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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돌싱의 복수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22.2.4

가진 자의 욕심에 희생되어 이혼당한 오피스 걸의 복수.
작은 전자 통신 제품 제조 회사 경리 겸 사장 비서로 성실히 일하는 신혼의 오피스 걸이
경쟁 회사의 모략에 말려 이혼당하고 회사도 문을 닫게 된다.
사장 아들과 이혼녀는 과연 복수할 수 있을까?

 
24. 노가다가 따로 없다
작성일 : 22-02-21 22:21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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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0시가 훌쩍 지나자 인근의 회사들도 작업이 종료되고 사방이 고요한 적막에 싸였다.

 회사 시험실에서, 내일 아침에 청주에 내려보낼 무선 중계기용 단방향 증폭기를 시험 조정하던 태성 이재성 사장은 양말 위 드러난 발목을 모기가 물어, 따끔거리는 생채기에 침을 바르며 구시렁거린다.

 

 “모기가 벌써 극성부리는 거 보니까, 올여름은 더울 모양이네. 내일 모기향을 좀 사다 놔야 되겠다.”

 

 30평 정도 되는 시험실에는, 조립이 완료되어 시험 대기 중인 제품이 놓인 적치대와 계측기가 놓여있는 시험대가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공간은 현장 공사 작업에 필요한 공구류와 케이블, 클램프 등 공사용 자재가 쌓여있다.

 

 작년 여름에는 파주에 신축되는 대규모 생산공장에 무선중계기를 납품하느라고 근 석 달 동안을 거의 매일같이 밤 11시까지 잔업을 했다.

 

 강호준 과장이 있으면 절반 정도의 시험은 대신해 줄 수 있는데, 그때는 공사 현장의 포설된 케이블과 증폭기들을 체크하고 전체 통화시험을 관장해야 하므로 강호준 과장은 출장 나가고, 이재성 사장 혼자서 그 많은 물량을 직접 시험 조정해서 완제품을 출고시켜야 했다.

 

 혼자 시험실에 있으면서 전기세 많이 나가는 대형 에어컨을 켜는 것이 아까워 선풍기를 틀어놓고 시험작업을 했는데, 시험대 밑에 숨어 있던 모기가 양쪽 발목을 물어뜯어서 매캐한 냄새나는 모기향을 두 개나 피워놓고 작업했다.

 

 오늘따라 생산부 여현숙 반장이 무슨 일이 있어 집중이 안 되었는지, 부품 납땜이 잘못된 조립 불량 부분이 많이 나온다.

 

 납땜이 잘못된 부품을 교체하려면 납땜 부위에 납을 추가로 올려서, 조그만 진공 압축기(셔커: sucker)로 액화된 납이 굳어버리기 전에 빨리 빨아내어 납을 제거해야 된다.

 

 납을 녹이고 빨아내는 작업을 두 명이 함께 하는 게 정상인데, 혼자서 하려면 여간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다.

 

 퇴근 시간 전에 아내에게 잔업 한다고 전화하고, 회사 근처 도로변에 있는 컨테이너형 간이매점에서 간단히 라면을 먹고 들어왔다.

 

 아내와 단둘이 사는데 회식이 있어 외식해도, 아내는 미신처럼 꼭 이 사장 밥을 담아서 보온밥통에 넣어 놓는다. 그래서 밖에서는 조금만 먹고, 집에 가서 야식으로 마저 먹어 치우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은 너무 힘이 드는지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매점에서 빵이라도 좀 사다 놓을 걸 그랬다 싶다.

 

 11시가 거의 되어갈 무렵, 겨우 25dB 증폭기 다섯 개를 완료하여 포장하는데, 핸드폰 벨이 요란하게 울리며 고요한 적막을 깨트린다.

 

 마누라가 기다리다가 전화했구나 싶어 얼른 열어보니, 뜻밖에도 오늘 출근도 안 하고 연락도 없던 박신배 이사 전화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갑자기 불안해진다. 경험상 십중팔구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아, 박 이사. 무슨 일인가?"

 

 "예, 사장님. 밤늦게 전화드려 죄송합니다."

 

 전화기를 통해 전달되는 배경의 잡음이 조용한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래 괜찮아. 얘기해보소."

 

 "예, 자세한 거는 내일 말씀드리고요, 지금 김태경 전무하고.. 룸살롱에 있는데요.. 계산하는데, 돈이 좀 모자랍니다, 사장님."

 

 이재성 사장은 금세 감을 잡고, 편안한 어조로 얘기해준다.

 

 "그래? 얼마나 부족하노?"

 

 "예, 뭐 한 50만 원만 보내주시면 되겠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김 전무한테 달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해서요…"

 

 "그럼, 그래야지! 내가 한.. 15분 내로 송금해줄게. 조심해서 귀가하도록 하소."

 

 전화를 끊고 이재성 사장은 남은 일은 내일 아침에 조금 일찍 나와서 정리하기로 하고 서둘러 문을 잠그고 나선다.

 

 회사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올라 시동을 걸면서 ATM 기기가 있는 부스를 떠올려 본다.

 회사 주거래 은행인 중기 은행 부스는 멀고, 이재성 사장 개인 통장 거래은행 부스는 가까우면서도 집으로 가는 방향에 있다. 개인 통장 잔고를 기억해 내면서 집 방향으로 서둘러 차를 몰기 시작한다.

 

 낮 동안 뙤약볕에 세워둔 차 안에 더위는 식어도 후끈하고 텁텁한 기운이 남아있다. 운전석 창문을 조금 내리고, 개울을 따라 곧게 뻗어있는, 넓지 않은 도로를 속도를 내어 달린다.

 

 빠르게 달리는데, 헤드라이트 불빛에 엄청난 무리의 하루살이 떼가 뿌옇게 비치더니, 앞 유리창 시야가 가리고, 열린 창틈으로 수도 없이 몰려들어 눈 속으로 덮친다.

 

 급히 눈을 감고 브레이크를 밟으며, 손목에 힘을 주고 핸들을 똑바로 잡는다.

 

 브레이크 라이닝의 마찰 때문에 바퀴의 회전은 급히 정지되고, 관성 속도를 이기지 못한 차체가 옆으로 돌며 길가의 아스팔트 없는 흙길 위로 끼-익, 소리를 내며 미끄러져 가다가 겨우 멈춰 선다.

 

 속도가 조금만 빨랐거나 운동신경이 늦었으면, 2~3m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 개울에 처박힐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핸들에 턱과 가슴을 부딪친 이재성 사장은 멍한 상태로 핸들을 붙잡은 채 한동안 그대로 엎드려 있다.

 

 `하마터면 황천 가서 제삿날 될 뻔했다! 마누라도 못 보고 그냥 갈 뻔했네. 이게 무슨 액땜인가? 글쎄…`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이 사장은 서둘러 차를 몰고 은행 ATM 부스에 도착해, 박신배 계좌로 10만 원을 더해서 60만 원을 송금해주고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한다.

 

 사실은 박신배 이사가 대림역 근처 룸살롱 "여비서"에 들러 어젯밤 함께 놀던 글래머 아가씨에 혹해서, 2차 갈 목적으로 이재성 사장에게 허위로 옭아낸 돈이다.

 

 ** **

 

 전국의 축축하고 무더운 여름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이글거리는 아침 태양은 어김없이 찬란하게 다시 또 솟아올랐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청주 H 반도체 R 동 공사 현장 출장 중에 증폭기를 가지러 잠시 들른 기술부 문호일 주임이, 먼지가 잔뜩 묻어 회색빛 얼룩 투성이인 소매 긴 작업복 차림으로 이재성 사장에게 인사를 한다.

 

 "그래, 더운데 포설 공사하느라 많이 힘들지?"

 

 "예, 괜찮습니다. 지하에는 별로 안 덥습니다."

 

 무전기 중계 장비를 설치하려면, 건물 내장 마감이 끝나기 전에 동축케이블(W-10D)을 시멘트 천장에 포설해야 한다.

 

 대부분 구역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리프터(Lifter)를 운전하여 이동하고, 해당 지점의 3~5m 높이 천정에 타고 올라가서 작업한다.

 

 건물 바닥에 턱이 있어 리프터가 들어가지 못하는 지점은 사다리를 올려서 포설하는데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다.

 

 시멘트 천정에 전동 드릴로 천공(구멍)을 뚫고 그 속에 ‘앵커 볼트’라는 금속제 부품을 망치로 쳐서 박아 넣는다.

 

 무거운 전동 드릴을 머리 위로 수직 방향을 맞춰서 힘주어 밀어 올려, 딱딱한 시멘트에 손가락 굵기로 구멍을 뚫으면, 시멘트 가루가 얼굴로 쏟아져 내려서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천공드릴 작업이 끝나면 클램프(Clamp)라는 금속제 부품으로 케이블을 붙들어서 천장의 앵커볼트에 조여 매면 된다.

 

 앵커볼트 천공 작업은 케이블을 따라 3m마다 작업하므로, 2인 1조로 작업을 하는데 한 개 조가 동축케이블 포설을 하루에 고작 80~100m 정도밖에 못 한다.

 

 현재 청주 R 동 현장은 지하 3층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여서, 태성 기술부 인원 4명 만으로 2개 조를 편성해 하루에 200m를 목표로 이번 주중에 통화시험까지 완료하고 철수할 계획이다.

 

 "저녁에 잔업 안 해도 되겠더냐?"

 

 "예, 저녁에도 9시까지 잔업하고 있습니다. 내일 저녁에는 다 마쳐야 되니까요!"

 

 "그래, 고생들 하는구나. 힘내서 잘 마무리 짓도록 해보자. 응?"

 

 "예, 알겠습니다. 증폭기는 다 됐습니까?"

 

 "응, 시험실 시험대에 5개 포장해놨으니까 가져가거라."

 

 사장실을 나온 문호일 주임은 시험실에 들어가 포장된 제품을 확인하며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문호일 주임은 전문대 전자과를 나오고 군대도 다녀와서 태성에 입사한 지는 4년이 넘었다.

 입사 처음에는 데시벨(dB)이 어쩌고 무선통신이 저쩌고 해서 뭔가 기술적으로 배울 게 많겠다 싶었는데, 그놈의 "dB"는 아직도 도대체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주임이라는 게 허구한 날 먼지 뒤집어쓰며 천장에 구멍이나 뚫고 있다.

 

 그러면 월급이라도 많으면 좋겠는데, 잔업비를 포함해도 한 달에 고작 170만 원 정도 손에 들어온다. 30일로 나누면 하루 일당이 6만 원도 안 되는 셈이다.

 

 전에 여의도 J 회관 큰 공사할 때, 인력소개소에서 데려온 일용직원에게 물어보니까, 회사에서 일당으로 7만 원이나 받는다고 했었다.

 

 `3곱 7은 21. 한 달이면 210만 원이 되니까, 나보다 40만 원이나 더 많다. 하는 일은 나도 일용직들하고 똑같은데! `

 

 무전기 들고 현장에서 통화시험 하는 건 폼도 나고 재미가 있는데, 맨날 거지꼴 비슷하게 `노가다` 일하면서 월급도 변변찮고, 왕 고참 강호준 과장도 보면, 입사 10년이라면서 아직도 과장인데, 얼마나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별로 비전이 없어 보인다.

 

 짐을 챙겨 영업부에 있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는다.

 

 "문 주임님, 커피 한잔 타 드릴까요? 냉커피로 하실래요?"

 

 "음.. 그래요. 냉커피로 줘요 조 기사. 고마워요."

 

 신입 조은정 기사가 출장 중에 잠시 들른 선배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다.

 

 "문 주임님, 많이 힘들지요! 할만합니까?"

 영업부 한충석 대리도 관심 가지고 웃으면서 격려를 해준다.

 

 "아, 예. 맨날 그렇지요, 뭐. 한 대리님도 전에 많이 해봤지 않습니까?"

 

 한충석 대리가 다른 회사에 있다가 전입해 왔을 때, 몇 개월간 함께 기술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서로 잘 아는 사이다. 나이도 한 대리가 한 살밖에 많지 않아서, 그때는 상당히 얘기도 많이 나누고 했는데, 한 대리가 영업팀으로 발령 나고부터는 서로 마주 보고 대화 나눌 기회가 별로 없다.

 

 더구나, 오늘 같은 날은 시원한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에서 신입 여사원 조 기사와 단둘이 방 안에 있는 한충석이 무척 부럽다.

 

 `새로 온 조은정이랑 식사도 하고 치킨집에서 시원한 맥주 마시며, 군대에서 축구하던 무용담이랑, 힘든 현장 얘기도 노가리 좀 풀면서 어머, 어머, 소리도 들어보면 좋겠구먼, 젠장! `

 

 냉커피 건네주는 조 기사를 미소 띤 얼굴로 쳐다보며 문호일 주임은 잠시 피곤한 육신에 활기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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