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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거세하기
작가 : 라떼밀르
작품등록일 : 2022.2.18

돼지 불알 까던 거세사. 공화국 최강의 드래곤 불알까기 마스터가 되다.

 
6.죽음의 사자, 에피메테우스
작성일 : 22-02-21 18:51     조회 : 233     추천 : 1     분량 : 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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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죽음의 사자, 에피메테우스

 

 안보 사정 때문에 공화국이 마련한 대책 중 하나가 [용병우대정책]이다. 공화국은 삼십 년 복무한 용병에게 드래곤 슬레이어 자격을 부여한다. 그리고 은퇴시, 드래곤을 한 마리 사냥할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이 사냥한 드래곤은 면세다. 이익은 팀원들이 나눈다. 가죽과 발톱, 내장 등 부산물을 팔면 삼십 년 근속급여보다 훨씬 많이 챙길 수 있다. 용병들 사이에 [황제 퇴직금]이라는 말이 생겼다.

 

 「올해는 드래곤 관리청이 녹각룡 몇 마리 사냥을 허가했지?」

 

 슈타이너가 베로니카에게 물었다.

 

 「열다섯 마리입니다. 이 지역 반달족 용병 출신 드래곤 슬레이어는 저 팀이 유일 합니다.」

 

 사냥 허가만 받으면 인생역전을 꿈꿀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용병들은 극소수다. 대부분 그 전에 전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떠돌아디니며 생계의 위협을 받는 반달족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허가증을 검사하러 간 프레데릭슨에게 대화를 마치고 슈타이너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반달족들은 사냥 전의 의식을 시작했다. 붉은 안대를 한 게이세리크가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린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원수를 으깨어 피로 대지를 적시는 전능한 전쟁의...」

 

 대략 이런 기도였을 것이다. 이윽고 게이세리크가 검을 뽑았다. 그리고 잠든 드래곤의 정수리를 내리치려하려던 찰나,

 

 「잠깐!」

 

 궁드르디가 용병대장을 가로막았다.

 

 「그 드래곤, 병에 걸렸다.」

 「!」

 

 궁드르디의 태도가 평소답지 않게 단호했다.

 

 「잘 봐. 이 드래곤은 발굽이 둘로 갈라진 쪽굽이야, 그렇지?」

 

 녹각룡의 발톱을 보던 궁드르디가 용병대장에게 물었다.

 

 「이 드래곤 입을 좀 열어 줄 수 있나?」

 

 대답대신 게이세리크가 부하들에게 손짓을 했다. 옆에 서 있던 두 사람이 잠든 녹각룡의 입에 덮었던 입마개를 풀었다. 그리고 턱을 들어 올린 뒤 철퇴를 억지로 끼워 넣었다. 드래곤은 그 상태에서도 깨어나지 않았다.

 

 「프릭, 횃불 좀. 스승님, 녹각룡 입 속을 봐도 물지 않을까요?」

 「해뜨기 전까지 걱정 말게.」

 

 녹각룡의 아가리에 횃불을 갖다 댄 궁드르디는 이내 코를 틀어막았다. 혀와 입술에 수포가 생기고 악취가 났다.

 

 「틀림없이 입발굽병입니다. 상품화 개체가 아니고 살처분 해야 돼요.」

 

 입발굽병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처럼 발굽이 두 갈래로 갈라진 쪽굽 동물에게 생기는 전염병이다. 구내염과 함께 발굽에 수포가 생기고 보름 안에 여지없이 죽어 나간다.

 

 고트하브 농가 대부분이 돼지와 양을 키우는 만큼 번지면 치명적이다. 드래곤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녹각룡도 발톱이 두 굽으로 갈라져 있는 걸 봐서 이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병 걸린 게 이 놈 뿐일까?」

 

 슈타이너의 물음에 궁드르디가 고갤 저었다.

 

 「사탕무밭에 있는 개체를 전수조사 해야 합니다. 전염성이 강해서 한 놈이라도 남아있으면 마을에 있는 가축이 몰살될 겁니다.」

 「이건 태워죽여야겠군. 어이, 자네들 운 좋아! 이 녹각룡 사냥했다면 방역당국에 그냥 압수당했을걸.」

 

 은퇴용병들 입장에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전염병으로 압수당한 드래곤은 사냥한 사람의 몫으로 돌려받을 수 없다. 게다가 압수 당하더라도 드래곤을 이미 한 마리를 사냥했기 때문에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삼십년 수고한 퇴직금이 물거품이 될 뻔 했다.

 

 게이세리크가 슈타이너와 궁드르디에게 정중히 고갤 숙였다.

 

 「나는 예비역 브로켄 기마단장 게이세리크다. 이 은혜 꼭 갚지.」

 

 별 거 아니라는 듯 궁드르디가 손을 저었다.

 

 「퇴직금이나 잘 챙기시라고.」

 

 게이세리크는 노련했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독한 증류주를 꺼내 부하들과 나눠 손바닥에 붓고 얼굴을 비벼 씻었다. 수차례 전염병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체득한 지혜였다.

 

 「태우나?」

 

 게이세리크의 질문에 궁드르디가 고갤 끄덕였다.

 

 「그럼 결박을 더 강하게 해야겠군. 훈네릭, 너는 성대를 잘라라. 알라릭은 도끼로 뒷발 근육을 끊고. 난 두개골을 부수겠다.」

 

 두 부하의 지휘 아래 나머지 열두 명 은퇴 용병들이 일사분란하게 녹각룡을 견고하게 묶기 시작했다.

 

 「단단히 고정해라.」

 

 녹각룡이 쇠사슬에 결박된 것을 확인한 훈네릭과 알라릭은 칼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여느 쇠붙이와 달리 달빛에 은은하게 비추이는 은색 광택이 인상적이었다.

 

 ‘상급 미스릴이군.’

 

 프레데릭슨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스릴은 가난한 용병이 자력으로 살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아마 치열한 전투에서 만난 신분 높은 왕족이나 장군을 죽이고 노획한 것이리라. 부하들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누구 기름이 있나?」

 

 준비가 끝나자 부하들에게 게이세리크가 물었다.

 

 「송진이 조금 있습니다.」

 

 왜 가지고 다니는지 알 수 없지만 은퇴 용병 중 하나가 조잡하게 세공된 유리병에 담긴 송진을 꺼내들었다.

 

 「태울 만한 것들을 주워와.」

 

 게이세리크가 명령하자 슈타이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럴 필요 없소. 대신 부하들을 시켜 사탕무 뿌리를 잔뜩 모아주시오.」

 「당신 그러고보니 낯이 익은데?」

 

 슈타이거가 어깰 으쓱했다.

 

 「그쪽이 브로켄 산맥에서 복무했다면 몇 번 마주쳤겠지.」

 

 그제야 생각이 나는지 게이세리크가 피식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위대한 슈타이너. 당신을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녹슬지 않은 솜씨 기대해도 되겠소?」

 「아니, 녹슬었소. 보다시피 팔이 이 모양이라서. 너무 기대 마시게. 지금도 기절할 만큼 아프거든.」

 

 피식 웃으며 게이세리크는 부하들과 함께 사탕무를 모아 결박된 녹각룡의 주변에 쌓았다.

 

 「당신은 두 팔 다 잘려도 위대하잖소. 대마법사 슈타이너 경.」

 

 ****************************************************************************************************

 

 마법사라는 말에 기대할 독자들을 위해 미리 말해 두자면 많은 사람들이 마법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마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엄연히 세계의 질서 아래 존재하고 물리 법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에너지와 질량의 총량은 불변이다. 화염계통 마법이라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열에너지가, 빙결마법에는 당연히 물이나 그에 상응하는 동결 액체가 필요하다.

 

 암흑마법은 조금 다르긴 하다. 이것은 인간의 사념이 있는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도시를 떠나 자연에 가까운 곳일수록 시전이 잘 안 된다. 단, 큰 전투가 있던 옛 전장은 가능하다. 시체들의 사념이 들끓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주변의 자원을 원초적인 원소로 환원하고 응집해 에너지를 집대성한다. 없던 걸 만드는 게 아니다. 그들은 자연현상의 촉진자 내지는 대리자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슈타이너도 마법을 부리려면 주변 자원이 필요했다.

 

 쉭! 쩌억! 퍽!

 

 먼저 녹각룡에 손을 댄 건 용병들이었다. 도살이라기보다 한 편의 합이 잘 맞는 무용이나 퍼포먼스 같았다. 게이세리크와 훈네릭, 알라릭이 거의 동시에 녹각룡의 뒷발근육, 성대를 찢고 동시에 게이세리크의 메이스가 두개골을 내리쳤다. 양처럼 순하게 녹각룡은 피를 뿜으며 큰 저항 없이 죽었다.

 

 「물러서라.」

 

 드래곤의 숨통을 끊자 슈타이너 차례였다. 구경거리를 보러 몰려든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용병들이 잔뜩 쌓아놓은 사탕무 뿌리와 새싹에 슈타이너가 손을 댔다.

 

 화르륵. 순간 사탕무 더미가 불기둥을 내뿜으며 타들어갔다.

 

 - 신의 기적이다!

 - 오오, 패트릭 성인이여!

 

 주민 모두가 처음 보는 그 놀라운 광경에 무릎을 꿇었다.

 

 「이것이 마법...」

 

 불기둥과 함께 타들어가는 녹각룡을 바라보며 궁드르디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슈타이너가 어깰 으쓱했다.

 

 「사탕무는 알코올로 분해가 쉬운 작물이라 열에너지로 빠른 전환이 가능하지. 마법은 자연법칙의 흐름을 빠르게 촉진시키는 지름길일 뿐. 경의 고귀한 손재주에 비하면 이런 건 잔재주지.」

 

 넋이 나간 채 불기둥을 바라보는 마을 주민들에게 슈타이너가 소리쳤다.

 

 「다들 빨리 일어나 움직이시오! 오늘 밤 들판의 모든 녹각룡을 전수 조사하겠소!」

 

 - 그냥 양잿물이 담갔다가 무두질하면 될 텐데.

 - 가죽 정도는 벗겨낸 뒤 태워도 좋지 않을까.

 - 숯불에 달궜다가 꺼내면 소독이 될테니 발톱 정도는 뽑아가도.

 - 뇌유(腦油)는 열처리 한 다음 가공해서 쓰면 문제 없을텐데.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가는 녹각룡을 바라보면서 은퇴용병들과 마을사람들이 입맛을 다셨다. 아마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깝지만 할 수 없다.」

 

 방역은 예외가 없다. 볼 브레이커스의 가장 큰 임무이기도 하다.

 

 빵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좁쌀보다 작은 곰팡이라도 반죽 위에 올려놓고 하루 밤이 지나면 반죽 전체로 번져나가 썩어버리는 것을. 전염병은 그런 것이다. 자칫하면 종 전체가 멸종할 수도 있다.

 

 「어, 저게 뭐야?」

 「어라? 뭐지?」

 「하, 하늘에. 저걸 봐!」

 

 녹각룡의 지방이 타들어가며 격렬한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리고 하나 둘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영혼이 승천하는 것인가?」

 「아냐, 저건 마녀다!」

 「발푸르기스 밤(4월 30일과 5월 1일 사이, 마녀들이 사탄과 축제를 벌인다는 밤)도 아닌데 무슨 소리야?」

 

 하늘 위에 날개 달린 거대한 드래곤 같은 것이 불기둥이 일어난 곳을 맴돌고 있었다. 베로니카가 가죽 주머니에서 망원경을 꺼내들어 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리고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아! 스승님.」

 「설마,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

 「저기, 달아날까요?」

 

 눈치 빠른 궁드르디가 슈타이너에게 물었다.

 

 「아니. 누구도 도망칠 수 없네.」

 

 그 때였다. 녹각룡의 기름진 뱃살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퍼져나가자 하늘에서 거대한 날개를 드리우며 급강하한 드래곤이 불타는 녹각룡을 물어 한 입에 삼켰다. 엄청난 장관에 슈타이너가 외쳤다.

 

 [큰 일 났다. 옛 뱀의 후손, 에피메테우스가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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