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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달을 걷는 마녀
작가 : 어린비
작품등록일 : 2022.2.8

연기력 하나는 끝내주는 조연 배우. '윤달' 첩보 액션 드라마 촬영 중, 옥상 낙하 장면을 찍다 그대로 추락사할 위기에 처한다. 그런 그녀 앞에 한 남자 아이가 나타나고, 그는 자신을 '신'이라 소개한다. 이대로 죽을 건지, 어느 가여운 사내를 구해주고 생을 이어갈 것인지 선택하라는데… 조건을 받아들인 달이 눈을 뜬 곳은 어느 지하 감옥. 그녀에게 다짜고짜 국왕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하라면서 그녀를 '프림로즈 공주'라 칭한다. 그런데 이 이름… 낯설지 않다. 달이 읽었던 소설 <달을 걷는 마녀> 속 여주인공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를 구해주기 위해 나타난 한 남자, 마법사 휘 섀도우 공작. 혹시 이 남자가… 그 가여운 사내…? 이렇게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 과연 윤달은 신이 내린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9화. 누군가의 서곡(3)
작성일 : 22-02-22 00:39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5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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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있으면 배가 항구에 닿았다.

 

 하지만 레오나드와 아이작의 이야기꽃은 저물 줄을 몰랐다. 아예 갑판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까지 놓곤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는 중이었다.

 

 아이작은 기사에게 부탁한 펜과 종이로 열심히 그의 말을 끼적였다.

 

 “오- 정말로 공주께서 말 타는 것을 좋아하십니까?”

 “내 어렸을 때 직접 로즈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그 후로 기회만 생기면 어찌나 말을 타고 노는지… 밤에 몰래 빠져나와 말을 타고 놀다 들킨 적도 있었죠.”

 

 레오나드가 의기양양하게 공주와의 추억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런, 운명입니다. 명마하면 셀렌왕국이거늘. 내 돌아가는 즉시 선물로 보낼 백마를 알아봐야겠습니다. 백마를 탄 공주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야말로 절경이군요.”

 

 필기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든 그의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이내 입가엔 다정함이 잔잔하게 번졌다.

 

 “역시 외조부라 그러신지, 모르는 게 없습니다. 내 용기를 내어 대화를 나누길 천만다행이에요.”

 

 아까부터 아이작은 이런 식으로 레오나드를 한껏 띄워 주었다. 그가 종종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습관처럼 사용하는 수법이었다.

 

 “… 당연하죠. 제 손녀이지 않습니까.”

 

 레오나드는 살짝 뜨끔했다. 그가 지금까지 말한 정보는 주로 어린 프림로즈에 관한 것들이었다.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으나 대화의 빈도는 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프림로즈가 할아버지의 말을 잔소리로 여기는 나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손녀 자랑을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그는 그런 사실쯤은 가뿐히 털어버리기로 했다. 이 시간이 즐거웠으니까.

 

 “반대로 로즈가 싫어하는 건 없습니까? 이를 테면 절대 제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같은 거라던가…”

 

 어느새 가족들만 부르던 애칭이 아이작의 입에도 착 달라붙었다. 레오나드도 처음 몇 번은 그의 호칭에 살짝 불쾌한 기색이었으나, 이제는 개의치 않아했다. 적군도 아군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자였다.

 

 레오나드는 자신의 까칠한 턱 밑을 문질렀다. 로즈가 싫어하는 행동이라…

 

 “글쎄요.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금지하는 걸 싫어하는 아이입니다. 제 어미를 닮아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센 편이라…”

 

 거기까지 말한 레오나드는 급격히 기분이 가라앉았다. 죽은 딸, 소니아를 생각하니 단전에서 무언가 케케묵은 것이 뭉치는 기분이었다.

 

 “레오나드 경?”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아이작이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이미 아데미 왕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라, 그가 왜 그런 반응인지 내심 알 것 같았다.

 

 “… 제가 경께 실례를 범한 모양입니다.”

 “아닙니다. 그저 잠시 생각을 좀 했을 뿐입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레오나드는 더 이상 입을 열 생각이 없어보였다. 아이작도 이번 대화로 만족할 만큼의 소득을 얻긴 했다. 그러나 테이블을 탁탁- 두드리는 그의 검지에서 이와는 별개의 찝찝함이 느껴졌다.

 

 이를 어쩐다… 홀로 고심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공주께서 경을 많이 닮으셨습니다. 특히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애쉬 빛이 감도는 아이작의 눈이 한 순간 일렁였다.

 

 공주를 처음 봤을 때 그는 눈앞에 있는 여인을 두고 말이 나오질 않았다. 물결치던 금발도, 우유를 바른 것 같은 고운 피부도… 아름답지 않은 게 없었다.

 

 허나 무엇보다 그의 숨통을 옥죈 건 투명하게 반사되는… 맑은 보석 같은 눈동자였다. 물론, 그 후 함께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성품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순수하고, 또 의외의 강단도 있었고… 경의 말처럼 고집과 자존심이 센 모습도 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

 

 아이작이 언뜻 떠오른 공주의 모습에 작게 웃었다. 레오나드는 그제야 한결 나아진 낯빛으로 화답했다.

 

 “그렇습니까? 그 아이가 머리 색깔은 선대 왕가를 빼다 박았어도, 눈동자만큼은 저희 집안사람입니다. 참, 미리 말씀드리자면 그 아이는 에메랄드가 아닌 페리도트를 더 좋아한답니다.”

 

 어쨌든 손녀와 닮았다는 말이 듣기 좋은 팔불출이었다. 땅 밑으로 꺼질 듯하던 무거운 공기가 금세 풀어졌다.

 

 그때였다.

 

 “고, 공작 각하!”

 

 귀환 길에 같이 동행한 아데미 왕국 기사가 헐레벌떡 그들에게 다가왔다. 기사는 일단 아이작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했다.

 

 “무슨 일인데 소란이지?”

 “저, 그제…”

 

 레오나드의 물음에도 그가 아이작을 흘깃거리며 주저했다.

 

 평소 불확실한 태도와 언행을 좋아하지 않는 레오나드의 낯빛에 언짢은 기색이 떠올랐다. 노기를 읽은 기사는 잠시 울대를 바르르 떨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본국에서 긴급 전보가 왔습니다.”

 

 심상치 않은 일인 게 분명하자, 아이작이 ‘난 괜찮으니 얘기 나누십시오’ 라며 먼저 기품 있게 권했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이어 작게 접힌 종이가 레오나드의 손 안에서 다급히 펴졌다.

 

 [공주가 국왕을 살해. 현재 공주의 행방 묘연.]

 

 “뭐…?”

 

 레오나드가 기사를 천천히 올려다봤다. 기사 역시 입술을 꾹 문채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거짓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비틀-

 

 현기증 때문에 레오나드가 옆에 있던 기사의 팔을 붙잡았다. 깜짝 놀란 아이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레오나드 경!”

 

 레오나드는 마치 모든 감각이 마비된 사람처럼 망연히 전보를 읽고 또 읽었다. 사실이라 믿을 수 없는 글자들이 제멋대로 조합됐다가 제멋대로 흩어졌다.

 

 누가 죽어. 누가 죽여. 누가… 누가 사라져.

 

 새파래진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 어느새 기사는 눈물을 참느라 벌게진 눈으로 레오나드를 부축했다. 레오나드는 그의 손에 이끌려 힘없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군사령관으로서 위상과 기백은 사라지고 절망의 늪에 빠진 한 노인이 거기에 있었다. 결국 기사가 대신 아이작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괜찮소. 어서 들어가 보시오.”

 

 기사가 감사를 표했다. 이어 기대다시피한 레오나드를 붙잡아 천천히 선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자취를 감추자 아이작은 한 손을 들었다. 그러자 잠복해있던 호위기사 하나가 빠릿빠릿하게 튀어나왔다. 아이작의 얼굴엔 일말의 웃음기도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호위기사가 절도 있게 꺾은 한 팔을 들고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전서구가 물어온 전보였던지라 확인할 새가 없었습니다. 다만… 확인한 기사들의 낯빛이 새파래졌더군요. 꼭 자신들의 나라가 망한 것처럼.”

 

 불길한 기운이 아이작의 뒷목을 엄습했다.

 

 “… 자세히 알아봐. 지금 당장.”

 “네. 알겠습니다.”

 

 호위기사가 군기가 바짝 든 몸짓으로 떠나려고 하자, 아이작이 말을 덧붙였다.

 

 “공주의 안위부터 확인해라. 어째 관련된 일인 것 같으니까.”

 

 기사가 고개를 짧게 끄덕이더니 곧장 선실 안으로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갑판에 혼자 남겨진 아이작은 닻을 내리려고 준비하는 선원들을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품위를 중요시하는 레오나드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그렇다는 건 그가 사랑해마지 않는 프림로즈와 관련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촉이 들었다.

 

 ‘내 예상이 빗나가기를 비네만…’

 

 시름이 고인 아랫입술을 잘근 깨무는 아이작이었다.

 

 * * *

 

 어디선가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주님… 공주님…!

 

 점차 크기를 키워나가는 목소리에 달은 눈가를 찌푸렸다.

 

 ‘공주라니… 요새도 그런 호칭을 쓰는 사람이 있어?’

 

 낯간지러웠다. 그러나 묘하게도 귀에 착착 달라붙는 호칭이었다.

 

 살면서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꿈결 같은 나른함 속에서도 아리송한 느낌이 지워지질 않았다.

 

 그런 달을 깨우듯 그녀의 몸이 별안간 세차게 흔들렸다.

 

 “공주님!”

 

 달의 눈이 번쩍 떠졌다. 둔탁한 통증과 함께 눈앞이 팽팽 돌더니 현기증이 났다. 누군가 그녀에게 거대한 돌덩이를 달아놓은 것처럼 온 몸이 무거웠다.

 

 “다행입니다. 정신이 드셨군요.”

 

 양 어깨를 쥐고 있던 휘가 그제야 흔들던 손을 멈췄다. 안도의 빛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떻게… 된 거죠…?”

 

 달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좀처럼 말을 듣질 않았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휘가 재빨리 그녀의 등 밑에 손을 넣고 받쳐주었다. 혹여 해라도 입힐까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폴리모프 마법이 거의 마무리됐을 때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았으니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

 

 별다른 힘을 주지 않은 것 같은데도 단숨에 그녀의 상체가 바로 세워졌다. 욱- 달은 치미는 멀미를 애써 참았다.

 

 ‘맞다… 섀도우 경이 나한테 폴리모프인가, 뭔가 하는 마법을 걸었지.’

 

 차츰 정신이 맑아지면서 아까 있었던 일들이 떠듬떠듬 떠올랐다. 마법을 거는 장면은 소설에서 이미 예습을 했던지라 영 어색하지는 않았다.

 

 휘가 방 한 편에 마법진을 연성하자, 설명도 듣지 않고 먼저 그 위에 서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공주님의 피가 필요합니다.’

 

 그가 그리 말했을 때도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니 기꺼이 손을 내주었다. 휘는 그녀의 검지를 살짝 베어내 서랍에서 꺼낸 작은 약병에 피를 받았다.

 

 ‘… 폴리모프 마법에 왜 제 피가 필요한 거죠?’

 

 끝끝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달은 질문했다. 원작 속 프림로즈는 패닉에 빠져 거기까지 물어볼 정신이 없었으니까.

 

 ‘공주님의 피는 재료 중 한 가지이나… 이 피가 없으면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마법입니다.’

 

 알쏭달쏭한 대답이었다. 오히려 호기심이 더 증폭된 달이 더 묻기도 전에 휘는 마법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시작은 마법진에 휘의 마력을 불어넣는 것부터였다.

 

 휘의 행동엔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마법을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는 태도였다.

 

 그렇게 마력이 고인 마법진은 엷은 빛기둥으로 떠올랐다. 점차 그 빛은 진해졌으며, 나중에는 바깥에 서 있는 휘가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 갇힌 달은 온 몸이 부셔졌다 다시 재창조되는 끔찍한 고통을 맛봤다. 원작 속 프림로즈가 기절한 덴 다 이유가 있었다. 그 동질감을 끝으로 달은 정신을 잃어버렸다.

 

 여러모로 굉장한 경험이었다. 아직도 마디마디가 저려올 만큼 여운이 길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고민해보는 건데…”

 

 달이 저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를 중얼거렸다. 다행히 휘는 그녀의 상태를 살피느라 다른 것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보였다.

 

 “몸을 좀 움직여 보십시오. 어디 불편하신 곳 있습니까?”

 

 또 휘의 말은 잘 듣는 달은 끄응- 소리를 내며 뻐근한 목부터 돌려보았다. 그 다음엔 어깨, 팔, 허리 순이었다. 액션드라마를 찍을 때, 결투신을 스무 번 재촬영한 다음날과 비슷했다.

 

 “몸에 많은 무리가 갔을 겁니다.”

 “네, 안 그래도 그런 것 같네요.”

 

 끄응… 달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자 고통의 신음이 나왔다. 그러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잠깐, 마법은 성공했어요?”

 

 고통을 감내한 만큼의 성과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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