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17 화
작성일 : 22-02-22 13:53     조회 : 174     추천 : 0     분량 : 519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라마

 

 [파리에탈 지역구. 하이포피시스 사]

 

 마지막 방은 앞서 본 실험실에 비해 훨씬 넓고 어두웠다. 그러나 이곳의 방문객이 무엇을 보게 될 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실험실은 흡사 대규모 인간 수족관과 다름없었다. 잘 알 수는 없지만 유전자 조합이나 이종 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인간 변종들을 양성하는 곳처럼 보였다. 배아에서 태아기로 넘어 가는 시기에 속한 인간 변종들은 모두 천장 라인을 따라 연결된 1인용 수족관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수십 개는 족히 넘어 보였다. 인간인지 파충류인지 알 수 없는 어린 변종들이 두 눈을 꼭 감고 웅크린 채 떠 있는 모습에 서장은 순간 구역질 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라마가 보기에 이전까지 목격한 실험 장면은 익히 알고 있었던 인간이란 동물의 이기심을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간이 스스로 다른 변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잔인하다 못해 소름끼치도록 경악할 만한 짓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합법적인 임상 시험의 범위를 넘어선 반인륜적인 행위였다. 그때 부하 형사가 라마의 팔을 잡아끌었다.

 "서장님. 저, 저것 좀…"

 그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라마가 고개를 돌렸다. 역시 수족관, 그러나 안에 든 물체가 컸다.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유아기를 지난 소년기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호흡을 위한 마스크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을 뜨고 있었다. 라마는 그 피 실험체를 알아보았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었지만 감시 카메라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자신은 살인자가 아니라고 말하던 녀석이었다.

 "루퍼스!"

 파리에탈 시 모든 경찰들이 그토록 찾고 있었던 루퍼스였다.

 "숨어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 갇혀 있었군요."

 "분명 자신의 두 발로 저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테지."

 몸은 훨씬 왜소해졌고 온 몸에 털이라고는 한 오라기도 보이지 않았다. 루퍼스는 의식이 없어 보였다. 눈은 떠 있지만 동공은 움직이지 않았고, 이쪽을 보고도 반응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몸에서 제거된 것이 머리카락이나 음모 뿐만이 아니었다. 복부에는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는데 몸속에 내장 기관들도 뽑아 진 후 다시 봉합 된 것 같았다. 라마는 충격에 휩싸였다.

 ‘도대체 저 몸에다 무슨 짓을 벌인 거야?’

 루퍼스 뿐만이 아니었다. 그 아이처럼 호흡만 살아 있는 인간들이 여럿 더 보였다. 그들의 처지도 루퍼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중에는 여성으로 보이는 실험대상도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녀의 배는 만삭에 가까운 상태였다. 임신한 상태의 여자를 납치에 감금한 것이 아니라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임신을 시켰을 가능성이 높았다. 과연 저 뱃속에 무엇이 자라고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라마는 어릴 때 보았던 공상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한 여성의 몸에서 외계 생명체가 빠져 나오는 장면. 영화 속 여 주인공도 자신이 원해 괴물을 임신한 것은 아니었다. 라마는 이방에 갇혀 있는 변종들을 거리에서 마주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

 

 

 야외 주차장에서 용역 업체 직원이 멍한 얼굴로 선 라마를 보고 다가와 말을 건넸다.

 "당신 초짜지?"

 "뭐?"

 "그 표정. 나도 처음엔 그랬거든."

 "맞아. 실은 이런 일은 처음이야."

 "내가 충고하나 할까?”

 "충고?"

 "여기서 본 것을 절대 입 밖에 내지마. 안 그러면 저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어."

 "누가 그래?"

 직원이 폐기물 봉투 안에 든 사체를 힐끗 거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겪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들이 있거든."

 "누가 그렇게 하는데?"

 "여기 대장이, 또 그 위에서."

 하이포피시스 대표와 현자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이 폐기물을 모아서 공장으로 옮겨 두면 돼. 나머지는 전문가들이 와서 처리해서 버릴 거야."

 "그렇군."

 "근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직원이 주변을 힐끗 돌아보고 속삭였다.

 "독극물을 그냥 내다 버린다고 하더군."

 "어디다?"

 "어디긴 어디야. 저 밖이지."

 "화이트마타? 그럼 저 시체들은?"

 "저것들은 썩기 좋은 땅에 버리고."

 "에이, 설마.'

 "당연한 일 아니겠지. 그레이마타에는 저런 쓰레기들을 받아 드릴만한 공간이 없다고 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어라? 내 말 지금 못 믿는 거야?"

 "그게 아니라, 시에서 허락할 리 없잖아. 돔이 열리려면 허가가 있어야 할 텐데."

 "한심한 소리. 시 곳곳에 항공 터미널을 만들어 준 게 누군데."

 "…"

 "하이포피시스를 누가 막을 수 있겠어. 파리에탈은 물론이고 그레이마타 전체가 꼼짝 못할 걸. 그러니까 당신이 두려워 할 상대는 두 개의 방울이야."

 그의 손가락이 건물 위에 하얀 둥근 달처럼 떠 있는 하이포시스 사의 엠블럼을 가리켰다. 체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작은 방울 같기도 한, 한 쌍의 방울이 거기 있었다.

 "여기서 본 것을 싹 잊어버리고 돌아가라고. 명심해.”

 

 

 :::

 

 

 라마

 

 [파리에탈 시내.]

 

 라마는 적당히 자리가 채워진 레스토랑에서 천천히 식사를 했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지금까지 수사 결과가 담긴 파일을 상부에 보고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쩌면 지금 이 식사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마는 식사와 함께 주문한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마셨다.

 계산을 치르고 나와 보니 거리는 어느덧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고 맥주까지 마신 그는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서서히 거리를 채우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그렇듯 빠르고 직선적이었다. 그들은 앞만 보고 다녔다. 어슬렁어슬렁 주변을 둘러보거나 하는 건 이상한 일이 되어 버렸다.

 길모퉁이를 돌아 두 블록 만 더 가면 라마의 집이었다. 모퉁이에 여러 가지 장식 소품을 파는 가게가 보였다. 그 곳을 지나갈 때마다 그는 이곳에 들를 일이 결코 없을 거란 생각을 해왔다. 가게의 벽에는 상호가 적힌 유리 간판이 달려 있었는데 저녁이 되면 '아뜨리에'라고 적힌 문구가 야광으로 비쳐 교차로 어디에서도 상호를 알아 볼 수 있었다. 투명한 유리 위로 가게를 둘러싼 거리의 풍경이 비쳤다. 그런데 그 속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레스토랑에서 보았던 남자였다. 그의 뒤를 미행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라마는 구경에 빠진 것처럼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주변에 더 있었다. 한 놈, 두 놈. 하이포피시스 사에서 나온 자들일까?

 현재로선 그들 밖에 없다.

 그때 교차로 저쪽에서 한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보였다. 검은 선글라스를 쓴 자였다. 그러고보니 다른 놈들도 모두 비슷한 안경을 쓰고 있었다. 선글라스의 기세를 보니 자신을 압박해 몰아세워 납치할 계획인 듯했다. 라마는 곧장 '아뜨리에'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가게 안에는 주인여성과 점원 한 명, 그리고 쇼핑 중인 세 명의 손님들이 있었다. 카운터 뒤에 있는 주인여성은 주문한 물건으로 보이는 탁상시계를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점원은 사다리에 올라 선반을 정리 중이었다.

 라마는 장식품을 둘러보는 척 바깥을 힐끔거렸다. 미행 중이던 세 명 중 두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서로 떨어져 물건을 고르는 척하며 라마의 일거수를 관찰했다.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라마는 놈들의 대범함에 소름이 끼쳤다. 순순히 당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두 주먹을 쥐었다. 가게 안에서 싸울 수는 없는 일었다. 먼저 이들을 밖으로 유인해야 했다.

 라마는 닥치는 대로 물건을 골라 카운터로 향했다.

 "포장 좀 해주세요."

 "아, 머리핀을 잘 고르셨네요. 여자 분이 좋아하시겠어요. 호호."

 주인여성이 친근하게 웃었다.

 "네?"

 "여기 근처에 사시죠?"

 "어떻게 아세요?"

 라마가 놀라 물었다.

 "에이, 경찰 서장님이시잖아요. 요 앞에 있는 아파트에 사신 다는 거 여기 사람들은 다 알아요."

 "아…"

 그때 라마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

 "혹시 메모지 좀 써도 될까요?"

 "물론이죠. 거기서 맘에 드는 것으로 고르세요."

 라마는 카운터 위 선반에 진열되어 있는 여러 가지 카드 중에서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간단한 메모를 적어 주인여성 앞에 두었다.

 

 - 제가 나간 후 이 번호로 전해주세요. 1001.1002.8492 한 시간 후에 연락 없으면 out of the roof! -

 

 

 라마는 작은 포장 가방을 들고 가게에서 나왔다. 그러자 미행하던 자들도 그를 따라 나왔다. 놈들은 자신들이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점점 더 가까이 따라붙고 있었다. 도심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라마는 200미터마다 설치되어 있는 감시 카메라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자신의 모습 뿐만아니라 부디 놈들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담아내길 바랐다. 잰걸음으로 걸어가며 라마는 간간히 뒤를 돌아보았다. 세 명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따라 왔다. 그 중 가장 앞선 놈은 그와 불과 2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잡힐 것 같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라마가 달리기 시작 했다. 그러자 놈들도 뛰었다. 달리면서 라마는 그동안 운동을 게을리 했던 걸 뼈저리게 후회했다.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 숨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50미터 쯤 달려 모퉁이를 돌았다. 잘 아는 술집이 보였다. 그의 단골 술집이었고 누구보다 내부를 잘 알았다. 라마는 술집 문을 열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주인장이 그를 알아보고 한 손을 들어올리다 낌새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라마를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라마는 주인장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화장실 옆, 직원 휴게실. 직원 휴게실은 건물 뒤편 출구와 통해있었고 그리로 나가면 바로 골목이었다. 곧이어 두 남자가 술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술집에는 10명 남짓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추격자들은 바를 찾은 손님들의 얼굴을 성급히 확인하며 지나쳤다. 그 사이, 골목으로 빠져 나온 라마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향해 달렸다. 아파트 입구는 큰 길에 위치해 있었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간만에 쉼 없이 달린 탓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심장이 과부하에 걸릴 지경이었다. 맥박은 요동쳤다. 얼굴은 창백했다. 돌아보니 아직 따라오는 놈들은 없어 보였다. 라마는 숨을 몰아쉬며 속도를 낮추어 걷기 시작했다.

 그때 어떤 남자가 다가와 라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서장님, 아니세요? 근데 괜찮으십니까?"

 "아… 네, 제가… 헉헉, 간만에… 뛰었거든요. 괜찮습니다."

 라마가 시민의 호의에 답하려 얼굴을 들었다. 검은 선글라스를 쓴 사내가 자신을 향해 웃고 있었다. 이런… 라마가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한 발 늦었다. 서늘한 바늘의 감촉이 그의 목을 스쳐갔다. 그리고 1초, 2초, 3초. 갑자기 두 다리가 흐물거렸고 의식은 급속도로 가물거렸다. 라마가 선글라스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 의식이 꺼지기 직전 그의 두 눈에 비친 것은 선글라스의 왼목에 그려져 있는 두 개의 방울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제 23 화 - 완결 2022 / 2 / 27 173 0 3537   
22 제 22 화 2022 / 2 / 27 165 0 4853   
21 제 21 화 2022 / 2 / 26 173 0 4421   
20 제 20 화 2022 / 2 / 25 169 0 5089   
19 제 19 화 2022 / 2 / 25 168 0 4219   
18 제 18 화 2022 / 2 / 24 177 0 5122   
17 제 17 화 2022 / 2 / 22 175 0 5196   
16 제 16 화 2022 / 2 / 22 175 0 6327   
15 제 15 화 2022 / 2 / 22 174 0 5372   
14 제 14 화 2022 / 2 / 20 174 0 3645   
13 제 13 화 2022 / 2 / 18 171 0 3749   
12 제 12 화 2022 / 2 / 18 170 0 6209   
11 제 11 화 2022 / 2 / 18 165 0 5953   
10 제 10 화 2022 / 2 / 18 169 0 4431   
9 제 9 화 2022 / 2 / 17 175 0 5356   
8 제 8 화 2022 / 2 / 17 180 0 4699   
7 제 7 화 2022 / 2 / 17 163 0 3930   
6 제 6 화 2022 / 2 / 17 159 0 4023   
5 제 5 화 2022 / 2 / 17 166 0 3684   
4 제 4 화 2022 / 2 / 14 176 0 4987   
3 제 3 화 2022 / 2 / 14 177 0 7709   
2 제 2 화 2022 / 2 / 14 171 0 6450   
1 제 1 화 2022 / 2 / 13 269 0 751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우양미제사건
지니0
세영
지니0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