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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19화
작성일 : 22-02-22 15:03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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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른 아침 빌리가 내실 앞을 기웃거렸다.

 새벽같이 출근한 제혁은 이미 부재중이고 윤선마저 내실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얼마안가 윤선이 기동하는 낌새에 빌리는 소리죽여 주방으로 달려갔다.

 “엄마 날씨가 쌀쌀해요. 따끈한 밀크티라도 드시고 가세요. 제가 엄마를 위해 준비했어요.”

 빌리는 머그잔을 내밀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 <생명의 나무>가 프린트 된 머그잔.

 특별한 날. 혹은 생각이 깊어지는 날이면 윤선이 어김없이 애용하는 잔이었다.

 수심에 차있던 윤선의 얼굴이 순간 반짝했다.

 “어쩜? 우리 빌리는 마음씀씀이가 이리도 기특할까. 고마워 빌리.”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양 매사에 한 발 앞서 움직이는 센스 있는 빌리.

 나날이 사려 깊어지고 마음을 헤아림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희미한 미소를 비치는 윤선의 입가주름이 스산했다.

 ‘레오가 이랬다면.....다정다감하기가 이럴 때 없던 아기천사 레오가....나에게 이런 아들이 될 줄....알았건만. 휴우.’

 며칠째 두문불출인 레오의 방을 슬쩍 건너다보는 윤선의 가슴에서 찬바람이 절로 일었다.

 그 눈길을 본 빌리가 재빨리 나섰다.

 “레오는 명상중이에요. 저때는 그냥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낮 시간에도 전처럼 그렇게 폭주하지 않아요. 차츰차츰 나아지고......있는 것 같거든요. 정말이에요! 엄마.”

 빌리는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열심히 레오를 대변했다.

 윤선은 빌리의 그런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빌리,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돼. 너는 이미 할 만큼 했어.’

 슬슬 고개를 가로젓던 윤선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생긋 웃으며 빌리는 머그잔을 들어보였다.

 “엄마 차가 식기 전에 드시는 게 좋겠어요. 엄마는 미지근한 차를 좋아하시지 않잖아요? 헤헤.”

 치켜드는 두터운 머그잔이 빌리에게 무거워보였다.

 오른손에 든 노트북가방을 왼손으로 옮기는 윤선이 얼른 머그잔을 받아들었다.

 “오! 미안. 이리 줘. 뜨거운 건 조심해야지.”

 윤선은 어깨에 멘 숄더백을 조심스레 뒤로 젖혔다.

 평소와 다르게 숄더백을 내려놓지 않은 채 밀크티를 한 모금씩 마시는 그녀.

 식탁의자 끝에 걸터앉은 윤선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불안정해 보였다.

 “오늘은 일찍 가시네요?”

 강의가 없는 날임을 훤히 알면서도 빌리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응? 어어.....어. 으응, 일이....있어.”

 빌리의 시선을 피하는 윤선이 얼버무렸다.

 차마 빌리의 얼굴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어린 너에게 이게 무슨 못할 짓인지.’

 사실 윤선은 테라노믹스 유전자검사 연구소로 출발하려고 나서는 중이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덮어놓을 수는 더더욱 없었다.

 자신의 일상을 잠식하여 마비시킬 기세로 엄습하는 피폐함이자 초유의 갈등.

 이일의 결과가 선행되어야 다음단계로의 진입이 용이할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철저히 비밀이어야 하는 시기상조의 사안이기에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혼자만의 고뇌였다.

 윤선은 고심 끝에 이웃도시에 있는 테라노믹스 제2연구소에 유전자감식을 의뢰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소문이나 구설 따위의 추문에 휩싸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하니까.

 지금 출발해서 9시30분 첫 타임에 접수를 하면 10시부터 검사가 진행될 것이었다.

 다소의시간과 절차가 요구되는 모계DNA와 달리 부계DNA는 그날 내에 검사가 끝난다고 했다.

 늦은 오후쯤이면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빌리는 말간얼굴로 윤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윤선의 시선은 갈팡질팡했다.

 차마 빌리를 선뜻 마주대하지 못하는 곤혹스러움에 윤선은 적잖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했다.

 우여곡절 끝에 빌리를 암묵적인아들의 위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결코 얄팍한 술수나 사리사욕을 전제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아버지 차 백흠에게 그렇게 가르침을 받고 자라지는 않았다 자부했으니까.

 그리고 사고와 행동의 차이에서서 오는 인간근원의 부조화.

 어떤 것이 진정한 인간애이자 인류애의 발로인가를 수없이 되뇌었다.

 ‘적어도 그 문제에 대해 회피하거나 방조하지는 않았어. 도의적인 측면이든, 인간애의 수용이든.’

 윤선은 여전히 그 부분에서 만큼은 자신 있게 항변할 수 있었다.

 현재는 윤선의 얼굴을 마주함에서 진한 행복감을 느끼는 아이.

 ‘표면적으로 아들이라는 명칭을 단 빌리의 현재소망은 무엇일까?’

 지난날과 달리 빌리가 원하는 것은 레오의 옆자리가 아니라 자신과 마주보는 앞자리라는 것을 윤선은 알고 있었다.

 그런 빌리를 생각하자 윤선은 가슴이 아려왔다.

 ‘가련한 것. 네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너는 아무 죄도 없어! 너를 이런 처지에 내몬 어른들이 문제인 거지.’

 윤선이 설핏 휘청했다.

 어지럼증이 밀려와 그녀는 스르르 식탁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하지만 이내 허리를 곧추세웠다.

 ‘아니야! 그건 그거고. 이건 본질이 달라. 확인할 것은 반드시 짚어서 새기고 넘어가야지.’

 동시에 윤선은 숄더백을 세게 움켜쥐었다.

 승용차 콘솔박스에 두었던 제혁과 빌리의 모발을 넣은 작은 유리병.

 숄더백 안쪽 어딘가에 고이 있을 유리병의 냉랭한 느낌이 가죽을 타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윤선이 빌리를 불렀다.

 “빌리.”

 돌렸던 시선을 꽂아 축축하게 빌리를 바라보는 그 눈길이 복잡 미묘했다.

 윤선의 예사롭지 않은 눈빛에 빌리가 금세 주눅 들어 움츠렸다.

 “네에....엄마.”

 “어깨 펴 빌리! 그리고 내말 잘 들어. 네가 나를 어떻게.....생각 아니,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너를.....그러니까 너는 나를......믿어도.....”

 그쯤 하던 윤선이 고개를 저었다.

 “하아! 아니야! 다녀와서 이야기하자. 시간이 없구나. 늦었어.”

 일단은 연구소방문이 우선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나머지 말은 그때해도 늦지 않을 터였다.

 “장거리운전을 해야 하거든. 돌아오는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는 않을 거야.”

 윤선이 낮게 웅얼거렸다.

 

 

 테라노믹스 유전자연구소.

 그다지 크지 않은 초록색의 고딕체간판이 한 눈에 들어왔다.

 윤선은 연구소의 맞은편 카페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있었다.

 초조함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노트북을 펴고 틈틈이 중간고사예상문제 목록을 만들었을 정도면, 냉정한 건가 이성이 초연함의 극치 인건가.

 어쨌건 그녀의 성향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인 듯했다.

 흐트러짐 없이 담담한 그녀 윤선.

 수반된 긴 시간 탓인지 살짝 스치는 지루함이 느껴졌다.

 이내 시간을 확인한 윤선이 노트북을 덮었다.

 따르릉, 따르릉.

 때맞춰 휴대폰이 울렸다.

 “네.”

 윤선은 지체 없이 짧게 응수했다.

 -의뢰하신 결과가 나왔습니다. 직접 오셔서 들으시겠습니까?

 “아니오. 통화로 대처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의뢰하신 결과는 99,999% 이 수치면 친자가 확실합니다.

 “......네에.”

 예상을 한 탓일까.

 고개를 주억이는 윤선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하아, 후우.’

 안으로 숨을 고른 윤선이 벌떡 고개를 들고 말했다.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성적서는 필요 없어요. 책임지고 안전하게 파기해주세요. 그럼 이만.”

 -자, 잠깐만요! D-2도 들으셔야죠?

 “D-2라니요?”

 -의뢰 건이 두건이었잖습니까? 좀 전 건은 D-1이고, D-2에서 시간이 잠시 지체됐지만 역시 부계와 친자관계입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착오가 있으신 것 같네요. 제가 의뢰한건 1건이에요. 이런 중요한 일에 그런 오류라니? 실망스러운데요.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날을 세운 윤선이 까칠하게 응수했다.

 -에....그래요? 아닌데? 아아!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바로 확인 해보겠습니다.

 “......”

 -두 건이 맞습니다. 분명히 건네주신 유리병 안에는 총 3개의 모발이 있었습니다. 투명비닐에 담긴D-1, D-2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죠. 확실합니다. 지금 바로 감식 전 촬영해 둔 영상을 전송해드리겠습니다.

 윤선은 눈앞이 노랬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D-1, D-2라고? 헉! 누가 감히 이따위 짓을? 으....으으으!’

 부르르 윤선의 움켜쥔 주먹이 세차게 떨렸다.

 

 수화기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설명조의 음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신속 정확한 업무처리와 표준정규분포에 의거한 신뢰도를 자랑하는 절차운운이 이어졌다.

 제아무리 타당성에 근거한 확신에 찬 선언일지라도 윤선에게는 서설에 불과했다.

 이미 그녀의 귀에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윤선은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

 ‘대체 누가? 왜? 무엇 때문에?’

 미간을 좁혀오는 자신의 의문과 맞물려 남자가 뱉어내는 음절은 귓전을 어지럽히는 이명과 같았다.

 은밀했던 표본자료의 의도된 오염과 결론적인 훼손.

 어디에서 이 사태가 벌어졌을까?

 상대가 한풀 꺾인 틈을 비집고 윤선이 말했다.

 “좀 전에 제가했던 말. 정정하겠습니다.”

 -예? 무슨 말씀.....말인가요? 죄송합니다만?

 “성적서 폐기해달라는 부탁 취소할게요. 검사결과성적서 받겠어요.”

 -아아! 예예.

 “번거로우시더라도 우편으로 보내주시면 합니다. 가능하겠죠?”

 -물론입니다. 등기로 안전하게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해요. 주소는 문자로 전송해드리겠어요.”

 남자와의 대화는 그렇게 끝냈다.

 주소를 보내려던 윤선은 멈칫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곧 자신의 집주소를 삭제키로 지워버리고 새로운 주소지를 생성했다.

 우편물수취주소는 친정집 즉, 차 백흠의 별장으로 고지했다.

 

 

 윤선은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했다.

 꼿꼿하게 세운 상체로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팔짱을 꼈다.

 그때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릉 따르릉.

 제혁이었다.

 휴대폰을 내려다보던 윤선은 눈 꼬리를 휘며 전원버튼을 거칠게 눌러버렸다.

 한동안 팔짱낀 자세로 꼰 다리를 번갈아 바꾸는 그녀에게 색다른 분위기가 도출되었다.

 “이런, 젠장. 빌어먹을.”

 저토록 원색적인 표정과 저급한 표현은 처음이었다.

 이어지는 윤선의 낮은 신음 같은 탄식.

 “세상에! 하아.....하아, 기막혀! 어떻게 이런 일이? 아! 말도 안 돼.”

 그녀는 괴로움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짧은 순간 윤선은 수시로 울컥했다.

 급기야 씰룩대던 그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이 트레이드마크인 윤선이 이토록 격정적인 모습이라니 예전에 없는 낯선 장면이었다.

 부계DNA일치라는 결과의 문제는 그녀에게 이미 관심 밖인 듯했다.

 그녀의 신경은 온통 누가 이따위 엄청난 짓을 벌였느냐의 사안에 몰려있었다.

 일렁이는 감정의 동요에 빌리와 레오의 얼굴이 스쳐가고 뒤이어 제혁의 얼굴까지 겹쳤다.

 “으으......대체 누구야?”

 윤선은 금방이라도 머리를 쥐어뜯을 기세로 열 손가락 끝에 힘을 모았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용서할 수 없어! 절대 이대로 그냥 두지 않겠어!’

 그녀는 격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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