어?"

 현주가 웃으며 자리에 앉자, 태민이 젓가락을 꺼내주며 말했다.

 "너와 내 이야기지 뭐."

 "아하?"

 너무나 태평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연우는 적응이 안되는 듯 현을 보며 말했다.

 "내가 촌스러운거야? 아니면 애들이 너무 개방적인 거야?"

 "일단 이 자리 배치부터 적응 안되니까, 말 걸지 마."

 현이도 연우 만큼이나 이 상황이 적응 안되는 듯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원래라면 자신과 연우가 같이 앉고 태민과 현주가 같이 앉았었다. 누가 정한 것은 아니었으나 10년이 넘는 오랜 전통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과 태민이 같이 앉고 연우와 현주가 같이 앉아 있으니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너무들 그러지마. 이렇게 넷이 모인 것이 얼마만인데 자꾸 분위기 깰래? 자, 잔 채워."

 현주가 술잔을 들자, 다들 주춤 거리며 잔을 들어 올렸다.

 "자,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환하게 웃으며 외치는 현주를 따라 다들 잔을 부딪치며 술을 털어 넣었다. 태민과 현주 덕에 분위기는 좋았고 술도 달았다. 묘하게 이따금씩 부자연스러운 미소도 있었고 말을 하다가 멈칫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것까지 굳이 지적하고 말하지는 알았다. 왜냐하면 시간을 거슬러 예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30대 중반에 들어선 자신들에게는 인정하고 납득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시간, 그 시절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나이이기도 했기에 노력하는 모습을 그냥 못 본 척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술 자리가 무르익자, 얼굴들이 상기 되고 발음들도 조금씩 어눌해 졌지만 술자리의 분위기는 좋았다.

 "근데 왜 솔이는 안 불렀어?"

 현주의 물음에 현이 물 한잔을 마시고는 말했다.

 "자숙 하겠대."

 "엥? 자숙?"

 "그 때 너희를 억지로 만나게 한 것 말이야."

 그 말에 현주아 '아.' 하며 말했다.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이지. 결국 잘 풀렸는데 그냥 데리고 나오지."

 "에이. 늙은이들 틈에 끼고 싶겠냐?"

 태민의 말에 현주가 발끈하며 말했다.

 "누가 늙은이야?!"

 "사실 솔이랑 비교하면 나이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 사실 난 가끔씩 솔이한테 또래 친구들이 없어서 걱정 되긴해. 몇년동안 우리랑만 붙어 다녔잖아."

 연우가 태민의 말에 동의하자, 현주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그럼 우리 같은 늙은이 말고 거기 어린애랑 놀게 해주면 되겠네?"

 "뭐?"

 "요즘 다시 연락하고 지낸다며? 솔이한테 우리가 늙은이면 넌 그 아이한테 무슨 조상님 쯤은 되겠네?"

 그러자 연우가 헛기침 하며 말했다.

 "너 또 이상한 오해할 생각 하지 마."

 "걔도 이제 성인인데 설마 아직도 널 좋아 하겠어? 그 때야, 예능이겠지만 지금 그런 말하면 다큐된다, 야."

 현주의 말에 현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현주가 직장 스트레스가 많았나 보다."

 "아, 내가 말이 심했나? 미안."

 현주의 사과에 연우가 웃으며 말했다.

 "전혀 안심했어. 오히려 다시 바짝 정신 차렸다."

 "정신 차려? 그럼 그 전엔-"

 "아, 좀 그만!"

 

 술에 취한 현주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남은 세 사람은 연우네 동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다시 자리를 잡아 앉았다.

 "근데 너희들 왜 안 가냐?"

 연우가 귀찮은 듯 하품을 하며 말하자, 태민이 현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사실 할 말이 있어."

 "뭔데? 설마 또 출장 보내려는 건 아니지? 그럼 진짜 사표 쓰고 나갈 거야."

 연우의 으름장에 현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 사표는 나와 현이가 먼저 쓸 수도 있겠어."

 "뭐?"

 술이 깨는 듯 놀란 눈으로 연우가 바라보자, 태민은 자신의 형 태우와 그의 라인 중에 한 명인 김 과장의 이야기를 간략히 해주었다.

 "그러니까 형의 라인을 쳐내고 사표를 쓰겠다, 이거야?"

 신중한 표정으로 연우가 묻자, 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어. 다만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거야."

 "어휴... 이 나이에 다시 백수라니... 엄마와 누나들한테 맞아 죽겠군."

 그 말에 태민이 말했다.

 "너랑 솔이는 제외야."

 "무슨 소리야. 네가 나가면 우리가 어떻게 계속 남아 있겠어?"

 "우린 병원 업무를 위주로 하지만 너희는 다르잖아. 이름만 병원 이름만 쓸 뿐이지, 사무실도 따로 있고 봉사 활동 업무를 하고 있으니 사실상 계열사가 다르다고 할 수 있지."

 "그래도 태우 형이랑 부딪힐 텐데 어떻게 계속 일 하겠냐."

 "오늘은 이쯤하고 끝내자. 아직 확정 된 것은 없으니까 말이야."

 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두 사람도 별 반대 없이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넌 하나씨한테는 언제 가볼 생각이야?"

 택시를 기다리던 중 연우가 묻자, 현은 놀란 듯 했으나 이내 다시 평소처럼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하나씨한테 말한 것은 아니지?"

 "미쳤냐..."

 "그냥 계속 그렇게 덮어 줘. 지금 어설픈 접점 하나 생겼다고 들이대는 건 웃기잖아?"

 "안 웃긴데?"

 태민이 코를 파며 말하자, 현이 발끈 했지만 다시 차분히 말했다.

 "좋아하는 마음이 남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더 커. 그래서 그냥 이대로 지내고 싶어. 뭐 나중에 인연이 되면 부딪치겠지."

 "말로만 듣던 자만추? 근데 안 부딪치면?"

 "그럼 그걸로 됐어."

 "안 만나겠다는 뜻이네. 진짜 부딪칠 일이 있겠냐?"

 "이 자식이 근데 왜 자꾸 시비야?"

 현이 참지 못하고 발끈하자, 태민이 연우의 뒤로 숨으며 말했다.

 "나, 나 과장! 막아!"

 "강 부장님, 요즘 신 이사님의 로맨스 수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하십시오."

 "됐다, 됐어. 택시 왔다. 나 간다."

 

 똑똑

 "들어 오세요."

 막상 노크를 하고 사무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지만 태민은 선뜻 문을 열지 못하고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 그래도 언제 오나 싶었다."

 자신의 책상에서 서류를 살피던 태우는 태민을 보고는 싱긋 웃고는 다시 서류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태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형도 알고 있었어?"

 "내 후원자 중에서 가장 큰 후원자가 아버지잖아. 그분이 아는 건 나도 다 안다고 생각하면 돼."

 "쳇."

 "그래서 결정은 한 거야?"

 "되게 차분하네? 뭐 김 과장 커버 칠 준비는 다 끝났다는 건가?"

 그 말에 태우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는 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누구지?"

 "뭐?"

 "그리고 넌 누구고?"

 "무슨 말이야?"

 "난 의사야. 난 환자들 치료하고 그 이외에 것은 네가 해결하기로 하지 않았나?"

 "하지만 김 과장이 아웃 되면 형이 힘들어 질 텐데?"

 "그럼 그대로 두던가."

 태우가 피식 웃으며 다시 서류를 살펴보자, 태민은 안 주머니에서 흰 봉투 세 장을 꺼내어 태우의 앞에 내려놓았다.

 "뭐야, 이건?"

 태우가 눈썹을 찌푸리며 묻자, 태민이 봉투를 차례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김 과장과 관련된 비리 서류."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잖아."

 "난 못하겠어. 머리론 하라고 하는데... 막상 실행하지 못하겠어. 가족이라서 그런가?"

 "한심한 소리를 하고 있군. 그럼 강 부장 시켜. 현이가 이런 일 잘 하잖아."

 "자신의 동생을 구해준 은인이라 자신도 못하겠대."

 "장난들 해? 공과 사는 구분 해야지!"

 태우가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게... 나름 원칙적이고 객관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하... 아버지가 압박한 거지?"

 "아니야. 우리 선택이었어. 김 과장 자료를 주는 이유는 형도 알고 있어야 나중에 뒤통수 맞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대비하라고 주는 거야. 아, 그리고 나머지 봉투 두 장은 나와 현이의 사직서야."

 "뭐?"

 "형 말대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는데 더는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지."

 태민이 미련 없이 자리를 뜨려하자, 태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멈춰."

 문을 열려던 태민은 태우의 말에 뒤돌아 보았다. 그러자 태우는 자리에 풀썩 앉으며 말했다. 막상 불렀지만 쉽게 입을 열지 않던 태우는 오랜 고민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행 시켜."

 태우가 김 과장의 비리가 들어있는 봉투를 책상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무리할 필요 없어."

 태민이 웃으며 말하자, 태우는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난 의사로서 이곳에 있지만... 언젠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병원장이 될 욕심도 있어."

 "그럼 더더욱 그러면 안되지. 가족이라는 정 때문이라면-"

 "내가 누구의 아들인지 잊었어?"

 태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삼남매 중에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 바로 나야. 정에 이끌려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내 병원장이 될 과정에서 김 과정과 신 이사, 강 부장이란 인물들을 저울질 해봤을 때 너희가 좀 더 무겁게 느껴졌을 뿐이야."

 태민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또 힘들고 어려운 건 형이 맡는구나."

 "무슨 소리야."

 "그냥 형은 못 당해 내겠다고."

 "용무 끝났으면 여기 봉투 다 가져가. 수술 준비 해야 돼."

 

 그날 저녁. 공원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연우는 옆에 앉은 은영을 보며 말했다.

 "네가 하고 싶었던 일이 사회 복지 분야였어?"

 "원래는 멋지게 성공해서 밝히고 싶었는데, 헤헤."

 은영이 부끄러운 듯 말하자, 연우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되게 힘든 일인 건 알지?"

 "안 힘든 일이 있나요?"

 "그건 맞지. 그래도 이쪽 분야를 잘 모르고 들어 온 사람들이 금방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

 "그래요?"

 "일은 많지만 보수는 적고... 겉으로는 고결한 직업 같지만 막상 일하면 '을'과 다름 없는 직업이 거든."

 "우와... 안 본 사이에 많이 부정적으로 변하셨네요?"

 "너의 일이잖아?"

 "네?"

 맥주를 마시던 은영이 놀라 연우를 바라보자, 연우는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덮어 놓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야. 신중하게 택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어."

 "흐음..."

 은영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려 하자, 얼른 맥주 캔을 입으로 가져다 데며 가렸다.

 "저도 적성에 맞을지도 모르잖아요?"

 "그것도 맞지. 그럼 우리 병원에서 아르바이트 해볼 생각 있어?"

 "네? 아르바이트요?"

 "내가 일하는 팀은 병원의 홍보를 주로 담당하는데 사실은 봉사 활동과 파견 업무가 많아서 일손이 부족하거든. 그러니까 네가 원한다면 같이 일해 보는 것이 어때? 돈도 벌고 경험도 쌓고 좋을 것 같은데?"

 "카페에서 일하느라 투잡은 무리인데..."

 "당장 결정하라는 것은 아니니까, 고민 해봐."

 "알겠어요. 고마워요, 아저씨."

 웃으며 말하는 은영을 보며 연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전엔 아저씨란 소릴 들어도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 아저씨란 소릴 들으면 마음이 아프더라... 진짜 늙었나 봐."

 그러자 은영이 연우를 빤히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오빠라고 부를까요? 연우 오빠?"

 그 말에 연우는 창백한 표정으로 질색을 하며 말했다.

 "나 무진장 소름 끼쳤어. 절대 하지 마."

 "뭐야, 소름이라니. 왠지 열 받는데요?"

 "지금은 너의 기분을 생각해 줄 여력이 없다. 어후... 소름 끼쳐."

 연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은영도 삐죽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갓 스무살 넘은 여자한테 오빠 소리 듣기 쉬운 줄 아세요? 방금 진짜 좋은 기회 놓친 거에요!"

 "너무 놓치고 싶어. 가자, 가."

 은영은 봉투에 쓰레기를 담는 연우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짜 옛날부터 복을 걷어 차신다니까."

 "가자, 택시 잡아 줄게."

 "버스 타도 돼요."

 "술 마셨잖아."

 앞장서서 걷는 연우의 등을 바라보던 은영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다시 힘차게 발걸음을 옮겨 연우와 나란히 걸으며 말했다.

 "동기들이 미팅 나가자던데 나갈까 봐요."

 "대학 시절에 미팅은 빼 놓을 수 없는 이벤트지."

 "아저씨도 해보셨어요?"

 "나도 대학은 나왔단다."

 "아니, 그냥 그런 거와는 거리가 멀어 보여서요."

 "그런 거?"

 "연애 분야?"

 "대학교 땐 그래도 연애는 좀 해봤지."

 "흐음... 그럼 지금은요?"

 "이제 슬슬 해볼까 생각 중."

 그 말에 은영이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그러자 연우도 의아한 표정으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은영을 바라봤다. 은영은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연애에서 저는 제외인 거죠?"

 애써 단념했다고 생각했다. 3년 전이라면 울고불고 매달렸겠지만... 3년이 지났고 성인이 되었다. 연애는 안 해봤지만 그래도 멋진 또래의 남성들은 많이 보았다. 그러니 만약 아저씨와 다시 만난다고 하더라도 나의 첫사랑은 많이 희석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저씨와 다시 만난 순가... 나의 오만이었고 착각이었다. 나의 첫사랑은 내 생각보다 거대하고 견고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내가 아저씨를 좋아하는 것 처럼... 아저씨도 3년 전과 똑같이... 날 이성으로 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단념하려 했다. 단념하지 않으면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참지 못하고 뱉어 버렸다. 나의 거대하고 견고한 첫사랑이 이제 무너질 일만 남은 것이었다.

 "은영아..."

 분명 평소와 같은 톤이었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딘가 난감해 하고 불편해 하는 저 톤을...

 "사실 네가 들으면 웃기겠지만..."

 웃겨? 뭐가?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어."

 "네?"

 뜬금 없는 말에 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연우를 바라봤다. 자신의 생각보다 연우의 표정은 부드러웠고 평온해 보였다.

 "너와 내가 같은 나이에...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고... 같은 추억을 쌓았더라면 하는 것 말이야..."

 연우의 말에 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 내렸다.

 "태민이와 현이와 현주 처럼... 분명 너도 우리와 잘 어울렸고... 어쩌면... 아주 어쩌면..."

 말을 하다 연우는 멈칫하고는 은영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상상은 그 이상 진전이 되지 않더라고. 현실이 아니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야."

 "아저씨..."

 "그러면서도 10년 지기 친구들 만큼이나 너도 나에게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되기도 하니까 그 이상은 상상이 들지 않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

 "그만해요."

 은영의 말에 연우는 고개를 숙여버렸다.

 "거절도 정말 아저씨 답게 하시네요."

 "미안..."

 "거절 할 줄 알았지만... 진짜 거절 할 줄이야... 진짜 복을 걷어 차신다니까. 헤헤."

 은영의 웃음소리에 연우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직 눈가의 눈물이 채 마르기 전이었지만 은영이는 분명 웃고 있었다. 연우를 안심 시켜 주기 위한 거짓 웃음이 아니라... 정말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돼요."

 "뭐?"

 "나도 아저씨랑 같은 상상을 한 적이 있거든요."

 "?!"

 "정말 그랬다면 좋을 텐데..."

 순간 다시 씁쓸한 표정이었지만 은영은 다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미팅 나갈 거예요."

 "어? 어, 어 그래."

 "그리고 그 아르바이트도 할래요."

 "뭐?"

 "아저씨 옆에서 걷어찬 복을 후회하게 해줄게요."

 "뭐? 갑자기 복수극으로 바뀐 거야?"

 연우가 난감한 미소를 짓자, 은영이 '쳇.' 하며 말했다.

 "그 정도는 당해주세요."

 "그래... 그럴게, 하하."

 "웃지 마세요."

 "가자, 이러다 할증 붙겠다."

 "에이, 진짜."

 

 - END -

 
작가의 말
 

 몇 년의 공백 끝에 완결이 났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다른 글을 쓰다가 머리 식힐 겸, 아무런 구상도 없이 그냥 생각대로 쭉쭉 써 내려가며 만든 작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엉성하기도 하고 오타도 많이 있더군요.

 다른 작품을 준비하다가 너무 무책임하게 방치 된 이 작품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하던 작품을 멈추고 먼저 이 작품을 수정하여 완결을 내었습니다. '마음에 든다, 안 든다.' 라는 생각 보다는 개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다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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