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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거세하기
작가 : 라떼밀르
작품등록일 : 2022.2.18

돼지 불알 까던 거세사. 공화국 최강의 드래곤 불알까기 마스터가 되다.

 
7.기상천외한 작전
작성일 : 22-02-21 19:24     조회 : 243     추천 : 1     분량 : 5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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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기상천외한 작전

 

 궁드르디는 신화나 전설을 믿지 않는다. 공포에 질린 인간이 자신이 겪은 재해나 야생동물에 대한 충격을 과장해 부풀린 게 신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광경 때문에 궁드르디는 옛사람과 음유시인들이 의외로 진실을 전하는데 충실한 사람들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스승님, 설마 저 괴물도 제가 거세해야 하는 건 아니지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저 놈 때문에 내 팔이 이렇게 된 걸세.」

 

 '제길, 속았어!'

 

 궁드르디는 슈타이너의 수제자가 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녹각룡만 하더라도 그리즐리 베어나 숲에서 만나는 고대 늑대보다 몇 배 큰 정도라 이 정도까지 놀라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런 괴물을 거세하라고? 차라리 니므롯 제국 궁전에 숨어 들어가 자고 있는 술탄을 거세하는 게 더 쉬워 보였다.

 

 「저런 괴물이 있다니.」

 

 산전수전 다 겪은 게이세리크도 놀란 표정으로 날개 달린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길이가 웬만한 마을 예배당 회랑만큼 길었다. 더 놀라운 것은 두 팔을 박쥐처럼 펼쳤을 때 날개 길이로 머리에서 꼬리 길이보다 너비가 두 배는 되어 보였다.

 

 빠드득 빠드득 빠드득. 놈은 덩치에 걸맞게 마을 주민들이나 드래곤 슬레이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괴물은 녹각룡을 말 그대로 부숴 먹었다. 씹을 때마다 녹각룡의 늑골이 부러지고 터진 창자와 피가 이빨 사이로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불기둥 사이에 좌정한 채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은 경전에 나오는 레비아탄이나 베헤모스와 같은 악마의 화신 그 자체였다.

 

 두두두두두.

 

 「스승님! 녹각룡들이 놀라 달아납니다!」

 「이젠 틀렸어. 신경 쓰지 말고 빨리 말에 오르게!」

 「스승님 전 말이 없어요. 태워 주세요!」

 

 천적의 등장에 놀라 본능적으로 잠에서 깨어난 녹각룡들이 일제히 숲 방향으로 달렸다. 거세고 뭐고 밟혀 죽지만 않으면 다행일 지경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던 녹각룡들은 아직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어둠 속에서 녹각룡과 정면으로 충돌하거나 짓밟힌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 울려 퍼졌다.

 

 「으아아! 베로니카, 도와줘! 나 말이 없다고!」

 「멍청이! 내 손 잡아!」

 

 말 위에 올라탄 베로니카가 팔을 뻗어 우왕좌왕하는 궁드르디를 잡아 올렸다.

 

 「헉헉, 고마워.」

 「귀족이라면서 자기 말도 없어?」

 「앞에! 앞에 봐! 조심해!」

 「꺄악!」

 

 거대한 드래곤이 날개를 펼치며 궁드르디와 베로니카 쪽으로 다가왔다.

 

 슈우웅.차양 같은 날개가 달아나던 궁드르디와 베로니카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충돌했으면 그대로 목뼈가 부러졌을 거다.

 

 「궁드르디 경! 마을에 혹시 육류창고가 있나?」

 

 마을 방향으로 내달리던 슈타이너 경이 난데없이 궁드르디에게 물었다.

 

 「육류창고요? 제 집에 하몽이랑 소시지를 말리는 사일로가 있습니다!」

 「잘 됐군! 거기 불을 지르게!」

 「예에?!」

 

 하몽과 소시지는 집안의 전 재산이다. 최상급 돼지를 도축해 뒷다리를 말린 하몽은 건조기간만 최소 삼 년이 걸려야 제 값에 팔린다. 햄과 소시지가 없다면 일루리사트의 혹독한 추위에서 프롬과 궁드르디 부자는 굶어죽을 것이다.

 

 「에피메테우스는 눈이 없어! 후각과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네! 고기 타는 냄새로 놈을 유인해야 돼!」

 「슈타이너 경! 그럼 마을이 위험해지지 않습니까!」

 

 사일로 쪽으로 함께 달아나던 궁드르디에게 슈타이너가 차갑게 대꾸했다.

 

 「에피메테우스 때문에 저기 있는 녹각룡이 모두 죽으면 공화국이 자네들을 가만 두지 않을 걸세. 그 땐 나도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비정하군. 이용가치가 없어지는 순간 이 마을도 끝이란 건가.’

 

 달리는 말 위에서 궁드르디는 뒤를 돌아 보았다.

 

 에피메테우스. [나중에 깨닫는 자]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의 그 드래곤은 단 한 마리의 녹각룡도 살려 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거대한 꼬리를 휘둘러 녹각룡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팔을 한 번 퍼덕이니 날개에 맞은 녹각룡들이 뇌진탕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이대로라면 녹각룡들은 오늘 밤 모두 전멸할 것이다.

 

 「프릭! 사람들이랑 장작 좀 모아와! 모두 이 사일로를 불태울 테니 도와주시오!」

 

 프롬의 사일로에 도착한 슈타이너는 말에서 내리자마자 침착하게 프레데릭슨과 마을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궁드르디 경, 이번 일이 끝나면 사일로 파손 건은 정식으로 드래곤 관리청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베로니카, 너는 마취용 석궁을 준비해라.」

 

 말에서 내린 베로니카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슈타이너게 물었다.

 

 「스승님 설마? 그걸 쓰실 겁니까?」

 「생각대로다. [룽고힙노스]를 준비해라.」

 

 [룽고힙노스]. 베로니카는 일급 드래곤 마취사로 스승을 따라 여러 곳을 전전해 왔다. 하지만 이번 같이 심각한 상황은 처음 겪는다. 납땜한 앰플에 봉인돼 있던 이 위험한 물건을 결국 쓰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까?」

 「없다. 에피메테우스가 지상에 풀려난 이상.」

 

 스승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한 번 결단을 내리면 다른 경우의 수를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상징적인 극약입니다. 사실상 절대 쓰면 안 되는 무기인데. 괜찮을지.」

 「책임은 내가 진다.」

 

 한 숨을 쉬며 베로니카가 말안장 뒤에 걸어 놨던 바다표범의 머리가죽으로 만든 방독면을 뒤집어썼다.

 

 「모두 바람의 역방향으로 물러서요! 냄새만 맡아도 죽습니다!」

 

 [룽고힙노스]. 인류가 지금까지 찾아내고 개발한 가장 강력한 신경마비독이다. 이것은 심해에 사는 ‘룽고’라는 괴어의 쓸개에서 추출한 독을 농축한 것이다. 한 방울을 천 배 희석해 작살에 바르면 대왕고래를 일 분 내에 죽일 수 있다. 만 배 희석해 화살에 바르면 피부에만 스쳐도 곰을 즉사시킨다. 백만 배 희석시켜 옷을 빨면 십 년 묵은 찌든 때도 눈보다 하얗게 표백된다. 냄새만 맡아도 폐가 썩어 사망한다.

 

 룽고라는 물고기는 해저지진이 일어날 때 아주 가끔 저인망 그물에 걸려야 잡을 수 있는 심해어라 독 자체도 몹시 귀했다.

 

 「에피메테우스를 죽이면 프로메테우스가 가만있을까요?」

 「괜찮을 거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미 몇백 년 전 야생을 잃었어. 그리고 로마누스 제국인들이 만든 지하수로는 절대 빠져 나올 수 없는 마궁(魔宮)이다.]

 

 베로니카는 주머니에서 [룽고힙노스]가 담긴 납땜 앰플을 꺼내 석궁에 장전했다.

 

 ‘결정은 스승님이 한다. 나는 고민말고 행동하자.’

 

 사실 저런 괴물에게 제대로 명중시킬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긴 하다.

 

 「입을 벌리면 혀에 쏘겠습니다.」

 「슈타이너 경, 독에 내성이 있거나 죽지 않으면 어떡하실 겁니까?」

 

 사일로에 장작을 잔뜩 쌓고 돌아온 프레데릭슨이 슈타이너에게 물었다.

 

 「녀석이 룽고힙노스에 내성이 있다는 보고는 없다. 하지만 괴물 중 괴물. 당연히 저 정도에 죽진 않겠지.」

 

 멀리 사탕무밭에서 녹각룡들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어둠 속에서 에피메테우스가 육중한 몸을 놀릴 때마다 땅이 울렸다. 슈타이너가 궁드르디에게 말했다.

 

 「궁드르디 경, 저 드래곤은 천 년 이상 살면서 만신전에 오를 지혜와 힘을 갖게 된 괴물중의 괴물일세. 어떤 전사나 마법사, 용병도 힘으로는 맞설 수 없네.」

 「성 패트릭은 어떻게 저런 괴물들을 해치웠을까요?」

 

 새삼 오늘이 옛 뱀들을 물리쳤다는 성 패트릭 축일임을 떠올린 궁드르디가 물었다.

 

 「때때로 소가 뒷걸음질을 쳐서 개구리를 잡지 않나? 아마 패트릭도 그렇지 않았을까? 물론 드래곤을 잡는 건 개구리 잡기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민간에 떠도는 패트릭 전설의 전말을 알고 있던 슈타이너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녹각룡들을 다 잡아 먹기 전에 손을 써야 돼. 투르니에 경, 마을에 대장간이 있소?」

 「훈트네 집이 대장간입니다만 그 놈은 양은냄비 땜질도 간신히 하는 잡놈입니다.」

 「상관없소. 가장 큰 풀무가 얼만 하오?」

 

 '이 와중에 풀무를 왜 찾지?'

 

 여느 사람이라면 따지기부터 하겠지만 프롬은 위대한 볼 브레이커인 슈타이너를 절대 신뢰했다. 이 분이라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손풀무는 없고 다 큰 큽니다. 발로 밟는 거예요.」

 

 훈트의 풀무는 식칼이나 만드는 작업장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컸다. 때문에 축제 때 암퇘지 통구이 화력 조절용으로나 썼다. 슈타이너의 표정이 밝아졌다.

 

 「크면 클수록 좋지! 여기로 가져다 주시오. 당장!」

 

 슈타이너의 명령이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었기 때문에 프롬은 이제 두려움보다 저 영웅이 어떻게 풀무로 괴물을 해치우려는 건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프릭! 자네는 사일로 앞에서 칸텔레를 조립해.」

 

 슈타이너가 프레데릭슨의 말안장에 장작처럼 묶어놓은 조립식 칸텔레를 가리키며 말했다.참고로 칸텔레는 목판에 쇠줄을 연결해 하프처럼 손가락으로 튕기는 현악기로 북방 민족들이 주로 사용하는 일종의 '눕혀서 치는' 하프를 말한다.

 

 「칸텔레요? 대체 이 와중에 어쩌시려고?」

 「어쩌긴, 놈을 죽여야지.」

 

 프레데릭슨은 귀를 의심했다. 에피메테우스를 죽이겠다고? 저 괴물에게 팔이 잘리고도 그런 말을 하다니. 대장이 실언을 할 리 없는데. 그렇다면 패트릭 전설에 나왔던 그 이야기가 실제 가능하다는 말인가?

 

 「유감스럽지만 밖으로 기어 나온 이상 놈은 인간과 공존할 수 없어.」

 「이 칸텔레 연주로 정말 가능하겠습니까?」

 

 언제나처럼 무표정하게 슈타이너가 말했다.

 

 「나도 모르지. 안 되면 드래곤 관리청 부고란에 우리 이름 새겨지기 밖에 더하겠나?」

 

 전설 속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하다니. 프레데릭슨은 기가 막혔다.

 

 '하지만 가문의 시종장으로서 할 일을 할 뿐.'

 

 프레데릭슨은 여차하면 모두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베로니카님만큼은 지켜내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런데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성 패트릭의 전설에 따르면 세상에 존재하는 이실딘은 열 두 가닥이 아닙니까?」

 「그렇지.」

 「지금까지 우리가 찾은 건 열 한 가닥이고요. 하나가 모자랍니다.」

 

 슈타이너가 웃으며 고갤 가로 저었다.

 

 「프릭, 나는 그제까지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네. 하지만 어제부터 믿게 됐어. 내 팔이 잘려서 신을 저주해야 됐으니까. 하지만 오늘 나는 수도로 돌아가면 십일조를 바치기로 결심했다네. 신의 섭리, 운명이 아니고서는 이럴 일이 있을 수 없지. 자넨 모르겠지만 우린 이미 이실딘 열두 가닥을 모두 손에 넣었네.」

 

 이실딘은 뭐고 이 와중에 우리 집 소시지 창고 앞에 와서 칸텔레를 조립하려는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말 안장에 매달려 달아나는 궁드르디를 바라보며 슈타이너가 말했다.

 

 「이실딘의 마지막 한 가닥. 그것은 바로 지금 궁드르디 경이 가지고 있는 저 거세용 바늘인 [왕가의 스팅거] 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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